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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왜 네가 거기서 나와? (12/367)

12화. 왜 네가 거기서 나와?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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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틸은 차갑게 웃으면서 허공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젓고 허리를 세웠다. 이럴 때가 아니지. 분노는 나중에. 우선은 업무나 마저 보자. 그런데 옆으로 밀어 두었던 다른 서류를 집고 있자니, 비서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라틸은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비서를 쳐다보았다. 황제에게는 '공식적'으로 공개 집무실과 개인 집무실 두 개가 있는데, 지금 라틸이 있는 곳은 공개 집무실이었다. 그리고 공개 집무실에는, 황제의 비서진들과 시종들은 업무에 관련된 사안인 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물론 '자유롭게'라고 한들 다들 부담스러워하기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들어오는 일은 없지만.

16551068005403.jpg“무슨 일이지?”

라틸의 질문에 비서가 얼른 근처로 다가와 보고했다.

16551068005408.jpg“카리센으로 갔던 사절단이 도착했습니다. 브레타 백작이 대기실에 있는데, 들어오라 할까요?”

16551068005403.jpg‘드디어!’

16551068005403.jpg“들어오라 해라.”

라틸은 흥분을 누르고 느긋한 척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통쾌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올라왔다. 그러나 브레타 백작이 전해온 건 하이신스의 분노에 찬 승인이 아니라 단호한 거절이었다.

16551068005408.jpg“폐하. 카리센의 황제는 후궁을 보낼 수 없다며 사절단을 하루도 머물게 하지 않고 돌려보냈습다.”

고자질하는 티가 가득한 브레타 백작의 보고에, 라틸은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들어 올렸다.

16551068005403.jpg“뭐라?”

후궁을 보낼 수 없다? 게다가 하루도 사절단을 머물게 하지 않고 돌려보내? 라틸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브레타 백작이 하이신스 황제가 즉석에서 써준 답서를 얼른 품 안에서 꺼내어 바쳤다. 라틸은 굳은 얼굴로 봉인을 대충 찢고 종이를 꺼냈다. - 어떻게 네가 내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지, 라틸? 편지에는 라틸이 보낸 만큼의 악의는 없었다. 그러나 짧은 문장에 억울함이 가득했다. 라틸은 헛웃음을 지었다. 뭐라는 거야, 이 자식이? 복수심으로 후궁 요구를 한 건 맞지만, 무리한 요구는 절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라틸은 하이신스와 과거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본 후에 카리센에 같은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즉위한 게 레안 황태자나 틀라 황자였더라도, 국교를 위해 후궁 중 한 명은 카리센에서 맞이했을 확률이 높았고. 그런데 뭐 얼마나 어려운 요구를 했다고 이걸 거절해? 심지어 자기는 2년 전에 타리움 제국에서 후궁을 받아 갔으면서?

16551068005403.jpg“씹어먹을 새끼.”

이는 명백히 타리움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다.

16551068005403.jpg“사블레 후작!”

라틸이 이를 갈자 사블레 후작이 눈치 좋게 얼른 깨끗한 편지지를 가져왔다. 라틸은 검을 뽑듯 만년필을 뽑고서 움켜쥐었다. * * * [또 내가 보낸 사절단을 거부한다면, 타리움 제국을 무시하는 거로 알고 ‘평균적인’ 대응을 하겠어. 3년 동안 편지 한 통 없었으면서 이제 와서 우리 사이에 뭐라도 남아 있는 것처럼 굴지 마.]

1655106800544.jpg“…….”

하이신스는 라틸이 보낸 편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옆을 보았다. 탁자 위에는 하이신스가 라틸에게 보낼 답장이 놓여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편지도 썼고 선물도 보냈는데, 무슨 말이지?] 그는 펜을 내려놓고서 목을 뒤로 젖혔다. 욱신거리는 목 뒤를 문지르며 눈을 감자, 아련하게 라틸이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비웃는 웃음이 아니라 진짜로 좋아서 웃는 웃음이. 들꽃 사이에 앉아 있어도 빛이 나던 사람. 들꽃 위에 내려앉던 햇살처럼 싱그러운 사람. 그 맑던 사람이 이렇게 조롱 가득한 편지를 보낸 그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 하이신스는 고개를 저었다. 과거가 너무 미화되고 있다. 라틸은 예전에도 거친 타입이었다. 햇살은 햇살인데 땡볕이었다. 그 거친 성격을 자신에게 안 드러내려 끙끙거리는 게 귀여웠을 뿐. 하이신스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가 꼬박꼬박 편지와 선물을 보냈다는 건 둘러대는 변명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하지만 라틸 역시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성격이 아니었다.

1655106800544.jpg‘그런데 왜 내가 편지 한 통 없었다 타박하는 건가. 누군가 내 편지와 선물을 가로챘다는 건가?’

하이신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결혼으로 마음이 상한 라틸이,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기분이 풀렸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사과는 몇 년 내내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 성격에 편지와 선물을 뜯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해도 이상하진 않으니. 그러나 별개로, 황제가 황태녀에게 보낸 물건을 손댄 자가 있다는 것. 그건 타리움 제국 쪽에서 벌어진 일이든 카리센 쪽에서 벌어진 일이든, 쉬이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하이신스는 편지를 빤히 내려다보다가 봉투 안에 집어넣고서 붉은 도장을 찍어 봉인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 정도면 라틸도 문제를 알아채겠지. 하이신스는 편지의 겉봉을 만지작거리다 내려놓았다.

1655106800544.jpg‘이 문제는 양측에서 조사하면 될 일이고. 후궁 문제는…… 이제 어쩐다.’

라틸이 말한 ‘평균적인 대응’은 단교를 의미했다. 사적으로 보자면 고작 후궁 하나에 단교 운운하는 게 어이없을 일이지만, 나라로 치자면 황제의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원래 국가 간에는 작은 불씨만으로도 전쟁이 일어나는 법이고, 역사 속에도 비슷한 사례로 일어난 전쟁이 많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가 대 국가 간의 일에서 하이신스는 더이상 타리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 어렵지만……. 하이신스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라틸은 5년의 약속을 받아주지 않고 떠났으나, 그는 내내 홀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고 라틸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 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른 남자를 첩으로 보낸단 말인가. 그것도 자신의 동생을? * * *

1655106800544.jpg“클라인. 보내주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임시로 가는 거라는 걸 명심해라.”

결국, 하이신스는 재상과 며칠을 의논한 끝에 우선 클라인을 보내기로 했다. 대신 정식 후궁이 아니라 임시 후궁의 형태로 가게 될 것이었고, 이 점을 확실히 해 달라 요구하는 공문을 넣어두었다. 임시 후궁은 정식 후궁과 달리 아이를 낳아도 아이가 바로 황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건 물론 본인 역시도 준 황족으로 취급되었으나, 언제든 후궁 쪽에서 이혼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래는 후궁 제도의 원조인 화월국에서 후궁들끼리도 계급 차를 두던 걸 보고 들여온 제도였으나, 지금 와서는 거의 변질되어서 외국 황족 출신 후궁들이 자주 사용하였다. 특히 적국에 어쩔 수 없이 후궁으로 가야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16551068020121.jpg“알았다니까? 몇 번이나 같은 말 반복하는 거야?”

1655106800544.jpg“적당히 시기를 보다가 돌려달라 청할 테니까…….”

16551068020121.jpg“아 알았다고, 형님.”

하이신스는 속도 모르고 태연하기 짝이 없는 클라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1655106800544.jpg“가서는 성질 좀 죽이고.”

16551068020121.jpg“웬일로 내 걱정이야?”

1655106800544.jpg“……라트라실 황제가 뭐라고 해도 덩달아 화내지 마.”

16551068020121.jpg“진짜 내 걱정하는 거야?”

1655106800544.jpg“복합적이다.”

16551068020121.jpg“내 걱정을 하긴 한다는 거네. 그러면 다른 쪽 걱정은 누군데?”

1655106800544.jpg“그런 의미의 복합적이 아니라, 널 걱정하는 마음 반, 안 걱정하는 마음 반이라는 거다.”

클라인이 미간을 찡그리고 쳐다보았으나 하이신스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라도 이 상황에 동생에게 ‘네가 질투난다’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1655106800544.jpg“클라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하지만 힐긋 쳐다보는 클라인에게, 하이신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1655106800544.jpg“넌 임시로 가는 거니까, 라트라실 황제에게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마.”

클라인의 입꼬리가 삐죽 올라갔다. 뭐라는 거야, 이 형님 황제가?

16551068020121.jpg“라트라실 황제가 나한테 오면?”

1655106800544.jpg“그,럴 리 없다.”

16551068020121.jpg“모르지.”

클라인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라트라실 황제는 내가 가자마자 당장 키스부터 하려고 들 텐데? 하지만 그는 이런 자신만만한 생각을 굳이 형님에게 털어놓진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형님은 동생을 외국 황제에게 후궁으로 보내는 게 영 마땅치 않은 모양이니까.

16551068020121.jpg“갈게.”

가볍게 웃은 클라인은 화려하게 치장한 마차 위에 올라탔다. 보통은 후궁 사절단이 떠난 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느긋하게 뒤따라가는 게 관례였으나, 클라인은 귀찮았으므로 그냥 사절단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 좀 더 정확히는, 사절단 대표로 온 브레타 백작에게 ‘우리 폐하의 하렘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한 무더깁니다.’란 말을 듣고 초조해져서 따라가는 것이지만. 물론 라트라실 황제는 이미 그를 사랑하지만, 혹시 여우 같은 놈들이 그사이에 꼬리를 쳐대서 마음을 뒤흔들지도 모를 일 아니던가. 얼른 라트라실 황제의 옆에 가서 단호하게 벽을 치고 다른 놈들을 막아내야 했다. 대충 인사를 끝낸 클라인은 바람처럼 마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음이 바쁘니 자꾸 몸도 같이 날래졌다. 하지만 그는 다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16551068020121.jpg“아, 그보다 형님.”

하이신스는 뒷짐을 진 채 복잡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1655106800544.jpg“왜 그러지?”

클라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좀 더 상체를 쭉 빼서, 하이신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16551068020121.jpg“정말 형수님하고 이혼할 거야?”

하이신스의 표정이 굳었다. 클라인은 어색하게 이마를 긁었다.

16551068020121.jpg“형수님이 그…… 형님하고 사이가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이상하고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살지 그래?”

하이신스는 황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마자, 근 일 년간 이혼 준비를 조금씩 해오고 있었다. 클라인은 이 점에 관해 묻는 것이다. 형수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준비해서 이혼해야 하느냐고. 하이신스가 이제는 다가 공작에게 휩쓸리지 않을 만큼 권력을 굳히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다가 공작을 제 사람으로 곁에 두는 게 낫다는 건, 클라인이 보기에도 확실했다. 그러나 하이신스는 딱 잘라 클라인의 염려를 밀쳐냈다.

1655106800544.jpg“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결혼했단 거 알잖아?”

16551068020121.jpg“그건 그렇지만…….”

1655106800544.jpg“아이니는 원래 헤움의 약혼녀였고 두 사람은 사이도 좋았어. 나와는 서로 필요에 의해 결혼했을 뿐. 그녀는 헤움을 사랑하고 난 헤움을 죽였지. 난 언제 등 뒤에 비수를 꽂을지 모를 사람을 곁에 둘 마음 없어. 지금도 우리는 서로에게 등을 보이지 않아.”

16551068020121.jpg“형수님하고 이혼하면. 그다음에는? 달리 마음에 둔 여자가 있기는 해?”

하이신스는 클라인을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성질이 더럽고 사고를 하도 쳐대서 진절머리나지만, 그래도 형제 중 그나마 동생다운 녀석이었다. 그래서 더욱 심란했다. 걱정과 질투가 딱 반씩 차지하고 그를 괴롭게 했다.

16551068020121.jpg“형님?”

1655106800544.jpg“클라인. 다시 한번 말하지만…….”

16551068020121.jpg“?”

1655106800544.jpg“넌 임시로 가는 거라는 걸 명심해라. 반년만 채우면 구색은 맞췄으니,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바로 널 돌려보내 달라 요구할 거다.”

16551068020121.jpg“하도 많이 들어서 외우겠다.”

1655106800544.jpg“명심하란 거다. 절대 그녀에게 마음을 두어서도, 절대 그곳에 자리를 잡아서도 안 된다. 알았어? 넌 그녀의 남자로 가는 게 아니야. 잠시 국가 간 거래차 가 있는 거다.”

  * * *

16551068061005.jpg“긴장되시나 봅니다.”

라틸은 성의 난간에 선 채 초조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서넛 기사단장이 라틸을 바라보고 있었다.

16551068005403.jpg“좀.”

라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16551068005403.jpg“그러네요.”

하이신스는 결국 후궁을 보내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신스가 보낸 후궁은 사절단과 합류해 곧장 타리움으로 온다 하였다. 심지어 그 소식이 전해진 건 바로 어제.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었다. 어제 온 소식조차도, 라틸이 놀랄까 봐 사절단 중 한 명이 행렬에서 빠져나와 다급히 알려준 소식이었다. 앞으로 사절단은 한 시간 안으로 도착할 터였다.

16551068005403.jpg“후우.”

라틸은 손을 깍지 끼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16551068005403.jpg“별거 아닌데. 그냥 기분이 좀 싱숭생숭합니다.”

16551068061005.jpg“후궁 중 한 명일 뿐입니다.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16551068005403.jpg“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카리센에서 오는 후궁이니까요.”

라틸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서넛 기사단장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덧붙였다.

16551068005403.jpg“알잖아요, 나랑 그 사람 사이.”

물론 이번에 오게 될 후궁은 하이신스가 아닐 뿐더러, 그와 별 관계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는 많은 후궁 중 한 명이 되어서 신경조차 안 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라틸의 ‘첫’ 후궁이 될 남자이고, 하이신스가 깎아서 보낸 자존심의 산물이었고, 라틸에겐 복수의 상징이었다. 자꾸만 신경 쓰였다.

16551068005403.jpg“아. 저기.”

16551068005403.jpg“옵니다.”

마침내 사절단의 기를 꽂은 행렬이 성벽 가까이 진입하는 게 보인다. 라틸은 훅 심호흡을 하고서 난간 아래로 내려갔다. 나선으로 된 계단을 빙빙 돌아 성의 가운데에 난 커다란 파사드 앞으로 내려간 라틸은, 재빨리 옷매무새를 정리한 채 위엄 있는 표정을 지었다.

16551068061005.jpg“벌써부터 그러고 계시면 나중에 표정 관리하기 힘드실 텐데.”

서넛 기사단장이 놀려댔지만, 같이 투덕거릴 정신도 없었다. 평소보다 서넛 기사단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챌 정신은 더욱 없었다. 마침내 마차가 정원을 가로질러 가까이로 왔을 때. 라틸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서 일부러 미약한 미소를 띠었다. 여유로우면서도 위엄 넘치는 황제의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16551068005403.jpg‘내 후궁은 저기 카리센 형식의 마차에 타고 있겠지.’

타리움 제국식의 마차들 가운데 유일하게 카리센 식으로 꾸며진 마차를 보며, 라틸은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문이 달칵 열리며 그 안에서 은발의 남자가 툭 튀어 나오는 순간. 라틸은 웃던 표정 그대로 경직되어 버렸다.

16551068005403.jpg‘저자!’

그자. 그자였다. 하이신스의 결혼식 전날, 술을 마시고 사고를 쳤던 그 남자. 하이신스의 동생!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클…… 클 뭐였는데.

16551068005403.jpg‘그런데 저자가 왜 여기 왔지? 내 후궁은 어디 가고 저 남자가 저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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