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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누가 누구한테 그런 소릴? (83/367)

83화. 누가 누구한테 그런 소릴?2020.12.13.

칼라인의 눈에 ‘또 그 소린가’ 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아이니는 알 수 있었다. 꿈속에서 본 사랑이 가득한 눈빛과 지금의 이 무감정한 눈빛을 비교하면 모를 수가 없었다.

16551089229418.jpg“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누구신지 모릅니다.”

16551089229424.jpg“칼라인. 나는…….”

16551089229418.jpg“정정하지요. 누구인지 들어서 이젠 압니다. 카리센의 황후시라고요.”

아이니는 혼란스러워서 눈을 연이어 깜빡거렸다. 방금 전 꿈속에서 그토록 다정했던 사람이 지금은 바짝 마른 모래처럼 건조하게 자신을 대하자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16551089229424.jpg“칼라인. 내가 꿈을 꾸었는데-.”

16551089229418.jpg“관심 없습니다.”

16551089229424.jpg“!”

16551089229418.jpg“그리고 황후 폐하의 남편에게 화가 난 거라면 황후 폐하의 남편에게 화를 내십시오. 가만히 있던 우리 아가씨께 화풀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16551089229424.jpg“우리 아가씨……?”

16551089229418.jpg“네. 보고 있기 거북했습니다.”

아이니는 꿈 얘기를 하려던 걸 멈추고 황급히 머리를 저었다.

16551089229424.jpg“화풀이라니? 난 그런 걸 한 적이 없는데.”

사실이었다. 남편이 데려와서 방 안에 숨겨두었다던 여자에게 불쾌한 호기심이 들긴 했다. 그래서 누구인지 한 번 보기 위해 찾아갔으나, 그때도 해코지할 마음은 없었다. 칼라인을 본 후부터는 그에게 온 정신이 다 쏟아져서 다른 쪽으로는 아예 관심도 가지 않았다. 아이니가 그 여자, 칼라인이 말하는 ‘우리 아가씨’에 대해 기억나는 건 그녀의 회백색 머리카락이 억지로 쭉쭉 편 수세미처럼 몹시 결이 나빠 보였단 것뿐이었다.

16551089229418.jpg“일부러 기절한 척해서 그쪽 시녀들을 이용해 우리 아가씨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거 아닙니까.”

16551089229424.jpg“누명이라니? 그런 게 아니다.”

아이니는 시녀들이 그 여자를 마구 밀어붙였던 것조차 몰랐기에 허둥지둥 다시 고개를 저었다.

16551089229424.jpg“난 정말 기절했던 거고…….”

16551089229418.jpg“할 말씀이 그뿐이라면 가겠습니다.”

칼라인이 돌아서자 아이니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아까 그가, 옷을 잡은 그녀의 손길을 뿌리친 게 떠올라 차마 붙잡지 못하고 엉거주춤 손을 내렸다.

16551089229424.jpg‘뭐지? 왜 이러지? 기분이 이상해.’

문이 닫히고 홀로 남게 되자, 아이니는 무언가 잘못되었단 걸 깨닫고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황급히 침실 안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자 눈가가 벌게져 있었다.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라니? 왜 그 여자가 네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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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응접실을 나온 칼라인은 복도 양옆에 줄줄이 붙어선 채 자기를 응시하는 호위와 시녀들을 발견했다. 하나같이 다들 못마땅한 표정들이었다. 주눅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수백 명의 성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적도 있는 칼라인에게 기사와 시녀 몇 명 정도는 검을 들고 노려봐도 무섭지 않았다. 칼라인은 그들 모두를 무시하고서 대리석 복도 중앙을 걸어갔다.

16551089245248.jpg“이봐.”

하지만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기 전. 아이니의 심부름으로 그를 데리러 왔던 시녀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칼라인이 돌아보면서 눈이 마주치자, 시녀는 팔짱을 끼고 있다가 차갑게 경고했다.

16551089245248.jpg“거기 남자. 네 미래를 위해서 한마디 하겠다.”

16551089229418.jpg“…….”

16551089245248.jpg“언행에 조심해라. 황후 폐하께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간, 그 개털 머리 여자랑 같이 사막 한복판에서 깨어나는 수가 있으니.”

칼라인은 표정으로도 말로도 반응하지 않고 그냥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 반응에 시녀는 욱해서 인상을 찡그렸다. 황제 폐하께선 뭐 저런 것들을 궁전에다가? 혀를 찬 시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서 몸을 돌려 응접실로 갔다. 응접실에는 이미 다른 시녀들이 소파에 앉은 아이니를 둘러싸고 있었다.

16551089245248.jpg“폐하. 혹시 그자가 폐하께 무례하기 굴진 않았습니까?”

16551089245248.jpg“문을 열고 나오는데, 딱 보는 순간 그자가 폐하께 제대로 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게 티가 났어요.”

아이니의 표정은 갑자기 사이좋던 부모님에게서 ‘넌 사실 내 딸이 아니란다’ 소리를 들었을 때나 나올 법했다. 그 정도로 충격에 젖은 모습이라, 시녀들은 걱정스럽게 그녀를 위로할 만한 말을 마구잡이로 뱉어냈다. 황제와 황후가 사이가 나쁜 만큼 그녀들은 모두 다 황후의 편이었다. 이 와중에 황제가 데려온 수상쩍은 여자와 그 여자가 데려온 더 수상쩍은 남자가 아이니를 괴롭게 만들자, 그들은 몹시 화가 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16551089229424.jpg“머리가 아프구나.”

그러나 아이니는 갑자기 자신의 안에서 밤껍질이 툭 깨어지듯 나타난 이상한 마음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이 와중에 시녀들이 자꾸 옆에서 떠들어대자 좋은 의도란 걸 알면서도 피로해졌다.

16551089229424.jpg“혼자 있고 싶다.”

아이니가 소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자, 시녀들은 역시 그 시체 같던 남자가 무례하게 굴고 간 거라며 칼라인에게 이를 갈았다. 반면 아이니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에 기대어 앉아 무릎을 꿇어앉고, 자꾸 떠오르는 칼라인의 다정한 미소를 지우려 마구 머리를 두드렸다.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16551089229424.jpg“혼자 있고 싶다니까.”

이에 아이니가 한숨 섞어 말하자, 시녀가 죄송스러워하며 설명했다.

16551089245248.jpg“황후 폐하. 황제 폐하께서 오셔서요…….”

  * * *

16551089260874.jpg“안색이 안 좋은데.”

방 안에 들어온 하이신스는 아이니의 얼굴색과 목덜미의 식은땀을 보고 조금 놀라서 물었다. 아이니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덤덤하게 대답했다.

16551089229424.jpg“조금. 하지만 쉬면 괜찮아 질 겁니다.”

쉬고 싶으니 빨리 볼일을 마치고 가주었으면 좋겠단 말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었다. 하이신스는 그럴 줄 알았단 듯 픽 웃고서 물었다.

16551089260874.jpg“그렇다면 황후가 빨리 쉬도록 얼른 할 말만 하고 가야겠군. 혹시 내가 라트라실 황제에게서 받아주었던 그 쪽지를 기억하시오?”

16551089229424.jpg“네.”

16551089260874.jpg“황후 앞에 헤움 황자가 아직도 나타나고?”

하이신스의 질문에 아이니는 그의 의도가 뭘까 의심스럽게 여겼으나 우선 순순하게 대답했다.

16551089229424.jpg“네.”

16551089260874.jpg“그 일로 의논할 게 있으니 잠시 시간을 내주시오.”

16551089229424.jpg“의논이라니요?”

16551089260874.jpg“라트라실 황제가 그 일에 관해 제대로 의논하기 위해 은밀히 내 쪽에 측근들을 보내 왔소.”

16551089229424.jpg“측근이라면…….”

16551089260874.jpg“황후의 시녀들과 문제가 생길 뻔한 그 회백색 머리 여자와 같이 있던 남자 말이오.”

하이신스의 설명에 아이니는 그 여자가 시녀들이 상상하는 그런 이유로 궁에 머물게 된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하이신스가 말한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에 저절로 관심이 솟아났다. 아이니는 식은땀을 닦는 척 손수건을 꺼내면서 아무렇지 않은 투로 물었다.

16551089229424.jpg“둘 다 라트라실 황제의 측근인가요?”

그 질문에 하이신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16551089260874.jpg“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쪽은 측근이고 한쪽은 애인이지.”

그 대답에 아이니는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바람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섞인 질문을 하고 했다.

16551089229424.jpg“그 여자 쪽인 애인이고 남자가 측근인 거지요?”

16551089260874.jpg“?”

하이신스가 고개를 기우뚱하며 쳐다보자, 아이니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16551089229424.jpg“아닙니다. 시간은 언제 낼까요?”

16551089260874.jpg“지금은 몸이 안 좋을 테니 내일 아침은 어떻소? 식사하면서 얘기하지.”

16551089229424.jpg“괜찮습니다.”

  * * * 그 시각. 로르드 재상은 아들 게스타가 보낸 쪽지를 전달받고 놀라서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시작했다.

16551089245248.jpg“지금 황제가 가짜고, 며칠 전에 쫓겨난 황제가 진짜라고요? 정말일까요?”

16551089245248.jpg“정말일 겁니다. 우리 게스타가 순해서 그렇지 얼마나 똑똑한 애인데.”

16551089245248.jpg“그렇다면 이게 기회예요, 여보. 안 그래도 황좌를 두고 싸울 때 아트락시 공작만큼 나서지 않았다가 공신 자리에서 밀려났잖아요.”

16551089245248.jpg“이번 기회에 폐하를 돕고 공신 자리를 차지하자?”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르드 재상은 아들이 보내온 작은 쪽지 끄트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접었다 펴길 반복했다. 어쩐지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태도여서, 아내는 이마를 찌푸렸다.

16551089245248.jpg“왜요? 다른 생각이 있어요?”

16551089245248.jpg“혼자서 공을 차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레안 황자와 그 지지자들이 가짜가 가짜란 걸 알아도 진짜라고 틈 없이 밀어버릴까 염려됩니다.”

아내는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궁전 안에 있는 황제가 정말 가짜라면, 레안 황자가 그 가짜를 돕고 있단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애초에 가짜가 진짜가 된 것도 레안 황자가 중간에 나서서 가짜를 두둔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레안 황자는 이 기회에 가짜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다가 자연스럽게 자신이 보위를 물려받으려는 건지도 몰랐다.

16551089245248.jpg“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러면 아트락시 공작가에 도움을 청해야 할까요?”

아트락시 공작 이야기에 로르드 재상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구겨졌다. 아내는 혀를 차면서 그의 이마 주름을 엄지로 펴주었다.

16551089245248.jpg“두 사람이 사이가 안 좋은 건 알지만 지금 힘을 합친다면 그 집안과 합쳐야 해요. 귀족 중에 아들을 후궁으로 보낸 건 우리와 그쪽뿐이니까.”

16551089245248.jpg“알아요.”

16551089245248.jpg“알면 이마 좀 그만 찌푸려요.”

16551089245248.jpg“당신은 아트락시 공작이 얼마나 능구렁이 같은 지 몰라서 그럽니다. 그 작자는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당장 폐하께 달려가서 자기들 덕에 일이 해결된 거라 자랑할 작자라고요.”

16551089245248.jpg“먼저 자랑하면 되잖아요. 우선은 공작을 만나 보도록 해요.”

로르드 재상은 아내의 따끔한 말에 더 반박은 못 했으나, 그래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지 팔짱을 끼고 숨을 거세게 쉬다 선언했다.

16551089245248.jpg“이건 확실하게 해 두어야겠습니다, 여보. 난 아트락시 공작을 만나면, 그쪽 아들은 얼굴에 모든 기운이 다 쏠려서 머리도 눈치도 없다고 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 아들은 능력치가 고루고루 분배되어서…….”

16551089245248.jpg“이 인간이? 지금 싸우러 가?”

아내가 도끼눈을 뜨자 재상은 입을 꾹 다물고 힘없이 집사를 불러 지시했다.

16551089245248.jpg“아트락시 공작에게 내가 급히 할 말이 있으니 좀 보자고 말을 전하게. 오늘은 싸우려는 게 아니라 급한 일이라고.”

  * * * 한밤중. 라틸은 올빼미 소리를 듣고 살그머니 눈을 떴다. 창밖을 쳐다본 라틸은 눈을 비비고서 벽 반대쪽에 놓인 침대를 보았다. 그 침대에는 칼라인이 미동도 앉고 누워 있었다.

1655108930358.jpg‘소스란 경이 서넛 경을 만났을까? 타시르는 내 암호를 알아들었겠지? 영리하니까.’

자신을 지지해 줄 사람의 수가 많아진다면 궁전으로 가서 당당하게 가짜와 겨룰 수 있다. 물론 지지자들을 데리고 가도 가짜…… 엄마와 오빠는 발뺌할 테지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다 라틸은 칼라인에게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영상을 알아차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쓰러지지도 않았는데 칼라인이 악몽을 꾸고, 그러면서 마음이 약해진 듯했다. 라틸은 그가 누운 침대 곁으로 다가가 침대 앞에 다리를 펼치고 앉았다.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칼라인의 길쭉한 손가락을 보고 있자니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감각으로 아른아른한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닥에는 붉은 보석이 수북하게 깔려 있고, 거기에 그 ‘도미스’란 여자가 누워 있는 장면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아마 그 여자겠지. 그리고 곁에 누워 있는 칼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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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108930358.jpg‘진짜 엄청나게 좋아했나 보네. 항상 이 여자 꿈이야.’

라틸은 칼라인의 손가락 끝을 손톱으로 꾹 누르려다, 그가 깰까 봐 도로 손을 거두었다. 그러고 있자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51089245248.jpg[다음 생에는 네가 날 사랑하게 하지 않을게.]

슬픔에 작긴 여자의 목소리다. 도미스? 그 여자가 하는 말인가? 하지만 그 여자는 저기 누워 있는데? 그럼 이 말은 누가 한 거지? 의구심을 느끼려는 찰나 환상이 끊겨버렸다. 라틸은 칼라인의 단단한 턱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자신의 침대로 걸어갔다. 이상한 데서 끊겨서 누가 한 말이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보다 슬슬 잠을 자 두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아이니 황후까지 모인 식사 자리에서 말실수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슬슬 자야 하는데…….

1655108930358.jpg‘어라?’

라틸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기묘한 공기를 느끼고서 침대에 누웠다가 또 일어났다. 커튼을 반쯤 들추고서 밖을 보니, 그곳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발밑에 연기를 깔고 걸어가고 있었다.

1655108930358.jpg‘저건 뭐야?’

저 연기는 어디서 나오는 거래? 뭔지 모르겠지만 좀 수상쩍게 여겨져서 라틸은 슬며시 문을 열고 남자가 지나간 쪽으로 가보았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가 지나간 자리에 연기가 덩어리 진 듯 남아 있어서 따라가는 게 어렵진 않았다.

1655108930358.jpg‘저기 있네.’

남자는 분수대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라틸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휙 돌렸는데, 일부러 연기를 흘리고 간 건 아닌 듯 라틸을 보자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16551089245248.jpg[누구냐.]

하지만 곧 표정이 험악하게 변하더니, 남자는 입을 쩍 벌리고서 라틸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1655108930358.jpg‘저거 사람이 아닌가?’

라틸은 보통 사람의 세 배 정도로 벌어진 입과 그 입에 촘촘하게 난 이빨들을 보며 ‘윽’ 소리를 내고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재빨리 손으로는 검을 찾았으나 검이 없었다.

1655108930358.jpg‘젠장.’

이에 놀란 라틸이 그를 발로 차고 옆으로 몸을 굴리려는 순간. 그 괴상한 남자가 갑자기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고개를 파르르 떨고서 라틸을 쳐다보았다. 라틸은 저 괴물이 혼자서 왜 저러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괴물 남자는 오히려 자기가 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16551089245248.jpg[너…… 괴물.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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