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 핑계 (75/210)


#75. 핑계
2022.05.19.


영웅은 무릇 자신에 대한 기록을 제 손으로 남기지 않는 법이다.

영웅의 행적과 일대기란 사관들과 시인들, 그와 함께한 기사들이 남겨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국의 가장 위대한 영웅인 선황제 알렉산더 루사익 2세는 기록하는 습관을 가진 기사였고, 온갖 책과 노트와 지도의 귀퉁이에 수많은 메모들을 남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모든 기록들은 현 황제와 황태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왕의 서고’에 안치되어 있었다.

팔락.

황태자의 손 밑에서 페이지가 넘어갔다.

카일 황태자는 왕의 서고에 가득한 책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그는 황궁에 귀환한 후 틈이 날 때마다 왕의 서고에 틀어박혀 있었다.

선황제 알렉산더 루사익 2세를 이번 개선식에 ‘알렉산더 루사익 대제’로 추존할 예정이고 이 서고에는 황제와 황태자만이 접근할 수 있기에.

카일이 직접 ‘왕의 서고’를 훑으며

유의미한 기획이나 연설 따위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나선 것이라 알려져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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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은 조금 다른 목적 또한 가지고 있었다.

카일 황태자는 보고 있던 책을 덮어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 놓고, 아픈 목을 주무르며 그 옆에 있는 책을 빼 허공으로 들며 드러누웠다.

팔락.

그러면서도 카일의 손은 시간 낭비가 없도록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카일은 선황제가 남긴 모든 기록을 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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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이 알렉산더 루사익 2세가 남긴 기록들을 강박적으로 모아 모조리 이 서고에 가두어 둔 것은

그가 남긴 기록에 현재 황실의 기밀로 취급되는 정보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러에 대한 것.

잃어가는 시력에 대한 것.

나빠지는 원인으로 추측되는 일들.

시력의 악화를 막기 위해 했던 노력들.

가끔 눈의 상태가 좋았던 날과, 좋아지는 듯했던 날.

그러다가도 다시 나빠졌던 날.

그러나 그의 기록은 그가 세상을 떠난 서른다섯의 나이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선황제의 기록은 20대 중후반쯤부터 거의 멈추어 있었다.

그가 전쟁을 통해 영웅이 되고, 새로운 황제로 선제후들에게 추대되어 즉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시력을 잃은 후로 글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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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은 집요하게 선황제의 기록들을 탐독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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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그런 걸 치료할 수가 있나?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한테 가서 물어보시오. 대학에 강의까지 나가는 소문난 명의니까. 수도에서 이름난 의사들도 그분한테 배우러 온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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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치료? 글쎄……. 그분이 모르면 아마 어떤 의사도 모를 거예요. 어차피 이 지역 의사들은 거의 다 그분한테 배우는 제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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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요? 잘 모르긴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을 만한 사람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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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로렌슨이지.”

트리스탄의 아내가 간단히 답했다.

그리고 좀 의아하여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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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멀리서 찾아? 가까운 곳에 최고의 의사가 있는데. 닥터 로렌슨이 줄리어스의 주치의잖아. 당신도 매일 줄리어스 저택으로 출근하고.”

뒤이어 아내는 좀 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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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서 ‘최고의 의사’하면 누구한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을 할걸? 그분만한 의사는 없을 거야. 오죽하면 그 까다롭다는 재벌 줄리어스가 파격 대우해 줘 가며 애지중지 삼십 년을 끼고 있겠냐고. 누군지 높은 사람을 치료하고 작위를 받았다는 소문까지 있던데? 그건 좀 과장된 헛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무튼 그분은 귀족들한테도 존중받는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닥터 로렌슨과 인연을 맺고 싶어 하는 고위 귀족들이 상당히 많지만, 줄리어스가 해 주는 조건이 워낙 좋은 건지, 후작 대부인이 무명 시절부터 키워 준 의리 때문인지 꿈쩍도 않는다나.

그런 소문들은 줄리어스의 평판과 더불어 의사로서 닥터 로렌슨의 명성을 한층 드높여 주고 있었다.

트리스탄은 한숨을 참으며 사실에 기반한 핑계로 다른 대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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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로렌슨은 출장 중이라 자리를 비웠어. 그 사람 말고 다른 유명한 의사는 없을까? 여기서 두 번째로 유명한 의사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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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아내가 으쓱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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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분도 닥터 로렌슨이야. 그분 아들, 떠오르는 신예라던데.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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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로렌슨.”

그의 아내가 짝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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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사실 요즘 여자들이랑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그분이 더 인기 있어.”

 

* * *

그리고 그건 이미 트리스탄도 일전에 아서의 명령으로 ‘테일러 로렌슨’을 조사했을 때 알게 된 내용들이었다.

두 사람이 평판 좋은 의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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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탄은 하루 종일 들은 ‘닥터 로렌슨’이라는 이름에 조금 질려 버려서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 영지에 의사라곤 로렌슨 선생뿐인가.

오히려 너무 유명하고 확실한 의사가 있기 때문인가, ‘그의 제자로 유명’한 것 외엔 달리 이름난 다른 의사가 없었다.

장님을 눈 뜨게 하거나 앉은뱅이를 일으킨 적 있다는 의사나 신비술사, 사제 따위도 수소문해 만나 봤지만 죄다 의무병만도 못한 돌팔이나 사기꾼들이었다.

그나마 만나 본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고 말이 통하는 것은 닥터 로렌슨의 제자라고 알려진 의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자기보다 경험 많고 유능한 의사로 닥터 로렌슨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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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는 줄리어스 후작 내외와 너무 긴밀하지 않은가.

트리스탄은 딜런의 치료를 위해 의사를 청하며 겸사겸사 상이군인들의 사례인 척 아서의 눈에 대해서도 알아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남의 핑계를 댈 예정이라 해도 로렌슨 선생에게는 껄끄러웠다.

이쪽의 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대라니.

로렌슨 선생은 제외하고 싶었다.

케이가 서류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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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닥터 로렌슨의 명성이 이쯤 된다면, 굳이 딜런 경의 일로 의사를 수소문하면서 닥터 로렌슨만을 제외한다는 게 오히려 수상해 보일 소지가 높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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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그랬다.

트리스탄은 한숨을 내쉬며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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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딜런 경의 눈에 대해선 로렌슨 선생에게도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묵묵히 있던 리오넬이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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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로렌슨 선생에게 다른 의사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당신의 제자들 중에 실명 치료에 관심이 있을 만한 의사가 있으면 연구직으로 추천해 달라고 하거나요.”

리오넬도 ‘아서의 최측근 부관’ 자격으로 아서의 오러와 시력 문제에 대해 알게 된 상태였다.

트리스탄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닥터 로렌슨이나 닥터 로렌슨의 제자나.

결국 얼마나 보안이 지켜질까에 걸어야 하는 문제이니.

케이는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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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탄은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가 서류로 다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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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죠. 딜런 오스본 경 설득해 주세요. 그쪽 협조 구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테일러 로렌슨하고는 제가 얘기해 보겠습니다.”

 

* * *

레이나는 문서 보관함에서 노트를 꺼내며 얼마 전에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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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평소엔 뭘 하고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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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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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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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 하는 취미 생활이라거나. 좋아하는 게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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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방에서 혼자 있을 때 뭘 하고 지냈소?」

레이나는 약간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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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글쎄요……. 딱히…….」

사실 레이나에게는 확고한 취미가 있었다.

그러니까, 밖에선 신문과 소식지를 사 모으고, 실내에선 그걸 스크랩북에 정리하는 취미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 앞에서 당신의 기사를 모아다 스크랩하는 게 내가 열중하고 있던 취미 생활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레이나는 어색하게 목덜미를 누르며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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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취미는 없어요. 할 시간이…… 별로 없기도 하고 해서…….」

다행히 시간이 없다는 건 몹시도 적당하게 들리는 핑계였다.

사실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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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하지만 아서는 레이나가 방에만 갇혀 있는 것에 마음을 쓰는 듯했다.

그리고 뭔가 추억이 될 만한 걸 당신이랑 같이하면 좋겠는데 자기는 이런 건 그리 자신이 없다며,

당신이 하고 싶은 게 없냐고 물었다.

레이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금만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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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당신이 정한 취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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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레이나가 미소 지으며 보관함에서 꺼낸 노트를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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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쓰거나, 그리고 싶은 게 있으면 그리거나 하려고 하나 샀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첩자 일을 하다가 걸린 전적도 있겠다, 뭔가 혼자 몰래 끄적이거나 기록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하면 수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그에게 알릴 겸, 앞으로 이 노트를 쓰겠노라 허락을 받을 겸.

레이나는 브로디를 통해 사 온 노트를 아서에게 건네주었다.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남긴다는 목표에 이만하면 꽤 어울리지 않나?

레이나는 보관함도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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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넣어 두려구요. 잠글 수도 있어요, 이 보관함. 그러니까 혹시 후작 부인이 갑자기 들어와서 이건 뭐냐고 빼앗으려고 하더라도, 아서 경 거라서 저는 잘 모른다고 하면 지킬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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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미적지근한 미소를 짓는 아서의 반응을 포착한 레이나는 어색하게 목덜미를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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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기록은 좀…… 그런가요?”

첩자 일…… 했던 것 때문에 좀 그렇게 보이려나?

하긴 의도가 없는 사소한 일기여도 기록이 모이면 무슨 단서가 될 수 있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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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서가 웃으며 노트를 든 손목을 까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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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지만, 나한테 이 노트를 보여 줄 거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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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 아무것도 안 적었는데요.”

아서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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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적으면 보여 주기 곤란해지지 않겠소? 부인의 사생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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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레이나는 아서가 원한다면 당연히 보안상 보여 줘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부인의 사생활이라 말하자,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에게 스크랩북 같은 용도로 쓰이게 된다면?

레이나는 갑자기 돌려받은 프라이버시를 얼떨떨하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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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서가 부드럽게 웃으며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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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 나랑 같이하는 거라고 하긴 어렵지 않겠소?”

그런가?

레이나는 눈을 깜박였다.

듣고 보니 내가 그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서 경한테 나랑 교환 일기를 쓰자고 할 수도 없잖아?

아서가 웃으며 레이나에게 노트를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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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는 당신 맘대로 써도 돼요. 기사들이 당신 노트를 보지 못하게 말해 두겠소. 물론 나도 보지 않을 거고. 하지만 당신 일기를 내가 훔쳐볼 순 없으니, 그걸 나랑 같이하는 추억으로 치기엔 좀 아쉬울 것 같소. 나랑 할 것으로는 다른 걸 하나 더 생각해 주겠소?”

그리고 아서는 싱긋 웃더니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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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는 어리둥절해 그의 손을 맞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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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도 고민을 좀 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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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서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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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간 빼놨소. 나랑 드레스 맞추러 나가요.”

레이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서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짝 넘겨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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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귀걸이에 어울리는 드레스 입혀 주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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