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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당신 아내도, 당신 아이도 아니에요 (8/111)


8. 당신 아내도, 당신 아이도 아니에요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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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다소 사납게 튀어나온 말투에도 설원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한번 쐐기를 박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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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릅니다. 제 기억엔 없는 분이시네요.”

본능적으로 채하는 알아챘다. 그녀가 기억을 못 하는 척한다는 것을.

그러나 어떻게 찾은 민설원인데, 쉽게 물러설 그가 아니었다.

채하는 등 돌려 가려는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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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건 5년이나 수절한 남편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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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라는 단어에 설원의 눈빛이 또다시 살짝 흔들렸다.

그랬다. 민설원. 그녀는 권채하의 가슴 속에서 언제나 그의 아내였다.

제가 미칠 것 같아 겉으로는 늘 냉정을 유지했지만, 그 사실은 지난 5년간 변한 적이 없었다.

한 발짝 더, 그가 설원을 향해 다가섰다.

이번에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느른한 숨결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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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없다고 했나?”

설원의 귓불이 긴장으로 바짝 붉어지는 것이 시야에 명백히 들어왔다.

그 사소한 신체 변화에 채하의 오감이 잔뜩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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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당신 몸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지 확인해 볼까. 그리고.”

뜨거운 숨을 귓불 가까이 불어넣으며 채하는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응시했다.

설원의 손을 꼭 붙잡고서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똘망똘망한 눈빛과 마주치자, 더욱 열이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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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데리고 있는 이 아이, 누구 아이인지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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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주세요.”

그녀가 탄탄하기 그지없는 채하의 몸을 버거움이 담긴 손길로 밀어냈다.

그 손끝에서 나는 익숙한 꽃향기에 머릿속이 순식간에 아찔해졌다.

미칠 것 같은 갈증. 미칠 것 같은 본능.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제 품 안으로 끌어당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어리둥절하게 저를 보던 아이의 눈에 일순 반가움의 기색이 비치는가 싶더니, 이내 반대편으로 쪼르르 달려 나갔다.

실로 놀라운 단어를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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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단단하게 지탱하고 서 있던 채하의 무릎이 기어이 휘청이며 꺾였다.

그런 그의 옆을, 방금 달려간 아이를 따라 스쳐 지나가며 설원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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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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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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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신 아내도 아니고, 저 아이도 당신 아이가 아니에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믿으라고.

더 이상 절제는 없었다. 채하는 저를 무심히 지나치려는 설원의 가녀린 팔을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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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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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팔, 놔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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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왔는지 방금 아이가 아빠라 불렀던 남자가 두 사람의 앞에 와 서 있었다.

노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의 남자가 아예 채하의 팔을 붙들려 하자, 설원이 스스로 제 팔을 비틀어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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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괜찮아요. 재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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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굽니까, 당신? 누구길래 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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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당신은 누구지?”

인내심이라고는 모조리 잃어버린 채하가 눈을 번뜩이며 남자를 향해 살벌하게 으르렁거렸다.

나이는 그들 또래 정도일까.

살짝 그을린 피부에 채하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누가 봐도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채하의 건조한 눈빛과는 정반대로 열띠고 따사로운 눈빛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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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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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빠예요.”

채하의 질문에 답을 해 온 것은 설원이었다.

이윽고 그녀가 처음 보는 낯설고도 다정한 눈으로 재윤이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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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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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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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요. 가죠. 우주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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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엄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우주라는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엄마의 손과 재윤이란 남자의 손을 하나씩 꼭 붙들었다.

왜인지 그 손이 제 심장을 붙잡아 비트는 것 같은 기분에, 채하의 목구멍 깊이 신음이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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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설원!”

이번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등 돌려 가는 모자를 지키듯 막아선 재윤의 말이 채하를 묵직하게 내리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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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원이는 정말로 기억을 못 합니다. 보시다시피 여기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고요. 그러니 혼란을 주지 말고 떠나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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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 안다고?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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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초지종은 다음에 설명하겠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놀라지 않게 떠나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아주 친절하게, 그러나 무척이나 단호한 손길로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할 말은 다 끝났다는 듯 앞질러 가는 모자를 향해 뛰어갔다.

뉘엿뉘엿 지는 저녁노을 아래, 그 세 사람의 그림자는 단란한 가족 그 자체로 보였다.

채하는, 딱 돌아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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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부서질 듯 핸들을 내리치며 채하는 그간 해본 적도 없는 욕지거리를 지껄였다.

조금 전 섬에서 만난 세 사람의 눈빛이 그의 눈동자에 박히기라도 한 듯 떠나질 않았다.

설원의 무감한 눈빛, 저를 올려다보던 아이의 낯선 눈빛, 재윤의 거북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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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원이? 아빠?”

생각할수록 역정이 차올라 채하는 몇 번이고 입술을 짓씹고 짓씹었다.

아이의 눈망울을 마주한 순간 본능적으로 그는 알았다.

이 아이는 민설원과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 아이가,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불렀다.

입안에서 나는 피비린내 따위, 가슴에서 흐르는 피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터였다.

핸들을 내리치던 채하는 고개를 파묻는 대신 찬찬히 눈을 들어 미러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범처럼 이글거리는 눈은, 절대로 제 것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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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설원…….”

이제는 가슴으로 삼키지 않아도 되는 그 이름을 채하는 나직하게 불러 보았다.

마치 그녀가 지금 그의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자 지금껏 흑백이던 민설원의 이름에 색채가 덧입혀지는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저버린 어둠 속에서 채하는 손을 더듬어 차의 불을 켰다.

그래. 아무려면 어떻단 말인가.

민설원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족했다.

아내도, 아이도. 그의 것은 이제부터 하나하나 되찾아오면 될 일이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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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여느 때처럼 다정한 목소리가 오늘은 더욱 조심스럽게 설원에게 다가왔다.

저도 놀랐을 텐데 늘 배려심 가득한 재윤에게 괜스레 미안한 기분이 들어, 설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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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재윤 씨도 많이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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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뭐 놀라긴 했지만. 저녁, 부모님 댁에 가서 먹을까? 경황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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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집에 갈게요. 내일 우주 어린이집 준비물도 챙겨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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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겠어? 그 남자…….”

말하다 말고 재윤은 슬쩍 우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설원이 얼른 말끝을 붙잡아 이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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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기억 안 난다고 했으니까 더 안 올 거예요. 자존심이 센 사람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계약 기간도 끝난 지 오래고요.”

알 수 없는 어른들의 말이 지루했는지, 우주는 성큼 앞서가 갈매기 떼를 쫓기 시작했다.

그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는 설원의 눈빛에 근심이 어렸다.

분명 권채하는 제가 죽은 걸로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여길 찾아왔을까?

이곳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이 작은 섬은 설원과 우주, 두 모자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삶의 공간이었다.

달리 말해 여기 외엔 그녀에게 더 이상 숨을 곳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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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필요 없어. 도망칠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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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 씨.”

낮게 잠긴 재윤의 목소리에, 설원은 그제야 제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른 손을 뒤로 숨기는 그녀를 빤히 응시하며 재윤이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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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 내가 방패막이 되어준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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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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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도 갖지 말고. 나는 설원이 네가 조금 더 의지해주면 좋겠으니까.”

멋쩍은 웃음을 짓는 그의 서글서글한 표정 뒤로 희미한 아쉬움이 비쳤다.

최재윤. 그는 설원보다 한 살이 더 많은, 이 섬의 토박이 청년이었다.

원체 머리도 좋은 데다 타고난 재능이 많은 남자였지만, 그는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는 대신 섬에서 가족과 단란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다.

5년 전, 설원이 이 섬에 떠밀리듯 왔을 때 그녀와 배속의 우주를 구해준 사람.

재윤과 그의 부모님이 살뜰하게도 보살펴준 덕분에 설원은 연고도 없는 이 섬에서 작은 꽃집을 열고 살아갈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로도 다 형용할 수 없는 사람, 그게 바로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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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이 너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너도, 우주도 내가 지킬게.”

듬직하게 말하는 재윤의 얼굴은 더없이 진실하고 진중했다.

한 번도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한 적 없지만, 그의 태도에서는 마음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너무도 고마운 동시에, 미안하다고 느낀다면 분명 속상해하겠지.

그래서 설원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살포시 올리며 웃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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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 잠들었네.”

오늘도 힘차게 뛰어놀았는지, 제 등에 업혀 집까지 온 아이를 내렸을 때는 새근새근 숨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그 행복한 숨소리를 만끽하며 설원은 조심조심 아이를 자리에 눕혔다.

넓지는 않지만 소담하게 꾸민 방.

대대손손 섬 토박이인 재윤의 부모님이 마침 남는 방이 있다며, 거저 준 것이나 다름없는 공간이었다.

구름 모양의 조명을 우주의 머리맡에 켜준 뒤, 설원은 그늘진 화장대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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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아까부터 꾹꾹 참아왔던 한숨이 둑이 터진 듯 마구 흘러나왔다.

5년. 무려 5년이었다.

제가 권채하,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떠나온 시간이. 도망쳐 온 시간이.

그 정도면 잊을 줄 알았다.

한데 조금 전 부둣가에서 그가 한 발짝 다가올 때마다 세월이 양쪽에서 찍어누르는 것처럼 무섭게 좁혀졌다.

5년이 일 년이 되고, 일 년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주일, 다시 하루가 되어 마치 어제 일처럼 가슴이 저며왔다.

정작 그는 며칠이면 저를 잊었을 것이 틀림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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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왜 나를 찾아온 거지.”

아직 끝나지 않은 계약 사항이 있었나. 뭔가 문제가 생겼나.

답을 알고 싶어도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어 초조함만 배가 되었다.

재윤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주었지만, 설원은 한때 남편이었던 채하를 잘 알았다.

그는 한 번 문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 남자였다.

모종의 이유로 그가 저를 찾아냈다면, 만족할 만큼 물어뜯을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작정 기억을 잃었다고 잡아떼는 것이 전부였다.

금방 들켜버릴 허술한 거짓말이라도 당장은 그 방법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권채하, 그와는 모르는 사이여야 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했으니까.

지친 마음에 설원은 화장대에 세워진 낡은 액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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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만나러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5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의 환한 미소가 그 안에서 변함없이 저를 마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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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망쳐야 할까요?”

우주마저 잃지 않기 위해 했던 선택이었지만, 그녀에게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대답 없이 선명한 미소만이 설원의 가슴을 후벼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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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저랑 우주는 어떻게…….”

결국은 꾹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서,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민설원. 그녀의 세상이 누구로 인해 무너졌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그를 다시 보았을 때 무너지던 가슴은 여전히 같은 마음을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도, 예전에도, 변함없이 권채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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