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95화 (95/366)
  • 95화 방주의 제안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 가드란 후작가가 그런 범죄를 저질러 하루아침에 끝장나다니. 그리고 그걸 밝혀낸 장본인 중 하나가 애셔 님이라고. 그것도 제가 주선해 드린 의뢰 때문에……. 솔직히 공국을 떠야 하나 그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라비슈른 후작가가 직접 나서서 증거를 제시한 터라 공국 왕성에서 사건을 종결 처리 했으니.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잊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페일이 베르덴을 바라봤다.

    “애셔 님, 하나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후작가를 단신으로 쳐들어갔을 때…… 자신이 있으셨던 겁니까? ”

    소울 트리를 토벌하여 로리엔을 구한 건 그래, 어떻게든 납득했다.

    그런데 단신으로 후작가를 쳐들어가서 루펠을 죽이다니. 공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사를. 하물며 가드란 후작 또한 그에 필적하는 강자인데.

    그런 물음에 베르덴이 답했다.

    “그야 물론.”

    뭐, 사실을 말하자면 베르덴은 후작가가 아닌, 글러트니의 송곳니를 상대한 것이다.

    그리고 원소 마법으로만 상대했다면 베르덴이 불리했을 것이다. 그 미친 듯한 재생력은 불사에 가까웠으니.

    하지만 성신 마법을 사용한다면 다르다. 전력을 낸다는 한에서, 베르덴은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 내막을 모르긴 했으나, 페일은 더 묻지 않고 이내 수긍했다.

    상대는 상식을 벗어난 마법사. 범인의 머리로는 억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곧바로 페일이 화제를 돌렸다.

    “그렇군요. 아, 그런데 저희 정보상엔 어떤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 * *

    베르덴이 페일을 찾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보를 구입하거나 의뢰를 받거나 혹은 둘 다거나.

    이번엔 둘 다였다.

    “마법 물품 제작 장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베르덴에겐 오큘러스라는 새로운 스태프가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브를 쓰는 걸 억지로 미룰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리 고등 룬이라고 해도 오브와 감히 성능을 비할 바는 아니었다.

    돈을 어느 정도 모아 놓았고, 앞으로의 수익도 생각하자면 지금 찾아 놓는 편이 옳았다.

    “장인이라…… 당연히 평범한 장인을 말하는 건 아니시겠죠?”

    “적어도 그쪽 분야에선 리토 바르슬란 정도면 좋겠는데.”

    “음, 허들이 많이 높군요.”

    페일이 서류를 가져와 뒤적거렸다.

    한동안 여러 파일을 읽어 본 페일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애셔 님이 만족할 만한 장인은 공국 내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나은 사람을 꼽자면 휴양도시 브리엔테에 있는…….”

    “거기는 전에 가 봤다.”

    술주정뱅이 모르트. 실력도 좋고 가성비도 좋은 건 안다.

    하지만 베르덴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자가 필요했다.

    페일이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공국에는 없습니다. 적어도 해외로 나가지 않는 이상은.”

    “해외에는 있나?”

    “물론입니다. 공국은 건국된 지 고작 3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요. 치안이 다른 나라만큼이나 나아진 지는 겨우 15년쯤 되었죠. 손재주가 좋은 장인이 자리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장인에겐 그에 걸맞은 장비들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옮길 수 없는 만큼, 마땅한 자리를 잡아 눌러앉는 게 상식이었다.

    “해외라면 어떤 나라를 말하는 거지?”

    “벨디른 공화국도 공국보다 낫긴 하지만…… 에스티리아 왕국에 ‘외수’라고 불리는 유명한 장인이 머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수?

    외팔이?

    “한 손으로 마법 물품을 제작한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소문으로는 입과 발, 손 등 전신을 활용해 제작한다더군요. 그러나 그 완성품은 가히 예술에 가깝다고 합니다.”

    “왕국 어디에 있지?”

    “위치는 모르나, 왕국 바깥으로 나갔다고는 못 들었습니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죠. 그건 왕국에 있는 정보상을 찾아 물어보시는 편이 빠를 겁니다.”

    “저쪽에도 정보상이 있나?”

    “물론입니다. 애초에 이 그레이란 것도 왕국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아는 정보상을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왕국이라.

    당장 해외로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일단 돈을 더 벌고 가는 게 좋겠군.’

    적어도 제작 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을 정도를.

    베르덴이 의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처음으로 페일은 거절의 말을 꺼냈다.

    “그…… 현재 공국이 굉장히 혼란스럽니다. 그 이유는 애셔 님도 잘 아실 테고……. 어쨌든 그런 이유로 등급이 높은 의뢰가 하나도 없습니다. 귀족이든 상인이든 어떤 개인이든, 아주 조심스러워하고 있죠. 최소 몇 달은 지나야 정상화가 되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베르덴이 턱을 쓸었다.

    거슬리는 글러트니에 집중했더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의뢰를 수행하지 못한다라.

    그럼 어디서 돈을 벌어야 하지?

    “그럼 왕국으로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사실 일거리만 따지면 공국보단 왕국이 훨씬 규모가 큽니다. 법도 굉장히 느슨하고요. 물론 나라 자체가 공국보다 위험하긴 하나 애셔 님에겐 문제가 없겠죠. 제 옛 후배가 정보상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자리를 잡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후배? 실력은 어떻지?’

    “좋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보다 낫기도 하니까요. 저처럼 그레이에서 의뢰도 겸하고 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공국이 안정될 때까지 계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이참에 한가해진 만큼 공국 그레이 북부까지 활동 범위를 늘릴 생각입니다.”

    베르덴의 생각이 깊어졌다.

    왕국으로 활동 영역을 바꿈으로써 생길 손익을 가늠했다.

    그러다 불현듯 공왕이 언급했던 ‘경매’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분명 경매에서 아티팩트 ‘삼원색의 중심’을 구했다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왕국에는 경매장이라는 게 있다고 하던데.”

    “아, 암흑가에서 열리는 경매장 말이군요. 예, 있습니다. 불법이긴 한데 왕국의 명물이기도 하죠.”

    정보를 구입한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페일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에스티리아 왕국에는 향락의 도시라는 곳이 있습니다. 도시 몇 개에 필적하는 규모의 도시인데 그 지하에도 그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가 있죠.”

    “지하 도시?”

    “왕국 암흑가의 중심지, ‘로아프라’. 왕국의 가장 깊은 어둠입니다. 거기에서는 일 년에 단 한 번, 겨울이 끝나 가는 봄에 경매장이 열리는데 검, 방어구, 창, 스태프, 희귀한 마법 물픔 등 갖가지 물건이 출품됩니다. 그리고 가끔씩 아티팩트나 그에 필적하는 물건이 나오기도 하고요. 당연히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비쌉니다.”

    “경매장에는 어떻게 가지?”

    “로아프라에는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있지만, 경매에 참여하려면 초청권이 필요합니다. 한 해마다 VIP석이나 정해진 객석을 제외하고 80장이 풀리는데 왕국 그레이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운이 좋아야 구할 수 있죠. 가장 비쌀 때는 3억 엘크에 팔린 적도 있습니다.”

    초청권 하나에 그 정도라고?

    지불할 수 있기야 하지만 과한 금액이었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인맥이 확실합니다. 암흑가란 본디 힘과 돈 그리고 인맥이 전부니까요.”

    인맥이라.

    베르덴에겐 그런 인맥이 없었다. 애초에 왕국에 들어가 본 적도 없으니.

    그러자 페일이 말했다.

    “애셔 님에게는 이미 인맥이 있습니다.”

    “……나에게? 누구?”

    “파이테 남작입니다.”

    파이테 남작.

    베르덴이 공국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귀족이었다.

    * * *

    정보값을 지불하고 여관으로 돌아온 베르덴이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하지?’

    현재 베르덴이 공국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레이 전체에 비상이 걸린 지금, 받을 의뢰가 없으니까. 기껏해야 페일 기준으로 4, 5등급 의뢰일 터.

    지금 상황에 그 정도의 보수는 성에 차지 않는다. 차라리 개인적인 훈련이나 하는 게 낫겠지.

    ‘그런 점에선 왕국행이 메리트가 있긴 한데…….’

    사실 이미 마음은 기울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그것이 베르덴이 믿고 있는 성장의 기반이다. 새로움을 기피하고 익숙함에 이끌리는 건 앞길에 방해가 된다.

    어디 동굴 속에 박혀 최소 반년 이상 훈련이라도 한다면 5위계에 다다를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걸론 부족하다.

    다채로운 경험, 물리적인 보상 그리고 실질적인 강함.

    지금처럼 위 세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확실하니까. 베르덴이 공국에서 지내 온 시간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느긋해지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목적을 이루려면 한참이나 남았으니까.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똑똑.

    나지막한 노크 소리.

    염력으로 문을 열자, 익숙한 기척을 내비치는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애셔 님.”

    리스너.

    브리엔테에서 처음 봤을 때의 외형으로 베르덴을 찾아왔다.

    * * *

    베르덴이 마법진을 그려 방 전체를 마력으로 감쌌다.

    소리가 나가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리스너와 베르덴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송곳니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후, 방주는 철저히 남은 글러트니를 찾아 척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극히 적은 생존자가 해외로 나갔을지도 모르나, 확실한 건 공국 내부에 글러트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사와 송곳니의 토벌.

    아직 글러트니의 전력은 남아 있으나 막대한 성과였다.

    “그리고 테온은 일단 임시로 방주에 들였습니다. 글러트니에서 암살자 노릇을 하고 있었던 만큼 렌 발하그 장로님께서 직접 교육을 진행하고 있죠.”

    “처형할 줄 알았는데.”

    “하하, 저흰 그렇게 매정하지는 않습니다. 테온은 어릴 적 납치되어 강제적으로 글러트니의 일원이 되었고, 글러트니의 조각 또한 품지 않았기에 갱생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그게 아니었다면 애셔 님의 말대로 했겠죠.”

    그런가.

    뭐,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글러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질문 하나 해도 되나?”

    “어떤 겁니까?”

    “26년 전의 전쟁. 글러트니가 에스리티아 왕국에 관여했었나?”

    공왕이 말했었다.

    국민들을 제물로 사용한 마법사들과 그들을 데려온 신임 재상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었다고. 그걸 듣는 순간 글러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추측은 정답이었다.

    “맞습니다. 글러트니가 전쟁을 틈타 왕국에 스며들었죠. 왕가에게 허락을 받고, 인체 실험에 사용한 숫자만 만 단위였습니다. 결국 방주의 선장이 직접 나서서 재상을 암살하고 글러트니의 마법사와 그들의 실험체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죠. 그 결과 에스티리아 왕국에 있는 글러트니는 전멸했습니다.”

    “당시 리비안트 공작이 독립을 선언한 것도 의도한 건가?”

    리스너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저희는 글러트니와 관련된 사안에는 개입하고 있으나, 글러트니가 남긴 영향마저 지워 없애는 건 방주의 역할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간 왕국 자체를 없애야 했으니까요. 공국의 독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글러트니가 숨어 있을지 몰라 감시자를 세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2왕자와 라비슈른 후작가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두 분을 영입한 건 아닙니다. 타고난 집안과 어울리지 않게 권력에 초연하며 인간다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기에 받아들인 겁니다. 설사 글러트니가 없다고 할지라도, 시간상의 차이일 뿐 방주는 두 분을 영입했을 겁니다.”

    리스너가 베르덴에게 물었다.

    “그럼 이번엔 제가 묻겠습니다. 대답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

    2왕자의 제안.

    베르덴이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자, 리스너가 손을 들었다.

    “애셔 님에게 대답을 듣기 전에, 방주에서 공식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새로운 제안?”

    “그렇습니다. 애셔 님께서 이뤄 온 과업과 그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방주의 선장들과 세 명의 장로 그리고 방주의 주인께서 회의를 진행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찬성은 과반을 넘었고, 이에 저는 대행자로서 방주의 제안을 애셔 님께 전달합니다.”

    리스너의 목소리가 더없이 진중해졌다.

    “혹시 마도왕에 대해 아십니까?”

    마도왕, 올다르크 루인 아케나드.

    마법사로서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다.

    약 500년 전 존재했던 대마도사이자 사상 최초로 9위계 마법에 이른 초월자. 마법사라면 대부분 존경하는 위인이며 일부 극단적인 마법사들은 신으로 추앙하는 존재다.

    “갑자기 마도왕은 왜…….”

    “저희는 마도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순간 베르덴이 한 발짝 다가갔다.

    마도왕의 무덤이라고? 역사에 따르면 분명 어느 날 종적을 감췄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덤?

    마도왕이 죽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역사상 최강의 마도사인 마도왕이 자신의 무덤에 무엇을 남겼는지가 중요하다.

    “방주에서도 ‘고대의 시련’이라고 특별히 분류한 장소입니다. 이미 몇 번이고 방주의 후보들이 공략하기 위해 나섰으나……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죠.”

    “……위치는?”

    “그게 방주의 제안입니다.”

    리스너가 말했다.

    “만약 이 고대의 시련을 극복하신다면, 방주에 들어오지 않으신다고 해도 예외적으로 애셔 님에게 시련을 부여해 드릴 겁니다. 그로 인한 보상 또한.”

    베르덴에게 유리하다.

    당연히 대가 없이 주는 게 아닐 터.

    “조건은?”

    “그럴 경우 방주의 정보망과 방주의 일원들을 쓸 수 없습니다. 오로지 시련 외에는 어떠한 것도 이용할 수 없죠. 그 대신 애셔 님은 방주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단 두 가지를 제외하고.”

    “그게 뭐지?”

    “하나는 방주의 회의에 한 번 참가할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인류가 절명의 위기에 몰렸을 때 그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베르덴은 전무후무한 마법의 종주가 될지도 모른다.

    규율 때문에 인류를 이끌 혹은 구할 가능성이 높은 존재를 놓치는 건 있을 수 없다. 그것이 방주의 판단이었다.

    베르덴이 생각에 잠겼다.

    이내 리스너를 보며 말했다.

    “받아들이지.”

    이것마저 거절할 생각은 없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퍼 주고 싶다고 하는데 싫다고 하는 건 멍청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위치는?”

    리스너가 손바닥만 한 보석을 꺼냈다.

    타원형의 푸른 사파이어. 그리고 황동색의 금속이 그 중심을 고리처럼 감싸고 있었다.

    “위치는 에스리티아 왕국, 그 어딘가. 이 유물을 해석하시면 그 길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저희가 제공해 드릴 수 있는 모든 정보입니다. 그리고 기한은 1년하고도 63일 뒤. 다음 방주의 회의가 열릴 때까지입니다.

    리스너가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베르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무디 무사히 시련을 극복하시길.”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건넨 리스너가 바깥으로 나섰다.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베르덴이 작게 웃었다.

    ‘어째서 마도왕의 무덤이 에스리티아 왕국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왕국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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