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90화 (90/366)
  • 90화 글러트니의 송곳니 (3)

    현재 베르덴이 시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위력이 막강하나 조절할 수 없기에 지금까지 자제해 왔다. 범위를 착각하기라도 하면 너무도 피해가 컸으니까.

    그런데 외부와 차단된 공간을 손수 마련해 줄 줄이야. 그런 기회를 놓칠 베르덴이 아니었다.

    콰과과과과과!

    전조도 없이 허공에 나타난 푸른빛의 유성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며 공간 전체를 뒤흔들었다. 피할 수도 없다. 막을 수도 없었다.

    이질적인 공간이기에 지형이 바뀌거나 산맥 하나가 무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고도를 낮게 설정하여 최대 위력은 아니었으나, 그렇다 해도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충격과 열기에 단번에 사멸당한 수천에 가까운 스위퍼.

    그 중심에 있던 루펠은 사라져 있었다. 하기야 유성에 직격당하고도 멀쩡할 리가 없겠지.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베르덴이 추측하기에 이 공간의 구심점은 루펠.

    그리고 그 힘은 붉은 조각에서 비롯된 생명력으로 이뤄진 것일 터. 놈이 죽었다면 이 공간에도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 게 분명한데 너무도 고요하다.

    놈은 살아 있다.

    그러니 준비해야 한다.

    베르덴이 자신의 전력을 가늠했다.

    ‘지형조작은 쓸 수 없다. 거기다 비행까지.’

    이 공간 탓이다.

    마력이 어둠에 스며들지 않아 지형을 조작할 수 없고, 비행을 하는 순간 마력이 흐트러진다. 원리는 모르겠다. 아니, 원리가 있을 리가 없겠지.

    루펠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고대에 존재했던 이형종의 배 속. 상식을 벗어나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전반적인 신체 능력을 강화하며 보호막을 둘렀다.

    그리고 일 대 다수인 만큼 광범위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번개 속성을 부여했다. 푸른 전류가 번쩍이는 스태프를 휘두르며 자세를 잡은 순간.

    어둠 속에서 직전의 모습을 되찾은 루펠이 나타났다.

    흑자 위에 빛나는 녹색의 동공. 그의 손에는 어두운 도신을 지닌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쉰 루펠이 미소 지었다.

    “솔직히 놀───”

    <락 페이탈>

    카앙!

    머리로 날아오는 파편을 루펠이 검으로 쳐 냈다. 도중에 말이 끊겼다. 시선의 끝에서, 베르덴이 스태프를 까딱였다.

    “말이 많군.”

    가벼운 도발이었으나, 성공적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마법에 날아간 육체. 곧바로 재생을 했지만 상당한 생명력이 소모되었다. 만약 루펠이 글러트니의 이빨 중 하나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심 당혹스러웠는데, 그런 와중에 저런 말까지 듣다니.

    더 이상 감정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감히…….”

    뿌드득.

    루펠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며 검 끝에서 검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네놈의 몸, 산 채로 잡아 글러트리를 위해 써 주마.”

    [카아아아아악!]

    [키아아악!]

    루펠을 따라 스위퍼들이 베르덴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사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오며 스위퍼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물 샐 틈조차 보이지 않는 숫자.

    마치 개미 떼가 사방에서 달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베르덴이 마력을 번뜩였다.

    <풍랑>

    솟아오른 파도가 바람에 부서지며 전방위로 퍼져 나갔다.

    거센 물살에 스위퍼의 돌진이 잠시 멈추었고 일대가 물에 뒤덮였다. 스태프의 끝에서 강렬한 우레 소리가 메아리쳤다.

    트리플 캐스팅.

    <연쇄번개>

    파지지지직!

    스위퍼를 불태우고 사방으로 갈라진 세 줄기의 번개. 수십을 넘어서 수백에 가까운 스위퍼가 그 일격에 스러졌다.

    아무래도 맷집 자체는 약한 모양. 그래도 쉽게 접근을 허용할 생각은 없다.

    저 강철도 씹어 먹을 것 같은 이빨과 손톱이라면, 베르덴의 보호막과 보호의 목걸이의 마력방벽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테니.

    화아아악!

    베르덴의 마력이 전에 없을 정도로 들끓었다.

    모든 사고가 마법에 집중되었고, 전신의 감각이 적에게 향했다. 건물, 지형, 사람 등 주위를 일절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전력.

    [카아아아아악……!]

    [크가아아악!]

    스위퍼의 비명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력의 빛이 번뜩이는 순간 적게는 수십, 많게는 세 자릿수가 쓸려 나갔다.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설령 운 좋게 피해 낸다고 해도 다음 마법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베르덴은 숫자에 압도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적은 스위퍼들만이 아니다. 이형종의 군세에서 나타난 루펠이 베르덴에게 돌진했다. 곧바로 화염의 벽을 세웠으나 루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과 스태프가 부딪쳤다.

    카앙! 캉! 카앙!

    불꽃이 튀었고 베르덴이 뒤로 멀찍이 물러섰다.

    베르덴의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역시 근접전은 상대가 안 되나.’

    고작 세 번의 충격에 스태프가 손상되었다. 거기다 충격이 내장까지 닿는다.

    루펠의 검붉은 검기는 염동력으로 궤도를 비틀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빨랐다. 방심할 생각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이 느슨해지면 단칼에 죽을지도 모른다.

    베르덴은 마법사다. 마법사로서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쉽사리 거리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마법이 직격해도 말도 안 되는 재생력으로 무시하고 달려드니.

    <뇌격>

    번개가 루펠을 덮쳤다.

    순간 움직임이 주춤하긴 했지만 루펠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내 검으로 마법을 부순 루펠이 지척에 다가왔다.

    스태프로 겨우 검을 흘렸으나 상대는 애초에 공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사다. 글러트니로서의 자신을 드러내는 지금은 그 이상일 터.

    검격이 팔과 옆구리의 마력방벽을 스쳤고, 루펠의 손이 베르덴의 목을 노렸다. 곧바로 고개를 뒤로 뺐으나, 그 직후 복부에 뒤차기가 작렬했다.

    충격을 흡수하던 보호막이 이내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깨져 버렸다. 바닥을 구른 베르덴이 곧바로 중심을 잡았다.

    그런데 목이 허전했다.

    “보호의 목걸이라. 쓸모없는 걸 갖고 있군.”

    콰직!

    루펠이 목걸이를 부쉈다.

    어차피 지금의 상황에서 있으나 마나 하기에 별 영향은 없다.

    루펠이 이죽거리며 여유롭게 걸어왔다. 그 잠깐 사이에 베르덴의 사고가 재빠르게 회전했다.

    상대의 신체 능력, 움직임, 재생력, 공간 등. 계산은 곧바로 끝이 났다.

    ‘루펠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생명력이 응축된 붉은 조각은 루펠의 재생력과 글러트의 위장을 유지하는 근간.

    즉, 루펠이 재생에 생명력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공략법이다. 방법은 있다. 애초에 그런 비장의 수단 하나 없었다면 단신으로 이곳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준비가 필요하다.

    루펠의 움직임을 막고, 정신을 집중할 시간이.

    콰앙!

    베르덴과 루펠이 다시금 부딪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깨와 다리가 베였다.

    강화된 감각으로 치명상은 흘려 냈으나 스태프가 견디지 못했다. 미스릴이 첨가된 무기인데도 이렇게 간단히 금이 갈 줄이야.

    그런 열세 속에서 베르덴은 과감하게 움직였다.

    흩날리는 피. 검기와 마법이 교차했다.

    대지의 창이 루펠의 복부를 뚫었으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인지는 가능하나 미처 피할 수 없는 속도. 로브 위로 피가 번졌고, 이내 목 근처에 상흔이 하나 새겨졌다.

    하나 치명상은 아니다.

    그 틈에 손을 내뻗은 베르덴이 루펠의 무릎을 날려 버렸다. 이어 루펠의 시야를 불태움과 동시에 충격파로 루펠의 몸체를 멀리 날려 버렸다.

    ‘지금이다.’

    비어 있는 왼손에 맺힌 벼락.

    그리고 이내 붉게 물들며 어둠 속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열뢰>

    콰과과과!

    베르덴이 마법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번개의 전도성과 화염의 열기를 동시에 품은 합성 마법. 삽시간에 원형으로 뻗어 나가는 번개 줄기에 다가오던 스위퍼들이 타올랐다.

    “발버둥을 치는군.”

    루펠은 애써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재생하면 그뿐이니까. 그것이 루펠의 오만이었다.

    신체가 타오르며 언제나 그랬듯 루펠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사이 베르덴이 병렬적으로 마력을 움직였다. 스태프에는 또 다른 합성 마법과 단일 마법을 연산했고, 왼손으로는 마법진을 그렸다.

    그와 동시에 혹한의 반지를 최대한으로 활성화했다.

    원본의 13%.

    <빙뢰격>

    <얼음지대>

    “……!”

    차가운 벼락에 루펠의 몸이 얼어붙었고, 주위 일대가 한기에 뒤덮였다.

    베르덴이 염력으로 스태프를 내던져 루펠의 앞에 정지시켰다. 스태프에 있는 마석이 발광하며 마법진이 발동했다.

    구속 마법진, 디테인(Detain).

    마력으로 된 사슬들이 루펠의 몸을 휘감았다.

    고급 마석을 가공해 만든 보석을 기반으로 삼았으니 곧바로 빠져나올 수는 없을 터.

    루펠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죽일 수 없으니 발목이라도 묶겠다는 건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고작해야 시간 끌기.

    하지만 베르덴의 눈빛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금부터 보여 주지.”

    베르덴의 마안이 발동했다.

    내부에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바깥으로 넘쳐흘렀고, 손에 맺힌 회색의 마력이 서로 공명하며 새로운 별자리를 그렸다.

    유성, 그에 필적할 정도의 마력량. 전신을 엄습하는 압력에 루펠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마주했다.

    ‘저게…… 뭐지?’

    베르덴의 손에 맺힌 어둠의 구체.

    그 안에 자그마한 빛이 가득했다. 마치 은하수처럼.

    성신 속성.

    하르칸이 만든 다섯 개의 별.

    첫 번째 별은, 유성.

    하늘에 흐르는 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베르덴이 새롭게 깨달은 별.

    그것은 하늘의 급류이며 밤하늘에 남기는 잔상으로, 고대에는 재앙의 징조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 별을 하르칸은 이렇게 이름 지었다.

    혜성, 라레니아(Rarenia).

    휘몰아치는 마력.

    은하수의 격류가 루펠을 향해 쏟아졌다.

    * * *

    은하수의 줄기가 일자로 뻗어 나가며 무지막지한 압력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이질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무한에 가까운 재생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파괴력이 강한 마법만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위험하다.’

    루펠은 다급하게 스위퍼들을 고기 방패를 세웠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카아아아아악!]

    궤적에 있던 스위퍼들이 일제히 소멸했다.

    말 그대로 수백이 지워졌으나 약간의 시간 벌이조차 되지 못했다. 압력에 스태프가 날아가며 마법진이 풀렸다. 하나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어느새 지척에 다가온 혜성이 루펠에게 직격했다.

    “……!”

    엄청난 압력에 전신이 짓이겨졌다.

    고통에 겨운 비명 소리조차 묻혀 사라졌다. 튕겨져 나간 루펠의 몸에서 피가 가득 흘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금방 재생할 수 있다.

    검을 짚고 힘겹게 일어섰다.

    그런데.

    “왜, 왜 재생이……!”

    회복이 안 된다.

    상처의 단면을 바라보니, 어두운 별무리 같은 것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건…… 네놈,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별의 잔흔(殘痕).

    혜성의 격류는 흐름을 거스른다. 루펠의 재생력 또한 마찬가지. 흔적이 지속되는 이상, 루펠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

    이윽고 루펠의 무릎이 무너졌다.

    고통과 더불어 탈력감이 엄습했다. 아무리 생명력을 쏟아부어도 재생이 되지 않는다.

    고개를 들자, 베르덴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죽일 수 있겠군.”

    스태프를 회수한 베르덴이 성큼 발을 디뎠다.

    연이은 성신 마법과 합성 마법에 마력이 많이 소모되었고, 마안에 무리가 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지금의 루펠을 처리할 여력은 남아 있다.

    점차 다가오는 베르덴.

    식은땀이 루펠의 볼을 타고 턱 끝에 맺혔다.

    지금 상태에서 또다시 치명상을 입는다면…….

    ‘죽는다.’

    병약했을 어릴 적에 느꼈던,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던 죽음의 공포.

    루펠이 뒤로 몸을 끌며 스위퍼들을 움직였다. 그러나 역시 막을 수 없었다. 전보다는 마법의 위력이 덜했으나 기껏해야 천이 조금 넘게 남은 숫자론 부족했다.

    말도 안 된다.

    마도사도 아닌데, 그것도 고작 4위계에 이른 마법사가 어떻게 이런 힘을. 부정해 봤으나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제서야 루펠은 인정해야 했다.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고.

    그러던 순간, 루펠이 바깥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군.”

    루펠이 남은 생명력의 대부분을 소모하여 억지로 공간의 일부를 허물었다.

    그 틈새로 수십 명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루펠의 아버지, 가드란 후작.

    그의 뒤에는 이식자와 기사를 비롯한 글러트니의 일원이 뒤따랐다. 상황을 잠시 바라보던 가드란 후작이 이내 베르덴과 눈을 마주쳤다.

    “대행사 이후로 처음이군.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고.”

    “…….”

    “상황이 이렇게 돼서 유감이네. 자네와 같은 유망한 사내에게 칼끝을 세우는 건 참담한 심정이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군. 얼마든지 원망해도 좋으니…… 부디 죽어 주게.”

    내 아들을 위해서.

    전신 무장을 한 가드란 후작.

    그가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자, 강맹한 살기가 느껴졌다. 기세만으로 따지면 루펠에 필적할 정도. 마력과 체력을 많이 소모한 베르덴이 명확하게 불리했다.

    루펠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인정하지. 너는 확실히 구인류라고 볼 수 없는 재능을 가진 마법사다. 하지만 너는 혼자다. 이것이 구인류와 신인류의 차이지.”

    한데 뭉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구인류가 가진 한계였다.

    “다만, 특별히 제안하겠다. 애셔, 우리와 함께해라. 그렇게 하면 박사의 죽음은 묵인해 주고, 그 재능에 걸맞은 육체를 만들어 주마.”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했다. 그렇게 보면 베르덴이 가진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만약 그가 구인류의 한계를 벗어나면 박사에 준하는,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가 될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 육체를 활용하면 글러트니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터.

    베르덴이 즉답했다.

    “꺼져.”

    베르덴의 육체는 이미 완벽하다.

    스스로 이뤄 낸, 한계가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집약체. 루펠의 제안을 받을 이유는 일절 없었다. 더군다나 대놓고 인체 실험을 하겠다고 말하는 놈에겐.

    혐오감이 담긴 목소리에 루펠이 검을 들었다.

    “……아깝군. 그래도 그 몸은 글러트니를 위해 잘 써 주마.”

    남은 스위퍼들과 글러트니의 일원들이 베르덴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펠과 가드란 후작을 비롯한 글러트니의 일원들이 당황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진동이 서서히 커져 갔고, 베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꽤나 늦었군.”

    콰아아앙!

    공간이 깨지며 생겨난 틈새. 그 안에서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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