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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93화 (693/705)

외전 제3부 87화

‘무룡왕 자라프를 선택했네.’

이준은 박혁진이 알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무룡왕은 무속성.

모든 속성을 평범하게 다루는 드래곤이었다.

풍룡왕의 알이 있었다면 박혁진과 더 잘 어울릴 테지만.

풍룡왕의 알이 없으니 이 중에는 무룡왕의 알과 가장 잘 어울렸다.

무룡왕을 뇌속성에 특화되게 키우면 꽤 강력한 아군이 될 것이다.

“어?”

박혁진의 눈이 커졌다.

이준도 마찬가지였다.

“응?”

홀로그램에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박혁진이 ‘무룡의 알’을 선택했습니다.]

[박혁진을 흑룡의 주인이자, 인간 최초 용군주인 당신의 권속으로 들이겠습니까? (Y/N)]

“검둥아, 이건 뭐야?”

이준이 고개를 돌려 파르가를 보았다.

“계약이잖아.”

“그러니까 갑자기 무슨 계약?”

“용신족의 우두머리를 아무 조건 없이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내 허락 없인 부화하지 못해.”

“만약 계약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때부터 알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거지. 대신 혁진이는 주인님의 가신이 되는 거야.”

“가신이 되는 조건으로 이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

“딩동댕! 정답이야.”

파르가가 해맑게 대답했다.

“이러면 내 아래에 용신족의 우두머리를 두는 것도 가능하고 헛짓거리를 감시할 수도 있어. 애초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아이덴은 믿을만한 친구가 없었거든.”

아이덴 루블리스는 고독했다.

무극자 사부와 닮았었다.

언제나 혼자.

유일한 친구는 흑룡왕 파르가뿐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달랐다.

믿을만한 친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뿐인가.

박정연, 한지유, 진경수 등.

꽤 많은 사람이 이준을 믿고 있었다.

그들은 이준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신뢰가 가득했다.

그랬기에 파르가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준과 친구들의 결속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건 혁진이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철혈검가의 제일 큰 어르신인 검제님과 이야기를 나눠야.”

“할래!”

고개를 갸웃했던 박혁진은 다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드래곤 알이라는 거지? 용신족의 우두머리 중 하나?”

“혁진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검제 어르신께 연락해.”

“야수공으로 치면 EX 등급의 몬스터를 얻은 게 아니야? 이 하나에 가문을 통째로 넘겨도 모자랄 판국에 무슨 소리냐.”

박혁진은 이미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

무룡왕의 알에 흠뻑 빠진 것.

가문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었다.

“우선 검제 어르신을 불러. 다른 분들도 부를 테니까.”

“나 이거 찜했다. 다른 사람 줄 생각하지 마.”

“알았으니까 빨리 연락이나 해.”

“흐흐. 무룡왕의 알이라니.”

박혁진이 흐뭇해하면서 철혈검가로 연락을 취했다.

이준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무슨 고민이야? 세력을 하나로 통합하면 분란도 싹 사라지는데.”

“사신가 하나도 벅찬데 세력을 통합해서 관리하다니. 나한테는 무리야.”

각성자라면 누구나 꿈꿨다.

세력의 대통합.

무림맹의 집합체.

젊었을 적 검제와 괴개 또한 꿈을 꿨었다.

하나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세력을 통합하려면 압도적인 힘과 권력, 정치력까지.

두루 갖춰야 했으니까.

이준은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조건인 무력.

말이 필요 없었다.

이 세상에서 이준을 이길 각성자는 전무했다.

앞으로도 나타날 가능성은 없었다.

제로의 확률.

이준의 핏줄이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두 번째 조건인 권력.

이준의 말이라면 곧장 움직여주는 세력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암상.

한금만 회장은 이준의 말이라면 그 어떤 것도 따랐다.

설령 나쁜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이준에게는 대한민국 최강의 가문인 사신가가 있었다.

권력이 이준에게만 집중되어 있어서 그의 명령이라면 불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파천제 이준은 세계의 영웅이었다.

스페인의 명문가 벨렌 로레스와도 친하고 일본의 미야와키 칸나와도 친했다.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강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이준이었다.

대한민국을 떠나 세계를 통합한다 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터다.

“귀찮아서 그런 거지?”

파르가가 정곡을 찔렀다.

세력을 밑에 두면 식구가 되는 게 아닌가.

수장은 식구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어르신이 알면 혼꾸녕 난다.”

[이미 듣고 있었느니라.]

아니나 다를까.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릇 무인이라면 큰 꿈을 가져야 하느니라. 이 무극자의 제자면 응당 천하를 쥐어야지.]

“전 지금이 좋은….”

[가아아알!]

뇌를 뒤흔드는 호통에 이준이 귀를 막았다.

“억!”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 무극자 사부였다.

[무극자의 제자라는 놈이 나약한 소리를 해서야 쓰겠느냐! 이 사부는 네 태사부님의 말을 하늘같이 생각했느니라!]

설교가 이어졌다.

나약하다.

생각이 짧다.

간이 콩알만 해서 얻다 쓰겠냐는 등.

이준의 귀에 피딱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니 작은 것부터 시작하거라. 이 무극자의 제자가 쥐구멍만 한 가문만을 거느리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니라.]

“저희 1인 전승 문파 아니었어요?”

[가아알!]

또 다시 일갈이 들려왔다.

무극자도 민망한지 이번에는 호통을 짧게 했다.

[크흠! 이 사부가 말하면 뜻이 있겠구나 하면서 듣거라. 어디서 제자 따위가 스승의 깊은 생각을 읽으려는 것이냐.]

이준이 작게 웃었다.

얼굴이 시뻘게진 무극자 사부.

자신 앞에서는 위엄을 내려놓고 꼰대로 돌아가는 사부였다.

“알겠어요. 열심히 굴러볼게요.”

[허, 열심히 한다는 놈의 태도가….]

무극자 사부는 계속해서 구시렁거렸다.

호통은 안 치니 대충 맞장구치면서 받아넘겼다.

* * *

오대 가문과 마벽의 주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세 개의 알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이게… 드래곤의 알이라 이 말이오?”

검제 박춘식의 말에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검둥이랑 비슷한 드래곤이 태어날 거예요.”

검제와 괴개, 가주들은 파르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졸지에 구경꾼이 된 파르가가 버럭 소리쳤다.

“뭘 봐! 드래곤 처음 봐?”

파르가가 눈알을 부라렸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용신족의 왕.

녀석의 몸에서 발산된 기세는 보통의 기운이 아니었다.

“성질이 장난 아닌 것 같소.”

“우리 검둥이는 안 물어요.”

“흠.”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가주들의 눈에는 파르가의 등급이 물음표로 떴다.

그들조차 정보창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

그 말은 즉.

자신들보다 등급이 높다는 소리였다.

모두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정심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 드래곤의 알을 가지는 대신 파천제의 밑으로 들어가라 이 말씀이오?”

“결론은 그래요. 굳이 안 들어오셔도 불이익은 없어요. 저도 딱히 세력을 키울….”

이준은 말을 아꼈다.

혹여나 무극자 사부가 들을까 봐 입을 다물었다.

“우리 만독암가는 파천제의 가신이 되겠소.”

“네?”

이준이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물었다.

“파천제의 가신이 되겠다 했소. 무슨 문제라도 있소?”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하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떤 불이익도 없을 거예요. 제 이름을 걸고 맹세를.”

“난 이미 정했소이다.”

정심호는 확고하게 말했다.

“만독암가를 판 게 아니고 파천제에게 충성심을 팔았소. 우린 그 대가로 이 중 하나의 알을 얻는 것이고.”

“물론이에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선 박혁진이 박춘식을 설득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빨리 결정 안 내리시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요.”

“안다.”

“그러면 빨리 결정하세요.”

박춘식 또한 이미 마음을 정했다.

세상은 이미 이준의 중심으로 돌아간다.

철혈검가가 독자노선을 타도 되지만.

대세를 따르는 게 가문에 더 이로웠다.

그리고 가문이 아예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체제는 보존하되 이준의 비호 아래에 있는 것.

솔직히 이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충성의 대가로 드래곤 알까지 준다는데 마다하는 건 바보천치였다.

“우리 철혈검가도 파천제의 가신이 되겠소.”

박춘식의 말에 제일 신난 사람은 박혁진이었다.

그는 알을 품에 안으며 소중하게 대했다.

“이 형이 많이 아껴줄게.”

이제 남은 알은 두 개.

적룡과 백룡뿐이었다.

철혈과 만독이 이준의 밑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남은 가주들도 의견을 한뜻으로 모았다.

“진씨가문은 예전부터 파천제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어허, 동생 우리 마련이 먼저였어.”

“살막은 파천제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모두가 충성을 맹세했다.

드래곤의 알이 탐나기도 했지만.

진심 어린 목소리들이었다.

게이트가 모두 클리어됐으나.

언제 또 거대한 위험이 찾아올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적과 실력 차이가 너무도 났다.

이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만큼 새롭게 나타난 적은 무척이나 강했다.

또 새롭게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않나.

이준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가문은 괴멸하고 마리라.

가주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차라리 이준의 밑으로 들어가서 가문의 명맥을 이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가주들의 선언에 이준이 난감해했다.

“이거 어쩌죠? 남은 알은 두 개인데.”

오대 가문에선 신기지가와 진씨 가문만이 남아있었고.

마벽에선 마련과 살막, 뇌전홍가 세 가문이 남았다.

남은 알은 두 개.

세 곳이 알을 못 받게 된다.

그때였다.

“우리가 포기할게.”

한지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기지가의 가주인 한지웅이 난처한 표정을 들어냈다.

“지유야 다시 생각하는 게 어떻겠니? 알이 아니더라도 파천제의 밑으로 들어가는 게 우리 가문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야.”

“이준 밑으로 들어가지 말자고는 안 했어요. 알만 포기하자고 했지.”

“그래도 이왕 드래곤 알까지 얻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두 부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파르가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지르데.”

파르가의 뒤에서는 거대한 빛이 반짝였다.

“부르셨습니까.”

빙룡왕 지르데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신기지가의 맹약이 되어야겠다.”

“용족왕의 명을 따릅니다.”

지르데의 몸이 다시 한번 빛으로 반짝였다.

빛은 점점 작아졌다.

파르가의 몸집만 한 푸른 드래곤이 한지유를 향해 날아갔다.

“이건 내 선물이야.”

파르가는 사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파랑이 시절의 기억.

박정연과 한지유에게만 붙어 있었던 녀석이라 그녀를 챙겨준 것이다.

졸지에 온전한 힘을 가진 빙룡왕을 갖게 된 신기지가였다.

그래도 여전히 두 개가 부족했다.

“독룡왕하고 풍룡왕도 곧 깨어날 거니까 안심해.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하나씩 다 얻을 거야.”

“녹룡의 알이 독과 관련된 드래곤이 아니었… 습니까?”

정심호가 저도 모르게 말을 높였다.

파르가의 눈과 마주쳤기 때문.

파르가는 자신보다 나약한 존재.

특히 남자에게만은 서열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녹룡도 독을 쓰지만 독룡왕보다는 약해. 그래도 너희 만독암가와 잘 어울리니 한번 잘 키워봐.”

“알겠습 …니다.”

정심호가 조용히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파르가는 이곳에 있는 모두를 이준의 가신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눈치가 빠른 혈마 류한길이 은근슬쩍 이준이 아닌 파르가에게 물었다.

“그러면 제가 이걸 가져도 되는지요?”

파르가는 이준 대신 나서서 알의 소유권을 정해줬다.

“가을이랑 잘 어울리는 걸 택했네. 그래 마련이 적룡을 가져.”

“감사합니다!”

적룡왕 카르디는 마련의 손에 들어갔다.

진병철과 조민석, 홍엽상이 긴장한 얼굴을 했다.

과연 하나 남은 백룡의 알은 누구의 손에 쥐어지게 될까.

이준은 파르가에게 선택을 맡겼다.

파르가는 세 사람을 한번 쓱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백룡은 진씨 가주가 해.”

“해냈다!”

진병철은 주먹을 불끈 쥐며 하얀 줄무늬의 알을 품에 안았다.

조민석과 홍엽상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아쉽군.”

“이렇게 부러운 건 처음이오.”

“너무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여러분에게 드래곤 알은 하나의 족쇄에요.”

“족쇄라도 좋습니다.”

“무려 EX급의 드래곤입니다. 평생을 하인으로 살아도 될 만큼 엄청난 보물 아닙니까.”

그랬다.

각성자에게 아티팩트는 목숨과 같았다.

심지어 EX급은 어떻겠는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었다.

이준이 쓰게 웃는 사이.

파르가의 몸에서 허공으로 마법 수식이 흘러나왔다.

“모두 족쇄 찰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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