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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찢는 천재마법사-59화 (59/366)

59화 샐러맨더의 심장 (2)

톨란 바네위그.

그는 로커스의 부하로,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연락책을 담당하고 있었다. 로커스의 정보상이 궤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발…… 시발……!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자고 했었는데!’

샐러맨더의 심장.

그것이 이번 참사의 발단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샐러맨더의 심장이 에스티리아 왕국의 국경 근처에서 수송 중이라는 정보가 걸려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 보냈다고 하는 게 맞겠지.

한눈에 이해가 갈 정도로 자세한 위치와 정보가 동시에 잡혔으니. 아무리 봐도 우연치고는 너무도 공교로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고하지 않을 순 없다.

톨란은 곧바로 로커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뭔가 수상한 점이 있으니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사족을 달아서. 물론 욕심 많은 로커스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당장 믿을 만한 자들을 고용해 샐러맨더의 심장을 훔치기로 결정을 내렸고 얼마 안 가 움직였다. 다행히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운송 중인 자들을 모조리 죽여 흔적을 지웠고, 밀입국하여 추적을 완전히 끊어 냈다.

그러곤 샐러맨더의 심장을 숨겨진 창고에 숨겨 놨으니, 혹여 누군가 말실수를 하더라도 찾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그런데…….’

얼마 전, 괴물이 찾아왔다.

두 개의 박도를 든,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거한. 웃음소리가 얼마나 섬뜩한지 눈을 감으면 귓가에 맴돌 정도였다.

하나, 두려운 건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무자비한 칼질에 난도질당한 시체들, 거기다 얼어붙고 꿰뚫린 부하들까지.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토막 나거나 말 그대로 박살 난 숫자만 자그마치 수십이다.

로커스가 신임하는 측근들이 막아섰지만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갈가리 찢겨 나갔다.

혼란을 틈타 로커스와 그의 최측근들이 탈출했다.

톨란을 비롯한 몇몇은 운좋게 벗어나 뿔뿔이 흩어졌지만…… 나머지가 살아 있을진 의문이다. 하이에나 같은 그레이의 정보상들이 로커스의 정보를 빼앗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흉터 괴물 또한 로커스를 추적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로커스가 잡히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겠지.

소란이 잠잠해질 때까진 이런 한적한 마을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게 최선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제기랄, 아주 좆같아.”

끼이익.

톨란이 술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관의 2층으로 올라가 잠을 청하기 위함이었다. 완전히 만취했는지 다리가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그 순간.

“……이런 시발!”

그는 재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뒤를 향해 검을 뽑아 휘둘렀다.

* * *

카앙!

톨란의 기습이 스태프에 간단히 막혔다.

이를 악문 그가 옆으로 움직이며 식탁 위를 굴렀다. 잠시 거리를 벌린 톨란이 베르덴에게 소리쳤다.

“대, 대체 날 어떻게 찾았지?! 그렇게 숨어 다녔는데!”

베르덴이 알 턱이 없다.

그야 페일에게서 들었을 뿐이니까.

‘일단 잡고 나서 생각할까.’

시간이 아까우니 가볍게 기절시켜 잡을 생각이었다. 베르덴이 한 발짝 다다가자 톨란이 화들짝 놀라며 근처에 있던 식기를 힘껏 집어 던졌다.

그릇, 포크, 나이프, 숟가락, 잘 구운 고기, 물컵 등. 보호의 목걸이가 생성한 마력방벽 덕분에 가만히 있었음에도 베르덴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자연스레 톨란이 구석으로 몰렸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부웅. 부우웅.

겁에 질렸는지 검을 휘두르는 자세가 영 아니었다. 결국 도망칠 곳이 없어지자 이를 악물더니 베르덴에게 달려들었다.

스태프로 그대로 일격을 흘려 낸 뒤, 가볍게 복부를 후려쳤다.

“커억?!”

명치에 제대로 맞았는지 톨란의 얼굴이 붉어지며 핏발이 섰다.

베르덴은 멈추지 않고 손을 쳐 검을 떨어뜨리게 하고는, 살짝 턱을 스치듯 후려쳤다.

털썩.

톨란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기절했다.

간단히 제압을 마친 베르덴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2층에 시선을 향했다.

“저기가 좋겠군.”

베르덴은 기절한 톨란과 의자 하나를 챙기고 계단을 올랐다.

* * *

“……허억!”

톨란이 숨을 들이켜며 눈을 떴다.

그런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의자에 강제로 앉혀져 밧줄도 아닌 단단한 흙 같은 것에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이 아주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이건…… 마법?”

그걸 깨닫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톨란 바네위그, 이제부터 묻는 말에 대답해라.”

“누, 누구야?! 설마 아까 그놈이냐! 시발, 이거 풀어! 나는 아는 것 하나도 없다고!”

톨란이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는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미 방 안에 마법진을 그려 방음을 해 놓았으니. 베르덴은 대답하는 대신 스태프를 톨란의 목에 갖다 대었다.

차가운 금속이 닿자 놈이 작게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움찔거렸다. 불안감이 커졌는지 심장 박동이 한층 더 빨라졌다.

베르덴이 말했다.

“로커스는 어디 있지?”

“호, 혹시 다른 정보상이 보냈나?! 진짜로 나는 전혀 모르는…… 끄아악!”

스태프 끝에 얼음이 맺혔다.

톨란의 어깨 부근에 내려앉은 서리. 조금 더 강하게 한다면 당장이라도 어깨를 완전히 얼어붙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럼 십중팔구는 죽겠지. 살아도 불구로 살아야 될 거고.

결국 공포심에 진 톨란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잠깐! 말할게! 아니, 말하겠습니다! 그니까 죽이지 말아 주세요!”

“그럼 다시 묻지, 로커스는 어디 있지?”

“아, 아, 안전 가옥에 숨어 있을 겁니다!”

안전 가옥?

“위치는?”

지도를 주자 톨란이 설산 일대에 띄엄띄엄 체크 표시를 했다. 개수는 총 4개 정도 되었다.

“다른 곳은 없는 건가? 네가 알고 있을 정도면 다른 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그, 그게…… 제가 혹시 몰라서 몰래 위치를 알아 둔 거라서…….”

그러니까 보험으로 로커스의 뒷통수를 칠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가. 로커스란 정보상은 부하들에게 최소한의 믿음조차 없는 모양이다.

‘이걸로 대강 위치는 확보했고.’

“누군가 로커스의 정보상을 거의 궤멸했다고 하던데, 그게 대체 누구지?”

“저, 저도 잘은 모르지만, 키는 2m가 넘고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놈이었습니다! 두 개의 박도를 들고 마법도 사용하는 괴물 같은 놈이라는 것밖에는……. 아, 그리고 샐러맨더의 심장을 찾으러 로커스를 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름 오래 운영되어 온 정보상이 고작 한 명한테 박살 난 건가.

‘그나저나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인간이라…….’

꽤나 특이한 조합이다.

스태프로 근접전을 벌이며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있어도, 날붙이를 들고 근접전을 벌이며 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거의 없으니까.

드물게 마력과 기를 동시에 깨우치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나, 다양성이 있다 뿐이지, 효율은 굉장히 좋지 않다. 두 힘이 상충하며 서로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기를 단련하면 할수록 마력은 더욱더 단련하기 어려워진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어서 베르덴은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톨란은 아는 대로 필사적으로 전부 답했다.

‘들을 건 다 들은 것 같은데.’

이제 톨란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젠데, 안내를 맡기기엔 거리가 좀 멀어서 데리고 다니기 번거롭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일 생각은 없었다. 딱히 자신에게 별 해를 끼친 것도 아닐뿐더러, 베르덴은 사람들을 보이는 족족 죽여 대는 미치광이 살인마도 아니었으니.

베르덴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톨란에게 말했다.

“아, 들어 보니 나 말고 다른 정보상이 고용한 놈들도 이곳으로 오고 있다던데.”

“네?”

“너를 찾으러 온 거겠지. 로커스를 찾기 위해서.”

물론 거짓말이다.

톨란의 소재를 아는 건 베르덴뿐, 다른 정보상보다 뛰어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페일에게서 얻은 정보였다.

그걸 모르는 톨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

잡히는 순간 하루 종일 고문을 당하고, 쓸모를 다한 순간 죽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베르덴이 속삭였다.

“살고 싶나?”

톨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살려 주지. 대신, 당장 떠나는 게 좋을걸. 지체했다간 잡히고 말 테니까.”

“당장 떠나겠습니다!”

베르덴이 마법을 풀었다.

톨란은 그와 동시에 창문으로 돌진했다. 그 와중에 검과 웃옷도 챙겨 바깥으로 떨어졌다. 잠시 후, 다급한 발소리가 멀어지며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마 이 마을에는 영영 발도 붙이지 않겠지.

“그럼 움직여 볼까.”

* * *

베르덴이 가장 가까운 로커스의 안전 가옥으로 향했다.

숲속에 감춰진 집. 교묘하게 주변이 풀숲과 작은 크기의 나무로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털린 모양이군.’

문은 박살 나고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 있다.

곳곳에는 피가 흩뿌려져 있었고, 시체들은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아직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는 걸 보니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얼마 전까지 공국 남부에 있었기에 베르덴은 후발 주자였다. 그를 앞서간 자들이 있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도 하나같이 정보상에게 고용되었을 테니.

베르덴은 신속히 다음 가옥으로 이동했다.

두 번째도 허탕이었다. 거기에는 시체도 흔적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이곳을 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였다.

카앙!

생생한 병장기 소리.

베르덴이 비행을 써서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어깨와 다리에 상처를 입은 남자 한 명이 쫓기고 있었고, 그 뒤로는 네 명의 사람이 서로 병장기를 휘두르며 그를 추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앞에 있는 자가 로커스의 부하 중 하나인 모양.

베르덴이 나섰다.

로커스의 부하가 당황하며 급하게 속도를 줄였다.

“여, 여기도……?! 흐아아아악!”

지면이 그를 집어삼켜 땅 아래에 단단히 구속했다. 물론 숨구멍은 뚫어 놨다.

‘이걸로 로커스의 위치는 확보한 셈이고, 다음은 추적자들인가.’

베르덴이 앞으로 시선을 향했다.

험상궂은 얼굴을 한 사내가 철퇴를 빙빙 돌리며 말했다.

“뭐야, 이 로브는? 너도 동업자인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새치기는 안 되지.”

“순서라도 정해 놨나?”

“그거야 없지만…… 상황 파악이 잘 안되나?”

베르덴은 혼자였고 그들은 다수였다.

삼파전을 한다고 해도 수적으로 밀린다. 힘을 합치면 그보다 더 빨리 죽이고 치워 버릴 수 있다. 그럴진대 죽고 싶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에 자존심을 부리는 건 말이 안 됐다. 상식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다만, 베르덴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태연히 그들의 기세를 받아 낸 베르덴이 단호히 말했다.

“그럼 내가 데려가도 되겠군.”

베르덴이 물러나지 않자 추적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곤 아까까지 싸우고 있던 건 잊었는지, 마치 한 팀이라도 된 듯 베르덴에게 동시에 무기를 겨눴다. 불청객이 나타났으니 먼저 치우고 경쟁을 이어 갈 모양인 것 같다.

‘마법사가 둘, 철퇴 하나, 검 하나, 이렇게 넷인가.’

이대로 가 봤자 쫓아올 게 뻔하겠지.

그럴 바에 여기서 치워 두고 로커스를 찾는 편이 훨씬 나았다.

‘몸풀기로는 적당하겠어.’

베르덴이 스태프를 상대에게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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