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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이 섬세한 발가락을 보세요. (79/367)

79화. 이 섬세한 발가락을 보세요.2020.11.29.

게스타가 한 말은 굉장히 위험하게 들렸다. 지금 있는 황제가 가짜라니. 쫓겨난 황제가 진짜라니. 자칫 이 말이 잘못 퍼져나가면 큰 소동에 휩쓸릴 수도 있었다.

16551088236306.jpg“도, 도련님. 말을 조심해야 해요.”

트리는 사색이 되어 웅얼거리고서는 창문이며 문, 벽 구석구석, 심지어 아까 자신이 운반하다 만 커다란 화병 내부까지 확인했다.

16551088236306.jpg“잘못하다간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16551088236318.png“진짜야. 확실해.”

16551088236306.jpg“왜 그렇게 확신하시는 거예요?”

16551088236318.png“저거.”

게스타는 턱으로 선반 위에 놓인 책을 가리켰다. 황제가 선물로 준 책들을.

16551088236306.jpg“약속한 책이 아니었나요?”

16551088236318.png“아닌 정도가 아니야……. 내가 폐하랑 약속한 건 같이 시간을 내어 놀러 가는 거였어. 그런데 폐하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전혀 그 일은 모르는 눈치였고.”

16551088236306.jpg“잊어버리신 걸 수도 있잖아요.”

16551088236318.png“잊어버리실 수도 있지. 하지만 깜빡하신 거라면 그렇게 확신에 차서 책을 주시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짜 황제는 자기가 나와 약속한 걸 똑똑히 기억하는 것처럼 굴면서 저걸 내밀었어…….”

트리는 두 손으로 입가를 막고서 덜덜 떨었다.

16551088236306.jpg“그, 그러면 어떡하죠? 가짜 폐하가 있단 얘길 꺼낸 건 레안 황자님이시잖아요. 그럼 레안 황자님이 가짜 폐하랑 한패일 가능성이 큰 거 아니에요?”

16551088236318.png“그렇지.”

게스타가 시무룩해서 대답하자 트리는 낯빛이 하얘지더니 “도련님!” 하고 큰 결심을 한 것처럼 힘을 주어 그를 불렀다.

16551088236318.png“왜?”

게스타가 쳐다보자, 트리는 울먹이는 얼굴로 부탁했다.

16551088236306.jpg“이 일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요.”

16551088236318.png“무슨 소리야?”

게스타는 미간을 찡그렸으나, 트리는 그가 기분 나빠하는 걸 알면서도 주장을 굽히지 못했다.

16551088236306.jpg“황자님이 얽힌 일이잖아요. 진짜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좋겠지만, 못 돌아오시면요? 가짜 폐하는 외양이며 행동이 진짜 폐하랑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은 모양인데, 황자님이 가짜 폐하를 지지하면 게임은 끝난 거잖아요.”

16551088236318.png“그렇게 생각해?”

16551088236306.jpg“진실을 알리다가 자칫 잘못하면 진짜 폐하랑 같이 쫓겨날지도 몰라요. 진짜 폐하가 흑마법사 누명을 쓰고 쫓겨난 걸 생각해 보세요.”

트리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속삭였다.

16551088236306.jpg“일이 꼬이면 도련님은 물론 주인어른 분들까지 다 끔찍한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가만히 모른 척 있으면……!”

게스타가 입을 막는 바람에 트리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트리는 의외로 커다란 게스타의 손바닥에 얼굴이 덮힌 채 눈만 끔뻑거렸다. 게스타는 여전히 우울한 눈매였으나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표정이었다.

16551088236318.png“난 국서가 되고 싶어서 여기 온 게 아니야. 그 애의 남편이 되고 싶어서 여기 온 거지.”

게스타는 트리의 입에서 손을 치우고서 슬픈 눈빛으로 자신의 충직한 시종을 바라보며 물었다.

16551088236318.png“넌 이 일을 비밀로 하고 싶어?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 표정은 나무에 하나 남은 말라비틀어진 낙엽처럼 쓸쓸하고 우울해 보였으나, 가련한 표정 아래에는 차가운 생각이 샘솟고 있었다. 게스타는 트리가 이 일을 무조건 비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기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아쉽지만 이 쓸모 있는 부하를 버릴 생각도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말을 그대로 수행할 시종이지, 이런 시종이 아니니까.

16551088236306.jpg“도련니임.”

본인에겐 다행스럽게도, 트리는 게스타의 냉정한 속마음은 몰랐으나 게스타를 그 누구보다 아끼는 마음은 강했다. 게스타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트리는 차마 자기 의견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16551088236306.jpg“알았어요. 도련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트리가 시무룩하지만 순순히 대답하자, 게스타는 얼른 편지 한 통을 써서 그에게 내밀었다.

16551088236318.png“아버지에게 이걸 전해. 내 말을 바로 믿어주실 테니까.”

16551088236306.jpg“예.”

그러고서도 트리가 여전히 불안한지 미적거리자, 게스타는 그에게 다가가 확 끌어안고서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를 냈다.

16551088236318.png“트리. 넌 어릴 때부터 나랑 같이 자랐잖아. 형제나 마찬가지야. 형제이자 친구 같은 사람. 알지?”

16551088236306.jpg“그, 그럼요!”

그를 놓아준 게스타가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믿음이 가득한 눈길을 보내자, 충직한 시종은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짜 황제를 제자리로 돌려놔야겠단 충동이 솟았다. 그래야 도련님이 안심할 수 있다면 반드시.

16551088236306.jpg“염려 마세요. 제가 꼭 도련님을 위해 발바닥이 찢어지도록 움직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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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한편, 타시르의 부하를 불러들이기 위해 당당하게 흑림을 사칭한 라틸은 다시 카리센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16551088295615.png‘소스란 경은 서넛 경이랑 만났으려나.’

중간중간 소스란이 제대로 서넛을 만나 이야기를 전했는지 궁금해졌지만, 당장 여기에서 그 일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는 사이. 마침내 라틸은 카리센의 수도에 도착했다.

16551088295615.png“흑림이 행동을 빨리빨리 하진 않나 봐.”

하지만 이미 대여섯 번은 오갔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예상과 달리 흑립의 암살자들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아 라틸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자존심이 세다더니. 옆에 용병왕 있으니까 무서워서 못 오고 있나.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리 사건 이후 우울해했던 칼라인이 다시 원래대로 무표정하게 돌아왔단 점이었다.

16551088324396.png“궁전 안에는 어떻게 들어갈 생각이십니까?”

16551088295615.png“글쎄…… 그게 문제네.”

라틸은 팔짱을 끼고서 타리움과는 다른 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궁전을 먼발치서 바라보았다.

16551088295615.png“일단 만나야지 도움을 청하던가 할 텐데.”

이번에도 하녀로 위장해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으나, 타리움과 달리 이곳의 서류 심사를 통과할 만큼 완벽한 위장 신분이 없으니 문제였다. 마침 황궁에 무슨 물건을 납품한다며 상단이 들어와 있기에 그들 사이에 숨어 들어가면 어떨까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역시 안 되었다. 그들은 외지인을 잘못 들였다가 문제가 터지면 자기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에 절대로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그렇다고 용병왕 신분을 빌릴 수도 없었다. 용병왕이 타리움 황제의 후궁이 된 이야기는 이미 워낙 유명하니까. 그렇게 이틀을 머물면서 어떻게든 궁전 안에 들어갈 방도를 알아낸 끝에, 마침내 라틸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6551088295615.png“네 도움이 필요해, 칼라인!”

칼라인은 라틸의 아이디어를 다 들은 후.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16551088324396.png“정말……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

16551088295615.png“어. 다른 방법은 생각이 안 나.”

  * * *

16551088236306.jpg“폐하, 지금 상인들이 인부들을 데려와 장식을 설치 중이라 합니다.”

16551088324437.png“그래?”

16551088236306.jpg“예. 잠시 가서 보시겠습니까?”

카리센 궁전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홀 전체 장식을 교체했다. 그리고 이전의 장식 중 쓸 만한 건 창고에 넣어두었다 다음에 재사용하고, 더 쓸 수 없는 건 치우는 식이었다. 이제 슬슬 그 시기이기에 또다시 홀이 분주해진 모양이었다.

16551088324437.png“그래. 가보지.”

예술에 관심이 많은 하이신스는 이번 장식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바쁜 와중이지만 틈을 내어 그곳으로 걸어갔다. 마침 홀의 기둥 주위로 단을 세우고 그 위에 조각들을 세우는 작업 중이었다. 그 주변에는 수레 몇 대가 있고, 인부들이 조심해서 조각들을 내리고 있었다. 각 조각은 모두 천을 씌워 두어서 안의 내용물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들 하나같이 값비싼 것들인지라 인부들은 전문적인 손길로 무척이나 조심조심 행동했다. 하이신스가 홀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그를 힐긋거렸다. 개중에는 유난히 날카로운 눈동자도 하나 있었으나, 사람들 숫자가 너무 많은 터라 하이신스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16551088236306.jpg“아이고! 세상에! 폐하! 오셨습니까!”

그때. 조각들을 가져온 상인이 하이신스를 보더니, 얼른 다가와서 꾸벅꾸벅 인사를 하면서 하하 웃었다. 하이신스가 뒷짐을 지고서 고개를 끄덕이자, 상인은 넉살 좋게 웃더니 천으로 덮어 보이지도 않는 조각상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조각상을 두 손으로 가리켰다.

16551088236306.jpg“저희 상단에서 물건을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대로!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희 상단이 비록 카리센에서 가장 뛰어난 상단은 아니지만, 예술품 분야에서는 세계 그 어느 상단보다 높은 안목을 자랑하고 있다고 제가 감히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거든요.”

16551088324437.png“그런가.”

16551088236306.jpg“예. 뛰어난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면서 늘 고품격의 예술품들을 준비해 두려 노력하지요. 폐하께서 이번에 주문하신 조각들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들입니다.”

말을 마친 상인은 그의 옆에 있는, 모자를 푹 눌러 쓴 조수에게 조각상에 씌워 둔 천을 얼른 벗기라고 눈짓했다. 하지만 조수가 하이신스의 눈치를 보며 바로 행동하지 못하자 상인이 눈을 부릅떴다. 마지못해 조수가 주춤주춤 천을 벗기자, 곧 작은 날개가 달린 새하얀 조각이 드러났다. 상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시키지도 않은 설명을 시작했다.

16551088236306.jpg“저 섬세한 발가락 보이십니까? 저 손톱이며 손가락의 움직임을 표현한 형태가 보이십니까? 참으로 대단하지 않으십니까? 이 옷자락 표현은 또 어떻고요.”

16551088324437.png“그렇군.”

하이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16551088324437.png“제목이 뭐지?”

16551088236306.jpg“<활을 쏠까 말까 고민하는 천사>입니다.”

인부들이 그 조각상을 단상에 세우자, 상인은 이번에는 그 옆에 세워진 조각상의 천을 휙 벗기고서 또 설명했다.

16551088236306.jpg“이건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주인이 주지 않아서 화가 난 개의 의인화>라는 조각입니다.”

16551088324437.png“그런가?”

16551088236306.jpg“예. 표정이 참으로 잘 표현되지 않았습니까? 이 눈매를 보시지요.”

16551088324437.png“그렇군.”

상인은 그 옆의 조각상에 씌운 천을 벗기면서 또 설명을 하고는, 하이신스가 그럭저럭 흥미를 가지고 들어주는 듯하자 신이 나서 연거푸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한 조각상 앞에서 상인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뿌듯하게 웃으면서 아까보다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뻐겼다.

16551088236306.jpg“이 조각상은 특히 대단합니다, 폐하. 이걸 보시면 정말 놀라실 겁니다. 이건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단 그 천재 중의 천재 조각사 메네랑이 자그마치 5년을 들여 완성한 역작 중의 역작이니까요.”

16551088324437.png“호오. 그런가. 주제가 뭐지?”

16551088236306.jpg“미의 신 블라이트의 미소입니다!”

16551088324437.png“기대되는군. 보여라.”

16551088236306.jpg“예!”

활짝 웃은 상인은 이번의 성공적인 납품으로 자신의 상단이 얻게 될 이득을 계산하면서 호기롭게 천을 확 벗겼다가, 헉 소리를 내며 눈을 땅콩처럼 떴다.

16551088236306.jpg‘이게 뭐지?’

상인은 왕밤처럼 커진 눈으로 조각상을 쳐다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미의 신은 어디 가고 웬 못 보던 조각상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조각상은 ‘미의 신’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것 같은 조각이었다. 당황한 상인은 천을 도로 덮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를 보느라 하이신스를 곁눈질했다.

16551088324437.png“호오.”

하이신스 역시 제목과 조각이 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는 듯 눈썹을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16551088324437.png“굉장히 생동감 있군. 미의 신인진 모르겠지만, 메네랑이 천재긴 한가 보군. 살아 있는 사람 같지 않은가.”

16551088236306.jpg“그, 그렇지요.”

상인은 더듬더듬 대꾸하면서 떨리는 눈으로 조수에게 눈짓했다. 이거 뭐야? 블라이트 조각상 어디 가고 웬 이상한 조각상이 있어? 조수는 덜덜 떨면서 모르는 일이라고 고개를 바리바리 저었다. 그 모습이 지극히 수상해 보였으나, 이 자리에서는 추궁할 수가 없었다.

16551088324437.png“그런데 상인.”

16551088236306.jpg“예, 예, 폐하!”

16551088324437.png“제목에 ‘미의 신’이 붙은 거야 그렇다 쳐도, ‘미소’는 왜 붙은 거지? 이 조각상은 웃는 얼굴이 아닌데.”

16551088236306.jpg“예?”

하이신스 황제의 질문에 상인은 애써 침착을 가장하고서 조각상 표정을 살폈다. 황제의 말 그대로 조각은 표정이 애매했다. 굳이 따지자면 웃는 얼굴이긴 한데. ‘너무 웃어서 턱이 떨어질 것 같아’를 외치는 괴로운 표정에 더 가까웠다.

16551088236306.jpg“그, 그것이…….”

상인이 쩔쩔매는 사이. 하이신스는 이 와중에 홀로 깨달음을 얻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16551088324437.png“그렇군. 미의 신이란 것도 미의 신이 짓는 미소란 것도 결국 사람들의 환상이 만들어낸 것이라 이 뜻일까? 그 미소를 짓기 위해 저 내면에 있는 사람은 저렇게 근육이 아플 정도로 고생하고 있다, 이런 뜻? 심오하군.”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상인은 일단 무조건 수긍하며 물개박수를 쳤다.

16551088236306.jpg“그, 그럼요! 아무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황제가 알아서 잘 해석해주는 듯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 순간.

16551088324437.png“음?”

하이신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웃했다. 그 방향을 따라 상인의 심장도 같이 철렁했다.

16551088324437.png“상인.”

16551088236306.jpg“예, 예, 폐하!”

상인은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을 애써 감추며 황급히 대답했다. 하이신스는 손가락으로 조각상을 가리켰다.

16551088324437.png“저 조각상.”

16551088236306.jpg“예.”

16551088324437.png“방금 좀 움직이지 않았나?”

16551088236306.jpg“예?”

조각상이 바뀐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데. 설마 조각상에 금이라도 간 건가. 부서지려고 움직이는 건가. 상인은 더욱 패닉에 잠겨서 그럴 리 없다고 허둥거렸다.

16551088324437.png“아니, 방금 분명 움직인 것 같았는데.”

하지만 하이신스는 자신이 본 것을 믿고 조각상 가까이로 다가갔고, 상인은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상단의 조수와 조각상을 운반한 인부들에게 무언의 항의를 계속했다. 그 사이. 조각상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하이신스는 코앞에서 완전히 백색인데도 사람처럼 보이는 조각상의 팔을 보자 신기해서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16551088324437.png“참 현실적으로 만들었군.”

그러자 딱 그 부분만 살이 쏙 들어갔다.

16551088324437.png“!”

놀란 하이신스는 자기가 누르고 자기가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왜 조각에 살이……? 그 순간.

16551088295615.png“나야, 라틸.”

조각상이 웅얼거렸다. 이번엔 하이신스가 뜨악한 얼굴로 조각상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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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1088324437.png‘라틸?’

물론 조각상으로 위장 중인 라틸은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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