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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클라인의 역발상 (227/367)


228화. 클라인의 역발상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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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저 지금 감동 받아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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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면 받는 거지 허락은 왜 받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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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블레 후작님이 계속 절 노려보고 계셔서요.”

라틸이 쳐다보자, 시종장은 서넛을 한 번 더 노려보고서는 괜히 목이 막힌 것처럼 큼큼거렸다.

라틸은 소리 없이 웃고서 서류를 펼쳤다.

오랜만에 서넛이 곁에 있어서일까. 평소보다 유난히 글자도 눈에 잘 들어왔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이젠 그가 계속 곁에 있을 거란 확신이 있기에 라틸은 우선은 일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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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몇 장 종이를 넘기면서 일하다 보니 옆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자, 흐뭇하게 웃고 있는 서넛이 보였다. 그가 아까부터 내내 저 표정으로 라틸을 보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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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혼자 웃고 있습니까?”

눈이 마주쳐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은 모습에 라틸이 떨떠름하게 묻자, 서넛은 바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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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렇습니다.”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라틸은 조금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일하는 모습이 멋있다, 일에 열중하니 멋져 보인다, 뭐 그런 걸까. 라틸은 괜히 턱을 슬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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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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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밀리진 않을 것 같은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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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사람 좀 봐.”

일에 몰두한 모습이 멋있다거나, 고민하는 모습이 멋있다거나, 그런 걸 기대했던 라틸이 기가 막혀서 중얼거리자 서넛이 능청스럽게 시종장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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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시종장님 말씀이시죠?”

난데없이 지목받은 시종장은 어리둥절해서 인상을 구겼다.

이 뱀파이어 말하는 거 좀 보게나. 자기는 사람 아니라고 이제 막말하네?

라틸이 가자미눈을 하고 째려보자, 서넛이 라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다시 손에 펜을 쥐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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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하십시오. 폐하.”

오랜만에 라틸을 놀려주었더니 아주 충족감이 영혼 끝에서부터 차오르는 듯 기뻐 보였고, 라틸은 간만에 그 표정을 보자 괜히 성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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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 경. 지금 승리감에 도취될 때가 아닐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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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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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넛 경한테 할 말이 아주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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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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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 경은 나한테 대답할 말이 아주 많겠지? 이거 일 끝나고 나면 아주 탈탈 털 거니까 할 말이나 골라 둡니다.”

 

* * *

예고 겸 경고를 했던 대로, 라틸은 어전 회의가 끝나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자 바로 서넛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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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니요?”

하지만 회의를 마치고 나와 보니 서넛은 없었다. 라틸이 황당해 묻자 시종장이 라틸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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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가지러 갔습니다, 폐하.”

맞는 말이긴 했다. 시종장이 심부름을 시켜서 간 거라 그렇지.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던 라틸은, 서넛이 자신의 경고를 듣고 도망간 게 확실하다고 여겨서 씩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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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다니. 비겁하게.”

사정을 다 아는 시종 하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으나, 시종장의 눈치를 받자 도로 고개를 숙였다.

시종장은 이어서 라틸에게 능청스럽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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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후궁들을 찾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폐하? 다들 폐하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라나문 님이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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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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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문 님께 가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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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타요.”

게스타한테도 물어볼 게 있지. 그 수상쩍은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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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사블레 후작, 표정이 왜 그럽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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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 * *

결국, 순서를 바꿔서 게스타부터 추궁하기 위해 하렘에 가는 와중이었다.

하렘에 난 넓은 길을 걸어가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주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연무장에 대신관이 성기사들을 데리고 줄지어 운동하는 장면. 하지만 이 장면이 이상한 건 아니다. 자주 있는 일이니.

라틸이 눈여겨본 부분은 그사이에 혼자 선베드를 놔두고 누워 있는 타시르였다.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레모네이드 유리컵을 든 타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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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쟨 저기서 혼자 뭐 해?’

게다가 주위 성기사들은 표정이 모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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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게스타한테 가야 되는데.’

라틸은 게스타 생각을 하면서도,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너무 궁금해져서 그쪽으로 다가가 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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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라틸이 다가오자 성기사들은 훈련을 멈추었고, 타시르도 얼른 일어나 인사를 했다.

라틸은 다들 하던 걸 마저 하라고 손을 저으면서 타시르와 대신관을 번갈아 보았다.

대신관은 대답을 우물거렸으나 타시르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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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이신 님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늘 바쁘다고 해서요. 어느 만큼 바쁜가 관찰 중입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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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신이랑 뭘 하고 싶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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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랑 부적을 파는 사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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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틸이 황당해서 쳐다보았으나 타시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자이신은 한숨을 푹 내쉬고서 라틸에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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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타시르 님 좀 데려가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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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방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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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누워 계시기만 하는데요. 같이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쉬고 있으니, 다른 성기사들이 영 의욕을 못 냅니다.”

타시르는 ‘그게 뭐 어때서 그래?’ 하는 당당한 얼굴이었으나, 주위 성기사들 표정은 살벌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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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하지 말고 이리 와.”

이들 선에서 해결될 일은 아닌 듯해서, 결국 라틸은 자신이 나서서 타시르를 잡아당겼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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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따라와? 운동한다며?”

타시르를 데리고 걸어가다 보니, 뒤에 자이신도 졸졸 따라오는 게 아닌가. 라틸이 황당해서 되묻자 자이신은 자기가 더 얼떨떨해서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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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온 게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폐하. 하지만 이왕 온 김에 그냥 계속 같이 가겠습니다.”

라틸은 신경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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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데리고 게스타한테 가봤자 정체를 물어볼 수는 없잖아?’

하지만 후궁들이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빈자리를 잘 메꿔주고 있었으므로, 이런 일로 쫓아내기엔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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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거짓말에 동참해 준 거니까. 좀 더 잘해주는 게 좋겠지?’

결국, 라틸은 두 사람을 데리고 게스타를 찾아갔다.

* * *

게스타는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중이었다.

황제가 돌아왔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는 인내심을 발휘해서 찾아가지 않았다.

황제에겐 미끼를 던졌으니, 그녀가 자신을 직접 찾아오기 전엔 거미처럼 여기에 웅크리고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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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마침내 황제가 도착했다.

이럴 줄 알았지. 게스타는 입술을 만족스레 올리고서 책을 탁 덮은 다음 가벼운 걸음걸이로 문가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보는 사람들이 저절로 찡해질 만큼 가련한 표정을 짓고서 두려운 척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이 표정을 본 황제가 너무 심하게 추궁할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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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게스타 님.”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게 타시르의 히죽대는 얼굴이라, 게스타는 도로 문을 힘껏 닫고 말았다.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을 닫은 후에도 게스타는 잠시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폐하가 온다 했는데 왜 저 마약상이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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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타. 나 타시르 뒤에 있어.”

그 의문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마찬가지로 당황한 목소리에 의해 풀렸다.

게스타는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다시 보이는 타시르의 히죽 웃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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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타 님, 나도 왔어요.”

타시르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굳이 소리 내 알려주고는, 게스타의 볼 옆에 쪽 하는 소리까지 내고서 안으로 들어왔다.

라틸은 그 뒤에서 애매하게 서 있다가 어색하게 웃고서 뒤를 따라 들어왔으나, 게스타는 이번에도 그 가련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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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 게스타 님.”

라틸 뒤에 딱 붙어서 따라오는 근육 때문에.

미안하다면서도 대신관은 라틸을 따라왔고, 타시르는 미안해하는 기색 따윈 하나도 없이 게스타가 읽던 책을 들고서 제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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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게스타 님. 이런 책 읽는군요. 어려운 책 읽으시네.”

게스타는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빠르게 심호흡을 했다.

라틸은 방 안을 제멋대로 헤집고 다니는 두 남자를 보다가, 진심으로 게스타에게 미안해져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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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방해했느냐? 오는 길에 만났는데 둘 다 자석처럼 붙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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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게스타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건 그냥 대답일 뿐.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 * *

폐하가 돌아왔으니 하렘에 올 테고, 그러니 저녁 무렵에 하렘 입구에 가 있어야 할 테고, 하렘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끌려면 아주 멋진 옷을 입어야 한단 생각을 차례로 한 클라인은 열심히 옷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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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님! 황자님!”

하지만 간식을 가지러 간 바닐이 갑자기 반쯤 울면서 뛰어들어오는 바람에, 클라인은 옷 고르던 걸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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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왜 요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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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옷 고르실 때가 아니에요! 지금 폐하께서 게스타 님을 찾아가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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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시간에?”

클라인은 시계를 보고서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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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저녁때 다녀가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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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요, 폐하께서 게스타 님을 찾아가는데 거기에 타시르 님과 대신관 님이 억지로 붙어서 따라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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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클라인은 더욱 당황해서 입을 또 뻐끔거렸다. 타시르야 원래 넉살 좋고 여기저기 잘 붙는 놈이니 그렇다 쳐도, 대신관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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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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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저도 모르죠. 그보다 일단 옷부터 빨리 입으세요. 우리도 얼른 그쪽에 가야 해요. 이미 세 사람이나 있으니까 하나 더 낀다고 뭐라 하지는 않을 거예요. 빨리요!”

바닐은 발까지 구르면서 호들갑을 떨고는, 얼른 옷장에서 클라인의 분위기를 더욱 좋게 만들어 줄 만한 옷을 골라 꺼냈다.

하지만 잠시 실없게 서 있기만 하던 클라인은 손을 뻗어서 바닐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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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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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야 해요, 전하. 더 늦으면 폐하께서 일 있다고 돌아가실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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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갈 거니까 그만해.”

바닐은 자기가 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클라인의 말에 놀라서 옷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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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시다니요? 설마…… 전하. 폐하가 전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젠 그냥 폐하를 아예 포기하신 거예요?”

하지만 바닐은 곧 이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클라인은 자존심이 어마어마하게 센 성격이었다.

애초에 그 자존심 때문에 황제에게 매달리게 된 것이니, 그 자존심 때문에 황제에게 정을 떼려 한다 해도 이해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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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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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폐하께 안 가신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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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폐하께 안 갈 거라 했지 카리센에 돌아간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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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게스타 님 방에 안 가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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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다며.”

바닐은 여전히 클라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클라인은 자세한 설명을 하는 대신 옷장 아래쪽을 뒤지더니 거기서 수영복을 찾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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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은 왜 꺼내세요, 황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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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우글우글한 데 끼어봐야 무슨 소용이겠냐. 역발상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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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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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도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 나는 형님의 동생이 아니라 폐하의 남자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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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뭘 보여주시려고요?”

바닐은 당황해서 창밖을 보았다. 차가운 바람에 나무가 휘청이고 있었다.

칼바람이 몰아치진 않지만 절대로 수영을 할 날씨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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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견디는 모습, 추운 날에 냉수마찰, 그런 거라면 절대로 소용없어요. 전하. 별로 안 멋있어요! 감기만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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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수영 안 해.”

그럼 뭘 하실 거냐고 바닐이 물으려 했으나, 클라인은 이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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