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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화. 떨지 마 클라인 (230/367)


231화. 떨지 마 클라인
2022.05.15.


서넛은 라틸이 이런 방향으로 질문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의 표정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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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구나.”

괜히 질문했어. 서로 민망해졌네. 라틸은 후회하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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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칼라인은 자기 때 로드를 사랑한 거 같길래. 혹시 다른 나이트들도 그런가 물어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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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서넛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목이 잠길 정도로까지 내 질문이 충격이었던 거야? 라틸은 더욱 민망해졌지만, 여기선 민망한 티를 내는 게 더 민망할 것 같아 그냥 모른 척 웃어버렸다.

서넛도 그런 기색을 눈치챘다. 그의 눈은 라틸의 표정 변화와 미세한 얼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붙들려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대신 충성심을 그의 마음과 같은 색으로 칠해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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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사랑하게 되는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로드를 향하고 있으니, 사실 사랑이든 아니든 구분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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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렇군. 그럴지도.”

라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넛은 앉았던 몸을 일으키고서 수건을 가져와 라틸의 머리를 말려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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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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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좀 멍해서. 질문은 생각이 안 나는데, 그냥 이런 생각이 듭니다.”

라틸이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자 서넛이 수건을 옆에 놓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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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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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눈치가 있었던 건지 없었던 건지 모르겠단 생각.”

동생이 로드일 거란 의심은 하면서 자기 단짝 친구가 뱀파이어란 의심은 하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서넛은 라틸의 말이 웃긴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틸은 그 사이로 혹시 송곳니가 있나 빤히 보다가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져서 그만두었다.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야. 서넛이랑 입 맞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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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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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제게 폐하를 사랑하는지 물으셨습니다.”

그날 밤. 서넛은 칼라인에게 라틸과 나눈 대화를 보고하기 위해 들렀다가, 이 말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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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칼라인은 서넛에게 직접 커피를 타주다가 의아해 물었다.

서넛은 칼라인의 시종은 대체 어디에 가고 칼라인이 혼자 이러고 있나,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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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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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칼라인은 감정을 섞지 않기 위해 일부러 무뚝뚝하게 물으려다 실수로 커피에 설탕을 잔뜩 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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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넛은 칼라인이 잠시 주저하다가 그냥 그 상태로 커피를 마저 타는 걸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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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나이트인 칼라인 님이 전대 로드와 연인이어서, 혹시 로드를 사랑하는 것도 나이트의 특성인가 궁금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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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렇군.”

서넛의 말에 칼라인은 잠시 술렁였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서넛은 칼라인이 설탕 범벅으로 완성한 커피를 가져다주자 말없이 받아 들고서 짙은 갈색 액체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이를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칼라인은 맞은편에 다리를 편하게 꼬고 앉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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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칼라인은 서넛의 ‘너무 달아!’ 하는 표정을 보자마자 입을 도로 다물고 자기가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서넛은 그가 일부러 저런다고 생각했으나 일부러 서넛을 놀리려 그런 건 아니었다.

서넛의 말에 뒤늦게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나온 표정이었다.

칼라인은 치솟는 의구심을 정리하기 위해, 서넛에게 커피를 원샷하고 돌아가라 재촉하고는, 그가 돌아가자 넓은 방 안을 홀로 빙빙 돌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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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는 어떻게 그런 것들을 알고 있지?’

도미스라는 이름을 아는 건 알았다. 그가 잠꼬대할 때 들었다고 말해줬으니까.

하지만 잠꼬대로 이렇게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말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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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골에게 들었나? ……아니. 아닐 거다. 그 성격에 내 얘기를 길게 하진 않았을 거다. 나와 도미스가 사랑한 이야기를 할 리도 없고.’

칼라인은 다시 소파로 돌아와 앉고서 주먹을 꽉 쥐고 다리 위에 팔을 올렸다.

심장이 요란스럽게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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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아이니 황후가 도미스를 흉내낼 때도 폐하가 직접 밝혀냈지.’

그때도 좀 이상하다 싶은 구석이 있었지만 이쪽도 감추는 게 많은지라 캐물을 수 없어 그냥 넘어갔는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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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전생이 점점 떠오르시는 건가?’

 

* * *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다음 날 아침. 라틸은 멍하게 침대에 앉아 있다가 눈두덩이를 몇 번 두드리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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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대관식을 올린 다음 날에 더 마음이 술렁거렸던 거 같아.’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자신이 로드이고 서넛이 나이트이고 칼라인이 나이 많은 뱀파이어란 걸 알게 되어 봤자 달라진 건 하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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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골과 대적자가 날 노리게 하지만 않으면 그냥 이대로 쭉 살 수 있단 걸까. 아. 아니. 몬스터들이 점점 깨어난다 했던가? 이 문제는 해결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어쨌든 기르골은 ‘사디’를 대적자로 알고 있었으니 아직 진짜 대적자를 찾지 못한 것일 터. 그러면 이쪽도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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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라틸이 문 앞에 서서 인상을 찡그리자 시녀가 문을 열어주려다 말고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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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기르골은 어떻게 지내려나. 괜찮나?’

라틸은 잠시 걱정하다가 시녀의 눈빛을 알아채고는 아무것도 아니니 문을 열라 손짓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라틸은 더 놀라서 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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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

하이신스와 라틸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절대로 찾아오지 않던 클라인이 복도에 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있던 것이다.

곁에서는 바닐이 체념조로 또 커피를 리필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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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무슨 일로 온 거냐?”

라틸이 황당해 묻자 클라인은 건배라도 하듯 라틸을 향해 커피를 슬쩍 들었다 내리고는 방긋 웃으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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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와 식사하고 싶어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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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안 그래도 어제 온천에서 일어난 일로 클라인이 마음에 걸렸던 라틸은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바로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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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나도 너와 먹고 싶다.”

클라인의 표정이 환해지자 라틸은 어제 그를 두고 간 일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누그러드는 듯해 안도했다.

* * *

하지만 클라인에 대한 미안함 탓에 그에게 잘해주려던 마음은 클라인이 집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라틸을 따라다니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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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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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폐하 옆에 계속 있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클라인은 집무실 안까지 따라 들어와서는 일을 돕겠다고 두 팔까지 걷어붙였다.

클라인이 카리센에 있을 때부터 학업에 열정을 보이지 않았단 걸 아는 라틸로선 황당하고 도움 안 되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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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필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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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바쁘시니 제가 폐하를 도와야지요.”

라틸은 ‘방해만 된다’고 말하려 했으나 클라인이 웃고 있으면서도 연신 자기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자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했다.

하이신스와 라틸의 관계를 몰랐을 적의 클라인이라면 절대로 저렇게 초조해하지 않았을 텐데.

그가 이전처럼 굴려고 하면서도 저런 모습을 보이자 말이 냉정하게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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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국 라틸은 한 발 다시 뒤로 물러나 기밀이 아닌 서류 분류 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클라인은 신이 나서 일을 하다가 가끔씩 라틸을 보았고, 시선을 느낀 라틸이 고개를 들면 마주 보고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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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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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지만 좋은 분위기인 두 사람과 달리 서넛은 점점 더 불쾌해졌다.

클라인이 라틸의 곁에서 일만 돕는 게 아니라 교묘하게 그를 괴롭히는 탓이었다.

괴롭힌다고 해도 물론 그 수준은 너무나 조악해서 실제로 그의 몸에 타격을 입히는 건 아니었다.

침착하게 굴자면 덤덤하게 넘길 수도 있을 정도였다.

라틸이 서넛을 부를 때마다 자기가 먼저 가서는 대화를 나눈다거나, 서넛이 라틸에게 뭘 가져다주려 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먼저 달려와 라틸에게 준다거나, 서넛이 라틸과 대화를 하려고 들면 재빨리 끼어들어 화제를 낚아채 간다거나, 보란 듯 라틸과 은근한 스킨십을 한다거나 등.

하지만 이 노골적이고 소소한 경계는 하나하나 쌓여갈수록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지더니, 나중에는 참지 못하고 으르렁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여기서 서넛을 더욱 짜증 나게 하는 건 이 모든 걸 다 눈치챘으면서도 실실 웃으면서 상황을 보기만 하는 시종장이었다.

물론 ‘실실 웃는다’는 건 지금 그의 감정이 섞인 악의적인 표현이고, 객관적으로 볼 때 시종장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은근히 클라인을 묵인해줌으로써 서넛의 스트레스는 점점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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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는 이런 덴 둔하시고.’

서넛이 돌아온 일로 기분이 좋아진 라틸이 간만에 일에 완전히 몰두해서, 주위에서 조용히 벌어지는 일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게 서넛에겐 불행이었다.

한숨을 내쉰 그는 허리에 참 검을 자신도 모르게 만지작거리며 이쪽을 오만하게 바라보는 재수 없는 황자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클라인 황자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자 오히려 입꼬리가 히죽 즐겁다는 듯 올라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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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을 보니 오늘 하루 저러고 끝내진 않겠군.’

그때. 열심히 서류를 살피고 사인을 하고 시종장과 비서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라틸이 돌연 인상을 찡그렸다.

서넛은 클라인에게로 쏠리는 주의를 곧장 라틸에게만 향하게 하고서 얼른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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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클라인도 자연스럽게 곁으로 다가와서는 이 무리 중 하나였던 것처럼 라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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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왜 그럽니까?”

라틸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든 편지를 빤히 쳐다보며 인상만 구겼다.

잠시 뒤. 라틸의 입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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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신스에게 온 편집니다.”

그 말에 클라인과 서넛은 물론 시종장의 표정까지 거의 동시에 구겨졌다.

세 사람 모두 라틸과 하이신스의 사이를 알기에 그 황제가 라틸에게 아직도 집착하나…… 하는 생각부터 든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그런 사적인 감정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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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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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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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인을 불러와줘요.”

라틸이 난데없이 칼라인을 불러달라고 하자 서넛은 의아해서 라틸을 보았다.

라틸은 ‘전남친에게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이마는 구겨져 있고 눈가는 얼음 같았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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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서넛은 바로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 * *

서넛이 나갔지만 라틸은 문 한 번 바라보지 않고서 하이신스에게 온 편지만 빤히 보았다.

그러다가 클라인의 불안한 눈길을 느끼고는 건성으로 웃으며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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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문제가 아니야. 염려 마라.”

클라인은 카리센에서 온 황자였다. 그는 이 편지가 하이신스와 라틸의 사적인 편지여도, 나라와 나라 사이의 심각한 일이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걸 알기에 라틸은 클라인을 먼저 달래준 것이다.

하지만 바로 라틸의 입가가 굳어버렸기에 별로 소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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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지요, 폐하?”

시종장이 조심스럽게 묻자 라틸은 편지를 그에게 건네며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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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니 황후가 자기는 가출했던 게 아니라 흑사신단 용병단에 납치되어 있었다 주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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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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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신스도 믿지 않는대요. 하지만 황후의 주장을 묵살할 수도 없으니, 아마 이쪽으로 사절단이 오긴 할 거랍니다. 미리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따로 편지를 보낸 거라니까…….”

라틸은 말을 하다가 클라인의 표정을 보고는 손을 뻗어 그에게 안심하라는 듯 잡아 주고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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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 떨지 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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