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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화. 세 명이라니 (237/367)


237화. 세 명이라니
2022.06.05.


어디서 본 것 같은 검인데. 아이니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검집을 살폈으나, 또렷하게 생각나는 게 없었다.

아이니는 검 손잡이를 힘주어 잡고 당겼다. 검이 빠지자 낡고 오래된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보라더니. 정말 세월의 흔적이 가득 드러나는 검이었다. 다만, 관리를 잘 했는지 녹슨 부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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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검이군.”

아이니는 중얼거리고서 시종에게 검을 맡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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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알현실 밖에서 찾아가도록 해라. 검집 밖으로 나온 검을 여기서 돌려줄 수는 없다.”

꾹 다물려 있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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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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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알현실 밖으로 나간 기르골에게 시종 하나가 검을 가져다주었다.

기르골은 무표정하게 검을 챙기며 알현실을 쳐다보았다.

망토를 쓴 탓에 그 서늘하고 혼란스러운 눈은 보이지 않았으나, 단단하게 굳은 입술은 드러났다.

시종은 그 표정을 의아해 쳐다보았으나, 다른 할 일이 바쁘기에 그냥 돌아서버렸다. 안으로 들어가 계속 알현 진행을 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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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도련님, 부탁 하나 할까?”

하지만 세 걸음을 채 떼기도 전. 시종은 어깨를 잡혀 강제로 돌아서야 했다.

우악스러운 힘에 놀란 시종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자신을 돌려세운 남자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얼굴을 감추고 있었으나 드러난 입꼬리 한쪽이 오싹하게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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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러나.”

그래도 귀족다운 체면을 갖추려 애쓰며 묻는 순간.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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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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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 황후 폐하. 스카트 경이 몸이 좋지 않아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합니다.”

다른 시종이 다가와서, 알현하러 온 사람에게 검을 돌려주러 간 시종이 갑자기 몸이 안 좋다며 돌아갔다고 전했다.

하이신스와 아이니는 황당해졌다.

하지만 스카트는 평소 성실한 성격이었다. 그런 스카트가 돌아갈 정도면 뭔가 문제가 있긴 있을 터.

하이신스와 아이니는 굳이 아프단 사람을 다시 불러오라 하는 대신 그 일을 순순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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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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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지.”

알현은 이전과 같은 속도로 재개되었고, 이후로는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알현 도중에도 황제 부부는 서로를 향한 다정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알현이 끝났을 땐 각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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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폐하와 이렇게 냉랭한 분위기여도 괜찮을까요?”

아이니의 시녀 하나는 이 분위기가 계속되는 게 걱정되는 눈치였지만, 아이니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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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지내봐야 또 무슨 소용이겠어.”

그런데 아이니가 홀로 후원에 갔을 때였다.

다 떨어져가는 낙엽을 둘러보며 걸어가는데, 누군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뒤쪽에서 나타났다.

궁인이라 생각하고서 무심하게 뒤를 돌아본 아이니는 뜻밖의 상대를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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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검을 뽑아 달라며 들고 왔던 알현실의 그자였다.

분명 나갔을 텐데. 그자가 또다시 온 것이다.

이에 아이니가 경계하며 뒤로 물러나는 순간. 얼굴의 2/3를 가렸던 남자가 두 손을 올려 망토 모자를 뒤로 젖혔다.

모자가 흘러내리자 하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천사 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아이니는 등골이 스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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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녀는 아까와 같은 말을, 아까와 다른 온도로 중얼거렸다.

저 하얀 머리. 타리움에서 본 얼굴이었다. 기르골. 대적자의 스승. 사디를 데리고 다니던 남자.

그리고…… 헤움을 죽인 놈.

헤움을 떠올리자 아이니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자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설마. 또 나를 잡으러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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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진 않을 거다. 전에 저자와 만났을 때 난 도미스의 모습이었으니까.’

그러면 왜 온 거지? 머리를 빠르게 굴린 그녀는 영리하게도 대번에 눈치챘다. 대적자의 스승이 대적자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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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황후님이 자기가 대적자라 주장한다며?”

역시나. 기르골의 입에서 대적자 이야기가 나왔다.

꿇릴 게 없다고 판단한 아이니는 반쯤 뒤로 갔던 발을 다시 앞으로 빼고서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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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데 함부로 궁전을 돌아다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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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들을 가르치는 스승……인데. 이것도 자주 하니 이상하네.”

자주? 사디에게도 하고 나에게도 말하니까 이상하단 건가? 그러고 보니 사디는 어디에 가고 여기에 온 거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니는 이 얘기를 꺼내면 그가 자신이 아이도미스였단 걸 알아차릴까 봐 알아듣는 척하지 않았다.

대신 더욱 차갑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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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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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들은 내가 가르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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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기르골은 허리춤에 찬 검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아이니는 그가 자신을 베려는 줄 알고 놀랐으나, 놀랍게도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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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기르골은 검 손잡이를 놓고 검집째 끌러 아이니에게 다시 건넸다.

아이니는 그걸 감싸 안듯 받고서 손잡이를 슬쩍 당겨 보았다. 알현실에서처럼 검은 부드럽게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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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가 사용하는 검이지. 대적자가 아니면 뽑을 수 없는 검.”

뭔가 불만이 있는 듯 기르골이 미간을 찡그렸으나, 아이니는 흥분해서 그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맑은 은색 종이 울렸다. 역시. 내가 대적자가 맞았어!

표정은 얼음장 같으나 눈이 흥분으로 반짝이는 그 모습에는, 라틸이 처음 그녀를 보고 감탄했을 때의 그 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맞은편에 선 기르골이 ‘처음 보는 사람이고 처음 맡는 냄새인데. 왜 어디서 맡아본 냄새 같을까…….’라고 의아해하는 건 알지 못했다.

그러기를 1-2분 정도. 아이니는 검을 두 손으로 꼭 안고서 기르골을 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헤움의 몸을 없애버린 건 라트라실 황제이지만, 헤움의 목을 잘라버린 건 기르골이었다.

두 사람 모두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미운 상대들이다.

하지만 기르골이 대적자의 스승이라는 점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지금 그에게 복수해야 할까? 그가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왔을 때?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리고 우선은 놓아주어야 하나? 대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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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안고만 있으면 뭘 배울 수 없을 텐데.”

기르골이 중얼거렸다. 아이니는 차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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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게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거다.”

복수를 지금 하든 미루든, 이건 분명한 일이었다. 아이니는 기르골을 스승으로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

헤움을 죽이고 자신을 죽이려 든 미친 뱀파이어를 누가 스승으로 받겠다고.

방 안에 들어가면 아직도 헤움의 목이 보이고, 눈을 감으면 창문에서 돌진해오던 그 형상이 선히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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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대적자가 왜 셋인 건가, 생각하던 기르골은 아이니의 냉담한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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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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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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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배우고 로드를 상대하겠다고?”

기가 막힌다는 듯 기르골이 웃자, 아이니는 재차 “그래.”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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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뱀파이어지. 내가 잡아야 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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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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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얹혀서 네 목숨을 구걸할 셈인 모양인데. 그렇겐 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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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대적자가 딱 너처럼 말했던가.”

기르골이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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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에게 죽기 직전까지 몰리고서 울면서 찾아와 무릎을 꿇고 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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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 배우지 않으면 너도 그렇게 될걸, 하는 말은 모욕적이었으나 아이니는 흔들림 없이 단호한 표정이었다.

기르골은 정말로 이번 대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의심이 갔다.

대적자의 검을 뽑은 사람이 셋.

그중 가장 마음에 들던 하나는 죽고. 다른 하나는 놀라울 정도로 게으른 데다 공명심이 하나도 없고. 다른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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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 드는 게 네가 제일 흡사하긴 해.”

기르골은 사디를 제외한 모든 대적자들을 혐오했다.

아이니는 기르골의 아리송한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로드를 없애기 위해 복수를 누르고 기르골이 사디를 가르치도록 두어야 할지, 복수를 이 자리에서 해야 할지, 이걸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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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다! 잡아!”

날카로운 명령이 들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던 근위병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 * *

‘아이니 황후가 흑사신단에 납치당했단 주장을 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사절단이 대답을 들고 돌아오기 전.

앞서 보냈던 다른 사절단이 먼저 돌아왔다. 좀비 없애는 방법을 묻기 위해 성기사를 한 명 보내 달라 청했던 그 사절단이었다.

하이신스는 그 성기사를 지하감옥으로 데려가 좀비를 보여주고,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 게 최대한 안전한지 듣고서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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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아닙니다. 이쪽엔 좀비가 나타난 적이 없어서요. 기록은 거의 유실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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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정보가 쌓여 가겠지요.”

그런데 심각한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자니, 담벼락 너머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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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하이신스가 한 자리에 계속 머무른 근위병에게 묻자, 근위병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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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이 그쪽으로 다 달려갔습니다.”

하이신스는 성기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바쁘게 걸어갔다.

그곳은 아이니 황후가 자주 산책하는 후원으로,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서 밟으면 바스락 소리가 기분 좋게 나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후원에 오늘은 낙엽이 아니라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아이니는 처음 보는 검을 끌어안은 채 숨을 바쁘게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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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오?”

놀란 하이신스가 다가가자, 아이니는 입술을 떨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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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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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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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적자인 걸 알고 다녀갔어요.”

하이신스의 옆에 선 성기사가 의아한 듯 아이니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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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라니요?”

이 성기사는 아이니가 대적자 주장을 하기 전에 이쪽으로 이동하던 터라, 그 소문을 아직 듣지 못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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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 들었나 보군.”

아이니는 성기사의 얼굴과 그가 입은 복장을 빠르게 살피고는, 빙그레 웃으며 안고 있던 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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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적자란 이야기를.”

성기사는 황당하단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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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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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고 있는 이게 대적자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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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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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외엔 아무도 뽑지 못하는 검이지.”

하이신스는 그 검이 아까 알현실에 온 남자가 들고 온 검이란 걸 알아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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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이건 그자가 가져왔던 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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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 검을 전해주러 온 거였어요.”

아이니는 단호하게 말하고서 하이신스와 성기사에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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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아봐요. 아무도 못 뽑을 테니.”

하이신스는 아이니의 말을 믿지 않았기에 대번에 검 손잡이를 쥐었다.

그러나 정말로 검은 뽑히지 않았다.

성기사 역시 힘을 주어 보았지만 검이 뽑히지 않았다.

몰려든 근위병들이 괴이한 현상에 놀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니는 검을 돌려받아 다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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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 뱀파이어가 여기서 잡히진 않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 두었으니, 그 뱀파이어가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사디의 스승으로서 역할을 다 한 뒤. 그 뱀파이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될 것이다.

평범한 대적자의 스승이 아니라 뱀파이어란 걸 모두에게 알려 버렸으니까.

로드를 없애고 나면 사람들은 이번엔 그 뱀파이어 스승을 없애고 싶어 하겠지.

다 그렇지 않던가. 나라를 세우면 공신을 죽이고, 사냥이 마치면 사냥개를 죽인다. 사람들은 늘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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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골은 처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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