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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함께할 만큼 특별하진 않아서요 (152/367)

152화. 함께할 만큼 특별하진 않아서요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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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1105840549.png‘또 시작됐다. 또 도미스의 기억이야.’

또다시 도미스의 꿈을 꾸게 되었단 걸 인지하자마자 라틸은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마가 뜨끈하고 뺨 부근은 서늘했다.

16551105840549.png‘도미스가 어디 아픈가.’

그러고보니 좀비에 물렸지.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좀비에게 물리고서도 멀쩡한 것 같더니. 반응이 오기는 오는구나. 귓가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도 도미스의 숨소리 같았다. 도미스를 안고 걸어가는 칼라인은 힘든 내색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안은 사람은 가뿐한데, 오히려 안긴 도미스가 더욱 괴로워했다.

16551105840549.png‘좀 챙겨라 칼라인아.’

도미스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덩달아 괴로워진 라틸은 속으로 칼라인에게 지시했지만, 도미스의 기억 속 칼라인은 라틸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다. 한가득 쌓인 나뭇잎을 밟고 가는 버석한 발소리를 듣고 있자니, 라틸은 이 모든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여겨졌다. 지금의 칼라인은 짐작이나 했을까? 자기가 귀찮은 짐처럼 들고 가는 이 도미스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게 될지?

16551105840562.jpg“구해줘서 고마워요, 칼라인. 기르골.”

먼저 입을 연 건 도미스였다. 여전히 칼라인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도미스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16551105840562.jpg“점점 의식이 사라져가요. 이대로라면 난 얼마 못 가 죽겠죠.”

16551105840569.jpg“…….”

16551105840562.jpg“물론 좀비가 되도 움직이고 먹고 하긴 다하겠지만. 모르겠어요. 좀비가 된 나도 나일까요? 그걸 죽었다 해야 할까요. 살았다 해야 할까요?”

16551105840569.jpg“…….”

16551105840562.jpg“의식이 흐려져요. 저기…… 괜찮으면 내가 유언을 남겨도 될까요? 이대로 그냥 죽으면 좀 억울할 거 같아요. 마지막 말 같은 거 하고 싶어요.”

라틸은 속으로 감탄했다. 죽어가면서도 칼라인을 챙기던 의젓한 모습이 첫인상이어서인가. 유약한 모습도 놀라웠지만, 의식이 사라진다면서 막상 말은 더 많아진 모습도 인상 깊었다. 같은 생각인지 내내 도미스를 무시하던 칼라인도 결국 마지못해 대답했다.

16551105877421.png“마음대로 해라.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성격도 아닌 거 같으니.”

16551105840562.jpg“날 알지도 못하는데. 구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좀비가 되더라도 너무 아프지 않게 죽여줘요. 혹시 내가 죽고 우리 엄마가 찾아오면요, 나는 어디 좋은 데 가서 잘살고 있다고 해줘요.”

16551105877421.png“알았다.”

16551105840549.png‘칼라인 저거, 진짜 대충 대답하네. 도미스 엄마가 누군 줄은 알고 저래?’

16551105840562.jpg“우리 부모님이 양부모래요. 그래서 쫓겨났어요. 주워온 애라고.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동생은 편히 자고 있는데. 나만 쫓겨났어요.”

내내 중얼거리던 도미스는 결국 자기 엄마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기절해 버렸다. 도미스의 모든 감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라틸 역시 덩달아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다가 곧 의식이 끊겼다. 이후 라틸은 당연히 자기는 이 꿈에서 깨어나거나, 아니면 도미스가 깨어날 때 다시 이 장면을 이어서 볼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놀랍게도 보이는 것도 없고 도미스의 속마음도 들려오지 않는데, 칼라인과 기르골의 대화는 희미하게 계속 들려왔다.

16551105840562.jpg“웃기는 아가씨가 귀엽기까지 하네.”

16551105877421.png“이게 귀엽다고?”

16551105840562.jpg“이거라니. 얘 표현하는 거 좀 봐라.”

16551105877421.png“귀여운 건 모르겠고. 차라리 정신을 잃었을 때 처리해주는 게 낫지 않나 싶은데.”

16551105840562.jpg“처리? 죽인다고? 어차피 죽일 테니 미리 죽이자는 거야? 너 진짜 나쁘구나, 칼라인. 이 아가씨는 예비 좀비이긴 하지만 아직은 좀비가 아니거든?”

16551105877421.png“동정심을 베풀자는 거다.”

16551105840562.jpg“빨리 죽여주는 게 동정 같아?”

16551105877421.png“좀비가 되었을 때도 공포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잖나.”

16551105840562.jpg“그보다 로드 위치는? 아직도 모르겠어?”

16551105877421.png“…….”

16551105840562.jpg“아직 모르겠구나. 왜 모르지?”

16551105877421.png“……내가 나이트가 맞는지 모르겠다. 네 말이 맞다면 나는 훨씬 전부터 로드의 위치를 알고 존재를 느꼈어야 하는데.”

16551105840562.jpg“이런. 칼라인. 너무 걱정하지 마. 자네는 확실히 나이트가 맞으니까.”

16551105877421.png“그런데 왜 아직도 로드의 위치를 모르겠지?”

16551105840562.jpg“모든 나이트가 유능하진 않거든. 자네는 나이트는 나이트인데, 좀 무능한 나이트가 아닐까?”

기르골이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뭔가를 퍽 내려치는 소리와 더 심하게 웃어대는 소리, 도망치는 듯 빨라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16551105840549.png‘정말로 사이좋았구나…….’

라틸은 멍하니 생각하다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로드? 웬 로드? 설마 뱀파이어 로드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로드가 뱀파이어 로드만 있는 건 아니다. 아니, 뱀파이어 로드 외 다른 로드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좀비에게서 도미스를 구해낸 두 사람이 로드 운운하고 있자, 그들이 말하는 로드가 뱀파이어 로드처럼 여겨져서 괜히 찝찝해졌다. 그러나 생각이 더 깊어지기 전. 희미한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더니, 마침내 시야가 밝아졌다. 잠시 의식이 끊겼던 그사이에 꽤 오래 걸어온 듯 그들은 더 이상 숲길에 있지 않았다.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이었고, 비슷비슷한 모양의 집들 지붕 굴뚝에서는 연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경치를 살핀 도미스는 제 손을 들어올렸다. 뭘 하나 했더니, 그녀는 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하나. 제대로 달려 있나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신중하게 그 모든 작업을 끝낸 도미스는 칼라인을 올려다보며 더듬더듬 중얼거렸다.

16551105840562.jpg“아직 멀쩡해요…….”

자고 깨어나면 자신이 이미 좀비로 변해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하면서도, 도미스는 칼라인이 자신의 말에 또 반응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라틸은 도미스의 생각과 그사이에 스며든 희미한 실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인 일이 벌어졌다. 내내 도미스의 말을 무시하던 칼라인이 이상한 말을 한 것이다.

16551105877421.png“하루가 지났는데도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니. 보통 인간은 아닌가.”

16551105840562.jpg“하루요? 내가 기절한 지 하루가 지났어요?”

도미스는 당황해서 칼라인에게 되물었으나, 칼라인은 또 대답하지 않았다. 기르골과 칼라인은 도미스를 신기한 생물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받아보는 그 묘한 시선에 도미스는 당황해서 발을 버둥거렸다. 칼라인이 도미스를 놓아주자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반도 가리지 못하는 빈약한 나무 뒤로 숨어서 더듬거렸다.

16551105840562.jpg“내가 이상해서 그래요……? 왜 그렇게들 쳐다봐요……?”

기르골은 조금도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16551105840562.jpg“아가씨가 특별한 거 같아서.”

16551105840562.jpg“특별하다고요? 난, 난 그냥 남들보다 잘난 거 없는 평범한…….”

16551105840562.jpg“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어, 아가씨. 어디에, 누구에게 특별한지가 다 다를 뿐이지.”

16551105840562.jpg“하지만 난-.”

16551105840562.jpg“그리고 내 생각엔 아가씨는 우리에게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는데?”

기르골의 말에 도미스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는 찰나. 칼라인이 도미스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먼저 물었다.

16551105877421.png“우리가 떠나 온 마을에 산다던 흑마법사. 혹시 진짜 너인가?”

도미스는 자신이 엄마를 지키기 위해 한 거짓말을 떠올리고서 얼굴이 빨개졌으나 이번에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16551105840562.jpg“아니요. 전 그런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어요.”

16551105840562.jpg“옆 마을까지 난 소문인데 못 들었어? 그럼 아가씨가 흑마법사 맞는 거 같은데? 그런 소문은 원래 자기 귀에 안 들어가잖아.”

기르골이 히죽거리면서 덧붙인 말에, 도미스는 입을 뻐끔거리다가 자신이 몸을 숨긴 마른 나무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16551105840562.jpg“내가…… 이상한 건가요? 그래서 날 죽이려는 거예요?”

그 말에 기르골은 칼라인 쪽을 힐긋 보더니 낄낄 경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대놓고 비웃자 도미스는 민망해서 입을 다물었다. 기르골은 도미스의 앞에 대고 손을 저었다.

16551105840562.jpg“우린 흑마법사를 죽이려고 찾는 게 아냐, 웃기는 아가씨. 도움을 받으려고 찾는 거지.”

도미스의 민망한 기분은 호기심에 눌려 쏙 들어갔다. 도미스는 여전히 마른 나무에 매달린 채 “무슨 도움이요?” 하고 물었다. 작은 마을에 나타난 갑작스러운 타지인이 신기한지, 마을 사람들이 먼발치에 서너 명씩 모여 셋을 힐긋거리는 바람에 도미스는 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기르골은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게 익숙한지 이번에도 밝고 경쾌한 태도로 대답했다.

16551105840562.jpg“우리 주인을 찾아야 하거든.”

16551105840562.jpg“주인?”

16551105840562.jpg“이때쯤이면 대충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안 보이네.”

16551105840562.jpg“흑마법사는 위치를 알아요?”

16551105840562.jpg“알지도 모르지. 확실한 건 아냐. 그래도 방법은 찾아봐야 하니까.”

기르골은 “안 그래?”하고 칼라인 쪽을 향해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라 작별 인사였다.

16551105877421.png“좀비로 안 변할 것 같으니 이만 헤어지도록 하지. 잘 가라, 인간.”

칼라인과 내내 같이 다닐 생각을 한 건 아니었으나, 난데없이 작별 인사를 들을 줄 몰랐던 도미스는 당황해서 칼라인을 쳐다보았다. 만난 지 얼마나 된 사람들이라고. 갑작스러운 이별에 허무하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결국 도미스는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16551105840562.jpg“나더러 특별하다고…….”

그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도미스는 귀까지 붉어져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말해 놓고서도 이게 무슨 억지인가 싶어서. 하지만 이 텅 빈 투정의 일부는 진실이기도 했다. 기르골과 칼라인이 자신에게 ‘특별하다’고 했을 때. 어쩌면 저들이 자신을 조금 데리고 다녀주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기대였지만, 그 말을 들을 당시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미스는 자기도 모르게 칼라인을 간절히 바라보았다. 어째서일까. 그라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칼라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차 없었다.

16551105877421.png“네가 특별한 건 맞지만, 우리가 데리고 다닐 만큼 특별하진 않은데.”

16551105840562.jpg“!”

라틸은 도미스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감각을 공유했다. 도미스는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자신의 입술을 짓씹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수치스럽겠지만, 은근히 칼라인을 의식하고 있어서인가. 그의 냉랭한 말에 더욱 괴로워하는 눈치였다. 도미스는 마른 나무를 두 손으로 간절하게 움켜잡았다.

16551105840562.jpg“나는…….”

칼라인은 뒷말을 듣지도 않고서 몸을 돌렸다.

16551105877421.png“가지, 기르골.”

기르골은 아쉽다는 듯 도미스를 보며 웃었다.

16551105840562.jpg“웃기는 아가씨라 동행해도 좋을 텐데. 어쩌지? 지금 쟤가 마음이 급해서 저래. 찾아야 할 사람을 못 찾고 있어서.”

아쉽다는 것처럼 말했으나 막상 기르골 역시 미련 없이 칼라인을 따라 그 자리를 벗어났다. 순식간에 그들은 숲으로 돌아가 버렸고 마을에 남겨진 건 도미스 하나였다. 도미스는 얼이 빠진 채 서 있다가 그들을 뒤쫓아갔다. 뒤쫓아가서 뭘 어떻게 하려는 마음도 없었다. 그래도 발길이 닿는 대로 뛰고 뛰고 또 뛰었다. 석양은 그사이에도 점점 어두워졌고 하늘은 까맣게 변해갔다. 열심히 뛰어갔는데도 칠흑 같은 숲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칼라인과 기르골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도미스는 나무둥치에 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손바닥이 땅에 세게 부딪쳤으나 이번에는 도와주는 이들이 없었다. 도미스는 흙에 이마를 대고서 흐느꼈다. 그녀를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새삼 사무치게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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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라틸은 상체를 일으키고서 창밖을 보았다. 하늘은 새까맸다. 아까 도미스가 보았던 그 하늘처럼. 라틸은 마른세수를 하고서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기댔다. 칼라인과 도미스가 그 용병단 맞은편 식당에서 함께 있는 걸 보았을 땐 기분이 나빴는데. 어떻게 될 일일까. 꿈속에서 칼라인이 도미스를 매정하게 떠나가니, 그것도 기분이 나빴다. 꿈은 도미스 시점이라 그런 걸까?

16551105840549.png‘하여튼 칼라인, 처음엔 도미스한테 진짜 쌀쌀맞았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칼라인과 기르골이 찾는다던 그 주인이란 말. 로드, 나이트. 이런 단어들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햇빛 아래에서 멀쩡히 다니는 걸 보면, 그 둘은 절대로 뱀파이어나 식시귀 같은 괴물은 아니었다. 좀비는 외관상 절대로 아니고. 흑마법사도 아닐 확률이 높았다. 자기들이 흑마법사라면 흑마법사를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닐 일이 없으니. 그런데 한참 고민에 잠겨 있다 보니 문밖에서 종이 울렸다. 라틸이 들어오란 뜻으로 같이 종에 달린 끈을 흔들어주자 문이 열리고 시녀가 들어와 칼라인이 방문했단 이야기를 전했다.

16551105840549.png“들어오라 해.”

안 그래도 내내 머릿속이 칼라인으로 가득했던지라, 라틸은 바로 허락하고서 시녀에게 자신과 칼라인이 마실 홍차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칼라인은 시녀와 거의 스쳐 지나가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16551105840549.png“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어?”

라틸은 그가 들어오자마자 덤덤한 척 질문했다. 하지만 속은 전혀 덤덤하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꿈속에서 방금 전까지 계속 보던 칼라인을 현실에서 보다니. 게다가 꿈속에서는 도미스의 심정으로 칼라인에게 일방적으로 관심이 있는 입장이었는데. 여기서는 칼라인이 자신의 후궁이 아닌가.

16551105840549.png“평소엔 이 시간에 안 오잖아.”

16551105877421.png“주인과 산책 도중에 친구를 만나러 갔으니까요.”

16551105840549.png“그게 미안해서 왔어? 상관없다. 내가 가라 해서 간 건데.”

16551105877421.png“그래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칼라인은 라틸의 맞은편에 앉았고, 시녀는 홍차를 가져와 두 사람 앞에 한 잔씩 내려놓고 나갔다. 라틸은 찻잔을 쥐면서 눈앞에 있는 칼라인과 도미스의 기억 속 칼라인을 세세하게 비교해보았다. 그 기색을 눈치챈 건지 칼라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16551105877421.png“왜 그러십니까, 주인? 화난 얼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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