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타시르와 두 번째 데이트2020.09.16.
아무 생각이나 최대한 가벼운 거. 진짜로 가벼운 거. 뭐든 좋으니까. 라틸은 창틀에 쪼그리고 앉은 채 까만 하늘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세뇌하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가벼운 생각 아무거나 없어? 키스 말고. 아니, 키스 관련한 거라도 괜찮아. 그래. 키스 실력으로 따지면 하이신스가 제일 좋았다. 그렇겠지. 가장 많이 해봤을 테니. 그 다음이 적극적인 클라인. 하지만 얘는 얘대로 바다사탕 맛이 나서 좋았어. 순서로 치면 대신관이 가장 마지막이지만, 키스를 못 하는 대신관은 못 하는 대로 또 귀여운 맛이 있었지.
“……아냐. 이건 아냐.”
라틸은 창문에 머리를 댔다. 밤공기를 받아 더욱 차가워진 유리가 열기를 식혀주었다. 그 냉기를 갈구하며 창문에 머리를 비비다가, 라틸은 한숨을 내쉬고서 일어섰다.
‘이 얘기는 평생 아무에게도 하지 말자.’
몇 시간 전. 하이신스가 ‘내 동생하고도 키스 해봤어?’라고 묻는 순간. 라틸은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물론 하이신스가 짜증나긴 한데, 그 충격 가득한 눈동자에 대고 차마 ‘사탕 물고 해봤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생각하니 어마어마하긴 하네. 형제와 모두 키스해 보다니.’
또다시 얼굴에 화끈 열이 올라와서, 라틸은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서 침대로 달려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수영하듯 허공을 찼다. 갑자기 클라인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그냥 기분상. 그때. 응접실과 연결된 방울이 침대 옆에서 딸랑딸랑 울렸다. 누군가 찾아왔단 소리였다.
‘설마 클라인인가?’
이 와중에 클라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대부분 클라인이다. 모른 척 그냥 잠들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으나, 라틸은 가까스로 침대에서 내려가 가운을 걸치며 물었다.
“누구야?”
시녀가 밖에서 바로 대답했다.
“폐하. 타시르 님께서 폐하를 뵙고 싶어하십니다.”
다행히 클라인은 아니었다.
“들어오라 해.”
그런데 타시르는 갑자기 왜? * * *
“아이니 황후가 미쳤다고?”
예상과 달리 타시르는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게다가 옆나라 이야기였다. 하이신스의 아내인 아이니 황후 이야기.
“틀라 황자와 헤움 황자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 다 죽은 사람이니까요. 죽은 사람이 살아났단 이야기가 거의 동시에 나오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타시르가 찻잔에 대고 후후 뜨거운 차를 식히는 동안 라틸은 팔짱을 끼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
“우연일 수도 있긴 한데. 혹시 모르니 폐하께 알려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잘했어.”
“여전히 칭찬은 말로만 해주시는군요.”
“뭐로 받고 싶은데?”
“다 아시면서…….”
타시르가 말로는 부끄러운 척 굴면서 손은 노골적으로 단추 푸는 시늉을 하자, 라틸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귀한 정보를 물어와 놓고서는 왜 이렇게 가볍게 구는 거야?
“일일이 단추 푸는 걸 보니 아직 한 방에 벗겨진단 옷은 개발 중인가 봐?”
라틸이 놀려댔으나 타시르는 꿋꿋했다.
“한 번 대보시면 압니다. 여기.”
그가 단추 안쪽을 가리키자 라틸은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개발이 끝난 건가? 한 번 툭 건드려 보고 싶긴 하다. 툭 건드리면 진짜 옷이 한 번에 벗겨지나? 그러다 라틸은 타시르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였나. 단추 푸는 시늉을 하던 그는, 한 팔로 턱을 괴고서 라틸을 귀엽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아 귀여워요. 눈 굴리는 거 봐.”
“황제를 보는 시선이 아닌데?”
그걸 본 라틸이 눈살을 찌푸리며 타박하자 타시르는 입꼬리가 더욱 말려 올라갔다.
“그럼 전 벌을 받아야겠군요.”
쟤가 말하는 벌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벌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 건…… 착각인가. 라틸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맞아.” 하고 대답했다. 그러고서 손가락으로 방문을 가리키자, 타시르는 재미없는지 어깨를 떨구고서 순순히 나갔다. * * *
‘아이니 황후. 별로 좋은 상황에서 만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되게 다부진 사람 같았는데.’
라틸은 아이니가 머리를 다치지 않고서야 난데없이 미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이신스는 아이니와 그녀의 가문이 그의 숨통을 조르듯 주위를 물샐 틈 없이 싸고 있다 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잠시라도 황제를 그렇게 옭아매는 게 어딘가. 사감을 떠나서, 황제인 하이신스를 그 정도로 압박할 정도면 정신력이 대단할 거 아닌가?
‘타시르 말이 맞아. 아이니 상황과 내 상황이 어쩌면 비슷할지도 몰라.’
카리센에서 죽은 황자도 되살아났고, 타리움에서 죽은 황자도 되살아났다. 물론 두 쪽 다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조사해 볼 가치는 있었다. 문제는…….
‘원래 연락하던 사이도 아닌데. 내가 뜬금없이 아이니한테 내 이복오빠도 죽었는데 살아난 것 같다 말하면…… 안 믿을 거 같은데.’
원래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아니, 친한 게 더 이상한 사이다. 게다가 ‘네 전 남자친구가 살아났어? 내 이복오빠도 살아났어!’라고 말하려면 꼭 아이니 황후에 대해 계속 알아본 것 같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런 걸 무릅쓰고서라도 말을 해보자니, 틀라 황자가 살아 있단 얘기가 그쪽에서 새어나갈까 봐 걱정이었다.
‘일단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보자.’
* * * 다음날. 하이신스의 존재를 애써 무시한 채 평소처럼 황제로서의 일정을 소화한 후. 라틸은 혼자 조용히 식사하기 위해 테라스에 테이블을 놓으라 지시했다. 그곳에서 정원이나 구경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배를 채울 생각이었다.
“폐하. 오늘도 새로운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타시르가 먼저 찾아왔다.
“새로운 소식?”
“폐하께서 즐거워하실 소식이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타시르는 아무 일 없이 놀러 오는 타입은 아니었다. 얼굴을 마주하면 말의 반은 말장난이지만, 그것도 다 볼일이 있어서 온 김에 떠들어대는 거지 말장난 자체가 목적인 적은 없었다.
“타시르가 먹을 식사도 준비해오너라.”
이 때문에 라틸은 타시르에게 맞은편에 앉으라 말한 뒤 하인에게 지시했다. 잠시 뒤. 하인이 1인분의 식사를 더 가져와 타시르 앞에 놓아주고 물러나자, 라틸은 타시르에게 식사를 권하며 물었다.
“먹으면서 말해. 내가 즐거워할 소식이 뭔데?”
“제 옷은 이제 폐하의 눈길 한 번에도 훌렁 내려갈…….”
“가.”
“농담입니다. 의외로 퍽퍽하시네요.”
라틸이 가자미눈을 하자 타시르는 괜히 포크와 나이크를 집고 시선을 내렸다. 그러고는 마침 접시 위에 올라온 구운 가자미를 보면서 “여기 폐하가?” 하고 중얼거렸다.
“너 진짜 가.”
그걸 본 라틸이 정색하고서 재차 말하자, 타시르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농담입니다. 그런데 진짜 퍽퍽하시네요.”
“여봐라! 손님 가신다!”
“폐하께서 제게 맡기신 일 말입니다.”
“!”
진짜로 중요한 일이라 라틸은 놀라서 타시르를 쳐다보았다.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시종이 라틸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테라스로 나오자, 라틸은 “아니, 됐다. 나가도록.” 하고 손을 내저어 돌아가라 지시했다. 시종이 나가자 라틸은 다시 타시르를 재촉했다.
“알아냈어? 정말 틀라가 선제폐하 암살과 관련이 있더냐?”
“선제폐하의 무덤을 훼손한 범인이 틀라 황자님이 살아 있다 말했다 하셨잖습니까.”
“그랬지. 한데 그게 왜?”
“그래서 그쪽도 같이 조사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이상한 거?”
“실종된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실종된 사람들?”
“아, 폐하께서 생포한 자들 말입니다. 왜, 추적을 눈치채고서 우르르.”
“아아.”
라틸은 1경비단 소속 폴을 미행하던 중 여우 가면과 자신에게 몰려들던 이들을 떠올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여우 가면과 한 패라 여겼는데 아니었지. 비밀리에 벌인 일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자들이 실종되었다 여기는구나.
“이걸 보십시오.”
라틸은 타시르가 건넨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건 암호로 된 종이였는데,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해석본이 적혀 있었다.
“해석은 제가 적은 겁니다.”
“세크리 경매장…… 열두 번째로 출품되는 물건.”
라틸은 종이를 다시 타시르에게 건넸다.
“세크리 경매장이 뭐지? 처음 듣는데?”
“불법 경매장입니다.”
불법 소리에 라틸의 한쪽 눈썹이 삐죽 위로 올라갔다.
“불법?”
* * *
“이러려고 말씀드린 건 아니었는데요.”
타시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라틸은 얼굴의 반을 가린 복면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 코 위쪽으로 쭈욱 올렸다.
“거짓말.”
“진짭니다. 폐하께서 설마 불법 경매장에 친히 납실 줄이야, 제가 어찌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타시르에게 불법 경매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라틸은 세크리 경매장이 오늘 자정에 열린단 걸 확인하자마자 일부러 그 장소로 직접 찾아갔다.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니, 단시간에 일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것도 번거로워 직접 여기로 온 것이다. 물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긴 있었다. 대신관. 그가 단순히 대신관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낙차 후궁의 저주, 그동안 벌어진 사건, 입궁 시기 등을 고려할 때 대신관은 내부의 적일 확률이 거의 없어서였다. 그러나 그는 성격 자체가 공 같았다.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라 이런 일을 맡기기엔 조심스러웠다. 지위 자체가 적들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 직접 온 것이긴 한데…….
“난 이런 데가 있는 줄도 몰랐어.”
“황족들이 오갈 만한 곳이 아니니까요.”
“그러네.”
라틸은 눈 밑이 퀭한 사람이 걸어와 타시르에게 마약을 사고 싶다며 매달리는 걸 보다 혀를 찼다. 타시르가 다른 사람 눈에도 마약상으로 보이는 걸 보고 웃어야 할지, 수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암시장이 열리는 데에 화내야 할지.
“근데 난 경매해본 적 없는데.”
“별거 없습니다. 저기 저 건물에서 경매가 진행되는데, 입장할 때 번호가 써진 판 같은 걸 주거든요? 순서대로 진행자가 가격을 부르면,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가격을 듣고 미리 받아둔 번호판을 들어 올리면 됩니다.”
“잘 아네?”
“네. 정 안 되면 제가 나설 테니까 염려 마시지요.”
어차피 그럴 생각이라 염려까진 하지 않았는데. 굳이 이걸 또 지적할 필요는 없겠지. 이후 두 사람은 시간을 기다려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는데, 대부분이 라틸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고서도 30여분 뒤에야 경매가 시작되었는데, 라틸이 예상한 바와 달리 모든 절차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치열할 줄 알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불법 경매장이잖아.”
그러고 있자니 순식간에 순서가 지나가 마침내 쪽지에 적혀 있던 ‘열두 번째 물건’이 나왔다. 뭘까. 그 수상한 자들은 대체 뭘 사려고 했던 거지? 라틸은 열번쯤 순서 때부터는 하품하고 있다가, 자신이 노리는 물건 순서가 오자 자세를 바로 하고 무대를 쳐다보았다.
“자, 이번 순서는 사라진 나라의 도시, 아도마르에서 발굴된 고지도입니다.”
‘지도? 게다가 오래된 지도?’
라틸은 고개를 기웃했다. 그 험악한 무리들이 날짜까지 써 놓고 구입하려던 게 지도라고? 너무 어울리지 않는데?
“그럼 500만 바르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쨌든 열두 번째 물품은 지도였고,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타시르가 옆에서 “여기서부터 들어올리면 됩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라틸은 판을 들지 않고, 이마를 찡그린 채 진행자 옆 전시대에 올라온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혹시 알려드린 방법을 까먹으셨나? 다른 이들이 몇 번이나 판을 들어도 라틸이 가만히 있자, 결국 타시르는 보다못해 자기가 들려 했다.
“아니, 됐어.”
하지만 라틸은 타시르조차 손을 들지 못하게 했고, 타시르는 의아하지만 일단 라틸이 하자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그리고 경매가 끝난 후.
“물건을 왜 안 사신 겁니까?”
타시르가 의아해서 물으려는데, 라틸이 성큼성큼 어딘가로 걸어갔다. 타시르는 그 방향을 보고서 감탄했다.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그냥 직거래를 하시려는 거군요?”
라틸이 향하는 방향에는 그 ‘열두 번째 물건’을 구입한 이들이 있었다. 게다가 직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경매장에 기록을 넘기지 않고 조용히 물건을 얻을 수 있단 것뿐만이 아니었다.
“과연. 이렇게 하면 혹시 저자들이 그자들과 한 패인지도 확인할 수 있겠군요. 영민하십니다.”
라틸이 잡아넣은 이들 중엔 머리 역할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니 ‘열두 번째 물건’이 아주 중요한 것이라면, 아마 그들의 주인은 다른 부하를 보내서라도 물건을 구입하려 할 터. 라틸은 그걸 노린 게 분명했다. 타시르는 경매장 구경만 하는 줄 알았던 라틸이 어느새 머리를 쓴 걸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라틸처럼 타고나길 권력이 대단한 사람, 게다가 이후에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된 귀족들은 뭐든지 권력으로 다 해결하려 드는 나쁜 습관이 있는데. 라틸은 권력보다 머리를 쓰니 신기했다. 그 사이. 라틸은 물건 산 사람의 마차 옆에 도착하더니, 창문 너머로 마차에 탄 사람에게 바로 요구했다.
“너희가 아까 경매장에서 산 물건을 우리가 사고 싶은데.”
마차에 탄 사람은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는데, 정면을 쳐다보다가 라틸이 말을 걸자 힐긋 눈동자만 돌렸다. 그러나 대답은 하지 않고 다시 정면으로 눈을 돌려 말없이 라틸을 무시했다. 황제는 거래에 직접 나서는 사람은 아니기에, 타시르는 이 모습을 보다가 자신이 나서야 할지 좀 더 라틸을 지켜보아야 할지 고민했다. 여기서 라틸이 무엄하다고 화를 냈다간 모든 게 말짱 헛고생이 되어 버리니까. 그러나 라틸은 범죄자일지도 모를 사람이 자기를 무시하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다시 말했다.
“안 팔면 손해일걸? 진짜 비싸게 주고 살 거거든.”
그 말에 마차 안에 탄 사람이 시선은 여전히 정면에 둔 채 차갑게 비웃었다.
“얼마를 주든 안 판다. 가라.”
그 순간. 대체 언제 들고 있던 건지 라틸이 작은 단도를 그자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며 웃었다.
“그게 네 목숨값인데도?”
“!”
상황을 지켜보던 타시르는 뜨악해서 자기도 모르게 따졌다.
“직거래 하신다면서요!”
“직거래잖아.”
‘직거래는 무슨!’
“그건 강도질이라 하는 겁니다!”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여기는 불법 경매장인데.”
“!”
“내 양심은 합법적인 이들에게만 발휘된다.”
라틸이 권력 대신 머리를 쓴다고 감탄했던 타시르는 아까의 감탄을 도로 물렸다. 이건 머리를 쓰는 게 아니었다. 검을 쓰는 거지. 그러나 웬일인지, 라틸의 협박을 듣자 내내 냉랭하게 굳어 있던 마차에 탄 사람의 가면 아래 입꼬리가 처음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