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108화 (108/366)
  • 108화 경매장의 초청장 (3)

    사내와 여성은 나름대로 전망이 좋은 흑마법사였다.

    각기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령 계열과 저주 계열이 3위계 상위에 이르렀으니, 대략 2년 정도만 있으면 4위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들의 한계 위계는 5위계이니 언젠가 흑마법의 마도를 이룰지도 몰랐다.

    재능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믿어 왔다.

    베르덴을 만나기 전까지.

    “…….”

    “끄윽…… 끄르륵……!”

    머리를 잃은 채 죽은 사내와 복부를 움켜쥔 채 피거품을 흘리고 있는 여성.

    노인, 체드가 직전의 마법전을 떠올렸다.

    사내가 먼저 리치를 소환했다.

    리치는 3위계 마법사에 필적하니, 숫자를 늘려 상대를 압박하는 건 좋은 전술이었다.

    여성은 언제나 그랬듯 저주 계열 마법인 <고통의 사슬>을 시전했다.

    워낙 숙련도가 높았기에 사슬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건 극히 어려웠다. 상대가 마법사라면 더더욱.

    둘은 방심하지 않았다.

    아니,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전투 방식은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엇이냐.’

    날카로운 돌조각이 파공음을 내며 날아와 리치의 두개골을 아작 냈다. 심지어 그 뒤에 있던 사내의 머리까지. 당연히 즉사였다.

    그걸 본 여성이 당황하며 사슬을 움직였다.

    그런데 잿빛 머리의 마법사가 스태프로 가볍게 쳐 내고는, 역으로 여성에게 돌진했다.

    휘둘러진 스태프에서 충격파가 일었다.

    그에 직격당한 여성이 바닥을 굴렀다. 장기가 손상되었는지 목 안쪽에서 피거품이 끓었다.

    그걸로 그녀는 다시 일어설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둘이 전투 불능이 된 걸 본 체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알고 있는 마법보다 위력이 강하다. 마법의 한계까지 마력을 쏟아부은 것 같은데…… 그래도 위력이 이상하군. 마법서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경지는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눈앞의 상대는 체드처럼 4위계, 그중 상위에 오른 마법사라는 걸 말이다.

    “허허, 내가 외모에 속았군. 설마 나와 비슷한 경지에 올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나이가 드니 외모로 상대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자꾸 잊게 되는군.”

    체드가 고목으로 만든 지팡이로 땅을 짚었다.

    확실히 태도 하나는 직전의 사내와 여성과는 달랐다. 빈틈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그 시선은 베르덴의 손끝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는 걸 보면.

    체드가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걸세. 나도 저들을 한 수에 제압할 실력 정도는 되니까 말이야.”

    “그랬으면 좋겠군.”

    베르덴의 가벼운 도발.

    체드는 유쾌하게 웃고는 흉흉한 마력을 내뿜었다.

    “참으로 건방진 젊은이야.”

    * * *

    <포이즌 스피어>

    3위계 흑마법, 맹독의 창이 베르덴의 화염 마법과 충돌했다. 다음 마법도 마찬가지.

    정확하게 체드의 마법에 대응하는 베르덴의 높은 정밀성에 체드가 감탄하며 미소를 지었다.

    “눈썰미가 좋군. 하지만 이건 어떨까.

    체드가 고목 지팡이로 지면을 두들겼다.

    콰득. 콰드득.

    체드가 딛고 있는 땅 아래에서 수많은 언데드가 흙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검과 방패, 창 또는 활을 든 스켈레톤부터 시작해, 무덤 파수꾼과 리치 그리고 뼈의 기사까지.

    그 숫자는 수십에 달했다.

    언데드를 다루는 사령 마법 특성상,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뼈나 시체 등 매개체가 될 재료들을 통해 언데드를 창조한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언데드는 죽거나 시전자가 마법을 해제할 때까지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즉.

    “가는 길마다 언데드를 끌고 다닌 건가?”

    “그렇지. 조금 귀찮기는 해도 이처럼 내 수족이 되어 주니 말이야. 마법사란 준비하는 자라는 걸 자네도 잘 알 텐데?”

    체드가 입가를 비틀었다.

    “총 67마리. 현재 내가 다루고 있는 언데드의 숫자네. 일반적인 스켈레톤이라면 100마리 이상은 거뜬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좀 더 강력한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숫자를 많이 희생해야 하지. 특히 뼈의 기사를 만드느라 아주 고생했지. 게다가 내가 가진 마법은 이게 전부가 아니네.”

    별로 궁금하지 않은 내용이다.

    베르덴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거 하나 이해 못 하는 걸 보니, 수준에 비해 지능이 좀 떨어지나 보군. 그러니까 자네는 날 이길 수가 없다는 뜻이네. 타고난 재능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살아온 세월은 아득히 내 쪽이 기니.”

    체드 또한 4위계 상위 마법사.

    거기다 수적 우위 또한 압도적이었다. 체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전부 갖춘 만큼, 그의 머리에는 패배라는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체드는 알지 못했다.

    일 대 다수의 전투야말로 베르덴이 가진 마법을 적극 활용할 수 있으며, 그는 같은 위계의 마법사와 비교조차 불허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베르덴은 이미 루펠을 상대하며, 단신으로 수천을 상대했던 경험까지 있다.

    마력을 끌어올린 베르덴.

    오큘러스의 끝에 붉은 화염과 거센 폭풍이 동시에 몰아쳤다.

    <화염폭풍>

    거대한 불길이 삽시간에 언데드와 체드를 집어삼켰다.

    * * *

    “하, 합성 마법?!”

    체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눈앞에 있는 잿빛 머리의 마법사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합성 마법까지 터득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소 마법사들이 그토록 원하는 경지를 어떻게 저 나이에……!’

    그리고 더욱 이상한 건 마법의 시전 속도다.

    주위를 완전히 뒤덮어 가는 규모의 화염폭풍. 저걸 고작 몇 초 만에 연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터무니없다.

    ‘휩쓸리면 죽는다.’

    체드는 곧장 여성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뽑혀 나오는 마력. 겨우 숨만 붙어 있던 여성의 목숨이 끊어졌지만 체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마력에다가 자신의 마력을 더해 사령 마법을 시전했다.

    <영혼 장막>

    청록색의 보호막이 체드를 감쌌다.

    그 직후 화염폭풍이 덮쳐 왔다. 어마어마한 위력에, 약한 언데드는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산화했고 무덤 파수꾼과 리치마저 그 뒤를 따랐다.

    “끄으으으으윽……!”

    장막 바깥으로 무거운 압력이 느껴진다.

    체드가 이를 악물고 버텨 냈고, 잠시 후 화염폭풍이 사라졌다. 마법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뼈의 기사와 진땀을 흘리고 있는 체드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상대 또한 지쳐 있을 터다.’

    대규모 합성 마법을 사용했으니 당연하다.

    어쩌면 마력 결핍 현상을 겪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에 반해 체드에겐 여력이 남아 있었다.

    그가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베르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디에…….”

    순간 뒤통수가 서늘함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체드가 허리를 숙이자, 파공음과 함께 돌조각이 그 위를 지나갔다. 그가 쌓아 온 경험이 아니었다면 머리가 터져 죽을 수도 있었다.

    침을 삼킨 체드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

    여유롭게 서 있는 베르덴. 그가 체드를 향해 오큘러스를 까딱거렸다.

    눈썹을 씰룩인 체드가 전력으로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그와 동시에 베르덴도 마력을 번뜩였다.

    <애시드 자벨린>

    <파이어 자벨린>

    콰아아앙!

    산성과 불꽃의 창이 서로 부딪쳤다.

    산성 연기가 시야를 가렸고 체드가 이어서 마법을 시전했다.

    독과 산성 그리고 뼈.

    체드가 평생을 일궈 온 사령 마법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더블 캐스팅까지 더해진 위력은 5위계를 눈앞에 둔 마법사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드의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그가 시전한 마법이 전부 가로막혔다. 정면을 노리든, 속임수를 써서 빈틈을 노리든 무의미했다.

    베르덴은 철저하게 체드의 마법만을 겨냥해 무력화했다.

    한바탕 마력을 쏟아 낸 체드.

    그가 가쁜 호흡을 추스르며 미간을 찡그렸다.

    “왜 자네는 멀쩡한 거지? 분명히 나보다 더 많은 마력을 사용했는데 어째───”

    ───촤아악!

    대답 대신 날카로운 바람이 체드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손등으로 얼굴을 문대자 피가 묻어났다. 깊게 베였는지 볼 안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이…… 이이……!”

    체드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러나 그런 반응과는 달리 체드의 머릿속은 차가웠다. 그 또한 노년까지 살아남은 마법사.

    감정에 휘둘려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현재를 직시했다.

    화력에 특화된 원소 마법사를 상대로 밀리는 건 사실이다. 마력량 또한 마찬가지. 재능의 차이가 현격하다.

    하나 체드는 흑마법사였다.

    ‘지금!’

    콰아아악!

    땅 속에 숨어 있던 뼈의 기사가 베르덴의 뒤를 노렸다.

    너덜거리는 몸뚱이였으나 연약한 인간의 살갗을 뚫기에는 충분하다. 동시에 체드는 베르덴에게 저주를 내렸다.

    <절규>

    한에 가득 찬 비명 소리.

    이걸 들은 자는 정신에 타격을 받는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빈틈이 생길 게 분명하다. 그때를 자신이 사역하는 언데드가 노리는 것.

    이것이 체드의 노림수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베르덴이 스태프로 공격을 막더니, 한 바퀴 회전하며 언데드를 날려 버렸다.

    뒤이어 지면에서 솟아난 흙기둥이 뼈의 기사를 강타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날아온 뼈의 기사가 체드 앞에 뒹굴었다.

    더 이상 체드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 어떻게 저주를 받고도 정신력이……!”

    파지지직!

    마찬가지로 대답 대신, 베르덴의 왼손에 붉은빛이 맺혔고.

    <열뢰>

    바닥에 내리꽂힌 적색 벼락.

    사방으로 퍼져 나간 열화가 체드와 뼈의 기사를 집어삼켰다.

    * * *

    체드는 전력으로 저항했다.

    마력회로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하여 몸을 지킬 장막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고위 속성인 전격 계열을 사용한 합성 마법. 어떻게든 견뎌 내려 했으나 급조한 장막으로 고온의 번개 줄기를 막아 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악?!”

    깨어진 장막, 전신을 파고드는 강렬한 열기.

    고목 지팡이가 박살 나며 몸의 절반이 화상으로 뒤덮인 체드가 바닥에 쓰러졌다. 간산히 목숨은 붙어 있었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 안 가 절명할 정도의 치명상.

    베르덴이 체드에게 다가갔다.

    겨우 눈동자를 움직여, 그의 표정을 읽은 체드가 힘겹게 말을 쥐어짜 냈다.

    “끄윽…… 자, 자네, 일부러 나를 죽이지 않았군. 나에게서 뭘 원하는 거지?”

    “정보.”

    체드가 피식 웃었다.

    “왜 흑마법사가 상단에 손을 댔는지 궁금한가? 그거 유감이군. 자네가 날 살려 줄 생각이 없는 걸 아는데, 굳이 힘들게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알면 어쩔 수 없지.

    체드의 부상을 회복시키고 심문을 하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겠으나, 아쉽게도 베르덴은 고문 같은 기술에 조예가 없었다.

    시도해 본들 포션값만 아까워지겠지.

    그때, 체드가 말했다.

    “하,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 주지. 자네는 잘못 건드렸어. 감히 누구의 앞길을 막아섰는지 몰라……! 만약 이를 그분께서 아신다면 자네는 필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점치 빛이 사라져 가는 흑마법사의 눈동자.

    그 순간 체드가 눈을 번뜩이며 마력회로를 팽창시켰다.

    “위대한 주검에 무한한 영광을!”

    퍼억!

    체드의 시체가 폭발했다.

    소리는 컸으나 위력 자체는 베르덴의 마력 방벽조차 손상시킬 수 없었다. 피로 물든 대지를 보며 베르덴이 생각에 잠겼다.

    ‘그분이라.’

    역시 흑마법사의 배후가 있는 모양.

    4위계 상위 마법사를 부하로 다루는 걸 보면, 그분이 마법사라는 가정하에 최소 5위계, 어쩌면 마도를 이룬 강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베르덴은 체드의 경고에도 두려움이나 공포와 같은 감정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베르덴 또한 강자의 반열에 들어선 지 오래였으니.

    더 이상 4위계의 마법사들이 베르덴의 상대조차 되지 않는 지금, 베르덴은 그 이상의 강자를 갈구했다.

    ‘어쨌든 이걸로 내 일은 끝났군.’

    베르덴은 주변의 흔적을 지면 아래 깊숙이 처박았다.

    깔끔하게 황무지를 만든 베르덴.

    그는 메딘과 약속했던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버려진 광산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메딘.

    그가 이쪽을 향해 오는 베르덴을 보곤 다급하게 뛰어갔다. 상처 하나 없는 그의 모습에 안도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 흑마법사들은…….”

    “다신 볼 일 없을 겁니다.”

    확신이 담긴 목소리.

    메딘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물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예! 여기 잘 챙겨 놨습니다. 물론 경매장의 초청권도요.”

    메딘이 가방 안에 있던 걸 꺼내 바닥에 나열했다.

    두툼한 무기명 채권들과 값비싼 주괴들. 메딘이 직접 베르덴에게 초청권을 건넸다.

    “초청권은 대부분 무기명이라 어떻게 사용하든 출처가 알려질 일은 없을 겁니다. 남은 한 장은 팔거나, 지인분이 계시면 같이 데려가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십시오.”

    메딘이 채권들 전부와 주괴의 3분의 2를 넘겼다.

    “이건 거래 조건에 없던 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애셔 님이 아니었다면 복수는커녕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러니 저는 이것들로 만족하겠습니다. 상단에서 퇴직금 받은 셈 치지요.”

    메딘은 깔끔하게 욕망을 잘라 냈다.

    그가 챙긴 건 미스릴 주괴 1덩이와 금 주괴 3개. 다마스 강철 주괴 2덩이. 자신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간 것이다.

    베르덴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글쎄요…… 아무래도 떠나야겠죠.”

    푸른 구름 상단의 인맥은 대부분 상단주의 것이다.

    그런 그가 죽었으니 상단은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었다. 잘 수습한다면 몇몇 거래처를 붙잡을 수 있긴 하겠지만 거래 규모는 반의반 토막이 나겠지.

    이대로 상단에 남아 봤자 망하는 길밖에 없었다.

    ‘거기다 조합이 뭔 짓을 벌일지도 모르고.’

    조합의 흑마법사.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또 죽을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상단주의 복수는 성공했으니 의리는 지킨 셈이다.

    미련은 없다.

    메딘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왕국을 떠나 공국에 가 볼까 합니다. 제 삼촌 되시는 파이테 남작님에게 얹혀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걸 드린다면 무조건 받아 주시겠죠. 뭐가 됐든 더 이상 조합과 관련되기는 싫습니다.”

    메딘은 이미 자신의 살길을 찾은 모양이다.

    베르덴이 애써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메딘이 악수를 요청했다.

    베르덴이 손을 맞잡았다.

    “훗날 다시 뵙게 된다면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렇게 베르덴과 메딘은 각자의 길을 향해 떠났다

    * * *

    페르네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감히 생각도 못 했던, 비싸고 달콤한 핫초코를 음미하며 몸을 데웠다. 그러던 그때, 정령이 반짝이며 다가왔다.

    “왜 그래, 블루? 새로운 정보라도 온 거야?”

    블루.

    페르네가 정령에게 붙인 이름이었다.

    이형종이기에 처음에는 가능한 멀리 떼어 냈지만, 다시 보니 말도 잘 듣고 굉장히 순했다. 친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블루가 염동력으로 정보원에게서 온 정보들을 가져왔다.

    페르네는 허공에 떠오른 문서들을 바라봤다. 대부분 당장 쓸 만한 정보는 없었지만 어느 하나 버릴 건 없었다. 모아 두면 언젠가 반드시 쓸 데가 있을 테니. 정보상으로서의 경험이었다.

    그때, 익숙한 문구가 보였다.

    푸른 구름 상단.

    페르네가 베르덴을 떠올렸다.

    ‘애셔 님은 언제 오시려나 몰라.’

    떠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그만큼 베르덴의 존재는 페르네에게 중요했다. 그가 없으면 그녀의 정보상이 마비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정보를 확인했다.

    [푸른 구름 상단주 실종. 마일드륀 테러. 갱도 파괴 및 마석 폭발 사고. 사실상 푸른 구름 상단 해체.]

    “……?”

    순간 이해가 따라가지 않았다.

    이윽고 곧 정보의 퍼즐이 맞춰졌다.

    마일드륀에 누가 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걸 깨닫자 페르네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이내 힘없이 손을 떨궜다. 들고 있던 컵이 바닥에 떨어졌다.

    조합.

    아무래도 페르네의 최대 고객이 놈들과 마찰을 일으킨 모양이다.

    “……이거 어떡하지?”

    바닥에 엎질러진 핫초코에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아주 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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