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57화 (57/366)

57화 막대한 보수

모험가 길드 로리엔 지부.

로리엔 주변 숲에는 돈이 되는 마수와 아인종이 자주 출몰하기에 항상 모험가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보다 배는 사람이 몰렸다.

소울 트리.

그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거목을 핏빛검 레이라와 함께 토벌한 젊은 마법사.

베르덴은 주로 그레이에서 활동했던 터라 몇몇 귀족이나 관련자들 사이에서 서서히 이름이 퍼지고 있는 중이었으나, 표면적으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모험가도 용병도 아닌,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존재, 갑작스레 등장한 새로운 강자.

질투와 선망, 호기심, 술자리에서 쓰기 위한 안줏거리 등.

모험가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소문의 마법사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낯선 외형의 사내가 길드 안으로 들어섰다.

“저게 예의 그 마법사인가…….”

잿빛 머리, 푸른 눈동자…… 확실히 평범한 외모는 아니다.

일부 모험가들은 베르덴을 관찰하며 말없이 술잔을 들이켰다. 나름대로의 경험으로 그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듣던 대로 어린데. 저 나이에 그렇게 거대한 화염폭풍을 만들어 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못 믿겠군.”

“뭐,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지. 그 핏빛검도 20대라고 하던데. 맨 얼굴은 본 적도 없지만.”

“그 둘을 같은 기준에서 볼 수는 없지. 육체의 전성기는 젊은 때에 오지만 마법사의 전성기는 늦게 오니까. 물론 재능에 따라 다르긴 해도, 저 나이에 그 마법은 확실히 규격 외야.”

“동안일 가능성은? 나이는 많은데 외모만 젊은 걸 수도 있잖아?”

“낸들 알겠냐? 정 궁금하면 가서 직접 물어보든가.”

사방에서 날아드는 수십 개의 시선.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룬의 반지로 감각이 강화된 탓에 좀 거슬리긴 했지만, 베르덴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베르덴을 길드의 꼭대기 층, 길드장실로 안내했다.

남색 코트를 입은 중년의 사내와 대면했다.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군. 만나서 반갑네. 로리엔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 페이발츠라고 하네.”

“애셔라고 합니다.”

“물론 알고 있지, 로리엔을 구해 준 장본인이니. 그럼 사족은 떼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그러시죠.”

“고맙군.”

페이발츠는 베르덴에게 지급될 보수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소울 트리 토벌에 대한 보수일세. 결론부터 말하자면 액수는 총 4억 8천만 엘크. 길드에서 소울 트리의 위험도를 책정하고, 시와 협의를 통해 예상되는 피해액을 산출하여 계산했지. 그 외에 여기 있는 바르델을 구출한 등에 대한 추가 보수까지 전부 합친 금액이네.”

……4억?

베르덴이 말없이 눈을 깜빡이자, 페이발츠가 말을 더했다.

“기록과 비교했을 때, 자네가 토벌한 소울 트리는 완전한 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네. 그러니까 위험도가 특수 개체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지. 하지만 자칫 로리엔이 끝장날 뻔한 건 사실이니 세금을 면제하고, 시에서 예산을 뜯어…… 아니, 받아서 추가 보수를 더 늘렸지.”

여기에서 투사 바르델이 한몫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보답이라며, 시장을 설득해 예산을 토해 내게 만든 것이다. 로리엔에 있어 바르델은 꽤나 영향력이 큰 인물이기에 시장이라 해도 쉽사리 무시할 수가 없었다.

“자네가 예상한 것보다 금액이 적을 순 있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계산한 액수네.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세부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아뇨, 괜찮습니다.”

베르덴이 주저없이 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아 봤자 3억 엘크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울 트리가 위험한 이형종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으나, 토벌 자체는 순조롭게 끝났으니까. 그런데 보수를 더 얹어 줄 뿐만 아니라 세금까지 면제해 준다니. 납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우선이라는 건…… 다른 보수도 있다는 겁니까?”

“그렇네. 이건 말로 하기보다 직접 보여 주는 편이 나을 테지.”

페이발츠가 책상 아래에서 커다란 목함을 꺼냈다.

잠금장치를 풀자, 그 안에서 녹색의 나무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잔해 속에서 이것들만 멀쩡하더군. 근처에 산산조각 난 핵의 흔적이 있는 걸 보아 핵을 지탱하고 있던 줄기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보수를 산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

소재로서 가치가 있는가.

과거에 발견된 적이 없던 터라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는 꽤 놀라웠다.

“내구성은 어지간한 금속 이상인 데다가, 자체적인 수복 기능을 갖추고 미스릴보다 높은 수용성과 전도율을 갖추고 있는 걸로 확인이 됐네. 한마디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희귀한 소재라고 볼 수 있지.”

발견된 소울 트리의 줄기는 총 4개.

모험가 길드는 토벌의 공헌도에 따라 소재를 분배했다. 근거로 백금 등급 모험가이자, 베르덴과 함께 소울 트리를 토벌한 레이라의 의견을 참고했다.

“그녀가 말하길, 큰 피해 없이 토벌을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애셔, 자네의 힘이 컸다고 하더군. 그래서 가장 공헌도가 높은 자네에게 2개, 레이라에게 1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길드에서 매입한 뒤, 수익의 일부를 자네들의 보수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네.”

결과, 개인적으로 베르덴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총 5억 7천만 엘크. 그리고 소울 트리의 줄기 두 개.

만약 소재를 판매한다고 치고, 총 가치로 환산한다면 무려 13억 엘크에 달한다. 그만큼 소재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뜻. 예상했던 것 이상의 어마어마한 보수에 베르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납득한다면 여기에 서명을…….”

휘리릭.

베르덴이 곧바로 서류에 이름을 적었다. 물론 애셔라는 가명으로.

“……좋아. 그럼 이것으로 보수에 대한 확인은 끝났네. 늦어도 5일 안에는 계좌에 돈을 입금해 주지. 소재는 이 상자 그대로 가져가면 되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이쪽이 해야지.”

베르덴이 조심스레 소재를 챙겼다.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그 모습을 페이발츠가 유심히 바라봤다.

‘마흐바트의 가죽으로 만든 장비라. 아무래도 그레이 쪽에서 활동하는 모양이군.’

그게 아니라면 저런 비싼 장비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니.

귀족이나 갑부에게 고용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공국에서 그 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는 건 모험가 길드나 그레이밖에 없다.

‘이제 와서 모험가를 할 생각은 없겠지.’

하긴, 그럴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모험가 길드에서 활약하고 있었을 것이다.

뭐, 어차피 영입해 봤자 바르델처럼 로리엔에 눌러앉아 실적을 내 줄 리가 없을 테니 굳이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페이발츠는 깔끔하게 베르덴의 영입을 포기했다.

“그럼 잘 가게.”

* * *

보수를 받은 이상, 더 이상 베르덴이 로리엔에 머물 이유는 없다. 듣기로는 레이라 또한 보수를 받은 대로 로리엔을 떠났다는 모양이다.

여관으로 돌아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나열했다.

원소의 숨결.

마력 크리스탈.

소울 트리의 줄기.

만드레이크 추출액.

이 네 개는 단일로 사용이 불가능한 소재.

여기서 베르덴은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먼저 선택해야 앞으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물론 파는 건 논외다.

‘무기를 먼저 바꿔야 할까.’

원소의 숨결과 마력 크리스탈로 만든 오브(Orb).

확신할 수는 없으나 소울 트리의 줄기라면, 오브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스태프의 뼈대로 사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 외에 필요한 재료들이 있긴 하나, 가장 중요한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 셈이다.

‘문제는 스태프를 제작해 줄 사람인데.’

페일을 이용하면 뛰어난 마법 물품 제작사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겠지.

하지만 지금 가진 재산으로는 부차적인 재룟값와 제작 비용을 내기에 턱없이 모자라다. 대충 가늠해 봐도 최소 십수억 엘크는 필요할 테니.

괜히 원소의 숨결과 마력 크리스탈이 마탑의 보물고에 보관되어 있던 게 아니다.

‘그렇다면…….’

베르덴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만드레이크 추출액, 마핵의 핵심 재료.

작년 시세로 계산한다면, 나머지 재료들의 값은 약 4억 가까이 육박한다. 적지 않은 액수긴 하나, 이번에 받은 보수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

그리고 제작 난이도 또한 마핵이 더 낮은 편이다.

“그럼 정해졌군.”

악착같이 돈을 모아 강력한 무기를 마련하는 대신 마법적인 능력을 더욱 강화한다. 그것이 옳은 판단이다.

‘괜히 아끼다가 제때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여건이 되는 대로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한다.

지금까지 베르덴은 그렇게 성장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 성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계가 없는 까마득한 하늘.

지금도 베르덴은 위를 향해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내딛고 있었다.

* * *

코헨의 빈민가.

열악한 거리를 지나 페일의 화살촉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신문을 보고 있던 노인이 베르덴에게 고개를 향했다.

그런데 그 반응이 전과 달랐다.

“어서 오시오.”

항상 무시로 일관했던 노인이 건넨 인사.

초면에 경고하듯 쏘아붙였던 말투 또한 점잖게 변했다. 갑작스러운 반응의 변화에 베르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자 예전에 봤던 붕대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 시오. 애셔. 님. 안내해. 드리겠. 습니다.”

달라진 노인의 반응과 붕대 남자의 등장.

페일에게서 의뢰를 받기 위해 몇 번이고 이 길을 다녔지만 붕대 사내가 길을 안내해 주는 건, 첫날을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무슨 일이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베르덴은 보다 날카로워진 감각을 곤두세우고 붕대 사내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는 주점이 있는 층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계단을 찾아 더욱더 지하로 내려갔다.

“평소와는 다르군.”

“죄송. 합니다. 페일 님의. 명령. 이기에…….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붕대 사내가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머리를 숙였다.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목소리나 태도에서 미약한 적의조차 느껴지지도 않고.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베르덴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끝에 도달했다.

빛을 밝혀 주는 마법 물품이 일정 거리마다 설치된 복도. 벽면에는 그림과 장식물이, 가장자리에는 오래된 골동품 같은 것이 질서정연하게 복도 전체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정까지.’

마법진은 아니다.

일부 벽면과 복도 가장자리에 교묘하게 숨겨진 작은 틈새. 크기로 보아 화살이나 작은 창이 나올 법한 크기다.

구시대적인 함정이지만 방심한 사람의 의표를 찌르기엔 충분하다. 감각이 강화되지 않았다면 베르덴 또한 쉽게 눈치채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마력감지를 사용했을 테지만.’

그때, 발걸음을 멈춘 붕대 남자가 복도 끝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페일 님. 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것으로 안내가 끝났는지, 붕대 남자는 베르덴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잠시 제자리에 서 있던 베르덴이 문을 향해 다가섰다. 손잡이를 당기자 방 안에서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애셔 님.”

남부 그레이의 정보상 페일.

그가 호화로운 의자에 앉아 베르덴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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