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4화. 너도 아는 게 많지는 않구나……. (223/367)


224화. 너도 아는 게 많지는 않구나…….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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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동자와 시선을 묶기라도 한 것처럼, 라틸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고 한곳만 바라보았다.

칼라인은 굳은 얼굴로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서 라틸을 같이 보기만 했다. 그나마 시선을 피하지 않으니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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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생각을 하신 건지…….”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라틸은 넘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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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드 폴리에서 있던 일들을 얘기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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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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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인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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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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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처음엔 날 대적자로 알았어. 기르골이랑 같이 가서. 근데 나중엔 다들 말을 바꿔. 난 대적자가 아니래. 대적자는 나 같지 않대.”

라틸은 말을 멈추고서 칼라인의 반응을 살폈다.

칼라인은 침대 위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라틸의 시선을 느꼈는지, 몸을 삐걱 소리가 날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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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들이 뭘 알겠습니까. 다른 종족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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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들은 피인어 말을 못 알아듣는데, 난 알아들었대.”

라틸은 계속해서 부정하는 칼라인에게 차갑게 말해주다가,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기르골. 분명 기르골 앞에서 피인어 지배자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기르골은 왜 가만히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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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라틸이 갑자기 멍하게 있자 칼라인이 침대에서 일어나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자, 라틸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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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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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굉장히 신경 쓰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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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라틸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서, 서넛에게 한 말과 비슷한 말들을 들려주었다. 그리핀이라거나 갑자기 세진 힘, 레안의 의심 등등.

칼라인은 라틸이 말을 이어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다가, 라틸이 안락의자 손잡이를 부숴 보이려 하자 손을 겹쳐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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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여주셔도 됩니다.”

라틸도 마음에 드는 멀쩡한 의자를 부수고 싶진 않았기에 얼른 손을 떼고서 칼라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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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맞다고 말해줘. 그게 날 기만하지 않는 거니까.”

칼라인은 아예 라틸의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무릎에 팔을 얹고 자기 얼굴을 감쌌다. 몹시 괴로워하듯이.

라틸은 그의 단단한 팔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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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인. 내가 로드라면 미리 대비를 해두고 싶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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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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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나쁜 선택을 하진 않을 거라 믿어. 칼라인. 말해주는 게, 지금 네가 해야 할 선택이다.”

칼라인의 팔을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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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 설득이 먹힌 걸까. 결국 칼라인은 인정하고 말았다. 그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라틸은 칼라인의 팔에서 손을 떼고 자신도 안락의자에서 내려와 카펫 위에 칼라인과 마주보고 앉았다.

서넛에게도 물었던 거고 이미 반 이상 각오한 이야기인데. 막상 대놓고 맞는다는 소리를 들어서인가. 심장이 셰이커에 넣고 마구 흔들어대는 양 술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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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로드가 되어야 하는 거야? 안 되는 방법은…… 없어?”

라틸은 칼라인이 마음을 바꿔서 다시 입을 다물까 봐, 일부러 떨리는 목소리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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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진 그런 로드가 없어서, 저도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있을 수도 있단 말에 잠시 기대를 가졌던 라틸은 뒷말에 기운이 빠져 어깨를 늘어뜨렸다.

라틸은 입술 안쪽을 씹으면서 칼라인의 발끝을 계속 쳐다보았다. 저절로 약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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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할 줄 몰라.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닌데. 로드다운 건 하나도 몰라. 내가 로드가 된 다음 뭘 할지조차 모르겠어.”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칼라인에게 로드란 소리를 듣고서도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로드라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인데. 그런 존재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를 수 있을까?

만약 도미스의 기억을 못 봤다면, 라틸은 지금보다 더욱 로드 이야기를 믿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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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로드가 뭘 해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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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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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마 각성하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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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거야?”

라틸은 미간을 찡그렸다. 각성하면 기억이나 임무 같은 게 머릿속에 쏟아지기라도 하는 건가? 그럼 각성은 어떻게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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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한 로드에게 어떤 깨달음이 찾아오는지는 저도 로드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라틸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칼라인에게 물어보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도 다 알진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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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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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지만 늘 같은 걸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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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복…….”

라틸이 악의 수장이 할 법한 일을 중얼거리자, 칼라인은 그게 웃긴 지 입술을 자기 엄지 마디로 누르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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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대적자와의 싸움입니다.”

터무니없는 말을 나누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말을 계속 나누다 보니 안정이 된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까보다는 좀 더 말하는 게 편해져서, 라틸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칼라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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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와는 꼭 싸워야 하는 거야? 난 내가 대적자일 수도 있다 생각했거든? 그 정도로 대적자란 존재에 대해 별 감정이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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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가 늘 로드를 죽이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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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늘 죽이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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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주기로 몬스터들이 늘어나는 건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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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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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들은 그 원인으로 로드를 꼽습니다. 로드가 부활하면서 어둠의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고 하지요. ……그래서 로드를 죽여 몬스터들을 같이 봉인시키는 겁니다.”

라틸은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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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갑자기 목이 타는 듯해 라틸은 칼라인에게 잠시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내고 종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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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두 잔 가져다줘.”

들어온 시녀에게 부탁한 라틸은, 그녀가 나가자 칼라인에게 다시 말을 이으란 신호를 보냈다.

칼라인은 계속 두 사람이 주고받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던지, 끊어졌던 부분에서부터 바로 말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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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적자가 아니라 그들의 주장이 사실인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로드…… 그러니까 전대 로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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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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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 이야기는 힘들어서요. 전대 로드가 죽었을 때 몬스터들이 실제로 사라지긴 했습니다.”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라틸은 자신이 나라에 해가 된다던 오빠의 말을 떠올리고서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너무 충격에 젖어 있으면 칼라인이 더 말해주지 않으려 할까 봐, 라틸은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질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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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처음부터 로드라고 알려주지 않았어? 그러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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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쉬웠을 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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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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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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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각성하기 전엔 인간들과 차이점도 크지 않지요. 각성하기 전 로드는, 보통 자기가 로드란 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나만 충격받은 게 아니구나. 라틸은 다른 로드들 전부 다 자기가 로드란 걸 알고 놀랐단 소리를 듣자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안심이라 말하기도 애매하고 동정이나 공감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그런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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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겪은 건 아니지만 두어 번 정도? 자신이 로드란 걸 알고 자결한 케이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거구나. 얘가 로드에 관한 이야기를 함구하려 한 이유. 라틸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확신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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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안 그럴 거야.”

문이 열리고 시녀가 커피를 가지고 들어와서 라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시녀가 나가자 라틸은 바로 커피를 마셨지만, 칼라인은 잔에는 손도 대지 않고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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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로드들도 대부분은 자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작게라도 존재하는 한 조심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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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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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은 주인이 각성하지 않길 바랍니다. 주인이 각성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 주길 바라고 있지요.”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칼라인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라틸은 혼자서 커피를 홀짝이다가, 여행을 길게 해서 피곤하단 핑계로 그를 내보냈다.

사실 머리는 어느 때보다 맑게 깨어 있었지만, 지금은 좀 혼자 있고 싶어서 내보낸 것이었다.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 라틸은 이를 닦고 침대 위로 올라가 커다란 베개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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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드가 뭘 해야 하는지는 칼라인도 다 알지 못하는구나.’

대적자가 자신을 죽이러 올 테니 막아야 하는 건 확실한데. 그 외엔 각성하기 전엔 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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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는 자기 사명 같은 걸 알 수 있나? 아냐. 모를 거야. 내가 모르는 것투성이였는데도 기르골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잖아.’

라틸은 끙 소리를 내며 베개에 이마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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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지만 진짜 이상해. 내가 로드라면 대적자의 검은 어떻게 뽑은 건데?’

의아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로드가 지금까지 한 일이 대적자들과 싸운 거라면…… 만약 대적자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이 각성하지 않으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고? 각성하지 않으면 평범하게 사람 황제로 살다 죽는 건가?

또 나이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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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젠장. 로드의 나이트가 무슨 뜻인지 안 물어봤잖아.’

상자 포장을 뜯었는데, 그 안에 퍼즐을 풀어야 열리는 이상한 상자가 들어 있는 기분이다.

자신이 로드란 걸 알게 되었지만, 그 바람에 싱숭생숭해지기만 했을 뿐. 달리 더 알게 된 것도 없었다.

칼라인과 서넛이 자신이 충격받을까 봐, 역대 로드들의 반응을 토대로 로드 이야기를 비밀에 부쳤단 게 그나마 얻은 정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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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넛도 돌아왔겠지. ……일단은 자고. 나이트 관련해선 서넛한테 직접 물어보자.’

칼라인도 입을 열었으니 이젠 서넛도 그 단단히 닫은 입을 열 수밖에 없을 거다. 안 열면 그땐 진짜 화낼 거니까.

* * *

푹 자면서 머리를 깨끗하게 한 번 비우고 정신에도 휴식을 주고 싶었는데. 잠들자마자 보인 건 걸레질 중인 손이었다.

팔 근육의 움직임과 뻐근한 감각이 그대로 전해지자 라틸은 혼자 끙끙 소리를 내면서, 대신관을 불러서 곁에 있어 달라고 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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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대신관 관련해서도 궁금한 게 많아. 서넛이나 칼라인은 대신관한테 치료도 안 받으려 했는데. 나는 대신관이 상처를 치료해줄 때도 멀쩡했잖아.’

대신관의 곁에 있으면 불편하기보단 오히려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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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신관한테 영향을 받지 않는 건 각성을 안 해서 그런 걸까? 그래도 아주 안 받을 수는 없어서, 대신관이 곁에 있으면 이런 꿈을 안 꿀 수 있는 거고?’

그럼 도미스의 기억을 이렇게 보는 것도 로드의 능력 일부란 거 아닐까, 생각하던 라틸은 재차 떠오른 가정에 다시 끙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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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시만. 도미스가 전대 로드면, 도미스가 내 전생 아냐?’

라틸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기다렸단 칼라인의 말이 떠올랐다.

키스하다가 뜬금없이 속으로 도미스를 부르던 일도.

도미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자신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던 칼라인의 그 애절한 속마음도.

가짜 황제 사건으로 밖으로 떠돌게 되었을 때,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바로 따라 나와준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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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미스가 내 전생이라고? 그럼 칼라인은…… 칼라인은 그렇다 치고. 아이니는 뭐야? 아이니는 왜 칼라인이 자기 전생의 연인이라 우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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