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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너무 화가 난 라틸 (225/367)


226화. 너무 화가 난 라틸
2022.04.27.


자신도 로드라면 언젠간 각성을 할지도 모르기에, 라틸은 집중해서 현재 도미스의 감각을 느끼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도미스는 자기가 한 행동에 자기가 더 놀라서 후들후들 떨더니, 난간을 붙잡고 거기에 온몸을 기댔다.

너무 놀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예 정신이 나간 것처럼.

그런 도미스의 눈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휙 사라졌다. 누구였는진 모르겠지만, 누군가 이 장면을 본 게 틀림없었다.

도미스는 그쪽으로 뛰어가려 했으나 아까 목을 졸려서인지, 아니면 너무 놀라서인지,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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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좀 움직여. 제발 좀!]

도미스가 속으로 외쳐도 다리는 돌덩이처럼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도미스는 쓰러지듯 주저앉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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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해?”

그런 도미스를 발견한 건 커다란 물걸레와 양동이를 나눠 들고 이동하던 하녀 안야와 그녀의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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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안야 씨.”

도미스가 후들후들 떨면서 바라보자, 안야는 도미스의 목에 난 자국을 발견하고는 눈이 벌게져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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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누가 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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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손님이. 어떤 손님이.”

도미스는 중얼거렸으나, 그 손님이 자기가 걷어차자 펑 터져버렸단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뒷말은 잇지 못했다.

자신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안야가 그걸 알 리 없으니까.

그때. 하녀 안야와 한 조였던 다른 하녀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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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스. 무조건 2인 1조로 다니라고 했잖아. 너 앨리랑 한 팀 아냐? 앨리는 어디 가고 너 혼자 여깄어?”

안야도 그 말을 듣자 다른 하녀 생각이 났는지, 놀라서 도미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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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앨리는?”

도미스는 울상을 짓고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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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다른 하녀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더니 달려들 듯 도미스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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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같이 있었는데 네가 그걸 왜 몰라? 어디서 헤어졌는진 알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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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고 얘기해. 애 놀랐잖아! 목에 안 보여?”

안야가 소리를 지르며 손을 떼어놓았지만, 다른 하녀는 그래도 화난 얼굴로 도미스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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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녀가 앨리란 하녀랑 친한가?’

그 반응을 본 라틸이 인간관계를 짐작해보는 사이. 도미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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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면 쓴 사람이 날 놀라게 해서…… 내가 비명을 질렀어요. 그때 손님 중 한 분이 날 데리고 도망쳐줬고…… 앨리는…… 모르겠어요. 앨리를 찾아보려고 돌아왔는데 그 손님이 날 찾아와 죽이려고 해서…….”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른 하녀가 들고 있던 양동이 물을 도미스에게 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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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말이라고 해?! 네가 똥 싸 놓고 너 혼자 튀었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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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치려던 게 아니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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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도망친 거잖아! 앨리 어떻게 됐냐고 앨리!”

다른 하녀가 양동이로 도미스를 내려치려고 하자, 안야는 그녀의 팔목을 잡고 꺾듯이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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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애 목 안 보이냐고!”

안야가 이를 내밀고 으르렁대자, 다른 하녀는 양동이를 떨어뜨리며 짧게 비명을 질렀다. 보기보다 하녀 안야는 힘이 꽤 센 것 같았다.

안야는 한숨을 내쉬고서 도미스를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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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라가자. 넌 좀 쉬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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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씨, 앨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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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 아니야. 그 빌어먹을 손님이 너도 앨리도 죽이려 했잖아. 네 탓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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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시 장면은 바뀌었고, 도미스는 다른 하녀, 하인들과 함께 벽에 딱 붙어 2열로 서 있었다.

하녀장은 하녀들에게 규칙을 알려줄 때처럼, 그들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차갑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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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중 하나가 실종되어서 랑스터 백작님이 몹시 화가 났다.”

라틸은 도미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녀장은 정해진 데로 빙글빙글 도는 시계 속 사람처럼, 하녀와 하인들이 선 복도 끝에서 끝을 왔다 갔다 이동하며 ‘딱 딱 딱’ 하는 발소리를 위협적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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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인 네 명과 하녀 한 명도 실종되었지. 내가 그토록 당부하고 당부하고 당부했는데, 결국 또 사라졌어.”

느릿하게 걷던 하녀장은 정확히 도미스의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도미스는 그녀의 딱딱한 옆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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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장님이 뭘 아시는 걸까? 아니면 앨리가 나와 있다가 사라진 걸 질책하시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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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이야기는 했는데 보라색 가면 이야기는 하녀장한테 안 했나 보구나. 하긴. 걷어찼는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단 말은 하기 어렵겠지.’

그 순간. 하녀장이 정면을 보며 그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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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스.”

도미스는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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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였으나, 하녀장은 어느 때보다도 서릿발 같은 눈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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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지막에 사라진 손님과 함께 있었다고 안야 아가씨께 들었는데.”

‘그 의붓동생 짜증 나네. 무시당했다고 그걸 고새 일렀냐. 기르골은 자기가 잘 달래겠다고 가더니 말을 한 거야 만 거야?’

도미스는 주저하다가 거짓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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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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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 돼? 조안에게 들었다. 네가 앨리 이야기를 할 때 손님 이야기도 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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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게…… 어떤 손님이 절 쫓아온 건 맞지만 전 도망쳤어요, 하녀장님. 이후 일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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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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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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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거짓말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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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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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앨리가 사라졌고 손님 한 분도 사라졌다. 랑스터 백작님은 곤란한 처지에 빠졌어.”

도미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마음에 반은 죄책감으로 반은 억울함으로 물드는 걸 라틸은 생생히 체감했다.

죄책감은 사라진 앨리에게, 억울함은 먼저 이쪽을 죽이려 한 그 보라색 가면을 향한 마음 같았다.

하지만 하녀장은 이 일로 몹시 화가 났는지, 아까 규칙을 알려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쌀쌀맞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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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좋게 본 게 실수였어. 오늘 밤 당장 짐을 싸서 나가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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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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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넌 나가려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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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 밤이라니…… 아직 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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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준비해 나갈 시간이라도 있지. 앨리에겐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 도미스.”

도미스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하녀장은 보기도 싫다는 듯 정면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도미스가 입술을 꽉 깨무는 바람에 라틸은 덩달아 입술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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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야 아가씨가 너그러워서 이 정도 선에 그치는 거다. 원래 백작님은 이보다 더 화났었어. 안야 아가씨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아라. 평생.”

차갑게 명령을 내린 하녀장이 앞으로 걸어가자, 하녀 안야가 도미스와 하녀장을 번갈아 보다가 인상을 찌푸리고 하녀장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 * *

다시 화면이 바뀌었을 때.

도미스는 울면서 짐을 싸는 중이었다. 하녀 안야가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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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하녀장을 쫓아가더니. 아직 안 왔나 보네. 그럼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은 건가?’

도미스가 옷을 챙기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창가를 보았고, 덕분에 라틸도 지금이 깜깜한 밤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 늦은 시간에 쫓겨나는 것이다. 심지어 이 시대에는 괴물들이 밖을 돌아다니는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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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몇 시간 있다 쫓아내면 뭐 난리라도 나나?’

라틸은 속으로 구시렁거렸지만 여기서 도미스를 도울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열심히 손을 움직이던 도미스가 갑자기 주춤하더니, 황급히 자신이 사용하던 서랍장을 꺼내 옆에 놓고 안을 마구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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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 돈이 다 어디 갔어?]

도미스가 뭘 하나, 생각하던 라틸은 그 소리에 덩달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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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준 보석도 없어! 모아둔 돈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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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없으면 어떡해? 잘 찾아봐!’

도미스는 서랍장을 다 뒤지고, 쌌던 옷까지 다 풀어 헤쳐 확인했지만 돈과 보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동전조차 단 하나도 없었다.

라틸은 도미스가 평소 어디에 돈을 두는지 몰랐기에 그녀가 좀 더 잘 찾아보길 바랐지만, 도미스는 늘 같은 장소에 돈을 두었던지 당황해서 손을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그때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반쯤 열린 문틈으로 하녀 몇 명이 도미스를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웃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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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가 가져갔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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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들이야!]

도미스와 라틸은 동시에 저 하녀들이 일부러 도미스의 돈과 보석을 훔쳐 갔단 걸 깨달았다.

도미스는 벌떡 일어나 그녀들에게 다가갔지만, 하녀들은 돌아서더니 까르르 웃으면서 복도를 달아났다. 마치 재밌는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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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줘! 무슨 짓이야! 돌려줘!”

도미스가 화를 내면서 외쳤지만, 하녀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쳐다보면서 웃고 뛰기만 했다.

복도를 지나 계단까지 갈 즈음. 마침내 도미스는 개중 한 명의 옷을 확 잡아당겼고, 그 하녀는 웃어대다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한 명이 넘어지자 다른 이들은 웃으면서 달아나길 멈추더니 무서운 얼굴로 다들 노려보았다.

도미스는 달려온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분노로 숨을 차면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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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 간 거 다 돌려줘. 너희는 도둑 아니잖아. 왜 이런 짓을 해?”

그 말에 대답한 건 아까 하녀 안야와 한 팀이었던 하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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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앨리는 사라졌어. 말이 사라진 거지, 죽었을지도 몰라. 너 때문에 손님 하나도 죽었어. 그런데 너는 그냥 여기서 쫓겨나는 걸로 끝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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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규칙을 어긴 애들은 다 죽어서 나갔어. 근데 네가 어긴 규칙에 앨리가 죽고 너만 무사히 나가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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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냐? 규칙대로라면 네가 죽었어야 하는 건데?”

라틸은 하녀들이 모두 다 화난 표정인 걸 알아보았다. 그녀들은 정말로 증오심에 가득 차 도미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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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들은 앨리랑 친한 애들이야.]

그 하녀들을 보며 도미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라틸은 저 애들이 앨리랑 친하건 말건 도미스가 다 때려 부수고 나가길 바랐지만, 도미스는 앨리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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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에서 끝내는 걸 우리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꺼져, 도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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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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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서 얼어 죽어 버리라고!”

하녀들이 악담을 마구 퍼붓기 시작하자, 도미스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곧 그녀는 마음을 다시 다잡고서 협상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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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은…… 돌려달라 안 할게. 그럼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받은 돈이라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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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너 진짜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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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나갈 수 있는데 감사해야지, 도미스?”

하지만 하녀들은 전혀 돌려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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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은 앨리 가족들한테 보낼 거야. 너 때문에 죽었으니까. 그리고 돈은 너 같은 애를 봐주는 우리가 나누어 가질 거야. 너 때문에 앨리가 죽어서 우리 마음이 아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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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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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보석도 다 네가 훔친 거였잖아! 이 도둑! 살인자!”

도미스가 붙잡아 넘어졌던 하녀가 버럭 고함을 지르더니, 도미스의 팔을 잡고 확 계단 아래로 확 끌어당겼다.

하지만 도미스는 끌려가는 대신 그녀를 뿌리쳤는데, 도미스를 당기려던 자기 힘에 도미스가 뿌리치는 힘까지 더해지자 그 하녀는 오히려 자기가 계단을 구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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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휘청이던 하녀는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더니 그대로 미동이 사라졌고, 그녀의 품 안에서는 숨겨둔 보석 몇 개가 튀어나왔다.

놀란 도미스가 그쪽으로 다가가려는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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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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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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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죽어!”

이를 보고 더욱 분노한 하녀들이 도미스에게 동시에 달려들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이며 옷을 잡고 마구 끌며 할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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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마! 놔!”

도미스가 버둥거리며 밀치려 했지만, 하녀들은 눈앞에서 자신들의 친구가 잘못되자 완전히 악에 받쳐서 도미스를 놓지 않았다.

반면 도미스는 또 자기가 세게 밀었다가 누군가 계단에서 구를까 봐 제대로 힘을 제대로 주지도 못하고 버둥거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난간 부근까지 오게 되었을 때. 그들은 도미스를 힘주어 난간 아래로 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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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인.”

몸이 아래로 떨어지며 주위의 배경이 빠르게 변하는 사이. 도미스는 아주 작게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도 없이 본능적으로.

‘퍽’ 하는 소리가 뒤에서 나며 곧 몸은 추락을 멈추었으나, 도미스에게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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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스? 도미스? 도미스!’

라틸이 속으로 외쳐보았지만, 도미스에게서는 아무 생각도 더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뒤. 감기지 않은 눈앞으로 똑같은 검은 구두를 신은 검은 발들이 여러 개 나타났다.

라틸은 덩달아 가물가물해져 가는 의식 너머로 하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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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떡해?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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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안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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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치워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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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장님한테 가서 말하면 돼. 도미스가 조안을 공격해서 우리가 막으려다가 이렇게 된 거라고. 다 사실이잖아!”

 

* * *

의식이 끊어진 것과 동시에 라틸은 자신의 안락한 침대에서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라틸은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서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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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도미스는 여기서 죽으면 안 되잖아? 도미스는 칼라인이랑 같이 막 싸움도 하고…… 그러지 않았어?’

라틸은 머리카락을 부여잡고서 풀지 못한 분노로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다가, 결국 창가로 가 창문을 쾅 열었다.

그리고 저 아래쪽에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던 대신관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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