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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화. 수프 사태 (261/367)


261화. 수프 사태
2022.08.28.


수프에서는 고소한 버섯의 향이 났으나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는 하녀는 입술이 이를 다 가릴 정도로 입에 힘을 꽉 주었다. 절대로, 절대로 저걸 먹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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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네.”

귓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장난스럽고 속삭이는 투로 간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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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한텐 먹이려 했으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다가 공작이 시켜서 한 거라고, 무어라 변명을 하고 싶어도 입을 여는 순간 좀비의 혈액이 섞인 수프가 들어오게 된다. 하녀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문 채 흐느끼면서 고개만 계속 저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녀는 등 뒤에 서 있던 서늘한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단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랗게 뜬 실눈 너머에는 숟가락을 든 손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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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건가?’

들릴 리 없는 심장 소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하녀는 눈앞에 보이는 이가 없는 걸 보고서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복도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발소리에 가까스로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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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떠나야 돼.’

아까 좀비 수프를 먹이려던 그 사람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광경을 들키게 된다면 황제시해죄를 기본으로 온갖 죄를 다 덮어쓸 것이다.

다가 공작은 그녀에게 일을 지시했으나 구해주지 않을 터. 스스로 빠져나가야 했다.

그녀는 내내 악무느라 아픈 턱을 가까스로 벌리고서 그릇과 숟가락을 쥐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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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코앞에 선 남자가 그녀의 입에 숟가락을 집어넣었다. 그 안의 끈적한 수프가 혀를 적시고 목구멍에 흘러들어가자, 하녀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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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얼결에 수프를 받아먹은 하녀는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카트를 엎고 말았다. 그녀는 기겁해서 자신의 앞에 선 남자를 쳐다보았다.

대체, 대체 언제 앞에 있던 거지? 남자는 유령처럼 나타났다 유령처럼 사라지더니, 다시 유령처럼 앞에 서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 아래로 붉은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 오싹한 모습을 보다가 하녀는 먹은 수프를 토하기 위해 황급히 쇄골 부근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혀 깊숙이 손가락을 대었다.

배 속에서부터 토가 쏟아지면서 눈물이 흘렀으나 안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저 하얀 머리가 무서운 건지, 이 상황이 무서운 건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하얀 머리 남자는 그런 하녀를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보더니, 허리를 조금 숙였다.

왜 그러나 싶어 구역질을 멈추고 상체를 뒤로 빼자, 하얀 머리가 더 몸을 숙이는 대신 입가에 손을 대고 비밀을 알려주듯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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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줄게. 달아나 봐.”

5분이 지나면 직접 죽인단 건가? 수프를 안 먹어서? 하녀는 쓰러진 카트를 집고 몸을 일으키면서 바닥을 힘껏 박찼다. 소파에 무릎을 부딪치면서 뼈가 아렸으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복도를 뛰어갔다.

복도를 뛰어가고 계단을 뛰어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지나치는 사람들이 돌아보았으나, 하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뛰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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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공작한텐 가면 안 돼! 날 죽일 거야!’

게다가 다가 공작은 밤에 궁전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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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아이니 황후!’

아이니 황후는 인자하고 마음 씀씀이가 크니, 사정을 설명하면 살펴줄 것이다.

게다가 아이니 황후의 주위엔 사람이 많아서 그 미친 하얀 머리가 나타나도 도와줄 수 있다. 하녀는 비틀거리면서도 빠르게 계단을 달렸다.

하녀는 아이니 황후가 머무는 복도까지 도착했다. 저 멀리 굳게 닫힌 커다란 방이 보였다. 그 방이 그녀를 구원할 문으로 보여서, 하녀는 달려가며 그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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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하지만 엎어진 음식 카트 탓에 옷이 엉망이 되어 울부짖는 하녀를 황후의 방에 바로 가게 할 근위병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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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근위병들은 달려가는 하녀를 잡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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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는-.”

하녀는 발을 구르면서 입을 열었으나 튀어나온 건 찐득한 녹색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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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목이 막힌 소리를 낸 하녀가 몸에 힘을 잃고 쓰러지자, 근위병들이 기겁해서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하녀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아이니 황후의 방문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뻗었다. 몹시…… 몹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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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당황한 근위병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붙잡는 순간. 하녀는 배를 쥐어뜯는 공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팔을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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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아아아!”

 

* * *

라틸은 수프를 먹었단 이들에게 뛰어가 보았다. 1/3쯤 열린 방문 너머로 커다란 테이블이 엎어진 게 보였다.

라틸은 위험하다며 말리는 근위병들을 뿌리치고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옆으로 엎어져 있고, 그 주위로 사절 네 명이 목을 붙잡고 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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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뭘 먹인 거지?”

그들은 몸의 통제권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근육이란 근육은 제멋대로 날뛰는 것 같았다. 피부는 점점 창백하다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핏줄만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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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 서넛은?”

라틸은 문가를 보았으나 서넛은 대체 어딜 간 건지 이 와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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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라틸은 다시 욕설을 뱉고서 표정까지 뒤틀리기 시작한 관리들을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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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핏 보기엔 좀비 같다. 그런데 뭘 먹여서 좀비로 만들 수 있나? 좀비는 시체가 변하는 게 아니었나?’

라틸은 초조하게 사절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타리움에서 두 명이나 검을 뽑은 사람이 나왔다며 몇 시간 전에 신이 나서 떠들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그새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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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들을 좀비로 죽게 할 순 없어. 젠장. 라틸. 라트라실. 뭔가 떠올려 봐. 로드잖아. 로드면 뭔가 할 수 있어야 하잖아.’

게스타는 ‘좀비는 사람을 먹다 보니 로드의 편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사실 이성이 없어 누구의 통제를 받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이대로 이들이 좀비가 되어버리면 그냥 개죽음이었다. 식시귀는 그나마 이성이라도 있지. 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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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신관!’

대신관의 부적은 꽤 효과가 좋았다. 항상. 라틸은 목에 걸고 있던, 대신관이 만들어 준 부적 목걸이 끈을 잡아 뜯어 발작하는 사절 한 명의 뺨에 그걸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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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거의 종이를 흡수시킬 기세로 누르고 있자니 효과가 있었다. 그 사절단이 서서히 발작을 멈추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라틸은 환한 얼굴로 옆에 선 근위병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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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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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폐하께서 힘으로 누르고 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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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효과가 있다.”

그 사절단이 완전히 멈추자, 라틸은 부적을 몇 장으로 찢은 다음 한 장은 그 사절단의 옷 안쪽에 넣고, 나머지는 모두 옆에 선 근위병에게 건네며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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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걸 하나씩 살에 붙여.”

라틸의 말처럼 부적을 살에 가져다 대자 다른 사절들도 발작이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수프를 먹고 쓰러진 이들 모두 기절한 상태처럼 변했다.

여전히 피부는 파란빛이 돌았으나 당장 사태가 더 심각해지진 않은 게 확실해지자, 라틸을 몸을 일으키고서 성큼성큼 문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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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어디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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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러.”

 

* * *

라틸은 하이신스가 이 일에 관련이 없으리라는 건 알았다. 하이신스는 불필요한 충동을 원하는 인물도 아니었고, 난데없이 강대국과 전쟁하고 싶어서 눈이 돌아갈 폭군도 아니었다.

그는 공무에 철두철미한 편이었다. 사절단으로 온 게 그의 편지를 가로챈 레안이라 할지라도 이러진 않을 거다.

하지만 별개로 그는 책임자였다, 누가 한 짓인지 모르는 이상 라틸은 그에게 따져야 했다. 이후 진범을 잡아내는 건 그가 할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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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라실 황제 폐하?”

라틸이 근위병 한 명만을 데리고 굳은 얼굴로 나타나자, 하이신스의 침실 주위에 서 있던 근위병들이 당황해서 모두 라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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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신스 황제는?”

라틸의 질문에 개중 가장 직급이 높아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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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계십니다. 하지만 아마 주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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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사태이다. 깨워라.”

라틸의 명령에 근위병들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남의 나라 황제가 자기들 황제를 깨우라니 기분이 상한 듯했으나, 라틸은 재차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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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움 사절단에게 올라온 음식에 독보다 더 끔찍한 게 들어 있었다. 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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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근위병 하나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라틸은 관자놀이를 손으로 몇 번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가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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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볍게 아이니 황후가 가짜 대적자라 우기고 가면 될 일이었는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아이니? 원래 성품은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좀 이상해진 상태라 모르겠어. 다가 공작? ……너무 그럴 사람 같아서 탈이고.’

생각을 길게 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잠옷 가운을 걸친 하이신스가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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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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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아니라 좀비 뭐 같아. 먹은 사람이 좀비 비슷하게 변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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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이신스 뿐만 아니라 그의 근위병들까지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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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임시 대책을-.”

세워두었다고 말하던 라틸의 머릿속에 어젯밤 클라인 황자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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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좀 그만 마시라 해라. 내일 낮에는 아이니 황후가 뭘 한다니까 시간이 없을 거고. 저녁쯤에 술 깨서 오라고 해.
  

라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라나문이 대적자의 검을 뽑는 바람에, 이후 음식에 뭐가 섞인 걸 알아채는 바람에, 그걸 먹은 사절들이 좀비처럼 변해가는 바람에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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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

라틸은 버럭 외치고서 다급히 돌아서서 자신이 머무는 숙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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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당황한 하이신스가 따라 달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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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한테 내 방에 오라 했어. 그 방에 먹으면 좀비가 되는 수프가 그대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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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수프에 문제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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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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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해. 남이 먹다 남긴 수프 먹고 그럴 애는 아냐.”

수프를 먹은 관리들이 진정되었으니 몇 명은 라틸의 방을 정리하기 위해 그쪽으로 갔을 거고, 그러면 클라인이 방 안에 못 들어가게 할지도 모른다.

라틸은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래도 혹시나 싶어 계속 뛰었다.

수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수프에 독을 탄 쪽이 클라인을 화풀이로 노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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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절단 쪽은? 음식에 뭐 안 섞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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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는 없었어. 그래도 확인해보라 했다. 엇비슷한 시기에 소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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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범인이든 제대로 처벌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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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하이신스가 이를 으득 가는 소리를 들으며, 라틸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런데 복도를 달려가고 있자니 창문 너머에서 비명 같은 게 들려왔다. 게다가 피 냄새.

라틸이 멈춰 서자 하이신스가 덩달아 따라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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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라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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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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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안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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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도 들려.”

라틸은 창문으로 걸어가 자물쇠를 열고 복도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하이신스가 곁으로 왔다. 3초 정도 그러고 있자 위층에서 작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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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이신스도 이번에는 소리를 들었는지 놀라서 위를 쳐다보다가, 커다란 눈으로 라틸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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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에. 아이니 황후 방이 있어.”

라틸은 위층과 아래층을 계단을 번갈아 살폈다. 아래층으로 가야 클라인을 찾을 수 있는데, 위층에서도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라틸이 초조하게 양방향을 번갈아 보자, 하이신스가 라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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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클라인에게 가봐라, 라틸. 내가 위쪽으로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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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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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가야지. 사이는 나쁘지만…… 아직 내 아내잖아.”

쓸쓸하게 웃으며 미련이 가득한 눈으로 라틸을 본 하이신스는, 라틸의 팔을 한 번 매달리듯 잡았다 놓고는 돌아서서 근위병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달려갔다.

라틸은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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