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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후궁 후보들을 살피다 (17/367)

17화. 후궁 후보들을 살피다2020.04.26.

다음날. 시종장이 라틸의 계획을 듣고 펄쩍 뛰긴 하였으나, 라틸은 끝내 귀족 영애 복장으로 거리에 나오는 데 성공했다. 옆에서 따라오는 건 서넛뿐이었다. 변장한 다른 근위기사들도 약간씩 거리를 두고 오긴 하였으나, 겉으로는 서넛과 라틸 단둘만 일행으로 보였다. 번화가로 나오자마자 라틸은 주위부터 천천히 살폈다. 한달 전에 나왔을 때만 해도 거리에는 틀라와 라틸이 싸운 여파가 있었다.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두 황족에 대해 떠들었다. 틀라 지지자들과 라틸 지지자들이 자기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다 싸우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분위기가 원래대로 잡혀가는 것처럼 보였다.

16551069450408.png‘뿌듯하네. 내가 잘하고 있는 거겠지?’

라틸은 만족스럽게 거리를 둘러보다가, 어린아이가 길바닥에 철퍼덕 넘어지는 걸 보고서야 원래 목적을 떠올렸다.

16551069450408.png“아. 후궁. 서넛 경, 그랑디에 호텔은 어느 쪽입니까?”

16551069450418.png“대상단의 후계자부터 만나보시려는 겁니까? 저쪽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그랑디에 호텔은 수도 내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싼 호텔이었다. 귀족들조차도 오래 머물지 못할 정도로 값비싼 호텔. 지원 서류에 따르면, 현재 예비 후궁 타시르는 그런 호텔의 반을 통째로 빌려서 상단 사람들과 함께 머무는 중이라 하였다.

16551069450408.png‘과연. 두 손가락에 꼽히는 상단의 후계자다 이건가.’

애초에 밖으로 나오면서 라틸이 귀족 복장을 한 것도 그랑디에 호텔에 들어갈 걸 고려해서였다. 그 호텔에는 평민 복장으로 들어가는 게 오히려 더욱 눈에 띄니까. 호텔 안으로 들어간 라틸은 역시 조금 화려한 차림을 하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번쩍거리는 옷을 입고 있었다. 라틸은 호텔 현관 홀에 있는 긴 의자에 앉은 다음, 변장한 채 주위를 떠도는 기사 중 ‘방탕한 도련님’ 역할을 맡기로 한 한 명에게 눈짓했다. 여기로 오기 전 라틸은 이미 기사들과 몇 가지 행동을 준비했다. 그중 하나를 개시하란 신호였다. ‘방탕한 도련님’ 역할의 기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알아들었다’는 신호를 보냈고, 다른 기사들은 타시르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흩어졌다. 그 사이, 라틸은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서 서비스로 구비되어 있는 가십지를 집었다.

16551069450408.png‘어이구.’

하렘을 발표한 지가 언제인데. 가십지에서는 여전히 라틸의 하렘이 가장 큰 이슈였다. 아니, 아예 아트락시 공작의 장남과 카리센의 황자가 하렘에 들어온단 소식까지 빵 터지면서, 기자들은 신이 나서 ‘라나문 VS 클라인 황자’의 구도를 만드는 중이었다. 둘 중 누가 황제의 총애를 차지하게 될지, 누가 더 아름다운지, 누가 더 매력적인지, 그리고 두 사람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등등까지 아주 낱낱이 분석되어 있었다.

16551069450408.png‘이런 정보는 대체 어디서들 모은 거야?’

라틸은 혀를 차며 가십지를 팔락팔락 넘겼다.

16551069450408.png‘재밌긴 하네.’

그러다 슬쩍 시계를 보았지만, 아직 기사들이 흩어진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라틸은 다시 다 읽은 가십지로 시선을 내렸다. 이후 15분쯤 지나고 흩어졌던 기사들 중 일부가 돌아왔는데, 대부분은 30분이 지나서야 로비로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기사 중 누구도 라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타시르의 위치를 알아낸 사람만이 보고하고 나머지는 개인행동을 하기로 했는데. 어느 쪽도 타시르를 찾아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16551069450408.png“서넛 경. 그자가 밖에 나간 걸까요?”

16551069450418.png“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한낮이니까요.”

라틸은 다 읽은 가십지를 계속 넘겼다 접었다 반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6551069450408.png‘만약 나간 거라면 어쩐다. 방을 하나 잡고서 기다릴까? 역시 그게 자연스럽겠지? 여기에 죽치고 앉아 있으면 눈에 띌 거야.’

그때였다. 내내 조용하게 있던 ‘방탕한 도련님’ 역할의 기사가 갑자기 계단을 올라가며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왜 저러나 싶어 쳐다보자, 그가 올라가는 계단의 위쪽에 오늘의 목표물, 타시르 앙제스가 보였다. 그는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한 손에 신문을 든 채 유심히 읽으면서 내려오고 있었다. 라틸은 속으로 감탄했다. 초상화로 볼 때도 제법 괜찮은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실물로 보니 초상화보다 훨씬 반듯한 얼굴이었다. 다만 예상한 것처럼 지적인 이미지라기보다는…….

16551069450408.png‘음. 좀 무서운 일 하는 인상으로 보이는데?’

뒤에서 꼭 마약이라도 사고팔 것처럼 생겼다. 하지만 그런 점에 더욱 호기심이 들어서, 라틸은 슬쩍 가십지로 얼굴의 반을 덮고, 눈만 타시르 쪽으로 고정했다. 라틸이 미리 근위기사들과 세운 계획은 이랬다. 되도록 ‘방탕한 영식’ 역할을 맡은 기사가,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다른 기사라도 타시르와 마주치면 술에 취한 척 시비를 거는 것. 타시르가 시비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변장한 기사가 타시르를 스쳐 지나갔다. 신문을 보느라 타시르는 아직 기사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타시르가 거의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즈음.

16551069480149.jpg“이봐! 사람을 왜 치고 지나가고 지랄이지?”

올라갔던 기사가 다시 내려와서는 취한 목소리로 타시르에게 말을 걸었다. 의외로 재능이 연기에 있는 듯, 기사는 정말로 술을 진탕 마신 것처럼 보였다. 타시르는 처음에는 자기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여겼던 모양이지만, 기사가 아예 등을 퍽 밀자 천천히 돌아섰다.

16551069450408.png‘좋아! 걸렸다!’

라틸은 눈을 빛내고서 가십지를 더욱 꽉 움켜잡았다. 좋아. 보여줘, 대상단 후계자의 지적인 위기 대응 방식을! 그러나 타시르가 완전히 기사 쪽을 쳐다보는 순간.

16551069480158.png“뭐라는 거야 이 개애애새끼가?”

튀어나온 건 영리하고 민첩한 대응 방식이 아닌, 예상하지 못한 차가운 쌍욕이었다. 게다가 발음은 왜 저리 찰진지.

16551069450408.png“와…….”

라틸은 저도 모르게 가십지를 내려놓았다. 지성미 어디 갔지? 지적인 미남 어디 갔어? 기사 역시도 예상 못 한 쌍욕에 순간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바로 인상을 구기더니, 성큼성큼 내려와 타시르의 멱살을 잡았다.

16551069480149.jpg“왜 치고 지나가냐고 했다 지랄아!”

험악한 깡패 흉내를 내어도 본질은 기사이다보니, 계단 위에서 싸우지 않으려고 일부러 내려온 것 같았다. 그러나 타시르의 입장에서는 이게 배려가 아니었다. 웬 놈이 지나가다 혼자 시비 걸고 멱살까지 잡는 상황일 뿐. 그는 기가 막힌단 듯이 푸핫 웃더니, 바로 자신의 멱살을 잡은 기사의 손목을 잡고 내동댕이쳤다.

16551069480149.jpg“윽!”

기사는 한 바퀴를 거의 구르다시피 바닥에 떨어졌다. 낙법을 사용한 떨어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꽤 아파 보였다. 라틸은 속으로 다시 감탄했다.

16551069450408.png‘오. 꽤 몸도 잘 쓰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호텔 경비들이 이젠 안 되겠다 싶은지 그쪽으로 달려갔다.

16551069480149.jpg“멈추십시오!”

시비 거는 역할을 한 기사가 힐긋 라틸 쪽을 쳐다보았다. 라틸은 고개를 끄덕여서 빠져도 좋단 신호를 보냈다. 더 행패를 부리다가는 경비대로 가게 될 테고, 경비대에 보내지면 신분이 근위기사라는 게 알려진다. 저 기사에게는 몹시 망신스러운 일이 될 터. 여기서 끊는 게 나았다.

16551069480149.jpg“너 이 새끼…… 내가 봐준다. 운 좋은 줄 알아라.”

기사는 경비들이 오니 봐 준다는 듯, 타이밍 좋게 삿대질하며 한발을 뺐다. 경비원들도 고객들을 무력으로 말리지 않아도 되어서인지 안심한 얼굴들이었다. 이런 시비는 한쪽만 물러서도 바로 해결되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타시르 쪽이 기사의 멱살을 잡아 왔다.

16551069480158.png“뭐? 봐주긴 뭘 봐 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라틸은 서넛을 쳐다보며 ‘어쩌지?' 하는 시선을 보냈다.

16551069450418.png“여차하면 제가 나서겠습니다. 폐하는 여기 계속 계십시오.”

서넛은 작게 속삭이고는 소파의 가장 끄트머리로 가 앉았다. 라틸은 가십지를 다시 줍고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타시르는 기사의 멱살을 잡고서 흔들어대고 있었다.

16551069480158.png“취한 척 시비를 걸어놓고서, 인제 와서 빠지려고? 응?”

그런데 하는 말이 더욱 뜻밖이었다. 라틸은 깜짝 놀랐다. 뭐야, 저자. 기사가 취한 척 연기한 건 또 어떻게 안 거지? 기사의 취객 연기는 온갖 연극을 섭렵해 온 라틸이 보기에도 제법 대단할 정도였기에 놀라웠다. 기사 역시도 이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지 주춤한 모습이었다. 서넛도 눈을 가늘게 뜨고 타시르를 주시했다.

16551069480149.jpg“타시르 님, 술 취한 손님은 저희가 따로 모시겠습니다.”

16551069480149.jpg“타시르 님, 진정하시지요.”

오히려 호텔 경비들은 기사가 취객이 맞다 믿는 눈치였고, 타시르가 취객과 싸울까 봐 전전긍긍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16551069480158.png“술 취하기는 무슨. 술 취한 놈이 술 냄새 하나 안 나나? 게다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걸음까지 멀쩡한데, 왜 내 쪽에 올 때만 비틀거리나? 응? 그냥 혀만 꼬면 술 취했다 생각할 줄 알았어? 네놈 알코올은 시비 걸 때만 나오냐? 엉?”

타시르는 이젠 기사의 멱살까지 잡고 윽박지르는 중이었다. 경비들 쪽으로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돌연 목소리를 깔며 물었다

16551069480158.png“누가 네게 이따위 연극을 시킨 거지?”

기사는 타시르에게 휩쓸려 가다가 ‘누가 시켰냐’는 말에 퍼뜩 놀라 소리쳤다.

16551069480149.jpg“무슨 소리냐! 시키긴 누가 시켜!”

16551069480158.png“동공 반응, 표정, 입술 반응, 과도한 발뺌. 시킨 거 맞네.”

코웃음을 친 타시르는 기사의 멱살을 놓아주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16551069480158.png“보자. 감히 내게 이딴 짓을 할 만한 사람은…….”

라틸은 얼른 가십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고는 가십지에 나온 내용이 무척 궁금한 듯 열심히 글자를 보고 또 보았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읽는 시늉을 계속했다. 그러나 멀리서 시작된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코앞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라틸은 숨을 들이마셨다.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라틸의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높은 확률로, 아마도 타시르가.

16551069450408.png‘내 앞에 있는 것 같은데? 내 앞에 있는 거 맞지?’

라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역시나. 아까 계단 부근에 서 있던 타시르가 어느새 얼굴이 맞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와 허리까지 숙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타시르는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16551069480158.png“이런.”

걸린 게 확실했다. 이제 나한테도 쌍욕을 하려나. 나 쌍욕 듣는 건가. 라틸은 긴장해서 그를 쳐다보았다.

16551069480158.png“잡혀가지 않으려면 여기까지만 해야겠군요.”

16551069450408.png‘어?’

그러나 타시르의 목소리는 아까 기사를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나긋나긋해져 있었다. 어조는 다정했다. 게다가 ‘잡혀가지 않으려면’이라고 말하는 걸로 보아, 라틸의 정체 역시 짐작하는 것 같았다. 라틸이 얼떨떨해 보자, 타시르는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작게 속삭였다.

16551069480158.png“신문이나 잡지로 얼굴을 가리는 건 별로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연극을 꾸밀 땐 배우를 고용하세요. 그도 아니라면 차라리 진짜 취객에게 시키거나. 근위기사들은 거친 척을 해도 행동에서 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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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긋 웃은 그는 라틸의 옆에 놓인 신문을 챙기더니 호텔 밖으로 나가버렸다. 라틸은 가십지를 옆으로 치운 채 멍하니 타시르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유리문 너머로 그가 사라지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16551069450408.png“후궁이 아니라 경찰부 관리로 고용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예상했던 지성미와는 좀 다르지만…… 머리가 좋긴 좋은 것 같았다. * * * 라틸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용병왕 칼라인이 머물고 있단 선술집이었다. 그곳은 타시르가 머물던 그랑디에 호텔과 달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선술집이었으나, 라틸은 가게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른 의미로 놀랐다. 칼라인뿐만 아니라 그가 단장으로 있는 용병단 전체가 그곳에 며칠간 죽치고 있다더니. 그 탓인지 일반 손님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새까만 옷을 입은 용병들만이 테이블을 꽉꽉 채우고 앉아 술을 마실 뿐. 점원은 일반 손님으로 추정되는 라틸과 서넛이 나타나자 거의 눈물까지 흘릴 태세로 반가워했다.

16551069480149.jpg“아이고오! 소온니임! 이리오 오십쇼! 이리로요!”

라틸은 딱 하나 남아 있던 빈 테이블에 앉으며 용병들을 둘러보았다. 보통 ‘용병’이라고 하면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이미지가 있다. 편견이긴 한데, 솔직히 대다수는 그랬다. 그러나 이 흑사신단 용병들은 하나같이 정적이었다. 기사들도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식사할 때에는 웃고 떠드는데, 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술만 마셨다. 대화 한마디 나오지 않는 그 광경은 어딘가 무섭게 여겨질 정도였다.

16551069450408.png‘이러니 점원이 무서워하지.’

게다가-.

16551069450408.png“그 사람은 없네요.”

용병왕은 보이지도 않았다. 저녁때까지 기다렸지만 라틸은 결국 용병왕을 보지 못했다. 이후 점원을 슬쩍 불러다 물어보니, 용병왕이란 사람이 여기에 온 건 맞지만, 첫날 이후 점원들조차 본 적이 없다고.

16551069480149.jpg“처음엔 어떻게 소문을 들은 건지, 손님처럼 그분을 찾아온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분을 만나지 못하고 가셨어요.”

16551069450408.png“왜요?”

16551069480149.jpg“그분은 화장실도 안 가시고 식사하러도 안 나오시고,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질 않으시거든요.”

점원은 치를 떨며 덧붙였다.

16551069480149.jpg“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안에서 자살이나 급사라도 한 건 아닐까 무섭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식사를 안 하고 살 수 있나요?”

16551069450408.png“화장실은 몰래 다니겠지요. 식사는 가방 안에 육포 같은 게 잔뜩 있다거나…….”

16551069480149.jpg“아니요. 분명 단 한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상하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손님. 식당에 와서 왜 굳이 틀어박혀 육포만 씹냐고요.”

  * * * 잠행을 마친 라틸이 궁전으로 돌아가자, 걱정스레 기다리고 있던 유모가 얼른 달려왔다. 유모는 라틸이 격전지에라도 다녀온 양 따뜻한 우유를 마시게 하고, 입욕 소금을 푼 물에 목욕하도록 했다. 라틸이 배부르게 먹고 목욕물 안에 들어간 후에야 그녀는 웃으면서 물었다.

16551069480149.jpg“예비 후궁들을 만나 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폐하?”

라틸이 호위들을 적게 데리고 궁 밖으로 나간 게 걱정된 한편, 앞으로 입궁하게 될 예비 후궁들이 궁금하긴 했던 모양이었다.

16551069480149.jpg“예상한 이미지 그대로였나요? 아니면 초상화를 너무 미화해서 그렸던가요?”

기대로 가득한 얼굴의 유모에게 라틸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16551069450408.png“한 명은 못 봤고. 한 명은 초상화가 사기야.”

16551069480149.jpg“네?”

16551069450408.png“미화한 건 아닌데 분위기가…….”

16551069480149.jpg“네?”

16551069450408.png“게스타가 걱정이야.”

16551069480149.jpg“재상의 차남이요?”

16551069450408.png“걘 엄청 순하잖아. 낯가림도 심하고. 그 순둥이, 어째 눌려 살 것 같아. 잘 버틸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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