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99화 (699/705)

외전 제3부 93화

염라대왕이 감탄했다.

상대는 전륜.

흑암을 흡수하고 신왕이 된 자였다.

완전한 힘을 가진 전륜을 상대로 살을 양보하고 뼈를 취하는 놈이 어딨을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니, 목숨을 잃을 확률이 거의 90%에 육박했다.

그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었다.

한데 설극은 해냈다.

그의 과감한 결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쿨럭쿨럭!”

설극이 연신 기침을 했다.

죽은 피가 한 움큼 토해졌다.

삼두가 설극을 보며 말했다.

[대왕. 이대로 두면 위험할 겁니다.]

삼두가 보기에 설극의 생명은 서서히 꺼져만 가고 있었다.

“음.”

염라대왕도 설극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설극의 내부에 있는 역천이 몸을 보호했다.

의식을 잃지 않게 엉망인 기혈과 혈맥을 치료하고 있었다.

“괴물같은 놈.”

[예?]

삼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염라대왕은 설극을 놔두고 정신을 잃은 전륜에게 갔다.

[대왕. 파천혈신은 이대로 놔두시는 겁니까?]

“알아서 살 것이다. 녀석보다 전륜이 더 심각해.”

전륜의 몸은 설극보다 더욱 심했다.

엉망진창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

걸레짝이 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기혈이 전부 끊겼다.

혈맥과 단전은 파괴된 상태.

이대로 놔두면 죽을지 몰랐다.

염라대왕이 전륜의 상태를 살피는 사이.

그의 앞에 하나의 명부가 날아들었다.

[신왕성 성주 사망.]

전륜의 명부였다.

삼두가 염라대왕의 손에 든 명부를 보고 기겁했다.

[신왕의 명부라니!]

지옥계의 문지기로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명부였다.

4대 신계의 왕은 무수히 많이 바뀌었으나.

신왕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지옥계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전륜.

지옥계의 왕을 거쳐 신왕성의 왕까지 된 자였다.

그의 명부를 어떻게 보겠나.

삼두뿐만이 아니라 염라대왕 또한 처음 겪는 일이었다.

[대왕 뭐하십니까!]

삼두가 염라대왕을 불렀다.

염라대왕은 허리를 숙여 전륜의 몸에 지옥기를 불어넣었다.

웅웅!

그는 자신의 힘을 전륜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회복되는 내공이 아닌 전혀 다른 기운.

타인에게 한 번 넘기면 영원히 돌려받을 수 없는 선천지기였다.

[대왕!]

삼두가 염라대왕을 향해 소리쳤다.

이에 염라대왕이 쓰게 웃었다.

“살리기만 할 것이다.”

[대왕의 지옥기를 신왕에게 넘기는 건 지옥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4대 신계의 강력함은 전적으로 왕에게서 나온다.

염라대왕이 강하니 다른 신계에서 지옥계를 업신여기지 않은 것.

물론 천극자나 설극이라는 예외는 있지만.

적어도 천계나 마계는 지옥계의 힘을 꺼려했다.

“알고 있느니라.”

[한데 신왕에게 힘을 넘기시는 겁니까]

“본왕이 어렸을 적 받았던 걸 돌려주려는 것이다.”

[예?]

삼두의 눈이 커졌다.

어렸을 적 받았던 걸 돌려주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삼두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염라대왕의 손에선 지옥기가 강력하게 뿜어졌다.

‘언젠가는 이럴 줄 알았다.’

전륜은 호승심이 무척이나 강했다.

지옥계 수련생 시절에도 지금과 똑같았다.

항상 사선을 넘나들어야지만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냥 비무로만 끝내면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었을 터.

전륜은 생사결을 끝까지 봐야 했다.

이 때문에 사경을 해메는 게 아닌가.

지옥기가 없었다면 이미 명부에 적힌 이름이 진하게 빛났을 것이다.

‘수련생 때의 빚은 이걸로 퉁치마.’

수련생 때 염라대왕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전륜이 그를 구한 적이 있었다.

이때 전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힘을 사용해 염라대왕을 구했다.

전륜은 염라대왕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만약 그가 염라대왕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으리라.

“음….”

아무런 반응도 없던 전륜이 신음했다.

그러자 명부에 적힌 빨간 이름이 서서히 사라졌다.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염라대왕이 손을 거두고 가부좌를 틀었다.

“호법을 부탁하마.”

[예. 대왕.]

삼두가 염라대왕의 주위를 경계했다.

그토록 거대하던 염라대왕의 기운이 현저하게 줄었다.

전보다 절반가량.

염라대왕과 전륜이 얽힌 이야기를 모르는 삼두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 * *

“쿨럭쿨럭!”

“캬악, 퉷!”

기침 소리와 가래 뱉는 소리가 들렸다.

설극과 전륜이었다.

설극은 창백한 얼굴로 계속 기침을 했다.

전륜은 염라대왕 덕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의 신왕기가 회복을 돕는 것도 한몫했다.

전륜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네. 마음 약한 녀석.”

그가 이내 고개를 돌려 설극에게 말했다.

“다 죽어간다?”

“네가 쿨럭쿨럭…! 할 말은 아니다.”

설극은 기침만 할 뿐.

이미 내부는 안정이 됐다.

기침은 내부에 고여 있는 안 좋은 피를 내보내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반면에 전륜은 괜찮아 보이지만 죽을 고비까지 갔다 와서 그런지.

신왕기가 끊임없이 내부를 치료했다.

단전이 부서졌으나 신왕기는 흩어지지 않았다.

신왕기가 깨진 단전을 만들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런지.

전륜이 느끼는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척 말하고 있었다.

“이제 만족한가.”

“찜찜하지만 결과에 승복하려고. 순수한 무력은 아직까진 내가 앞서고 있는 건 알지?”

전륜이 짓궂게 웃었다.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챙기려는 모습.

설극이 고개를 저었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이제 돌아갈 거야?”

“그래야겠지. 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신왕성에서 몸 좀 회복하다가 가.”

전륜은 설극을 붙잡고 싶었다.

평생의 호적수.

천극자가 사라지니 그의 제자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무섭고 공포스러웠던 천극자.

하지만 설극은 어느 정도 말이 통했다.

오랜만에 새로 생긴 친우를 보내는 게 너무 아쉬웠다.

“싫다.”

“왜. 여기 편해. 놀고먹고 자기만 해도 돼. 신선계 돌아가면 일이 산더미일걸?”

“너랑 있는 것보다는 돌아가서 일하는 게 백배 낫다.”

설극은 전륜이 잡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심심하면 불러다가 비무를 하려는 생각.

전륜과 어울리기 싫었다.

“쳇. 친우에 대한 배려가 없구먼.”

“누가 네 친우냐.”

“너지 누구야. 염라는 예전부터 친우였어.”

“날 죽이려 했던 놈이 말하니까 웃기군.”

“원래 다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야.”

설극이 고개를 저었다.

4차원의 전륜.

다르게 보면 요즘 말로 사이코패스 같았다.

전륜은 계속해서 설극을 설득했다.

신왕성이 좋은 점을 어필하는 사이.

염라대왕이 눈을 떴다.

번쩍!

눈이 붉게 물들었다 사라졌다.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넌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군.”

“생사결은 내 정체성이야. 왜 그래.”

“다음은 없다. 예전의 빚을 갚았으니 이걸로 끝이다.”

“정 없긴.”

“각자 자리로 돌아가라.”

“심심한데….”

“넌 신왕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바로 세워. 너 때문에 엉망이 됐지 않나.”

“말은 똑바로 해야지. 설극이 다 죽였잖아.”

“네가 벌인 짓거리지.”

전륜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FM인 염라대왕.

이래서 녀석과 말하면 재미가 없었다.

“난 돌아가겠소.”

설극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정말 가? 더 있다 가라니까?”

그는 전륜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몸 관리 잘해라.”

“내가 알아서 하겠소.”

설극은 염라대왕의 말을 뒤로 하고 신선계로 떠났다.

염라대왕도 지옥계로 떠나기 위해 삼두를 불렀다.

“우리도 가자.”

[모시겠습니다, 대왕.]

삼두가 지옥계의 문을 열었다.

전륜은 염라대왕의 뒷모습을 향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옥기 잘 쓸게.”

“흥. 네놈에게 진 빚을 갚은 것뿐이다.”

“쑥스러워하긴.”

“누가 쑥스러워한단 말이냐!”

염라대왕이 버럭 소리쳤다.

붉게 변한 얼굴.

전륜을 보는 표정이 꼭 악귀 같았다.

“큭큭. 심심할 때 놀러와. 기다리고 있을게.”

“일없다. 네놈이랑 엮여서 좋을 게 없는데 뭐하러 신왕성에 온단 말이냐.”

“또 보게 될 거야.”

전륜의 말에 염라대왕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또 이상한 짓거리를 벌인다면 그땐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염라대왕이 경고를 보내곤 지옥계로 떠났다.

“참 성격 지랄 맞다니까.”

전륜은 아픈 몸을 이끌고는 신왕성으로 들어갔다.

한동안은 성에서 꼼짝 못 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평생을 부서진 단전을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했다.

“이것도 하나의 재미지.”

전륜은 해맑은 얼굴로 연공을 시작했다.

* * *

-망할 사부님아! 오래오래 똥칠할 때까지 산다며! 왜 또 나한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떠나는데!

주경아의 눈에는 습기가 차올랐다.

슬픔에 잠긴 이준의 목소리가 귀에 또렷이 박혔다.

그 어떠한 위로도 이준에게는 소용없었다.

“무사히 돌아오실 거란다. 네 사부를 믿으렴.”

-거짓말 치지 마세요!

불신의 목소리였다.

분노도 느껴졌다.

설극이 몰래 떠나니 주경아에게도 화가난 것이다.

‘가가. 제발!’

이준이 실시간으로 망가져만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엉망이 됐다.

더 이상 영특하고 해맑은 아이가 아니었다.

피폐해져 가는 이준.

이제는 다독여선 소용이 없었다.

이준은 그 짧은 시간에 많이 변했다.

마치 폭주하고 있는 현상이랄까.

주경아는 이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질책했다.

“네 꼴을 가가가 본다면 기가 막히겠구나. 아주 치를 떨겠어.”

-뭐라고요?

그녀는 일부러 모진 말을 했다.

“애써 키어놨더니 네 꼴을 보거라. 사부도 믿지 못한 제자가 추태를 부리고 있지 않느냐. 나였으면 혀를 꽉 깨물고 죽었을 것이다. 네 추태를 가가가 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

그녀가 강하게 나가자 이준이 조용해졌다.

실망이란 단어는 이준에게 효과적이었다.

그녀도 모진 말을 뱉고 심장이 빨라졌다.

이준은 그녀가 평생을 그리워한 아들.

현생의 부모는 아니더라도 전생의 부모가 아닌가.

애지중지하게 대해도 모자랄 판국에 모진 말을 하니.

마음이 미어질 지경이었다.

“잘 듣거라.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네가 잘 지내야 가가께서 돌아와도 안심할 것 아니냐. 못난 꼴 보이지 말거라.”

그녀의 단호한 말에 입을 다물고 있던 이준이 목소리를 냈다.

-정말 무사하겠죠…?

난폭하고 사납게 변한 이준이 아니었다.

순수했던 때의 이준으로 돌아왔다.

주경아는 재차 강하게 말했다.

“네가 믿음이 없는데 가가께서 돌아오길 바란단 말이냐. 믿고 묵묵히 기다려라.”

그녀도 눈물을 닦았다.

전생의 아들이 망가지고 지아비의 생사는 불분명했다.

이준보다 힘든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이준에게 울먹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목을 가다듬었다.

“…파천혈신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녀가 힘겹게 끝까지 말을 뱉는 순간.

“당연하지. 경아를 두고 내가 어디를 간단 말이야.”

옆에서 설극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경아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옷이 넝마가 된 설극이 서 있었다.

“가가!”

주경아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설극을 향해 와락 안겼다.

이준이 부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대답했던 그였다.

한데 이준이 망가짐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졸였다.

설극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절망이 들려는 순간.

설극이 나타난 것이다.

“경아. 울어?”

“…몰… 라요 흑흑…”

“울지마. 내가 잘못했어.”

그가 주경아의 등을 다독였다.

그럴수록 그녀의 울음은 커져만 갔다.

“많이 걱정했구나? 미안해.”

그녀는 설극의 품에서 한참 동안 울고서야 뚝 그쳤다.

“…앞으로는 다신 제 앞에서 사라지지 마세요.”

“물론이지. 이제 영원히 경아 옆에 있을 거야.”

설극이 해맑게 웃어 보였다.

“이기셨어요?”

“보시다시피.”

“고생하셨어요, 가가.”

설극이 주경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준이가 애타게 가가를 찾고 있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