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 유예하지 말라 (83/210)


#83. 유예하지 말라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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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계절에 줄리어스에 와 본 적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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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때가 처음이었소. 당신을 만나러 왔을 때.”

아서는 그저 가만히 턱을 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레이나는 왠지 쫓기는 기분이었다.

얼떨결에 그와 침대 속에 나란히 앉은 상황도 더욱 레이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예전엔 어떻게 그의 옆에서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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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죠? 저희 처음 만났을 때는……. 그날 눈이 엄청 많이 왔었잖아요.”

어떤 말을 해도 실수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레이나는 어둠 속으로 도망치듯이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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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의 가을은 꽤 화려한 편이에요. 단풍도 굉장히 많이 들고. 풍요롭기도 하구요…….”

침묵이 내려앉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레이나는 가장 사심 없게 들리는 말을 하기 위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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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시기는 굉장히 짧아요. 겨울이 되면 순식간에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마른 가지들만 남거든요. 그렇게 떨어지는 잎들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더라고요…….”

레이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그에게 물어선 안 되는 걸 물어보게 될 것 같았다.

혹시 저를 계속 곁에 두고 싶으신가요?

조금은 좋아하세요?

혹시 당신이 그리는 영웅의 미래에, 정부 같은 게 있나요?

그 어떤 것도 묻고 싶지 않았다.

묻는다면 그는 답할 거고, 그렇다면 다음에는 내가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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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기서만 살아서 다른 곳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다른 영지에서 온 하녀들은 전부 인정하더라고요. 줄리어스는 풍요롭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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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에 열리는 수확제도 다른 영지랑은 다르대요. 물론 이번에 후작님이 열어 주신 개선 기념 거리 축제하고 비교가 안 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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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부실 보급을 하다니 빈축을 살 일이긴 한데…….”

레이나는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영지의 풍요로운 수확제와 부실 보급 이야기를 동시에 하다니.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레이나는 애써 말을 이어갔다.

줄리어스의 가을에 대해, 특산품에 대해,

그리고 다음으로 가을에 열리는 줄리어스의 사교 모임들에 대해.

아서는 그저 조용히 들어 주었다.

아마도 그 행사들이 재개되면 아서가 그 행사들을 주관하고 참여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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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있는 동안 모임이 금지됐지만, 사실 뱃놀이랑 사냥 모임은 꽤 자주 있었어요. 특히 줄리어스는 사냥하기 좋은 곳이라, 귀족들이랑 지역 유지들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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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가을에는 사냥은 없었어요. 영주님이 사냥 허가를 내 주지 않으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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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이랑 개선군이 돌아오셨으니까, 사람들 이목을 생각해서 자중하셨나 봐요.”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억지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입안을 바짝바짝 마르게 만들었다.

횡설수설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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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는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다문 순간.

툭.

초조해하는 손을 올려둔 무릎 위로 이불이 덮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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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다만 피로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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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가 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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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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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나 뱃놀이. 아니면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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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 등을 기대며 느슨히 팔짱을 낀 자세가 그를 무심하게도, 나른하게도 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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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그를 보며 침묵하다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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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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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못 나가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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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고, 축제 기간에 저택을 지키면 보너스가 나와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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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눈가를 짚으며 웃었다.

레이나가 줄리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는 어느새 레이나에 대한 이야기로 만든다.

그가 영주가 된 이 땅은 어떤 모습이 될까.

그가 허가하는 축제와 사냥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웃음 끝에 이어진 나른한 미소와 함께 긴장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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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 과거는 늘 돈 모은 이야기뿐인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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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머뭇거리며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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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보단 다른 데 관심이 많았던 거지……. 돈 때문에 뭘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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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

침대 헤드에 팔을 걸친 채 아서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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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언제나 돈만 모으며 산 것처럼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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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했다.

그는 나도 나름대로 소소하게 취미생활에 열정을 바치며 살았다는 걸 모르니까.

당신을 빼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생활이긴 했나 보다.

레이나는 머쓱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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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능하면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쪽으로 살아온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 한 건 아니에요.”

레이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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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돈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 할머니가 정해 주신 규칙이 하나 있는데요.”

레이나는 치마 대신 이불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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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에서 얼마 정도는, 꼭, 지금의 즐거움을 위해 쓰라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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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할머니 생각을 하며 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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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가지고 우직하게 돈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번 돈을 모으기만 하거나, 가족을 위해서만 쓰지는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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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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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즐거움도 알아야 한다고. 최소한 번 돈의 1할이나 2할은, 반드시 그 돈을 벌어온 지금의 나를 위해 쓰라고. ……할머니가 절 그렇게 가르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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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의 눈이 먼 곳을 향하며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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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없이 나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달린다, 하면서 지내면 삶이 너무 팍팍해진다고.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셨어요. 마음속에 즐거움이 될 만한 거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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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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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래서.”

레이나는 갑자기 너무 장황하게 떠들어댄 것 같아서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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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지냈어요. 정말로요.”

그리고 새삼, 눈앞의 사람이 지난 오 년 간 자신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당신이 내 즐거움이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진흙 속의 미운 오리 새끼가 훨훨 백조가 되어 날아가는 이야기를 읽을 때의 카타르시스 같은 것.

안타까움 속에서도 보낸 오랜 응원이 보답을 받는 기분 같은 것.

나만 알던 사람을 모두가 알아줄 때의 희열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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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 년 동안 레이나에게 그런 기쁨들을 주었다.

레이나는 물끄러미 방구석에 일렁이는 촛불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무엇하나 말할 순 없겠지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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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 못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몇 번이고 충동적으로 물어볼 뻔했던 말.

저희 헤어질 수 있겠죠?

하지만 레이나는 익숙하게 그 질문을 삼켜낸다.

그 뒤에 자신의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당신이 만약 내게 자신의 정부가 되어 당신 곁에 남아달라고 한다면.

당신이 나의 위안이었다고, 나의 연인으로 남아 달라고 말해 준다면.

나는 스스로를 설득하고, 기만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종국엔 그걸 사랑으로 착각하고 주저앉지 않을 자신이 없기에.

그래서 레이나는 묻지 않았다.

그의 오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고마운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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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헤드에 팔을 걸친 채 앞만 보고 있던 아서가 어느 순간 손을 움직여 레이나의 머리를 제 쪽으로 당겼다.

툭.

레이나는 아서와 나란히 앉은 채 그에게 기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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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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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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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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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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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그에게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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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짹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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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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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멍하니 눈을 떴다.

수면 부족으로 곧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머리에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노래하는 브로디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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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왠지 그녀의 목소리는 신이 난 것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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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큰 침대에서 주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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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방에 보조 침대가 들어온 이후 레이나는 보조 침대에서 잠드는 일이 많았다.

아서가 큰 침대를 쓰라고 양보해 주고 보조 침대에 먼저 누워도, 결국 레이나가 보조 침대의 한구석에 꾸물꾸물 들어가 누우면, 아서는 좁은 침대를 견디지 못하고 난처해하며 큰 침대로 옮겨 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젯밤은 레이나가 먼저 잠들고 말았다.

새벽까지 떠들다 보니 급격히 피로해져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어 버렸다.

레이나는 멍하니 침대 옆의 빈자리를 쳐다보았다.

촤악.

커튼을 걷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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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은 아침에 먼저 나가셨어요.”

그리고 다가온 브로디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레이나를 데굴, 옆으로 굴려 그녀를 이불에 파묻히게 한 뒤 그녀의 몸 밑에 있던 시트를 잡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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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불을 안고 웅크린 레이나의 등 뒤에 깨끗한 새 시트를 스윽 들이밀었다.

레이나를 다시 원래 자리로 굴려 놓은 브로디가 그녀의 품에서 헌 이불을 빼앗고 햇살 냄새가 나는 보송한 새 이불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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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이런 거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레이나는 침대에 파묻힌 몸을 일으켰다.

몇 시지?

평소보다 방 안의 그림자를 많이 밀어낸 창가의 햇살이 느껴졌다.

레이나는 벽시계를 보고 자신이 평소보다도 늦잠을 잤다는 걸 깨달았다.

브로디가 기민하게 레이나의 피로한 얼굴을 알아채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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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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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제 좀 늦게 잤더니.”

밤늦게까지 열심히 이야기한 탓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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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미안.”

브로디는 얼른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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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별말씀을요.”

브로디는 능숙하게 뭉친 침대 시트를 바깥의 세탁 바구니에 치우고 물잔을 들고 돌아왔다.

레이나는 물잔을 받으며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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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료는? 테일러는 안 왔어?”

그러나 다음 순간, 브로디의 대답을 들은 레이나는 물을 삼키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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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돌봐 드리던 환자분이 좀 편찮으시다고 늦으신다더라고요.”

……뭐?

레이나는 멍하니 브로디를 바라보았다.

아프시다고?

할머니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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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편찮으시대? 다……른 말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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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브로디가 레이나의 얼굴을 보고 멈칫하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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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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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황급히 침대 밖으로 나와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브로디가 당황해 다가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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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무슨 일이세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있을까요?”

레이나는 창백한 얼굴로 멈추어 있다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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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경을…….”

아니야.

아서 경은 줄리어스 후작님이랑, 아가씨랑 대화를 하러 가셨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만나 뵐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뵐 수 있다 해도 나의 일로 중요한 대화를 방해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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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케이 경을 불러 줘.”

그것이 레이나가 납치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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