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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당신에게 돌아온 거야 (166/210)


#166. 당신에게 돌아온 거야
2023.04.02.


아서는 비현실적인 것을 보는 기분으로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다시 꿈인 것 같았다.

자신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모습이 이렇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가슴이 저릿했다.

사랑스럽게 붉은 뺨.

허리까지 오는 물결치는 금발이 반쯤 꽂혀 있는 귓가며, 그가 걱정되어 못 견디겠다는 듯이 애처로운 물기를 담아 흔들리는 연하늘 색 눈동자.

조금 젖어 있는 꿀 빛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부스스한 것이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낯설었다.

그녀를 볼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이.

아서는 당장 그녀를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간이 아까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레이나의 어깨와 얼굴을 쥐고 하나하나 그녀를 새기듯 바라보았다.

당장 이 시력이 흐릿해지며 다시 내 눈앞에서 당신이 사라질까 봐…….

당신을 지금 이 단 한 순간만 볼 수 있는 걸까 봐.

아서는 그녀를 마주한 채 꿈이 깰 것처럼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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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좋았다.

나는 그냥 당신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길 바랐어.

꿈이어도 좋았다.

그는 평생에 그녀처럼 아름다운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눈, 코, 입. 하나하나가 다, 믿기지 않게 애틋하고 지나치게 사랑스러웠다.

아서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오 년 전 그녀를 처음 봤을 때도 미인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별다른 큰 감흥은 없었다.

그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오 년 만에 다시 보게 된 그녀는 숨 막히게 아름답게 피어나 있었다.

오 년의 세월이 그녀에게 많은 성숙이나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님에도.

아서는 레이나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 년 전에 새벽빛 아래서 본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오러로, 그리고 손으로 그녀의 형상을 더듬어 머릿속으로 그녀의 생김새를 그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온전히 시야에 투영되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상상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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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옷을 골라주려고, 혹은 그녀의 화장을 지워 주려고.

오러로 그녀를 조심스레 에워싸고 때론 손으로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름답다’는 말을 해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시간들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이었는지.

나에게는 오러가 있으니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각했던 순간들은 모조리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당신을 봐야 했다.

레이나를 다시 보는 순간, 그는 그녀를 다시 보고 싶어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서가 레이나의 어깨를 쥐고 무언가를 꾹 참는 듯 고개를 숙여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다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눈에 어찌 되지 않는 간절함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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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표정이 어떻게 보였는지, 레이나가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이 담긴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왜 그렇게 그가 다급하게 달려왔는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는 그가 아픈지만 걱정하고 있었다.

당신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사라졌을까 봐 겁먹고 찾으러 왔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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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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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레이나가 그의 등의 상처를 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 년 만에 그녀를 보게 된 아서는 이 시간을 조금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나를 조금 더 제 앞에 두고 보고 싶었다.

아서가 레이나의 두 손목을 잡아 자신의 허리를 감게 했다.

그의 등을 만질 수 있게 된 레이나의 손바닥이 그의 등에 닿았다.

레이나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것 같은 자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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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조금 어색하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의 등을 진찰하듯 더듬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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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아서는 제 무덤을 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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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그의 몸을 더듬다가, 아서의 안색을 보려는 듯 레이나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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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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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는 순간 넘치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아서가 그녀를 팔 사이에 가두고 고개를 내렸다.

쿵.

살짝 뒷걸음친 레이나가 뒤쪽 조리대 테이블에 몸을 부딪쳤다.

내던진 물그릇이 발치에 부딪혀 밀려났다.

아서가 그녀를 안정적으로 당겨 안아 그 위에 올렸다.

레이나는 테이블 위에 걸터앉은 채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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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숨이 가빠졌다.

레이나는 이끌리듯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쿵쿵쿵.

서로에게 푹 빠져 있는 시간을 깨뜨린 건 노크 소리였다.

레이나는 흠칫 그를 밀며 입술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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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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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젖은 입술을 황급히 손등으로 문지르고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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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이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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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는 정말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지만, 레이나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

아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팔을 풀어 그녀를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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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기사들 앞에 나가게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레이나가 저렇게 예쁜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네글리제 차림을 보여 준단 말인가.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했다.

레이나를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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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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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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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 있어. 내가 열게.”

하지만 레이나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그가 비록 멀쩡히 걷고 있었고 놀라울 정도로 괜찮아 보였지만, 기사들 입장에선 그녀에게 중요한 환자를 맡겨둔 것이었다.

멀쩡한 레이나가 침실에 올라가 있고 절대 안정의 중환자였던 아서가 나와 문을 열어 주는 건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밖에서 다시 쿵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나 양?’ 하고 부르는 남자 목소리도 들렸다.

레이나의 눈이 커졌다.

이 목소리는, 카일 황태자 같은데?

순간 마찬가지로 밖을 향한 아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황한 레이나가 문 쪽으로 고개를 빼고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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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요!”

그를 보고 ‘갈게요.’ 하고는 나가려는 레이나를 아서가 다시 막았다.

아서가 그녀를 당기더니 고개를 숙이고 레이나의 얼굴을 딱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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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나랑 할 말 있잖아.”

레이나는 그의 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훅 다가오자 심장이 쿵 내려앉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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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서가 이번엔 안 놔준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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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망갈 거야?”

레이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작게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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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 안 가요……. 제가 언제 도망을…….”

레이나는 어쩔 줄 모르고 바닥을 쳐다보며 손가락과 발끝을 꼼지락거렸다.

아서가 레이나의 얼굴을 놓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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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 있어. 그 모습으로 나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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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

내 모습이 왜?

레이나가 얼떨떨한 얼굴로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레이나는 드레스를 갖춰 입은 모습이야 아니었지만 실례가 아닐 정도로는 입고 있었다.

실내용 네글리제 차림이었지만 겨울용이었기에 도톰했고 응접실 정도는 나가도 무방한 편한 차림이었다.

오히려 붕대를 감고 있는 아서 쪽이 상의를 벗고 있었다.

하지만 아서는 두 걸음 만에 돌아서며 다시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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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나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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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밍을 놓쳤다.

아서가 레이나를 뒤에 두고 문으로 향했다.

붕대가 감겨 있는 그의 넓은 등판을 보며 레이나는 뒤에 멍하니 서 있었다.

아서가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중환자였던 아서가 친히 걸어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한 기사들이 놀란 듯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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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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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카일 황태자가 무사한 아서를 발견하곤 감격한 얼굴로 팔을 벌리고 아서를 껴안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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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아서는 단칼에 손을 들어 거절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각 같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팔짱을 끼고 몸으로 문을 막은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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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오세요. 중요한 얘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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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들 사이에 얼떨떨한 침묵이 흘렀다.

카일이 놀라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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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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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은 좀 더 천천히 받죠, 황태자 전하. 그럼 이만 실례.”

쾅.

아서가 카일의 코앞에서 문을 닫았다.

황태자의 기사들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다들 아서의 고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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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서! 잘못했다! 열어 줘! 사정이 있었어! 나도 진짜 중요한 얘기 많이 가져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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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기서 기다리세요. 이야기 마칠 때까지.”

아서는 발걸음도 멈추지 않고 대답하며 문 앞에서 멀어졌다.

황망해진 레이나가 제 앞으로 다가온 그의 진지한 눈빛을 멍하니 마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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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아서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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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당황스러운 상황일 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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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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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물으려던 건 아닌데…… 이걸 못 들으면 아무 일에도 집중이 안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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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레이나 앞에 선 아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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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일은…….”

거기까지만 말했을 뿐인데, 레이나의 얼굴이 대답 대신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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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어떤 말도 도저히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태가 되었지만, 그 얼굴이 대답이 되었다.

아서도 좀 난처한 듯 귀가 붉어졌다.

그가 자기 귀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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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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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말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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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받아줬다는 기분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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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입술을 살짝 핥은 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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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계속 볼 수 있다고 생각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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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가 뜻밖의 질문에 그를 마주 보았다.

아서는 레이나가 뭐라고 대답할지 걱정하며 몹시 긴장한 듯했다.

주먹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꽉 쥐었다가, 옆의 조리대를 짚었다.

그러면서도 레이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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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봐 달라는 뜻은 아니야. 테일러 로렌슨이랑 같이 만나도 상관없어. 당신이 누굴 나랑 동시에 만나든 상대한테 해 끼치지도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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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서는 그녀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며 초조하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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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떤 이유로 날 허락했든…… 난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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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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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안 떠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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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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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 없이는 못 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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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심에 호소하는 것이 비겁해도 상관없었다.

그는 더 이상 정의로운 마음으로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비참해져도 괜찮았다.

레이나만 있으면 되었다.

지난밤이 실수였고 다시 그녀가 저를 허락해 주지 않는대도 괜찮았다.

설령 두 번째가 돼도, 레이나만 가끔 볼 수 있으면 되었다.

그걸 위해 그때까지 아서는 테일러 로렌슨을 참았다.

그러니까 날 좀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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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 년의 전쟁을 견디고 그 사지에서 돌아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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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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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줄리어스의 남편이 되려고 돌아온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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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조용히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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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한테 돌아온 거야.”

당신은 돌아오지 말라고 했지만, 난 당신만이 내 귀환을 기다려 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대로 착각한 거래도 할 수 없다.

설령 당신이 그러지 않았어도,

적어도 나는 당신을 기다려 이곳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날 보고 당신이 어떤 얼굴을 할까.

그게 궁금해서.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나는 줄리어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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