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2020.08.16.
라틸은 되도록 서넛이 술을 많이 마시도록 유도했으나, 눈치껏 자신도 마시긴 해야 했다. 아니면 너무 의도가 빤히 보일 테니까.
“폐하.”
“어엉? 왜 부릅니까?”
“……그만 마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누구 망대로?”
“발음이 꼬이고 있습니다. 취하셨습니다.”
그러나 연거푸 술을 마셔도 서넛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서넛이 마시는 걸 보면서 눈치껏 마신 라틸이 오히려 혀가 꼬였을 뿐.
“써넛 경, 내 발음이 어쨌다고오?”
“아까 꼬였고 지금은 강해졌습니다. ……좀 늘어지기도 하고.”
“내에 발음이이?”
완전히 술에 취한 라틸이 몸을 모로 돌린 채 눈만 부리부리하게 뜨고서 되묻자, 서넛은 픽 웃고서 손을 내밀어 라틸이 똑바로 앉게 어깨를 슬쩍 밀어주었다. 그러나 라틸은 10시 방향 각도에서 2시 방향 각도로 바꾸어 몸을 기울일 뿐, 영 똑바로 앉질 못했다.
“피넛 경. 나 이렇게 앉을까? 이러면 어떻습니까?”
“피넛은 누굽니까.”
“윌리엄, 삐뚤어졌네. 똑바로 앉아.”
“……이젠 완전히 관련 없는 이름이 됐습니다. 제 이름이 흔적도 안 남았어요.”
서넛이 웃으면서 알려주었지만, 라틸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서넛의 속마음을 들으리란 계획은 사라져 있었고, 이성은 알코올의 수영장에서 열심히 허우적허우적하느라 바빴다. 결국 라틸이 완전히 술에 취해서 테이블에 이마를 쿵 박고 그대로 잠들자, 서넛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절 취하게 하려던 거 아니셨습니까.”
그제야 라틸을 놀려보지만 상대는 이미 잠들어서 대답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서넛은 턱을 괸 채 쌕쌕 알코올 냄새를 뿜어내는 라틸을 구경했다. 이마를 찌푸릴 때마다 떨리는 속눈썹과 멋대로 구겨졌다 펴지길 반복하는 이마,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입술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넛은 라틸의 표정 하나하나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이런 때가 많지 않단 걸 알기에, 그저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차마 눈도 깜빡일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라틸을 바라보다가 서넛은 비어 있는 라틸의 술잔에 자신의 술잔 속 술을 따랐다.
붉은 술이 투명한 잔 안으로 들어가며 찰랑이자, 그걸 보는 서넛의 마음도 함께 찰랑였다.
“내 마음도 이렇게 전할 수 있다면…….”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소리에 서넛은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밀려나며 끽 소리를 냈으나, 라틸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기네스 백작부인.”
소리를 낸 사람은 라틸의 유모였다. 라틸이 “내가 술에 취해 그냥 자고 있으면 유모가 좀 챙겨줘.”라고 말했기에, 방 안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들어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유모가 우두커니 서서 쳐다보자 서넛은 시선을 내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방금 보신 건 모른 척해주셨으면 합니다.”
유모는 대답하는 대신 서넛과 라틸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서넛에게 따라오란 신호를 보냈다.
“잠시 자리를 비켜줘요.”
서넛을 응접실로 데려간 유모는, 그곳에 있는 시녀들을 모두 내보낸 뒤. 서넛을 방 가운데 세워 놓고서 딱딱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넛 경. 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연인만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
“폐하께선 경을 남매이자 친구로 여기고 계세요. 그런데 서넛 경이 페하께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면, 폐하는 부담스러워지실 겁니다. 서넛 경의 마음을 받든 받지 않든 이전처럼 대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녀의 말은 모두 옳았기에 서넛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폐하께 필요한 건 등을 맡길 수 있는 근위기사이지, 힘이 되어주지 못할 국서나 많고 많은 후궁 중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마음을 숨기세요.”
“!”
“폐하께 절대로 그 마음을 들키지 않아주었으면 합니다.”
“…….”
“오늘 같은 일도 자제해주었으면 좋겠군요.”
서넛은 레안의 친구였기에, 유모 역시 그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다. 당연히 이런 말을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서넛의 유모가 아니라 라틸의 유모였다. 라틸을 최우선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서넛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유모는 일부러 돌아서서 부탁했다.
“전 폐하의 옷을 갈아입히고 재워드려야 하니, 그만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폐하께서 일어나시면, 서넛 경이 술 취한 폐하를 예의 바르게 보살피고 있었다 전해드리겠어요.”
“예.”
유모는 침실로, 서넛은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로 나온 서넛은 문을 힘없이 닫으면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미적거리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복도를 걸어가 라틸의 방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왜 서넛 경은 늘 슬픈 얼굴일까?’
그 뒷모습을,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한 시녀가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일전에 서넛이 라틸의 방에서 피에 젖은 몸을 급히 씻었을 때, 피 묻은 옷을 받아 들고 나갔던 시녀였다.
“뭐 그렇게 쳐다봐?”
옆에 있던 시녀가 그 모습을 보고는 의아해 물었다.
“너 서넛 경 좋아해?”
그녀는 질문에 잠시 멍하니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아. 서넛 경이 지나가면 저절로 막 눈이 따라가. 말도 걸어보고 싶고. 근데 서넛 경은 늘 폐하하고만 말해서 기회를 못 잡겠어.”
시녀가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자, 건성으로 물어봤을 뿐이던 다른 시녀가 깜짝 놀라서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면 빨리 가문에 알리고 혼담을 넣어달라 해. 서넛 경은 원래도 가문이 좋은데, 폐하 최측근까지 되면서 지금 사윗감으로 인기가 엄청 많아졌단 말이야. 노리는 집안이 많을걸? 꾸물거리면 늦어!”
* * *
“아…… 목이 칼칼해.”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라틸이 숙취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자, 유모는 따뜻한 꿀물을 가져다주며 혀를 찼다.
“그러게 웬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세요? 별로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마시고 싶어서 마신 게 아니라!”
서넛을 취하게 하려던 건데! 하지만 이 말을 하면 유모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라틸은 어물어물 입을 다물고 꿀물만 마셨다.
“서넛 경은? 어제 잘 들어갔어?”
“네. 술 취한 폐하를 잘 보살피고 있더라고요.”
달고 따끈한 물이 위로 들어가자 쓰린 속이 그제야 좀 가라앉았다. 라틸은 빈 그릇을 유모에게 다시 건네면서 속으로 서넛을 타박했다.
‘에이, 술꾼 같으니라고. 뭔 술을 그렇게 잘 마셔?’
어쨌든 1차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면 2차 시도를 해야 할 텐데. 당장 또 불러서 술을 마시게 했다가는 자신의 수상쩍은 의도가 들통날 것 같았다.
‘또 마시게 해 봐야 취할 것 같지도 않고. 어쩔 수 없지. 서넛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결국 라틸은 순서를 바꾸어서, 이번에는 제일 난도가 낮아 보이는 게스타를 노려보기로 했다. 물론 게스타에겐 따로 일을 지시한 적도 없고 지시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후궁 아닌가. 궁전의 심장부에 함께 거주하는 사람이니만큼 후궁들은 배신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모두 치명적일 수 있는 이들. 시험해 봐서 나쁠 건 없었다. 마음먹은 라틸은 오늘 업무를 다 끝낸 뒤, 저녁에 게스타를 직접 찾아가 술을 마시게 상황을 이끌었다.
“폐하께서는 술을 좋아하시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필요할 때 가끔 마시면 좋잖아. 분위기도 오르고.”
“네에…….”
“솔직한 대화도 나눠볼 겸 같이 마셔보고 싶었어.”
라틸은 수더분한 미소를 띠고서 내내 게스타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게스타는 얼굴이 벌게졌지만 라틸이 주는 대로 술을 홀짝홀짝 남기지 않고 받아 마셨다. 하지만…….
‘와. 대단하네.’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취할 것처럼 생긴 게스타도 술이 제법 셌다. 서넛처럼 아예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내내 쑥스러워하는 미소를 띤 얼굴이 그대로 쭉 갔다. 심지어 게스타는 처음부터 얼굴이 붉은 상태여서, 나중에는 술 때문에 붉어진 건지 라틸을 보고 붉어진 건지 구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술…… 잘 마시네?”
‘물렁한 인상인데.’
나중엔 보다 못한 라틸이 놀라서 중얼거리자, 게스타는 갑자기 라틸 쪽으로 몸을 슬쩍 기대며 중얼거렸다.
“많이 마시긴 했나봅니다. 좀 어지럽고…… 그래요.”
“그래?”
“네. 사실 전 술이 약해서…… 하지만 폐하께서 주시니 계속 마셨습니다.”
“그래? 정말로?”
“그럼요.”
게스타가 라틸을 보며 맹하게 웃었지만, 라틸은 속지 않았다. 술에 취했다면서, 게스타에게서는 속마음이 조금도 들려오지 않았으니까. * * * 다음날 저녁. 연달아 두 번이나 계획이 실패하자, 라틸은 이번엔 클라인을 찾아갔다 클라인은 한 번 혼자 흥분해 라틸에게 속내를 들키기도 했고, 같이 술을 마셔본 적도 있어서였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클라인은 라틸과 같이 술에 취해 정원에서 잠든 전적도 있으니, 서넛과 게스타만큼 술에 강하진 않을 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하리라 생각한 라틸은, 클라인과 마주앉게 되자 연달아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웃었다. 예상대로 클라인은 점점 눈이 풀리더니 술에 완전히 취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술에 취한 모습. 그때쯤 라틸은 옳다구나 싶어서 슬쩍 질문을 꺼내보았다.
“클라인. 내 말 들려?”
[폐하 목소리…….]
‘된다!’
꾸벅꾸벅 조는 클라인에게서 드디어 대답이 들려오자, 라틸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의외로 클라인 난도 제일 낮구나.’
어쨌든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 순간을 알차게 이용해야 했다. 라틸은 클라인이 혹시라도 정신을 차릴까 봐 술을 한 잔 더 따라 건네면서 준비했던 질문을 중 하나를 해보았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폐하는 내게 푹 빠졌어.]
“내가? 진짜?”
[그럼. 폐하는 날 사랑해. 날 연모해. 이걸 표현해 준다면 더 좋을 텐데. 꼭 내가 짝사랑하는 거 같잖아.]
‘뭐라는 거야?’
라틸은 클라인의 자신만만한 속마음을 듣고 웃다가 또 물었다.
“선황제가 돌아가신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하고 무거운, 그리고 이런 계획을 세우면서까지 후궁들에게 물어보고 싶던 화제였다. 그러나 클라인은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새 깼나?’
라틸은 술에 취해 축 늘어진 클라인의 얼굴을 슬쩍슬쩍 눌러보면서 그가 그 사이에 깼는지 안 깼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깬 게 아닌지, 그 상태로 속마음이 들려왔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폐하가 얼마나 슬플지 알아.]
“!”
[형님은 아버지가 죽었을 때 너무 급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슬퍼할 겨를이 없었어. 내가 괜찮냐고 위로하려 하면, 황제에겐 이런 위로가 필요 없다면서 거절했지. 개자식. 제가 그렇게 잘났나?]
‘하이신스랑 안 친한가?’
[……폐하도 그럴까 봐 위로할 수가 없어.]
“!”
[슬플 때 그걸 드러낼 수조차 없으면 힘들 텐데.]
라틸은 착잡한 눈으로 클라인을 내려다보았다. 클라인은 그새 또 잠에 취했는지, 생각을 멈추고 숨만 색색 쉬다가 아예 탁자에 얼굴을 박았다. 탁자에 눌린 그의 한쪽 뺨이 찹쌀떡처럼 납작해진 걸 보다가, 라틸은 한숨을 내쉬고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방금 클라인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 하이신스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자신은 그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단 걸. 배신자로만 여겼던 하이신스에게도 매일 밤 울면서 힘들어했을 순간이 있었단 걸. 그리고 클라인. 하이신스가 보낸 첩자는 아닌가 의심했지만, 클라인은 라틸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듯했다.
‘일단 넌 범인이 확실하게 아니야. 그렇지?’
이렇게 이상한 일이 있을까. 뒤통수를 친 전남친의 동생이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이라니. 라틸은 클라인의 어깨를 토닥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라인의 시종에게 주인을 챙기라 하고서, 라틸은 자신의 침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폐하.”
그러나 클라인이 잠긴 목소리로 라틸을 부르고는 가지 말라면서 손을 뻗자, 라틸은 그걸 두고 가버릴 수가 없었다. 붙잡은 손엔 힘이 없었지만 라틸은 꿈쩍도 하지 못했다.
“이상한 또라이.”
라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품에 안고 등을 다독거렸다.
“넌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알아?”
* * *
‘일단 클라인은 무덤이나 편지 건이랑은 확실하게 관련이 없어. 날 위로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 외엔 안 하니까.’
다음날. 라틸은 유일하게 자신에게 속마음을 보여준 클라인이 예뻐서, 대신관을 시험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그에게 부탁했다.
“혹시 부적 같은 거 만들 수 있어?”
“물론입니다.”
“하나만 만들어줄래? 클라인이라고, 후궁 중에 그쪽 부적을 엄청 소중히 아끼던 애가 있거든. 근데 여기 와서 잃어버려서.”
대신관은 그러겠다고 흔쾌히 말하더니, 단숨에 부적을 두 개 만들어서 내밀었다.
“하나면 되는데.”
라틸이 그걸 받고 중얼거리자, 대신관은 하나는 목걸이처럼 만들어 라틸의 목에 직접 걸어주었다.
“폐하께서도 가지고 계십시오. 제법 효과가 좋다 하니까요.”
“고마워.”
라틸이 부적 부분을 옷 안에 넣으면서 인사하자, 대신관은 흐뭇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어렵지도 않은걸요. 그보다 술은 왜 가지고 오신 겁니까?”
“어? 아, 같이 마시자고.”
“신관은 금주입니다.”
“무슨 소리야. 너 홀딱 벗고 나랑 잠자리도 하려 했잖아? 카지노에서 딜러도 했잖아?”
“율법에 폐하와 잠자리를 하면 안 된단 말은 없습니다. 카지노에서 딜러하면 안 된단 율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라틸은 그런 게 어딨냐고 생각했으나 대신관은 의외로 이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했다.
“폐하께서 마시는 동안 구경은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광대냐…….”
“아. 폐하께서 술에 취해 절 취하려 하신다면 어쩌지요? 폐하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술의 뜻으로 알고 기절시켜 드려야 할까요?”
어찌 하냐고 물으면서도 대신관은 일단 자기 단추를 풀었다. 라틸은 그의 두둑한 팔 근육을 보자, 그가 습격자를 내리쳐 기절시키던 모습이 떠올라 벌떡 일어났다.
“너랑 안 마셔.”
* * * 이후 라틸은 그 길로 곧장 칼라인을 찾아갔다.
“칼라인. 같이 술 마셔도 돼?”
“주인. 당연히.”
칼라인은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희미하게 웃더니, 가까이 다가와 라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기쁜 듯 속삭였다.
“후궁들을 돌고 있단 말씀을 듣고 언제쯤 제게 오시려나 생각했습니다.”
그 말에 라틸이 등을 토닥여주려는 순간이었다.
“칼라인?”
멀쩡하던 칼라인이 갑자기 쓰러졌다.
“칼라인!”
게다가 쓰러진 칼라인은 안 그래도 창백한 낯빛이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이 모든 게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졌다. 라틸은 놀라서 칼라인을 안아 들고는 문을 향해 외쳤다.
“궁의를 데려와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