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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이번엔 진실을 말해줘 (222/367)


223화. 이번엔 진실을 말해줘
2022.04.17.


라틸이 타리움의 수도로 돌아온 건 딱 사흘하고도 세 시간만이었다.

모든 게 계획한 대로였다.

이번엔 가짜 황제 사건을 경험 삼아 철저히 대비까지 한 후 다녀온 것이라, 그런 쪽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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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먼저 옷을 갈아입고 주인의 침실로 가겠습니다. 주인을 병간호하겠다고 들어간 다음, 창문으로 나와 주인을 방으로 올려드리면 주인이 밖에서 돌아왔단 걸 아무도 모를 겁니다.”

칼라인이 라틸을 흔적 없이 침실에 데려다주기 위해 먼저 라틸을 병간호하는 척 황제의 방으로 가는 사이.

라틸은 자신의 방 창문이 까마득히 위에 있는 정원에서 앞으로 기르골과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고민했다.

자신이 로드일지도 모를 가능성을 숨기고 기르골에게 이것저것 배워두고 싶었는데. 내내 승리한 대적자들을 가르친 게 기르골이니만큼 그에게 배워서 나쁠 건 없으니 말이다.

적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승리할 가능성도 커지지 않던가.

그런데…… 사디가 사라져 버렸다. 라틸은 기르골과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니, 흘러갈 수는 있는지, 이대로 끊어진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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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기르골에게 사디 얼굴이 처음부터 가짜였다고 밝힐 수도 없어. 그러면 애초에 사디란 사람이 가짜였단 게 들통나니까.’

그렇게 답이 없는 문제를 한참 동안 고민하고 있자니 위에서 창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라틸이 고개를 들자,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이 열리고 머리 하나가 쑥 나타났다. 칼라인이었다.

라틸이 손을 흔들자 칼라인은 싱겁게 마주 웃더니 조금 물러나란 손짓을 보냈다.

라틸이 뒤로 가서 서자, 칼라인은 눈 깜짝할 사이 창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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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몸을 가지고서도 그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착지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팔다리가 부러지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높이였으나 칼라인은 발목을 삐끗한 기색조차 없이 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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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드리겠습니다.”

라틸이 다가가 그의 목을 붙잡자 칼라인은 라틸은 두 팔로 수월하게 안아 들었다. 그가 하도 가뿐하게 안아준 덕에 자신이 깃털처럼 가볍단 착각까지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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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으십시오.”

칼라인은 그 말을 하면서 다리를 약간 굽히는가 싶더니 곧장 위로 솟구쳤다.

한 번의 도약만으로 그가 창문까지 뛰어오르자, 라틸은 이 검은 표범 같은 뱀파이어가 이전에 자신의 방에 어떤 식으로 찾아왔는지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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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한순간에 갑자기 나타난 그 날. 그날도 이렇게 왔겠지?

칼라인은 방 안에 도착해서도 라틸을 바로 내려주는 대신 침대까지 안고 갔다.

하지만 신비롭고 안락한 분위기는, 침대를 본 라틸이 칼라인과의 밤을 떠올리는 바람에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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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지금 생각나?’

라틸은 칼라인이 내려주자마자 요란스럽게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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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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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옷 입어야지. 지금 옷은 풀도 묻고 흙도 묻어서.”

옷장으로 달려가 잠옷을 찾고 있으려니 칼라인이 웃는 소리가 뒤에서 작게 들려왔다.

그러다 라틸이 잠옷을 꺼내다 말고 쏘아보자, 그는 웃고 있지 않은 척 정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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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라틸은 그를 타박하는 대신 겉옷을 벗고 잠옷을 챙겨 욕실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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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릴까요?”

칼라인이 옷시중을 들어준다고 쫓아오려 했지만 라틸은 그의 코앞에서 문을 닫아버려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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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라틸은 구시렁거리면서 문을 닫고 돌아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의 뺨은 누가 봐도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걸 인지하자마자 라틸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설마 칼라인 앞에서도 이런 꼴은 아니었겠지?

침대를 앞에 두고 이런 모습으로 있으면 누가 봐도 그날 밤 일을 떠올린 건데. 눈치 좋은 칼라인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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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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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갈아입는 중이다!”

문 너머로 날카롭게 소리 지른 라틸은 쪼그리고 앉아 괜히 자기 머리를 몇 번 주먹으로 두드렸다.

* * *

느릿하게 잠옷으로 갈아입은 라틸은 슬그머니 욕실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보았다.

칼라인은 라틸의 침대 위에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라틸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꾸며내고 욕실 밖으로 나온 다음 발로 문을 툭 차서 닫고, 벗은 옷은 칼라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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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세탁하면 하녀들이 이상하게 볼 테니까 네가 좀 해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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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겠습니다.”

칼라인은 흐뭇하게 웃고서 라틸에게 침대로 들어가라며 이불을 반쯤 걷어 주었다.

하지만 그 동작을 보는 것만으로도 라틸은 다시 얼굴에 열이 올라올 것만 같아서, 침대 안에 들어가는 대신 일부러 안락의자로 가 앉았다.

거기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자 칼라인이 소리 내어 웃었다.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네. 라틸은 그 모습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아니, 아예 기분이 좋아 보여.

그걸 보자 안심이 되어서 작게 한숨이 나왔다.

칼라인은 라틸이 앉지 않은 침대에 걸터앉다가 그 소리를 듣자 라틸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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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라틸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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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르골이랑 다녀서 네가 섭섭할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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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진 않았지요.”

섭섭했구나. 역시. 라틸은 슬그머니 칼라인의 눈치를 보았다.

칼라인은 라틸과 눈이 마주치자 농담이었단 것처럼 웃으면서 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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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돼서요.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칼라인의 입가에 떠올라 있던 미소는 라틸의 다음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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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로드라서?”

 

* * *

그 시각.

카리센의 궁전에서는 무거운 분위기의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황제와 이름 높은 귀족들, 높은 자리의 대신들, 중요한 실무를 맡은 관리 등이 모인 자리였다.

그곳에서 아이니 황후는 방금 막 자신이 흑사신단 용병단에 납치당해 있었단 주장을 펼친 참이었다.

사람들은 ‘납치’ ‘흑사신단’이란 말 등에 놀라 웅성거렸으나 아이니는 침착하게 굴었다.

하이신스는 옥좌에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삐딱하게 올린 자세로 앉아 있다가, 아이니가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옆을 보았다.

그의 위치에서 보이는 건 아이니의 올곧은 옆모습뿐이었다. 국민이 사랑하는 위엄 있고 단정한 옆모습.

하이신스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가 칼라인에게 위험스러운 관심을 보였단 걸 아는 그로서는, 아이니의 지금 주장이 사실 쉬이 믿기지 않았다.

카리센에 있을 당시 칼라인은 사디 옆만 졸졸 따라다닐 뿐 아이니 황후에게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야 사디와 하이신스, 칼라인과 아이니를 묶어 제멋대로 수군댔지만 가까운 입장에서 볼 때, 분명 칼라인 그자는 아이니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자가 왜 아이니 황후를 납치한단 말인가?

하지만 아이니 황후는 워낙 이미지가 좋았기에, 다가 공작 패거리들만이 아니라 다른 귀족들도 아이니의 말은 바로 의심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이니의 말에 혹사는 듯하자, 결국 하이신스는 직접 이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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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인은 라트라실 황제의 후궁이고, 지금은 하렘에서 지내고 있지. 그가 여기까지 와서 황후를 납치한다? 이해가 잘 안 가는군.”

자신의 말을 대놓고 반박하는 하이신스에게도 아이니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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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칼라인은 만난 적이 없답니다, 폐하. 그가 이 일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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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관련이 없다면 더 이상하지 않나? 용병들이 그대를 납치해서 얻을 이득이 뭐지? 그 용병들은 이미 가장 뛰어난 실력과 명성을 가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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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당할 때 그런 걸 계산하고 당하진 않는답니다, 폐하. 그 답은 제가 아니라 용병들이 할 일이겠지요.”

아이니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하이신스를 안쓰럽단 듯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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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제 말을 못 믿으시겠다면 그 용병단의 내부를 알려드릴 수도 있어요. 제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하신다면 결국 믿으실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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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용병단 내부를 확인하는 것뿐이라면 다른 수가 있지 않을까?”

하이신스가 여기에 더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였다.

내내 아이니가 앞에 나서도록 가만히 있던 다가 공작이 몇 번 크게 기침했다.

너무 큰 소리라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다 입을 다물자, 그는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중앙으로 나와 한 손을 배 위에 얹고 하이신스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쓸데없이 평소보다 공손한 태도에 하이신스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또 무슨 꿍꿍이길래 저 인간이 저러고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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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서 더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시니, 뒷이야기는 신이 해도 되겠습니까,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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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라.”

하이신스가 마지못해 허락하자, 다가 공작은 한 번 더 허리를 깊게 숙였다 펴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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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신단 용병들이 황후 폐하를 왜 납치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짐작은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확실한 게 아니다 보니…… 황후 폐하도 말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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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알 수 있다니?”

하이신스가 재차 묻자, 다가 공작은 빙그레 승리자의 웃음을 띠고서 황제와 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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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선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 세상을 구할 영웅이십니다, 폐하. 최근의 사건들로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적자’라고.”

거인이 감나무를 쥐고 흔든 것처럼, 웅성거리는 소리가 우르르 사방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이신스는 기가 차서 헛웃음을 뱉었다. 대적자? 저 공작이 지금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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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크군,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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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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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에서 좀비가 나타났을 때 일을 잊었나? 그때 황후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네. 탓하는 건 아니야. 모두 그랬으니. 하지만 당시 나서서 일을 해결한 건 타리움에서 온 특사와…….”

하이신스는 말을 멈추고서 잠시 아이니 쪽을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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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납치범이라 주장하는 흑사신단의 용병왕이었지.”

그는 아이니를 싫어했지만, 그녀가 다가 공작과는 다르다고 믿었다.

하지만 만약 아이니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다가 공작이나 아이니가 똑같은 수준으로 여겨졌다. 콩을 심은 데 그대로 콩이 난 것처럼.

사람들은 하이신스의 말을 듣자, 그도 그렇다고 여겨서 다시 웅성거렸다.

다가 공작은 그래도 태연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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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괴물이 된 헤움 황자님은 그 타리움 특사와 대치하다 달아났지요. 사람들은 그 특사가 헤움 황자님을 물리친 거라 알 텐데요. 사실은 황후 폐하를 보고 두려워 달아난 거였습니다. 그 특사가 한 일은 그저 검을 들고 휘두르다 운 좋게 칭송받은 것뿐이지요.”

하이신스는 정말로 다가 공작이 미친 건가 싶었다. 왜 저런 무리수를 두는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다가 공작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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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꿍이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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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히는군. 그랬다면 왜 그 자리에선 말하지 않았소, 공작? 헤움 황자를 쫓은 게 그대 말처럼 대적자란 증거라면, 오히려 그 특사야말로 대적자일 가능성이 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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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말이 믿기지 않으신다면 신전에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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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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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대적자일 가능성이 큰 아이들을 신전에서 불러모은 적이 있지요. 폐하의 말씀처럼 그 타리움 특사가 대적자라면, 그 여자도 신전에 다녀온 기록이 있을 게 아닙니까.”

사람들은 다가 공작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기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도 제법 일리 있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사디’란 존재 자체가 아예 가상의 인물이란 걸 알기에, 하이신스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가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아무래도…… 공식적인 사절단이 가기 전, 라틸에게 이 일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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