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열외 (1/210)

#1. 열외2021.09.02.

안녕. 제 이름은 레이나입니다. 줄리어스 후작가의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이고, 가족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그 외에 특이사항으로는 소식지 스크랩하는 취미가 있고, 언젠가 한적한 바닷가에서 할머니랑 둘이서만 오붓하게 살고 싶다는 장래 희망이 있다는 거.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꿈은 없냐구요? 아, 이걸 빼먹을 뻔했네요. 저는 결혼했습니다. 저도 가끔 잊는 사실이에요. 제가 5년 전에 귀한 우리 아가씨 대신 어떤 기사님과 혼인했었다는 거 말이에요. 며칠 내로 돌아오는 그분 때문에 온 저택이 비상이라, 요 근래는 자주 상기하게 되네요. * * * 새벽 세 시. 줄리어스 후작 저택의 하녀 다락. 벽 끝에 붙은 이층 침대에 엎드린 하녀 레이나는 잠들어 있는 다른 하녀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소식지를 펼쳤다. 바스락……. 벽에 붙은 어스레한 촛불 빛이 글자들 위를 어른거렸다. 【 세기의 개선장군 아서 경, 퐁테르 자작령에 입성 】 【 입성하는 개선군을 향해 꽃을 뿌리는 퐁테르 시민들의 모습 】 【 줄리어스 후작령이 지척에. 오 년 전 생이별한 약혼녀 레이디 크리스티나와의 재회 곧 성사되나 】 【 개선군을 기다리는 줄리어스 영지는 축제 분위기 】 【 줄리어스 후작. 사위 덕 보나. 새로운 선제후* 권력 지도 ― 말을 아끼는 후작 부인의 모습 】 【 특집, ‘세기의 기사 아서’ ― 줄리어스 후작령의 데릴사위이자 후계자 】 【 카일 황태자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 】 레이나는 지친 눈을 비비며 새로 얻은 소식지들을 한 번 더 읽어 보았다. 그러곤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세 권의 스크랩북 속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 카일 황태자 건강 회복 】은 검은색 표지 아래로. 【 특집, ‘세기의 기사 아서’ 】는 다른 특별 기획들과 함께 푸른 표지 아래로 모였다. 그 밖의 이야기들은 발행일 순서대로 회색 표지 아래 정리. 하지만 소식이 느린 곳도 있어 몇몇 장들은 순서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정리를 마치고 일정한 위치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어 줄을 꿰는 데까지, 레이나의 손은 익숙하게 움직였다. ‘후―’ 하고 종이 부스러기를 불어내는 것으로 마지막. 금세 소식지들을 세 권의 스크랩북으로 엮어 정리한 레이나는 뿌듯하게 그것들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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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소식지들은 필요 없는 내용들을 잘라 내고 종이에 붙이며 정리하기도 했지만, 요즘 나오는 소식지들은 거의 레이나가 원하는 내용들로만 가득해서 잘라 낼 필요가 없다. 레이나가 원하는 내용이 뭐냐 하면, 특별할 건 없다. 지금 이 제국의 모두가 원하는 소식과 같은 것이니까. 대승을 거두고 돌아오고 있는 총사령관 아서 경과 그가 이끌고 온 개선군의 이야기 말이다. 사람들이 어찌나 아서 경의 이야기를 기다리는지, 발간 이래 이렇게 불티나게 사원의 소식지가 팔린 적이 없다나.

16549654497918.jpg“황태자 얘기는 한 구석에만 조그맣게 실렸네. 삽화도 없고.”

16549654497918.jpg“황태자? 그 사람 아직도 살아 있었다니?”

아직 레이나 외에도 잠들지 않은 하녀들이 남아 있었는지 숙소 저편에 작게 속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하녀 애들도 이번 소식지를 산 모양이다. 레이나는 자신이 깨어 있는 걸 그네들이 알면 이야기 소리가 멈출까 봐 더 숨소리를 낮췄다. 십여 개의 이층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는 하녀 다락에서 레이나의 자리는 가장 구석진 곳이라 다행히 이럴 때 눈에 띄지 않기 좋았다.

16549654497918.jpg“너 변했다? 예전에는 황태자 전하 출정한다고 울었으면서.”

16549654497918.jpg“얘는 언제 적 얘길 해. 오 년 전이다, 오 년 전. 요즘 황태자한테 누가 관심이 있어. 그런 온실 속 화초 같은 도련님……. 아서 경이 아니었으면 목숨이나 부지했을까 몰라.”

어둠 속에서 슬쩍 시선을 들어보니 구석에서 두 하녀가 신문 하나를 같이 들여다보며 소곤거리고 있었다. 그들 역시 창가에 붙어 흔들리는 희미한 촛불 하나에 의지한 건 레이나와 마찬가지였다. 숨죽여 키득거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16549654497918.jpg“얘! 근데 이 삽화 좀 봐. 아서 경을 그리는 데 사심이 너무 들어간 거 같은데? 키가 삼 미터는 되겠어.”

레이나도 그만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크흠.’ 하는 작은 기침 소리로 위장해 삼키고는, 자신의 스크랩북을 서류 보관함에 소중히 정리해 넣어 침대 밑에 감추었다. 그리고 모른 척 조용히 침대 속으로 파고 들어가 이불을 덮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6549654497918.jpg“어머나! 이거 좀 봐. 진짜일까?”

16549654497918.jpg“세상에. 우리 아가씨 얘긴데 어째서 우리는 하나도 모르는 거야?”

그들이 어느 부분을 읽으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레이나의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레이나는 이미 그 이야기를 열 번 넘게 읽어 다 외웠기 때문이다. 【 충격! 줄리어스 후작 영애와 아서 경, 이미 오 년 전 황실의 승인하에 정식 혼인을 마쳤으나 당사자들이 이를 비밀에 부쳐…… 】 【 레이디 크리스티나를 마음에 품었던 뭇 귀족 영식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 【 모 백작 영식은 충격으로 몸져누워…… 】

16549654497918.jpg“정식 혼인을 마쳤다고? 이거 둘이 잤다는 거야?”

16549654497918.jpg“와……. 설마? 그랬으면 우리가 몰랐겠어? 이 후작 저택에 보는 눈이 얼만데!”

16549654497918.jpg“비밀리에 했다잖아. 내일 다들 일어나면 혹시 이 얘기 아는 사람 있는지 물어보자.”

숨죽인 가운데서도 들뜬 하녀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레이나는 조용히 입술 위로 침대 시트를 끌어 올렸다. 이 중에 그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 레이나 말고는…….

16549654541973.jpg“…….”

뭐, 간단한 사정이었다. 오 년 전. 선제후가 되고 싶어 몸부림치던 줄리어스 후작은 황실의 신의를 얻기 위해 딸을 팔았다. 상대는 사교계에서 멸시당하던 황제의 사생아. 줄리어스에서 태어나 자란 콧대 높은 아가씨로서는 상상도 안 해 봤을 날벼락이었다. 귀족 사교계는 평판과 명예가 중요한 곳이고, 사생아라는 건 당연히 명예로운 출신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당시 황실은 그의 혈통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그에게 황실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던 때였다. 그럼 결국 황제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도는 하급 귀족 나부랭이일 뿐인데, 혼인이라니. 그의 혈통은 불확실한 것이었던 반면, 상대의 형편없는 명예가 후작 영애에게 가져올 굴욕은 확정적인 것이었다. 후작 부인도 귀하게 키운 외동딸을 그런 혼처에는 못 보낸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줄리어스 후작은 집안의 모든 반대를 묵살하며 이렇게 말했다.

16549654541977.png「어차피 그자는 바로 전장으로 떠나야 하니 일단 결혼식은 조용히 올리고, 황제 폐하께서 그자의 혈통을 공인해 사교계에서 평판이 회복되면 나중에 혼인 사실을 공표하면 되는 것 아니냐!」

16549654541977.png「어차피 전쟁통이라 사교 모임도 죄 금지됐으니 떠벌려대지만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게다!」

16549654541977.png「황실에서도 그 정도 배려는 해 주시기로 했다.」

대체 왜. 후작 영애가 그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해야 한단 말인가. 혼인이 그냥 ‘그럽시다, 우리 결혼한 걸로 합시다.’ 하고 속닥속닥 고개만 끄덕이면 끝나는 일도 아니고. 평범한 귀족 아가씨였어도 사달이 났을 텐데, 싫은 구두조차 고분고분 신어본 적 없는 대단한 아가씨가 순순히 그런 상대와 결혼을 하겠다 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자기는 결혼 안 하겠다고 난리 난리가 났고……. 뭐 결국…… 하녀 애들 중 나이도 비슷하고, 가끔이지만 제법 미인이라는 말도 종종 듣던 레이나가 조용히 불려 가서…….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 레이나는 가만히 이불 속에서 눈을 깜박이며 천정을, 그러니까 이층 침대의 썩은 바닥 판을 쳐다보았다.

16549654497918.jpg“……어떤 사람일까? 아서 경…….”

저쪽에서 하녀들이 궁금해하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일이 되면 모든 하녀들을 찔러 보며 묻고 다닐 예정인 듯하지만, 아마 레이나에게 와서 물어보지는 않을 성싶다. 쉽게 속내를 터놓을 수 없는 사정들이 있다 보니 레이나는 아무래도 좀 하녀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었다. 하긴 뭐, 물어본다 한들 대답해 줄 수는 없으려나……. ―콰당!

16549654541993.jpg“하녀들 집합!”

다짜고짜 문이 열리며 하녀장 허스트 부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하녀들의 침소를 울렸다. 침대에 곯아떨어져 있던, 혹은 저희들끼리 소곤대던 하녀들은 괴로워하며 몸을 일으켰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이미 온 저택이 달달 볶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고 있는 일과였으니까. 레이나를 포함해 모든 하녀들은 노곤한 잠을 방해하는 한밤의 호출에 힘들어하면서도, 미처 못 일어난 다른 이들을 흔들어 깨워 주며 익숙하고 일사불란하게 침대 밖으로 몸을 빼 하녀복을 찾았다. * * *

16549654541996.png“여기, 청소를 맡은 게 누구지?”

후작 부인이 계단의 난간에 보일 듯 말 듯한 얼룩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열한 사용인들 사이에서 하녀 아이 하나가 창백한 얼굴로 한 발 앞으로 나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후작 부인은 하녀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뒤이어 창가의 커튼을 열어젖히며 물었다.

16549654541996.png“여기는?”

운 나쁜 새 한 마리가 창문에 부딪혀 죽은 모양인지 깃털과 조금의 핏자국이 보였다. 또 다른 하녀가 소리 없이 숨을 삼킨 뒤 한 발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몇 명의 하녀와 사용인이 더 불려 나갔다. 망설이는 사람은 없었다. 머뭇거리는 낌새를 내비친다면 예후가 좋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6549654541973.jpg“…….”

고개를 숙인 레이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대리석 바닥은 얼굴이 비칠 정도로 깨끗했다. 아무리 후작 저택이 넓다 한들 이백 명이 넘는 하녀들을 한 달 넘게 들들 볶아 대청소를 했는데 깨끗하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저런 희미한 얼룩이야 하인들이 짐을 들고 오가며 하루에 몇 번씩도 생기는 것이었고, 창문에 새가 날아와 부딪치는 거야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마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면목 없는 행세를 했다. 이렇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면 대부분 큰 유혈사태 없이 끝이 난다. 처음에는 마님의 불호령에 오들오들 떨었던 가장 어린 하녀들도 달포 내리 반복된 시달림에 비교적 의연해져 있었다. 어차피 문제는 청소 상태가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저택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오 년 동안 남처럼 굴던 처갓집이 갑자기 곱게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저 예민함이 극에 달한 후작 부인의 스트레스 풀이일 뿐이라는 걸 하녀들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누가 봐도 지난 오 년 동안 후작가가 아서 경과 징집병들을 소홀히 대했으니, 후작 부인이 그의 귀환을 걱정하며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거라는 사정은 빤한 일이었다.

16549654541996.png“내가 이런 꼴을 보자고 너희들 급료를 주는 건 아닐 텐데.”

후작 부인이 레이나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16549654541973.jpg“…….”

후작 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데에 아주 조금 안심하는 순간. 성큼 인기척이 가까워지더니 홱 몸을 돌린 후작 부인이 손에 든 부채로 레이나의 바로 옆에 서 있던 하녀를 후려쳤다.

16549654497918.jpg“……!”

맞은 하녀가 비틀거리며 레이나의 어깨에 부딪혔다. 레이나는 숨을 멈추었다.

16549654541996.png“졸아?”

몸을 가누지 못한 하녀가 쩔쩔매며 허리를 숙였다.

16549654497918.jpg“아, 아닙니다, 마님.”

16549654541996.png“아니야?”

철썩. 후작 부인은 다시 한번 부채로 하녀의 뺨을 후려쳤다.

16549654541996.png“그럼 내가 잘못 봤다는 건가?”

연약한 부채는 살이 부러지며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사용인들 사이에 긴장감이 퍼져 나갔다. 레이나는 몸을 굳혔다. 옆의 하녀가 정말 졸았을까? 모르겠다. 못 느꼈다. 분명한 건 이런 흐름은 경과가 좋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16549654541996.png“레이나 아스타린.”

마음을 다잡기 무섭게 곧바로 이름이 불렸다.

16549654541973.jpg“네, 마님.”

대답하며 레이나는 몸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갑작스레 이어진 것은 뜻밖의 말이었다.

16549654541996.png“너는 오늘부터 열외다.”

레이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16549654541973.jpg“……네?”

옆의 하녀들도 꽤 놀랐는지, 몇 명이 고개를 숙이는 것도 잊고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혹시? 레이나는 순간적으로 짚이는 데가 있었다. 이런 타이밍에 ‘열외’로 이름 불린 이유. 하지만 일단 모르는 척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레이나가 떠올린 이유는 후작님네 가족과 하녀장만 아는 비밀이기 때문이었다.

16549654541996.png“올가.”

16549654541993.jpg“네, 마님.”

하녀장을 부른 후작 부인은 명령을 위임하듯 레이나를 향해 턱짓하곤 몸을 돌렸다. 하녀장 허스트 부인이 마님 대신 말을 이었다.

16549654541993.jpg“크리스티나 아가씨께서 몸종으로 널 지목하셨다. 해야 할 일을 알려줄 테니 따라오너라.”

레이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공손하게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16549654541973.jpg“네, 부인.”

눈 밑이 퀭한 하녀들이 피로한 얼굴로 이내 레이나를 외면했다. 레이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어지간하면 귀족가 아가씨 몸종 하는 게 나을 텐데.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은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중노동이지만 그 누구도 아가씨의 부름으로 열외가 된 레이나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하녀들 사이에서 아가씨의 인망이 어떤지 알 만한 부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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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장을 따라 크리스티나 아가씨의 방으로 올라가며 레이나는 초조하게 앞치마에 파묻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16549654541973.jpg‘아가씨의 몸종…… 아닐 것 같은데…….’

레이나는 앞서가는 하녀장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16549654541973.jpg‘……돌아오실 때가 다 됐지, 아마?’

소식지에서 하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아서 경과 개선군이 이웃 영지인 퐁테르에 도착했다는 시점이 이틀 전. 개선군이 한 마을에 도착하면 닷새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무는 것이 보통. 그리고 퐁테르에서 이곳 줄리어스 후작령까지는 말로 달려 사흘 정도가 걸리는 거리니까, 군대와 함께 움직일 걸 고려하면 일주일 정도. 즉 아서 경은 빠르면 열흘 후에는 이곳, 줄리어스 후작령에 도착할 것 같았다. 이제 그분이 오시면 크리스티나 아가씨가 신부로 나서야 할 텐데, 근처에 내가 얼쩡거리게 두면 안 되지 않나? 똑똑. 하녀장이 가볍게 크리스티나의 침실 문을 두드리는 걸 보고 레이나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16549654541993.jpg“아가씨. 레이나를 데려왔습니다.”

16549654592725.png“들어와.”

하녀장이 문을 열어 주고 레이나를 보며 안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레이나는 문으로 들어서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16549654541973.jpg“아가씨. 찾으셨―.”

퍽! 날아와 머리를 때린 재떨이가 바닥을 굴렀다. 주르륵.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 *선제후: 황제 선출권과 피선출권을 가진 일곱 사람의 제후. 가장 명예로운 최고위 귀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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