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85화 (85/366)

85화 방해 (2)

글러트니는 어째서 다비르크 백작을 습격하고 그 흔적을 그대로 남겨 놓았을까. 하려고 했다면 피 한 방울 남기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놈들은 그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했다. 글러트니의 지난 행적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납치해, 그 생명력으로 붉은 조각을 만든 것.

그와 마찬가지로 레드헷을 토벌하기 위한 병력들을 재료로 삼기 위한 것이겠지. 그래서 굳이 죽이지 않고 기절시킨 거고.

일반 시민과 달리 단련된 인간들이기에 더욱 많은 생명력을 뽑을 수 있을 터. 이미 놈들은 저번부터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충분히 납득이 가능했다.

‘그러니까 이곳에도 글러트니가 숨어 있을 터.’

그래서 베르덴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글러트니를 처리하기로 결단한 이상, 놈들이 자유로이 움직이게 할 생각은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그게 돌고 돌아 언젠가 베르덴의 앞길을 막게 될 테니까.

이미 글러트니는 그런 식으로 베르덴을 방해한 적이 있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중앙기사단을 따라 4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기사들과 병사들이 물 샐 틈 없이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어쭙잖게 다가갔다간 발각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룬의 반지 덕에 감각이 강화되긴 했지만 이 거리에서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저쪽에도 마법사가 있으니 섣불리 마법을 쓰는 건 논외다.

‘그렇다면 직접 접근하는 수밖에.’

베르덴이 유자의 로브에 내재된 마법을 발동했다.

<투명화>

투명화는 5위계에 위치한 부여 마법.

기초 마법인 <비가시화>처럼 단순히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전자의 기척마저 흐릿해진다.

투명화를 사용한 베르덴이 천천히 고도를 낮췄다.

이미 경계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덴이 소리 없이 중앙기사단에게 향했다.

* * *

중앙기사단을 본 현장 책임자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곧바로 루펠에게 경례를 하고는 허리를 굽신거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책임자가 중앙기사단을 현장으로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로 물든 대지가 나타났고 지독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이틀 전에 비가 내렸음에도 이렇게나 짙은 흔적이 남아 있다니.

곧 현장의 중심에 도착했다.

거대한 천이 무언가를 덮고 있었다.

“워낙 처참한 터라 시신들을 가려 놓았습니다.”

“보여 주시죠.”

루펠의 명령에 책임자가 무겁게 손짓했다.

병사들이 천의 모서리를 잡고는 확 젖혔다.

조각조각 박살이 난 기사의 시체들. 강력한 힘에 몸이 찢겨 나간 건지 단면이 울퉁불퉁했으며 제대로 된 형체를 이루고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이런 미친…….”

“우욱!”

상상 이상으로 잔혹한 광경에 일부 병사들이 헛구역질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중앙기사단은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살펴봤다.

듀켈이 혀를 찼다.

“인간의 소행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가, 루펠?”

“아직은 모르지.”

루펠이 책임자에게 물었다.

“시체 수에 비해 머리가 부족하군요. 그리고 다비르크 백작의 시체도 보이지 않고.”

“그…… 머리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곧장 주변에 있는 시신들을 수습해 한곳으로 모은 터라. 그리고 백작 각하의 신체는 저기 있는 게 전부입니다.”

책임자가 시신 구석에 있는 잘린 팔목 하나를 가리켰다.

두툼한 두께의, 굳은살 하나 없는 손. 찢긴 옷은 피로 물들어 있으나 자세히 보니 고급 원단임이 분명했다.

다비르크 백작이 왕성에서 출발했을 때의 복장과 일치했다.

“몸은 찾지 못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별개로 시신이 하나 더 모자랍니다. 시합의 참가자였던 루크넌이라는 남자인데, 전직 아카데미 교수로 정신 계열 마법을 전공했다고 하더군요.”

루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간 시신들을 살펴본 그가 중앙기사단 마법사, 해롤드에게 명령했다.

“해롤드, ‘이면의 그림자’를.”

“예, 루펠 님.”

해롤드가 자신의 공간가방에서 오래된 램프를 꺼내 들었다.

공국의 비보, 이면의 그림자.

이 램프의 빛을 비추면 최대 한 달 전에 있었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하얗게 불타는 빛으로 대지를 비추자 이미 빗물에 지워져 버린, 수많은 흔적이 나타났다.

책임자가 숨을 삼켰다.

“이건…….”

곳곳에 새겨져 있는 기형적인, 거대한 발자국.

전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발자국이 다수 찍혀 있다.

크기는 제각각이나 형태가 비슷한 걸 보면 아마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양. 면밀하게 흔적을 살펴보던 듀켈이 말했다.

“찢겨 나간 시체와 사라진 머리들. 그리고 이 발자국은…….”

“레드헷의 흔적이야.”

일명 머리 수집가, 레드헷.

놈은 생물의 머리만을 섭취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 강함은 병사 수십 정도는 쉽게 찢어발길 정도.

특히나 기형적인 외형 탓에 심약한 사람들은 공포를 느껴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한다.

책임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드헷이라…… 익숙지 않은 이름이군요.”

“영악한 괴물입니다. 마치 인간처럼 함정을 파기도 하고, 몇몇 개체는 정신을 조종하기도 하죠. 어느 모로 보나 인류에게 위험한 이형종입니다.”

“그, 그렇군요. 그런데 루펠 님께서 과거에 보신 흔적과 비슷하다면 이미 흉수는 밝혀진 거나 다름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확신할 순 없습니다. 지금까지 공국에서 레드헷이 발견된 적은 고작 두 번에 불과하니. 그리고 결정적으로 놈들은 무리를 이루지 않습니다.”

이형종.

단순히 흔적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일부는 상식을 벗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

“하나 원인이 레드헷이라면 곧바로 추적해야 합니다. 다비르크 백작가의 기사들을 몰살할 정도면 제가 상대했던 레드헷보다도 훨씬 강할 테니. 자칫 시간을 끌면 무의미한 희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옆에 있던 듀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단장인 듀켈이 직접 병사들을 통솔하며 추적 준비를 갖췄다.

베르덴은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사라진 흔적을 밝혀 주는 램프라. 저런 마법 물품도 있었나.’

덕분에 힘 하나 안 들이고 단서를 얻었다.

베르덴이 블랙 아워의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여전히 자침은 갈피를 못 잡고 있었으나 아까와는 반응이 사뭇 달랐다. 눈에 띄게 느려진 자침. 어쩌면 이 중에 글러트니가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베르덴이 중앙기사단을 향해 몇 발자국 다가간 순간, 루펠이 베르덴에게 고개를 향했다.

“응? 왜 그러지, 루펠?”

“아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군.”

루펠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움직임을 멈춘 베르덴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괜히 중앙기사단의 단장이 아니라는 건가.’

어쩔 수 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수밖에.

나침반을 집어 넣은 베르덴이 다시금 추적을 시작했다.

* * *

해롤드가 들고 있는 이면의 그림자.

말에서 내린 그들이 이형의 발자국들을 따라 숲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들은 멈춰야만 했다.

네 방향으로 나뉜 발자국들.

이래서야 전부 같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자칫 놈들을 놓칠 가능성이 높았다.

루펠이 이내 결단했다.

“병력을 분산하도록 하지.”

도시에서 차출된 기사와 병사들을 네 개의 분대로 나눈 뒤, 각 분대마다 중앙기사단의 기사가 둘씩 붙었다. 이면의 그림자가 없어도, 그들의 실력이라면 능히 흔적을 추적할 수 있을 터.

거기다 제3중앙기사단은 특수한 교육과 훈련을 거친, 선택받은 정예다. 전력 면에서도 결코 부족하지가 않았다.

제3중앙기사단의 수는 총 여덟.

각각 2명씩 짝지어 조를 나누었다.

루펠이 모두를 바라봤다.

“신호탄은 모두 챙겼겠지?”

“예, 물론입니다.”

임무를 달성했을 땐, 녹색 신호탄.

교전 및 추적 중일 때는, 주황색 신호탄.

증원이 필요할 땐, 노란색 신호탄.

위급 시엔, 붉은 신호탄.

루펠이 도시의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신호탄에 대해 설명했다.

중앙기사단원이 사망했거나 중상을 입었을 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미 전멸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 모르니.

이어 루펠의 지시에 따라 분대가 흩어졌다.

베르덴이 네 방향으로 갈라진 그들을 바라봤다.

‘누굴 쫓아야 할까.’

사실 누굴 추적하든 정황상 크게 상관은 없다.

글러트니가 이 중 하나만을 노리고 움직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도 가능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면 좋겠지.’

그래야 좀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

베르덴이 몰래 첫 번째 분대에게 접근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추적용 마법진과 은폐 마법진을 합성해, 최후미에 있는 병사에게 새겨 넣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분대.

단장인 루펠이 있는 터라, 뭔가를 하기엔 위험부담이 컸다. 어쩔 수 없이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와 네 번째 분대.

여기에는 마법사가 있어 마법진을 활용하기 어렵다.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얼마 안 가 들킬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다면 저쪽인가.’

듀켈.

대행사의 연회에서 만난 라비슈른 후작가의 자식.

둘 중 하나를 택하자면, 그나마 직급이 높은 부단장을 쫓는 게 합리적일 터.

아직 투명화의 지속 시간은 충분하다.

베르덴이 나무 위를 통해 세 번째 분대의 뒤를 쫓았다.

* * *

흔적을 살피며 앞서 이동하고 있는 듀켈.

도중 옆에 있던 젊은 기사가 자신을 힐끔거리는 걸 느꼈다.

“뭐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니 그것이…… 시, 실례했습니다.”

“괜찮으니까 말해 봐.”

그의 말에 젊은 기사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 상대는 다비르크 백작가의 기사단을 전멸한 괴물들인데, 이렇게 전력을 나눠도 되는 건가 싶어서…….”

“난 또 뭐라고. 그건 걱정하지 마라. 괜히 신호탄을 준비해 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위험이 생기면 우리 단장이 구하러 올 거다. 저래 봬도 공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니까.”

“네?”

기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고작 서른도 안 된 나이에 그 정도라니. 아무리 그 유명한 후작가의 자식이라고 해도 믿기 어려웠다.

“어릴 때는 몸이 안 좋아 항상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데, 기적적으로 병이 낫고 나서 두각을 드러냈지. 아주 괴물이야. 나도 꽤나 단련했고 몇 번이나 대련을 했는데 이기기는커녕 힘 싸움에서조차 밀릴 정도니.”

“허…… 그게 천재라는 거겠죠?”

“천재지. 그리고 아까 봤다시피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 데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돕기도 하고. 안 그런가, 메르크?”

“그렇습니다.”

메르크.

그는 루펠의 후원 덕분에 기사가 될 수 있었던 사내였다. 이렇듯 루펠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적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기사 중에도 루펠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아. 뭐, 그것 때문에 친구인 나는 항상 비교 대상이긴 하지만.”

듀켈이 껄껄 웃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질투심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를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그것이 듀켈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뭔가가 비쳤다.

나무 높은 곳에 뭉툭한 흔적이 나 있었다.

“레드헷의 흔적이군. 놈의 영역에 들어온 모양이야.”

듀켈이 손짓하자 모두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상대는 백작가의 기사들을 몰살할 정도의 괴물. 두렵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기에는 중앙기사단이 있었으니까.

그로부터 얼마 후.

아인종과 짐승 등 머리가 없는 시체가 다수 발견되었다.

* * *

듀켈과 다른 감식관.

그리고 기사와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시체들을 탐색했다. 흔적으로 보아 이틀 전 비가 온 후에 습격받은 모양.

‘즉, 잘못하면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하지만 흔적이 거기서 끝이 난 것인지 듀켈이 가볍게 혀를 찼다.

아무리 듀켈이라고 해도 단서가 없으면 어쩔 수가 없는 거겠지. 게다가 여기가 레드헷의 영역권이라면 자칫 역으로 습격당할 수도 있기에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

그러던 중 베르덴이 기척을 감지했다.

감각을 곤두세우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로 미약한 기척. 일단 사람은 아니었다.

시선만을 옆으로 돌리자, 숲 안쪽에서 붉은 형체의 무언가가 듀켈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레드헷인가?’

이목구비가 없는 뭉개진 얼굴,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뒤틀려 얽힌 듯한 몸체. 누가 봐도 이형종이라고 할 법한 외형이었다.

아무래도 투명화를 쓴 베르덴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

레드헷은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베르덴이 듀켈을 바라봤다.

그는 레드헷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시체 일부를 챙기고 병사들을 집결시켰다. 날이 저물고 있으니 일단 약속 장소로 돌아갈 예정인 것 같았다.

‘레드헷을 쫓을까.’

곧 투명화 효과도 사라질 테니.

꼬리를 잡았음에도 하염없이 일이 터지길 기다리는 건 베르덴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렇게 방향을 바꾸려던 그 순간.

──────퍼엉!

하늘에서 붉은빛이 터졌다.

“붉은색이라고……?”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듀켈이 서둘러 신호탄이 터진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광경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

주변이 온통 피바다였으나 대부분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기사들 또한 의식을 잃은 채 신음하고 있었고.

그들과 같이 있던 중앙기사단의 해롤드와 제론. 해롤드는 이미 사망했는지 죽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제론은 피 칠갑이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레드헷 하나가 제론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감히!”

듀켈이 바닥에 떨어진 창을 하나 들어 힘껏 내던졌다.

그 위력에 레드헷의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갔고, 어느새 다가간 듀켈이 놈의 목을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이어 검을 뽑아 레드헷을 향해 내리쳤다.

콰직!

레드헷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놈이 죽은 걸 확인한 듀켈이 다급하게 제론에게 달려갔다.

“괜찮나, 제론?!”

“듀, 듀켈…… 님……!”

“알겠으니 일단 포션부터 마셔라.”

듀켈이 끈이 잘려 나간 감식관의 가방을 열었다.

충격에 의해 포션이 담긴 병이 부서져 있었다. 듀켈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최고급 포션을 꺼내 제론에게 먹였다.

제론은 곧바로 혈색을 되찾으며 이내 가파른 호흡을 회복했다.

제론이 힘겹게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듀켈 님…… 저곳에 이상한 레드헷이……!”

“뭐?”

듀켈과 모두의 시선이 제론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리고 목격했다.

어둠 속에서 빤히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검붉은 이형의 존재를.

“저게 무슨…….”

그와 동시에.

푹.

제론이 숨겨 놓은 칼날이 듀켈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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