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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하렘의 남자들 (35/367)

35화. 하렘의 남자들2020.06.28.

라나문은 클라인과 뚝 떨어진 방에서 지내는데, 어떻게 클라인 방을 뒤진 도둑을 목격한 걸까. 사실 이 점도 의아했지만, 라틸은 우선 범인에 대해 물었다.

16551075387718.png“그게 누군데?”

16551075387725.png“누구긴 누구겠습니까? 분명 게스타 그 무말랭이일 겁니다.”

클라인이 이를 갈자, 라틸은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서 라나문에게 대답해보라 눈짓했다. 라나문은 잠시 생각해보다 입을 열었다.

1655107538773.png“칼라인입니다.”

라틸의 눈이 커다래졌다.

16551075387718.png“칼라인? 정말?”

라나문이 서넛이라 말했더라도 이렇게 놀랍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칼라인이라니. 어째서인진 모르겠으나 충격이었다. 몇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칼라인은 용병왕이면서도 어쩐지 속세를 한 겹 초월한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1655107538773.png“범인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저 나오는 걸 보았을 뿐입니다.”

라틸이 너무 놀라워하자 라나문이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16551075387718.png“…….”

라틸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시종에게 지시했다.

16551075387718.png“칼라인을 불러와.”

  * * * 라틸은 근처에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 아무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클라인은 어쩐지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라틸의 곁에서 웬일로 조용히 있었다. 라틸이 클라인을 위해 부적을 찾아주려고 하자 기쁜 모양이었다. 반면 라나문은 심드렁한 얼굴로 연신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마치 ‘이런 쓸데없는 데 왜 내가 끼어 있어야 하지?’ 생각하는 것처럼. 얼마나 그렇게 기다렸을까. 마침내 칼라인이 나타났다. 오늘 길에 대충 설명을 들었을 텐데,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칼라인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 라틸은 칼라인이 곁으로 오자마자 그에게 인사를 받을 사이도 없이 물었다.

16551075387718.png“칼라인. 혹시 클라인의 방에서 부적을 훔쳤어?”

라틸이 기분 나쁠지도 모를 질문을 던졌을 때도 칼라인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16551075387757.png“상황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자의 방에 간 적이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없었으나 라나문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라나문은 회중시계를 보다가 뚜껑을 덮었다. 그 찰칵 소리는 날카로운 가위로 인내심을 싹뚝 자르는 소리와 비슷했다. 은색 시계가 보이지 않게 되자, 라나문은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며 칼라인에게 물었다.

1655107538773.png“그 말은 내가 폐하께 거짓을 고했단 건가.”

얼음이 뚝뚝 떨어질만큼 차가운 목소리였으나, 칼라인은 이번에도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16551075387757.png“그렇게 보이는군.”

1655107538773.png“난 내가 본 대로 말씀드렸을 뿐인데.”

16551075387757.png“눈이 달렸으면 보는 건 제대로 해야지, 라나문.”

이게 얼마 전에 함께 체스를 두던 남자들이 할 말인가. 라틸은 제대로 추궁하기도 전에 라나문과 칼라인이 날카롭게 신경전을 벌이자 괜히 구경꾼 마음가짐이 되어 눈을 깜빡였다. 게다가 하필 말을 주고 받는 저 두 남자가, 둘 다 거짓말을 할 것 같은 사람들이 아닌지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 와중에 클라인은 “내 부적. 내 부적.” 하고 옆에서 식식거렸다.

16551075387718.png“잠시만.”

라틸은 손을 내밀어 라나문과 칼라인을 말렸다. 둘이 말다툼을 멈추자 라틸은 차례로 물었다.

16551075387718.png“라나문. 칼라인을 본 거 확실해? 칼라인. 안 들어간 거 확실하고?”

1655107538773.png“예, 폐하.”

16551075387757.png“전 부적 같은 건 질색입니다, 주인.”

옆에서 어깨를 들썩이던 클라인이 비명을 질렀다.

16551075387725.png“그럼 내 부적은 어디로 갔단 거야!”

16551075417443.jpg“황자님,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클라인의 옆에선 시종이 얼른 손부채질을 하며 그를 달랬다. 사방이 소란스럽자 라틸은 머리가 지끈거려서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눌렀다.

16551075387718.png“둘 다 증거는 있느냐? 라나문?”

1655107538773.png“……없습니다.”

16551075387718.png“칼라인. 너는?”

16551075387757.png“없습니다.”

라틸은 마지막으로 클라인에게도 물었다.

16551075387718.png“클라인. 진짜 잃어버린 건 맞아? 방에 떨어트렸다거나 한 건 아니지?”

16551075387725.png“아닙니다!”

클라인이 억울해서 외치자 옆에 있던 악시안도 흥분한 황자를 대신해 침착하게 설명했다.

16551075417443.jpg“저와 바닐도 반나절동안 같이 방 안을 다 뒤졌지만 분명 없었습니다.”

라틸은 한숨을 내쉬고서 결국 이 구역 경비단장을 불러 지시했다.

16551075387718.png“단장. 하렘 내 모든 방 안을 다 뒤져서 클라인이 잃어버린 부적을 찾아내라.”

16551075417443.jpg“예. 저…… 후궁님들 방은……”

16551075387718.png“내 지시라 말하고 양해를 구해라.”

16551075417443.jpg“예, 폐하.”

경비단장이 나가자 라틸은 클라인을 보며 물었다.

16551075387718.png“이러면 좀 만족스럽느냐?”

클라인은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으나 잠시 생각하더니 곧 표정을 풀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주저하다가 라틸의 손을 슬그머니 잡더니 뿌듯하게 웃었다. 얘 좀 보게? 라틸이 자신의 손을 덮은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자, 클라인은 더욱 손에 힘을 주어 꼭 잡더니 기쁜 얼굴로 속삭였다.

16551075387725.png“폐하께서 절 편들어 주시다니 너무 좋습니다.”

16551075387718.png‘편을 든 건 아니지만…….’

차마 귀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울상인 클라인에게 그 말은 할 수 없어서, 라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라 웃었다.

16551075387718.png“그래. 네가 좋다면 됐다.”

클라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라틸의 어깨에 머리를 슬그머니 기댔다. 그 자연스러운 스킨십에 클라인의 시종이 감탄하며 손으로 자기 입가를 가렸다. 반대로 라나문과 칼라인은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 * * 클라인이 라틸에게 딱 달라붙어서 사라지자, 방 안에는 라나문과 그의 수행원, 칼라인 이렇게 셋만 남게 되었다. 소란이 가시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칼라인은 그 상태로 벽을 쳐다보고 있다가 마침내 라나문에게 인사를 하고서 먼저 등을 돌렸다.

1655107538773.png“잠시.”

그러나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라나문은, 칼라인이 나가려고 하자 그제야 붙잡았다. 칼라인이 등을 보인 채 힐긋 고개만 돌리자, 라나문은 그 뒤로 다가가 물었다.

1655107538773.png“왜 거짓말을 한 거지? 난 분명 네가 그자의 방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그 광경을 같이 본 라나문의 유형제 카르둔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인이 갑자기 발뺌을 해버리는 바람에 황제 앞에서 라나문이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그 결과물은 사이 나쁜 외국인 황자가 쏙 채갔고. 아주 화가 났다. 칼라인은 대답 대신 다시 가던 걸음을 마저 걸어갔다.

1655107538773.png“대답해.”

그러나 라나문이 쫓아가 그의 팔을 붙잡자, 칼라인은 순식간에 휙 돌아서더니 라나문의 턱을 움켜잡았다.

16551075478276.png

1655107538773.png“!”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에 카르둔은 놀라서 칼라인의 팔을 붙잡았다.

16551075417443.jpg“놓으세요!”

그러나 칼라인은 손쉽게 카르둔을 툭 쳐서 떨구어내고는 라나문의 얼굴을 이리저리 강제로 돌리기 시작했다.

16551075417443.jpg“으.”

카르둔은 엉덩방아를 찧고서 신음을 흘리다가, 칼라인이 라나문의 얼굴을 오른쪽 왼쪽 샅샅이 살피는 걸 보자 소름이 돋아 벌떡 일어났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으나 그가 라나문을 죽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러나 칼라인은 라나문을 죽이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툭 놓아주고는 낮은 목소리로 충고했다.

16551075387757.png“밤놀이 상대는 꽃단장 하고 웃고만 있으면 되지. 눈도 입도 가려라. 네게 필요한 게 아니니.”

아니, 이건 충고가 아니었다. 그 모욕적인 말에 가만히 있어도 차가운 라나문의 얼굴이 평소보다 훨씬 서늘해졌다.

1655107538773.png“권력이 우선인지 힘이 우선인지 겨뤄보고 싶은 모양이군.”

이어서 나온 말은 적어도 이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 두려워 할 만한 은근한 협박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칼라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16551075387757.png“함부로 설쳐대면 고운 껍데기만 남겨두고 이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수가 있다. 인형처럼.”

게다가 돌아온 건 더욱 소름 돋는 협박이어서, 카르둔은 등골이 쭈삣해져서 칼라인을 쳐다보았다. 악명이 자자한 용병왕이 저런 식으로 말하자 정말로 무서웠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말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칼라인의 눈이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말을 사용할 때 보통은 실제 눈꺼풀을 움직이지 않는단 뜻으로 쓰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칼라인은 정말로 눈을 한 번도 깜빡거리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로 그러고 있으니 그 모습은 진짜 시체처럼 보여서, 그러고 보니 카르둔은 오히려 이 와중에도 평소의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칼라인과 마주보는 자기 유형제가 더 신기해졌다.

16551075387757.png“명심해라, 라나문. 난 후궁들을 순순히 살려두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라나문의 멱살을 잡고서 귓가에 속삭인 칼라인은 그의 목덜미에 차가운 숨결을 내뱉더니,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쉬고서 순식간에 방을 빠져나갔다. 둘만 남게 되자 카르둔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16551075417443.jpg“흑사신단 용병왕이 괜히 붙은 이름이 아니네요. 소름 돋는 놈이잖아요.”

1655107538773.png“일어나. 바닥에서 뭐 하는 거야?”

16551075417443.jpg“다리에 힘이 안 들어갑니다, 도련님.”

라나문이 혀를 차자 카르둔은 괜히 억울해졌다.

16551075417443.jpg“도련님은 안 무서우세요?”

1655107538773.png“무서운 건 모르겠고. 수상하긴 하군.”

16551075417443.jpg“안 무섭다고요?”

1655107538773.png“평범한 용병왕 같지 않아.”

16551075417443.jpg“근데 안 무섭다고요?”

카르둔이 울먹였으나, 라나문은 팔짱을 끼고 심각하게 고민하다 지시했다.

1655107538773.png“카르둔. 아버지에게 저자에 대해 조사해보라 청해라. 저자. 뭔가…… 느낌이 이상해.”

  * * * 그 시각. 라틸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 시종에게 타시르와 게스타를 불러오라 지시했다. 골치 아프니 이번 사건에 연루된 클라인과 라나문, 칼라인을 아예 빼버리고, 그냥 나머지 둘에게 연회를 맡겨볼 생각이었다.

16551075417443.jpg“라나문 님은 그냥 목격자일 뿐인데요, 폐하.”

시종장은 여전히 라나문에게 이 일을 맡기고 싶은 듯했으나, 라틸은 그래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16551075387718.png“그런 식으로 따지면 클라인도 억울하죠. 자기 물건이 없어졌잖아요. 범인이 아니라면 칼라인도 억울할 거고.”

16551075417443.jpg“폐하께서는 칼라인 님이 클라인 님의 부적을 훔치지 않았다고 생각하십니까?”

16551075387718.png“훔칠 이유가 없잖아요.”

라틸이 서넛을 돌아보며 “안 그럽니까?” 하고 묻자, 서넛은 바닥을 내려다본 채 홀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16551075539781.png“제 생각은 폐하와 같습니다. 늘 그렇듯이.”

그 사이. 타시르와 게스타가 도착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고 불려온 건 똑같으나, 타시르는 이 와중에도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고 게스타는 기죽어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라틸의 책상 앞에 서자, 라틸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서류를 그들에게 하나씩 내밀었다.

16551075387718.png“타시르, 게스타. 좀 늦긴 했지만 내 즉위를 축하하는 연회를 열까 하는데. 너희 두 사람이 함께 연회를 준비해 봐라.”

타시르는 서류를 슬그머니 가져가다가, 게스타는 서류를 가져가지도 못하고 두 손을 모으고 끙끙거리다가, 뜬금없는 명령에 놀라서 라틸을 보았다. 게스타는 얼어붙어서 손을 저었다.

16551075569703.png“제, 제가 어떻게 그런 걸…….”

16551075387718.png“비서를 붙여줄거야. 실무는 그쪽이 알아서 해줄 거고, 절차에 관해서도 알려줄 테니, 아주 어렵진 않을 거다. 안심해.”

타시르는 자신감 없는 얼굴은 아니었으나, 역시 라틸의 제안이 의외라 여기는 표정이었다.

16551075387718.png“타시르는 화려한 생활에 익숙하고, 게스타 너는 귀족들에게 익숙하지.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할게.”

라틸은 굳이 ‘라나문과 클라인이 이상한 사건에 연루되어서 너희에게 이 일을 맡길게’ 같은 설명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신뢰하는 척 웃었다. 게스타는 얼굴이 벌게져서 서류를 꼭 끌어안았다.

16551075569703.png“네.”

타시르도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한쪽 무릎을 굽혔다.

1655107556972.png“모두가 보고 놀랄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나가자 시종장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16551075417443.jpg“괜찮을까요?”

시종장은 여전히 라나문이 이 일을 맡지 않은 게 불만스러워 보였다.

16551075387718.png“괜찮겠죠.”

라틸은 태연히 대답하고서 빈 컵을 대기 중인 하인에게 건넸다.

16551075387718.png“다섯 명 중에선 그래도 타시르랑 게스타가 그나마 뭐야. 그, 뭐라 해야 하지? 남들이랑 충돌이 적잖아요?”

  * * *

1655107556972.png“이봐, 순둥이 도련님. 폐하 말씀 기억 안 나? 화려하게 하라셨잖아.”

16551075569703.png“그런 말씀은 하신 적이 없는데요…….”

1655107556972.png“화려한 생활에 익숙하다면서 날 불렀어. 그 말은 화려하게 하란 뜻이지.”

16551075569703.png“아직 선제 폐하의 암살범을 잡지 못했잖아요. 이럴 땐 차라리 좀 수수하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너무 요란하게 연회를 꾸몄다가 또 암살범이 올지도 모르고…….”

그러나 라틸의 기대와 다르게, 타시르와 게스타는 의논을 시작하자마자 의견이 엇갈렸다. 타시르는 라틸이 ‘최대한 화려한’ 연회를 원한다 생각했으나, 게스타는 오히려 검소하게 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면서였다. 처음에는, 타시르는 자신이 몇 마디 말을 하면 게스타가 뜻을 꺾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게스타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리면서도 절대로 단 하나의 의견도 굽히지 않자, 결국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1655107556972.png“이봐, 순둥이 도련님. 도련님은 귀족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잖아.”

16551075569703.png“!”

1655107556972.png“하지만 난 여러 나라 연회에 초대받으며 돌아다녔지. 그러니 내 의견이 맞지 않을까?”

결국 타시르는 게스타가 사교계에서 겉도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의 의견이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게스타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게스타는 타시르의 말에 입가를 손으로 가리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그걸 본 타시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생각하는 순간. 들릴 듯 말 듯 픽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잘못 들은 건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타시르는 그 소리를 분명 들었다 확신하고서 인상을 구겼다. 혹시 저 도련님, 지금 고개 숙이고 날 비웃은 건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게스타가 여전히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눈만 들며 중얼거렸다.

16551075569703.png“타시르 님은 태양을 너무 오래 바라봤더니, 자기도 하늘에 살고 있다 생각하나 봐요.”

165510755697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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