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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돌아와. 돌아오라고! (170/367)

170화. 돌아와. 돌아오라고!2021.10.13.

칼라인의 말에 라틸은 심장이 철렁했다. 아주 차가운 물을 심장에 반쯤 채워두고 빠르게 흔드는 기분이었다. 추궁하러 온 건데. 이 와중에 요란스레 심장이 뛰었다.

16551116094866.png“그건 답이 아닌데.”

라틸은 냉랭한 척 중얼거렸으나, 스스로 듣기에도 자신의 목소리는 차갑기는커녕 따뜻한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같았다. 하지만 칼라인의 말은 정말로 겉만 잘 포장한 실속 없는 선물 같았다. 듣기엔 좋았으나 그뿐이었다. 서넛은 어린 시절부터 알아 왔고 원래 친한 사이였으니, 중간에 뱀파이어가 되어서 곁에 남았다고 해도 이해는 갔다. 그는 귀족이었고 커다란 영지의 후계자였다. 사실 라틸이 서넛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낮에 활동할 수 있다면 가진 것들을 죄다 포기하고 괴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 테고. 그러나 칼라인은? 칼라인은 서넛과 처지가 달랐다. 그는 라틸과 알던 사이도 아니었다. 후궁으로 자원해서 들어왔고 그때 처음 본 것이다. 라틸은 뱀파이어가 된 용병왕이 자신의 곁에 있고 싶어서 여기에 왔단 말을 믿을 수 없었다.

16551116094866.png“내 피를 원한단 건가?”

라틸이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있는 말을 뱉어 보았으나 칼라인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기만 했다.

16551116094866.png“아. 그댄 도미스를 사랑해서 여기 온 거라 했지.”

그 미소는 라틸이 꺼낸 과거 연인의 이름에 싹 사라졌다. 라틸은 칼라인의 귀에서 손을 떼고 중얼거렸다.

16551116094866.png“그래. 그런 거라면 그대가 뱀파이어건 아니건 상관은 없겠어. 그대가 뱀파이어로서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후궁이 된 건 아닐 테니.”

칼라인은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져서 라틸에게서 반걸음 물러나 돌아섰다. 라틸도 벽과 칼라인의 사이에서 벗어나 우두커니 주먹을 쥐고 섰다. ‘칼라인이 도미스를 사랑해서 여기에 온 것이니 뱀파이어이건 아니건 차이는 없다’는 말은 자신이 한 건데. 그 말을 하고 나니 괜히 좀 서러웠다. 뭐가 서러운지도 모르겠으면서. 그 애매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라틸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으며 그에게 딱딱하게 요구했다.

16551116094866.png“그럼 여기에 나쁜 목적을 가지고 온 건 아니라 치자.”

1655111609489.png“기뻐해야 하는 겁니까.”

16551116094866.png“아직.”

1655111609489.png“!”

16551116094866.png“네가 위험하지 않단 증거를 보여줘.”

칼라인은 라틸의 시선을 마주하더니 한쪽 입꼬리만 비틀듯 올렸다. 하지만 비웃는 표정 같진 않았다. 그는 오히려 씁쓸해 보였다. 그래도 라틸이 말을 물리지 않자, 칼라인은 창가로 걸어가더니 자신이 물을 주던 선인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1655111609489.png“나는 주인을 좋아하니까. 주인이 싫어하는 건 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틸은 입을 열었다. 그가 위험하지 않단 증거만 보여준다면, 하렘에 머물러도 좋다고 말할 셈이었다. 어차피 칼라인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후궁이 되었단 건 아는 일. 칼라인이 알고 보니 뱀파이어였다고 해서 두 사람 사이가 달라질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피를 마신단 걸 알았으니 앞으로 옆에 나란히 누워 자진 못하겠지만. 그러나 라틸이 ‘그럼 증거를 보여줘’라고 대답하기 전. 칼라인이 라틸이 예상하지 못한 말을 이었다.

1655111609489.png“그러니 주인이 안심할 때까지 사라져 있겠습니다.”

칼라인을 쫓아낼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왔던 라틸은, 그의 제안에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사라져 있겠다고?

16551116094866.png“어디로?”

1655111609489.png“그걸 알려드리면 안 되지요. 제가 어디 있는지 아시면 불안하실 테니까요.”

라틸은 당혹스러운 방향으로 튄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나, 칼라인은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였으나, 라틸은 그 모습을 보자 더욱 화가 났다. 뱀파이어라도 위험하지 않단 것만 알려주면 될 텐데. 그게 뭐가 어렵다고 저러지? 그래 놓고서 뭐? 사라져?

16551116094866.png‘내가 안심할 때까지?’

마치 라틸을 위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라틸은 생각이 달랐다. 그가 정말 라틸을 위한다면 자신이 위험하지 않단 이야기를 건성으로라도 둘러대야 했다. 그런데도 나가겠다고 하는 건 그냥…….

16551116094866.png“아 그래.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차갑게 외친 라틸은 성큼성큼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지만 복도 문을 열고 나가기 전. 라틸은 ‘설마 가란다고 진짜 가는 건 아니겠지’ 싶어 다시 몸을 돌렸다.

16551116094866.png“!”

그러나 창문을 등지고 서 있던 칼라인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라틸은 황급히 방 안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칼라인은 보이지 않았다. 침대 뒤라거나 옷장 옆이라거나, 아니, 욕실에라도 들어갔을 거야. 라틸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칼라인을 찾았다. 갑자기 이렇게 가버리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온갖 곳을 돌아다녀도 칼라인은 없었다. 창틀 위에 선인장과 분무기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16551116094866.png“돌아와.”

칼라인이 보이지 않자 라틸은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안심할 때까지 사라져 있겠다고 했으니 이러면 올 거야. 아니,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아마 근처에 있을 거야. 무슨 수로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근처에 있겠지. 어쩌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16551116094866.png“돌아오라고!”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던 라틸이 다시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역시 반응은 없었다.

16551116094866.png“칼라인!”

이름을 불러도 그는 오지 않았다. ‘달칵’ 문 열리는 소리가 나서 황급히 몸을 돌렸으나, 들어온 이는 복도에 서 있던 호위였다.

16551116126798.jpg“폐하. 괜찮으십니까?”

호위는 안쪽으로 더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가에 서서 물었다. 라틸은 대답하지 못했으나, 호위는 질문을 던지고 혼자 답을 찾아냈다.

16551116126798.jpg“폐하. 사람을 풀러 칼라인 님을 찾으라 할까요?”

하긴. 황제는 혼자서 칼라인에게 돌아오라 외치고 있는데, 후궁인 칼라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겠지만. 라틸은 창가에 덩그러니 놓은 선인장을 쏘아보다가 손을 들어 나가란 신호를 보냈다.

16551116094866.png“이 일에 대해선 함구하라.”

호위가 나가자 라틸은 창틀로 다가가 선인장 화분을 들어올렸다. 선인장은 뿌린 지 얼마 안 된 분무기의 물방울로 촉촉했다. 이 물기가 다 마르기도 전에 칼라인이 사라진 것이다. 라틸은 화분을 내려놓고서 이를 갈았다. * * * 라틸은 이 방에 오기 전 함께 있었던 타시르를 찾아갔다. 타시르는 책상 앞에 앉아 숫자가 빼곡히 들어찬 문서를 읽는 중이었는데, 라틸이 다짜고짜 들어오자 서류를 내려놓고 일어났다.

16551116156722.png“폐하. 괜찮으십니까?”

라틸이 말없이 다가와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기대자, 타시르는 무슨 일인지 몰라 하면서도 라틸의 등을 다독거렸다. 라틸이 말없이 얼굴만 파묻고 있자, 타시르는 고개를 기울이다가 능글맞게 웃었다.

16551116156722.png“오늘은 말싸움에서 지셨나 봅니다. 이리 화를 내시고.”

16551116094866.png“……진 정도가 아냐.”

16551116156722.png“칼라인 님이 나쁘네요.”

16551116094866.png“무슨 일인지도 모르잖아.”

16551116156722.png“몰라도 칼라인 님이 나쁜 겁니다. 전 폐하 편이니까요.”

라틸이 올려다보자 타시르가 눈웃음을 지었다. 장난스러운 얼굴. 진지함이라고는 1g도 없어 보이는 미소. 하지만 감정을 무겁게 쏟고 나서인가. 그런 점에 오히려 더 안심이 되었다. 라틸은 타시르의 옷을 붙잡고 그를 침대로 데려갔다.

16551116156722.png“씻고 올까요?”

타시르가 따라오면서 흐뭇하게 중얼거렸으나, 라틸은 대답하는 대신 그를 침대에 앉혀 놓고 책상다리를 하게 유도했다.

16551116156722.png“?”

타시르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자마자 라틸은 그의 다리를 베고 타시르의 배가 있는 쪽으로 돌아누웠다.

16551116094866.png“손잡아 줘.”

중얼거리자 바로 손이 다가온다. 라틸은 그의 손을 꽉 쥐고서 눈을 감았다. 이러고 있으려니 타시르가 뿌린 향수의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화려한 귀걸이 취향과 달리 그는 은은한 향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머리 위로 부드러운 손길이 내려앉았다. 그가 라틸이 쥐지 않은 손을 빗처럼 만들어 머리 옆부분을 조심스럽게 쓸어주고 있었다. 그 손길을 받자 저절로 눈꺼풀이 내려왔다. 라틸은 타시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며 중얼거렸다.

16551116094866.png“너는 가벼워서 좋다. 부담스럽지 않아.”

타시르는 말없이 계속 손빗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주었고, 라틸은 마침내 도피하듯 잠들고 말았다.

16551116185631.png

* * * 풀을 밟는 버석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서넛은 반이 박살 난 침대에 걸터앉아 도마를 문지르길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발소리는 창가 쪽으로 오는가 싶더니 이윽고 익숙한 목소리로 전해졌다.

1655111609489.png“서넛.”

16551116185644.png“칼라인 님.”

서넛이 대답하자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더니 칼라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사내 두 명이 있기에 버려진 오두막 안은 너무 좁은지라, 칼라인이 들어오자 안 그래도 비좁던 오두막은 순식간에 더욱 갑갑해지고 말았다. 칼라인의 눈동자가 서넛이 든 도마와 마른 수건에 닿았다.

16551116185644.png“긴 빵이랑 햄을 잘라 먹으려 했는데요. 너무 더러워서요.”

서넛은 변명조로 중얼거리고서 도마를 옆에, 수건을 그 위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16551116185644.png“폐하께서는요? 화가 좀 풀리신 것 같습니까?”

1655111609489.png“나한테도 화가 나셨다. ……나를 무서워하시는 것 같아서. 당분간 자리를 피해 있으려고.”

16551116185644.png“아…….”

1655111609489.png“넌 영지로 가 있어. 여기엔 기르골 이야기를 마저 해주러 들른 거다.”

기르골 이름에 서넛이 주춤주춤 다시 침대에 앉았다. 칼라인은 곁에 앉는 대신 문을 도로 닫고 거기에 기대어 섰다. 부실한 문에서 ‘끼기긱’ 하는 위태로운 소리가 났으나, 칼라인은 비켜서지 않고 그 자세로 재차 입을 열었다.

1655111609489.png“전에 말했던 대로. 기르골이 수도에 나타났다. 내 상처는 그자에게 당한 거고.”

16551116185644.png“수도엔 왜 나타난 것 같습니까? 혹시 폐하…….”

1655111609489.png“아니. 그런 눈치는 아니었어. 로드의 위치를 알고 온 것 같진 않았다.”

16551116185644.png“사람을 붙여 추적해 볼까요?”

1655111609489.png“발각당할 거다. 그 제멋대로인 성격으로 그 오랜 시간을 살아남았어. 단순히 강하기만 하지 않아. 눈치도 감도 좋다.”

16551116185644.png“대체 어떤 뱀파이어일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1655111609489.png“제대로 미쳤지. 가장 위험한 건 자기가 미쳤단 걸 숨길 줄도 안단 거고.”

16551116185644.png“…….”

1655111609489.png“추적을 붙이면 오히려 이쪽에 호기심을 가질 테니 놔두어라.”

16551116185644.png“네.”

칼라인은 한숨을 내쉬다가, 서넛이 다시 도마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마른 수건으로 싹싹 닦는 모습을 착잡하게 쳐다보았다. 기르골과 그의 목적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도미스와 같은 얼굴을 한 인간이 떠올랐다. 혹시 기르골이 그 도미스 얼굴을 한 여자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온 건 아닐까? 칼라인의 미간 사이가 점점 좁아졌다. 그 여자는 가짜였지만, 그는 도미스의 얼굴에 죽음이 드리워지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16551116185644.png“칼라인 님?”

마침내 도마를 다 닦아낸 서넛은 칼라인이 움푹 팬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자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칼라인은 그제야 눈동자를 들어 서넛을 보더니, 문가에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1655111609489.png“주인이 지금은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좋겠지. 너는 멜로시 영지로 가야 한다 했던가?”

16551116185644.png“네. 칼라인 님껜 어디로 가란 말씀이 없으셨습니까? 그런 거라면 같이 가시지요.”

1655111609489.png“아니. 나는 이참에 찾을 사람이 있다.”

서넛은 도마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16551116185644.png“혹시 또 기르골과…….”

1655111609489.png“아니. 직접 붙어보니 알겠어. 기르골을 상대하려면 각성한 로드 정도가 아니면 안 된다.”

16551116185644.png“그러면 누구를 찾으시려는 겁니까?”

1655111609489.png“대적자.”

칼라인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1655111609489.png“이 시기에 혼자 돌아다니는 걸 보니 그자도 아직 대적자를 찾아내지 못한 거 같거든.”

  * * * 아이니는 창틀에 턱을 괸 채 노랗고 동그란 달을 바라보았다. 용병단 건물에 딸린 3층 방에서 맡는 공기는 카리센에 있는 황후궁에서 맡는 공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밤공기에는 사람을 괜히 감상적으로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어서, 아이니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우울해졌다. 칼라인을 만났으나 그는 자신이 로드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예전처럼 대해주지 않는다. 그를 만나고 싶어 환생해 찾아왔는데, 이미 그의 마음은 변해 있었다. 게다가 도미스로서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서 아이니로서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지라,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16551116126798.jpg‘헤움.’

한때 너무나 사랑했던 헤움까지도. 그리고 좀비가 되어버린 친구 레들러. 더는 버티기 힘들 만큼 슬퍼져서, 아이니는 달을 보길 그만두고 창문을 잡았다. 문을 닫고 그만 잠들 생각으로. 그때. 핏기없는 새하얀 손이 바깥쪽에서 창문을 같이 덥석 잡았다.

16551116126798.jpg“칼라인?”

그 손을 본 아이니는 기대감에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활짝 웃었다. 화답하듯 창문 뒤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51116275518.jpg“응, 나야.”

아이니는 웃으면서 그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말하려다가 주춤 굳었다. 목소리……는 얼추 비슷하긴 한데. 말투가 칼라인과 전혀 달랐다. 칼라인은 좀 더 딱딱하게 말했다. 저렇게 격의 없고 다정한 말투를 쓰는 게 아니라. 게다가 아주 최근에 그는 아이니가 도미스의 환생이란 걸 부정하고 냉랭하게 가버리지 않았던가. 거기까지 떠올린 아이니는 기분이 이상해져서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16551116126798.jpg“칼라인…… 맞아?”

다시 대답이 돌아왔다.

16551116275518.jpg“맞아.”

지금 들으니 목소리도 좀 다른 것 같다. 아이니는 마른침을 삼켰다.

16551116126798.jpg“그런데 왜 거기 뒤에 있어? 여긴 무슨 일로 온 건데?”

창문을 뒤에서 붙잡고 있던 손이 조금 더 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이 춤을 추듯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차례로 창문을 짚었다. 거기에 지이익 끌려오듯 팔 반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창문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의 얼굴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났다.

16551116275518.jpg“역시 죽이고 가려고 왔어.”

칼라인이 아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한 처음 보는 남자. 남자의 눈동자는 동공도 흰자위 부분도 모두 붉어서, 아이니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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