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94화 (694/705)

외전 제3부 88화

검제와 가주들의 몸이 아니었다.

앞으로 드래곤의 주인이 될 아이들에게 내려진 마법진.

그들의 몸에 룬 문자가 문신처럼 새겨졌다.

그러다가 이내 룬 문자가 사라졌다.

“너희들의 피를 대가로 계약을 맺었어. 만약 주인님을 배신하게 된다면 저주가 발동해서 내공을 모두 잃게 될 거야.”

인간을 조종하는 고독술보다 더 무서운 마법이었다.

어쩌면 평생을.

아니, 그 자식들까지도 이준에게 묶이는 계약이었다.

“흐흐. 난 뭐든 좋아.”

박혁진은 제 몸에 족쇄가 차여지든 말든 실실 웃기만 했다.

사신수 급에 가까운 펫을 얻은 것.

소원을 성취한 것과 다름없었다.

“끝난 건가?”

한지유가 묻자 이준이 고개를 돌려 파르가를 보았다.

“그럴 리가.”

파르가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의 몸이 번쩍이더니.

네 개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각각 다른 문양이 허공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쩍-

쩌어억-

알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허공에 뜬 문양이 각자의 알을 향해 쏟아진 순간.

여러 빛깔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다.

“앙!”

“뀨우?”

“낑…”

“…….”

드래곤이 알에서 부화했다.

이준의 메시지 창이 또 한 번 시끄러워졌다.

[무룡왕 자라프가 눈을 떴습니다.]

[백룡왕 엔베르가 눈을 떴습니다.]

[적룡왕 카르드가 눈을 떴습니다.]

[녹룡왕 멘데레스가 눈을 떴습니다.]

무려 네 마리의 드래곤이 동시에 깨어났다.

녀석들은 파르가와 달리 기억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

인간으로 치자면 신생아였다.

[키우는 환경에 따라서 성격이 변할 것입니다. 용군주인 당신은 용신족의 기둥을 수시로 관찰할 의무가 있습니다.]

[경고! 타인의 손에 무룡왕 자라프가 있습니다.]

[경고! 타인의 손에 백룡왕 엔베르가 있습니다.]

……

……

[경고! 용신족의 기둥을 타인에게 맡겼다가는 큰 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경고 문구가 계속 날아왔다.

이를 알고 있는지.

파르가가 괜찮다며 안심시켜줬다.

“내가 있는 한 권속 계약은 지속될 거야.”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박혁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무룡왕 자라프가 깨어나서 신난 표정이었다.

“대박! 정말 EX등급이야!”

박혁진은 자라프의 등급을 보며 환호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헐, 진짜네….”

“용신족의 왕 중 하나가 내 품에 있다니.”

“꿈만 같아.”

세상을 파멸로 이끌려던 드래곤들이었다.

아주 잠깐 등장했으나.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고 사라졌다.

이준이 아니었다면 지구는 이미 멸망했을 만큼.

드래곤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괜히 사신수 급의 힘을 지녔다고 할까.

“잘키워. 특히 박혁진. 이상하게 키우지 마라.”

“흐흐. 걱정도 팔자다. 내가 최고로 잘해줄 거야.”

벌써 팔불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얼마나 잘해줄지 벌써부터 눈에 보였다.

“너무 잘해줘도 성격 버려.”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관심 꺼줄래?”

박혁진이 무룡왕을 숨기며 말했다.

‘벌써부터 뇌기를 빨아들이고 있어.’

이준의 생각을 읽은 파르가가 시크릿 보이스를 보내왔다.

[입에 맞나봐. 다른 건 먹지 않고 뇌기만 먹고 큰다면 뇌룡왕이 될수도 있겠어.]

[뇌룡왕은 따로 없는 거야?]

[풍룡왕이 번개 속성도 사용해서 따로 뇌룡의 무리는 없어.]

[뇌룡이 되면 혁진이랑 잘 어울리겠네.]

[잘만 큰다면 무룡왕이 최고긴 해.]

[너보다?]

[나 빼고.]

[너는 예외야?]

[당연하지. 난 저 녀석들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야.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내가 죽으면 용신족의 힘은 서서히 잃어갈 거고 결국에는 멸족하게 될 거야.]

[적룡왕이 널 제끼려 한 것도 이러한 이유를 몰라서 그런 건가?]

[그렇지?]

흑룡왕은 처음으로 생겨난 드래곤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게 바로 무룡왕과 카르디 등과 같은 드래곤들.

마법으로 이어진 생명과 마력이라 파르가가 죽으면 용계는 물론 용신족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인계의 용족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그 비밀을 나도 알게 됐네.]

[내 주인이니까 알고 있어.]

이준이 파르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 * *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세계를 강타한 두 개의 뉴스가 있었다.

하나는 게이트의 소멸.

전 세계에 퍼져 있던 게이트가 어느 순간 전부 사라진 것.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 세계가 멸망하려는 징조야.

-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마.

- 꼭 이렇게 평화로우면 핵폭탄급 쓰나미가 몰려오더라.

- 킹정. 그래서 똥줄 탄다. 매일 각성자 커뮤니티에 들어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야. 뭔가 불길해.

사람들은 균열이 사라졌지만 더욱 불안해했다.

언제 더 큰 균열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흐르자 여론이 바뀌었다.

-ㅅㅂ 정말 게이트가 다 클리어 됐다고?

-미쳤네. 대체 언제 게이트를 전부 클리어한 거야.

-오대 가문과 마벽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

-왜 이 좋은 소식을 여태 숨기고 있었던 거임?

-각성자의 생각을 어찌 알겠냐.

균열이 사라졌다는 게 이제는 기정사실이 됐다.

모두가 마음 편히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

세상 사람들이 환호했다.

직접 균열이 있던 곳을 가보기도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전 세계가 안전지대로 변했다.

물론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돈을 벌던 각성자가 붕 떴다.

졸지에 직장을 잃게 각성자.

실업자가 된 그들은 한동안 넋 놓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막막했다.

오대 가문과 마벽 그리고 어느 정도 세력을 갖춘 가문은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대기업과 같은 존재들이니까.

은행이나 백화점, 항공, 등.

다양한 이권을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를 사냥해서 돈을 벌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일반 각성자는 달랐다.

하루하루 몬스터를 사냥해 돈을 벌던 이들.

이들 중에는 미래를 대비해놓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그들끼리 범죄조직을 만든 것.

그 대상은 돈 많은 일반인들이었다.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치고 빠지니.

일반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오대 가문과 마벽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각성자끼리는 같은 편이라더니. 우리만 죽어 나가겠구나.

- 나 사업장 털려서 개털됐다. 하소연 할 곳 없어서 여기에다가 푸념한다. 죽고 싶다.

- 위로 추천드립니다.

- 2222.

- 조금만 참아봐. 오대가문에서 움직이겠지.

- 아서라. 각성자는 각성자 편이라니까.

- 이준님은 다르다.

- 또 안 믿는 호구 여기 있네.

-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님?

커뮤니티도 또다시 분열되었다.

각성자 옹호론자 대 각성자 혐오론자.

오대가문과 마벽이 침묵하니.

형세는 각성자 혐오론자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그러던 그때였다.

대형 폭탄이 세계에 떨어졌다.

[새로운 거대한 세력의 탄생. 그 이름은 바로 ‘무림맹’]

한국에도 무림맹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러려고 그동안 쥐 죽은 듯 있었구만.

-맹주는 당연히 파천제겠지?

-당연한 소릴 하냐. 파천제 아니면 누가 해.

무림맹은 결성하자마자 활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타깃은 범죄자로 돌변한 각성자를 잡아들이는 것.

각성자를 욕 먹이는 짓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발 뻗고 나섰다.

그 결과 어둠 깊숙이 숨어든 이들을 제외하곤 모조리 잡아다 감옥에 처넣었다.

-이제야 살기 편해졌어.

-범죄율 제로 가자.

-몬스터도 없어졌겠다 이제 편히 자겠다.

사람들의 말처럼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 듯 했다.

* * *

그 무렵.

지옥계도 좀 한가해졌다.

몬스터에게 죽는 사람이 없자.

지옥으로 올라오는 망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왕.”

“말하라.”

“전 이대로 계속 지옥계에 있는 겁니까?”

“지옥계의 수문장이 여기에 있지 어디를 간단 말이냐.”

삼두로 불리던 케로베로스가 염라대왕을 힐끔 보며 말했다.

“이준을 감시하라고 옆에 두신 게 아니었습니까?”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

“무극자의 소식을 듣기에는 이준 곁에 있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미 소식을 전해 왔다.”

“누가 말입니까?”

“일 사자가 전해 왔구나.”

“그놈이 신선계에 갔습니까?”

“몰랐느냐?”

“전혀 몰랐는데….”

“네가 지금 지옥계의 문을 지키지 않고 내가 있는 염라전에 왔으니 당연히 모르지.”

“그, 그것이….”

“인계에 신경 쓰지 말고 신계로 시선을 옮기거라.”

“신계… 는 왜?”

“설극이 전륜과 한판 붙을 것이다.”

“예에!?”

삼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 끝난 게 아니었나.

갑자기 신왕과 한판 붙는다고 하니 가슴이 격하게 뛰었다.

“설극은 전륜과의 싸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인계에 강림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신선계로 올라온 후 바로 전륜에게 갈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신왕에게 도전을 안 한 겁니까?”

“그래. 그것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연락이 왔다.”

염라대왕은 설극이 뒤늦게 움직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설극의 옆에 있는 주경아 때문.

그녀는 설극이 평생을 사모한 여자였다.

설욕전을 잊을 만큼 그녀는 설극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차라리 이대로 시간이 흘렀으면 좋으련만.”

신왕성은 전륜의 뜻대로 됐다.

신왕성의 고인물을 갈아치운 것.

새로운 인사를 차근차근 영입하면 예전의 힘을 되찾게 될 터였다.

설극은 신선계를 다스리면서 주경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될 테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설극이 움직였다.

주경아도 설극의 호승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허.”

“대왕. 신선제가 신왕을 이길 수 있을까요?”

삼두의 질문에 염라대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이내 대답했다.

“오 할.”

“예?”

“설극이 전륜을 이길 확률이 오 할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높습니까? 현재 신왕은 온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소신의 짧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염라대왕이 책상에 놓여 있는 명부를 덮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염라전을 나갔다.

그의 눈이 번쩍였다.

염라안.

인계를 포함한 모든 신계를 통찰할 수 있는 눈이었다.

염라안으로 신왕성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도를 닦고 있는 전륜이 들어왔다.

“지금의 설극이라면 6할로 올랐을지도.”

“헉!”

염라대왕의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전륜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진짜!? 기대되는걸? 제발 네 생각대로였으면 하는데.

염라대왕이 염라안을 닫았다.

전륜도 설극과의 생사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6할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1할을 올리는 건….”

“나라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송구하옵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신계의 그 어떤 자가 신왕과의 대결에서 승률을 1할이나 올린단 말이냐.”

삼두가 고개를 조아렸다.

평소였다면 질책했을 터.

염라대왕도 심란한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삼두에게도 호기심이 생겼다.

평소에는 질문도 하지 않을 말이었으나.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염라대왕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신왕과 싸우면 몇 할의 승률을 자신하십니까?”

조금이라도 생각할 줄 알았던 염라대왕이었지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 할. 무조건 내가 진다고 보면 된다.”

“믿을 수 없습니다!”

삼두가 큰 소리로 부정했다.

그에게는 염라대왕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염라대왕이 신왕에게 진다는 건 생각에도 없었다.

“물론 생사결일 때의 승률이다. 비무를 하거나 본왕이 방어에만 치중한다면 전륜에게 지진 않을 게다.”

염라대왕은 자신했다.

전륜과는 지옥계에서 수련생일 때 동기였다.

수석과 차석을 번갈아 가면서 한 라이벌.

염라대왕은 전륜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생사결일 때만 비로소 본 실력을 내보였다.

비무할 때는 대충.

시간만 때웠다.

하나 전륜이 진심을 다할 때는 염라대왕조차도 긴장해야 했다.

“본왕과 설극은 다르니… 녀석이 전륜을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있구나 싶은 것이다. 녀석은 천극자가 인정한 제자니까 말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