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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89화 (689/705)

외전 제3부 83화

웅덩이 속 괴물의 몸에 형광색 물감이 묻었다.

드디어 괴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대, 대장님 찍!”

“두꺼비….”

웅덩이 속 괴물은 거대한 두꺼비였다.

전신이 가시로 뒤덮여 있는 몬스터.

마치 고슴도치와 같았다.

녀석은 스케먼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체가 들킨지도 모른 채 구덩이 속에서 눈알을 좌우로 굴리고 있는 녀석.

테구르가 침을 삼켰다.

“탐욕의 괴물이… 왜 여기에 있냐….”

탐욕의 괴물은 절대종 중 하나.

파랑이의 정체였다.

테구르가 아는 지식과는 다른 생김새를 가진 파랑이었으나.

탐욕의 괴물은 파랑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마기는 물론 탐욕스럽게 모든 걸 흡수할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본인이 ‘탐’이라고 전 몬스터에게 알리지 않았던가.

그래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찌익!”

탐욕의 괴물은 계속해서 스케먼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포식을 원 없이 했지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배가 부르지 않은 것.

포만감을 느끼면 잠시 공격을 멈출 것이다.

그때가 녀석을 없앨 기회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려면 우리 중 삼분의 이는 녀석의 먹이가 되어야 할 텐데…”

도망치자니 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나 믿음을 준 주인.

그를 실망시킬 수 없었다.

“수하들을 전부 희생시켜야 하나?”

탐욕의 괴물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녀석에게 합당한 대가를 주어야 했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면 공격은 끊이지 않을 터다.

“어쩌지?”

테구르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스케먼들이 죽어갔다.

스케먼이 가만히 있자.

탐욕의 괴물은 기다란 혀를 이용해 스케먼을 납치했다.

혀에 몸이 감기면 즉사였다.

녀석의 혀에도 가시가 수두룩했으니까.

“대장. 잠시 뒤로 빠져서 재정비하는 게 어떻습니까, 찍!”

부하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상대는 절대종.

불의 신봉자인 테구르가 이길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

하지만 테구르는 싸우기로 결정했다.

어떻게든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로 마음먹었다.

테구르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각종 무기를 꺼냈다.

불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갑주도  찼다.

“어쩌시려고, 갑옷을? 찍?”

마력폭탄띠도 허리에 둘렀다.

꼭 자폭하려는 모양새였다.

준비를 마친 테구르가 비장한 음성으로 말했다.

“놈의 몸속으로 들어갈 거다.”

“히에엑, 찍!?”

수하들이 놀랐다.

자신들의 대장은 겁쟁이.

그것도 유명한 쫄보였다.

한데 직접 절대종의 몸속으로 들어가려 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안 말리냐?”

테구르가 눈을 좁혔다.

수하들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무운을 빌겠습니다요, 찍!”

“대장, 꼭 살아 돌아오세요, 찍!”

“대장이 죽으면 제가 스케먼을 잘 이끌겠습니다, 찍.”

그 누구도 테구르를 말리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말리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지 다 같이 죽어볼래?”

테구르가 버럭 소리쳤다.

혼자 탐욕의 괴물을 상대하려는 건 수하들을 위해서였다.

놈에게 수하들을 바쳐서 뭐 하나.

남는 게 없었다.

놈을 죽여서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다행.

만약 놈을 죽이지 못하는 날에는 굉장히 큰일이었다.

그런데 수하들의 태도를 보니 괜히 혼나 나선다고 했다.

의리 없는 놈들.

“내가 꼭 살아서 돌아올 테다. 그때면 너흰 다 모가지야!”

테구르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렸다.

형광색으로 물든 탐욕을 보았다.

솔직히 무서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X발. 어떻게든 되겠지. 나 많이 강해졌잖아? 블랙급 몬스터로 올라선 테구르라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주인님을 위해 이 한목숨 바칠 용기가 있었다.

“후우우. 성화의 갑옷을 믿어보는 거야.”

테구르가 호흡을 골랐다.

성화의 갑옷은 주작의 힘이 깃든 방어구였다.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기도 했으며 성스러운 화염이 착용자를 지켜줬다.

“아차차. 이것도 붙여야지.”

성화의 갑옷에 다양한 부적을 붙였다.

마법부였다.

이준이 준 전진의 수호부를 바탕으로 만든 부적이었다.

준비를 마친 테구르가 땅을 박찼다.

자신 있게 웅덩이 아래로 뛰어내렸는데.

“우와아악!”

갑자기 후회가 들었다.

원래 자신은 이런 캐릭터가 아닌데 괜히 멋진 척을 해가지고는.

“죽는다아아아!”

테구르의 비명에 탐욕의 괴물이 혀를 내밀었다.

기다란 바늘 혀가 테구르의 몸을 감쌌다.

콰직!

단단한 갑옷이 너무도 손쉽게 찌그러졌다.

그리고는 괴물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갔다.

* * *

어두컴컴했다.

끈적하고 습했다.

갑옷 사이로 액체가 흘러들어오는 느낌.

찝찝했다.

여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건 냄새였다.

‘우엑 토나와. 무슨 냄새가 이리 독한 거야?’

테구르가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미끄러운 피부가 사방에서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푸스스-

‘억, 액체가 갑옷에 닿아 녹고 있어.’

다행인 건 몸 안으로 들어온 액체는 괜찮았다.

만약 피부도 녹였다면 이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때였다.

사방을 압박하던 피부가 꿀렁거렸다.

“우왁!”

어지럽게 움직이는 몸.

탐욕의 괴물은 테구르를 소화 시키려 했으나 좀처럼 안되자 강제로 소화시키는 중이었다.

“타, 탄을!”

테구르는 허리에 맨 마력폭탄을 하나 집어서 살며시 손에서 놨다.

소화 운동으로 인해 요리조리 움직이는 테구르.

떨어트린 마력폭탄과 멀어졌다.

그 순간.

쾅!

마력폭탄이 터지며 굉음을 냈다.

테구르를 압박하던 내장이 풀렸다.

탐욕의 괴물도 당황한 모양.

테구르는 이때다 싶어서 마력폭탄을 마구 집어 던졌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력총도 꺼냈다.

마력탄이 아닌, 동그란 구슬 모양의 쇠를 장착해서 발사했다.

퍽-

내장에 박힌 쇠구슬.

잠시 후.

쇠구슬이 터지면서 내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얏호!”

테구르가 환호했다.

방금 전에 쏜 탄은 폭우이화정탄.

이 또한 폭우이화정이란 암기를 개량해서 만든 탄이었다.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다.

절대종도 고통에 울부짖는데 다른 몬스터에게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고슴도치가 되어 즉사할 것이다.

“넌 뒤졌어!”

테구르는 폭우이화정탄을 사방으로 쏘아댔다.

심지어 양손으로 연사를 했다.

사방이 이화정에 의해 걸레짝이 됐다.

쿵.

탐욕의 몸이 기울었다.

쓰러진 것.

테구르가 흔들리는 몸을 바로 잡았다.

공격을 멈추지 않고 쐈다.

틈이 보일 때 죽여놔야 했다.

“캬캬캬, 내가 바로 테구르다!”

지닌 모든 무기를 사용했다.

창, 도, 검, 암기 등.

테구르의 마력총은 창이나 검도 장착해서 쏠 수 있게 만들어졌다.

SS급 아티팩트가 상처를 내니.

절대종이라고 버티겠나.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더는 견딜 수 없는 나머지.

“우왁!”

미친 듯이 마력총을 쏘아대던 테구르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밖으로 내던져졌다.

테구르가 웅덩이 바깥을 굴렀다.

그는 웃고 있었다.

탐욕의 내부가 엉망이니.

절대종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지 않았다.

“이 몸의 위력이 어떠냐? 어디서 탐욕 따위가 깝쳐.”

테구르가 의기양양했다.

어깨를 한껏 올리며 탐욕의 괴물을 약올렸다.

탐욕의 괴물도 화가 났는지.

아픈 몸을 이끌고 테구르를 공격했다.

녀석의 몸에서 가시의 촉수가 나왔다.

테구르를 뚫어버릴 기세로 날아갔다.

“내가 아무 장치도 안 해놓고 나온 줄 아냐. 가장 강력한 폭탄을 하나 남기고 나왔거든.”

테구르의 말에 탐욕의 괴물이 인상을 썼다.

[설마!?]

탐욕의 괴물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테구르의 몸에 갑옷이 없는 게 보였다.

앞으로 뻗어가던 촉수를 빠르게 회수시켰다.

“늦었지롱.”

테구르가 혀를 내밀며 놀렸다.

탐욕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화산이 분출하려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탐욕의 괴물이 입을 활짝 열자.

그 사이로 노란 불꽃이 화려하게 뿜어졌다.

“이 테구르로 말씀하자면 건축가이자 마도공학자라 이 말씀. 각종 장비에 폭탄을 설치하는 건 껌이라 이거야. 크크.”

탐욕의 괴물이 성화에 휩싸였다.

[크악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테구르가 웅덩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곤 마력총을 재장전했다.

“애들아. 뭐하냐. 독탄 장전 안 하고.”

테구르의 명령에 스케먼이 마력총에 독탄을 넣었다.

“폭발에 휩쓸리지마라잉.”

두두두두.

웅덩이 밑을 향해 독탄이 연달아 날아갔다.

불꽃과 독이 만나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광!

테구르는 귀마개를 한 채 연사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

불꽃과 독을 결합해서 폭발을 일으켜 적을 쓰러트리는 걸 가장 즐겼다.

심지어 성화다.

주작인 흑염마조의 힘.

생명이 꺼질 때까지 활활 타오를 것이다.

* * *

[내가… 이딴 벌레만도 못한 놈에게 죽다니…]

쿵.

탐욕의 괴물이 쓰러졌다.

성화에 진 것.

피부가 모두 녹아 뼈만 남았다.

그걸 본 테구르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기고만장해졌다.

무려 절대종을 잡았다.

수하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직접 움직여서 해치웠다.

엄청난 업적.

자신감이 한껏 솟았다.

이제는 그 누구든 쓰러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샥쿠나 로티틸도 말이다.

테구르가 크게 웃고 있는데 스케먼들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본인들이 절대종을 해치울 거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몬스터 중에 최하급에 속한 스케먼이.

절대종 중에서도 최상위급 보스 몬스터를 잡은 것.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망했다 찍!’

‘대장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찍.’

‘어떻게 해야 대장의 마음이 풀릴까 찍.’

테구르의 최측근들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테구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블랙급 보스 몬스터가 됐지만 상대는 태생이 절대종.

명백히 차이가 났다.

한데 테구르는 이 차이를 극복하고 절대종의 목을 땄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현실로 일어난 것.

어떻게든 대장인 테구르의 마음을 풀어줘야 했다.

아니면 뒤끝이 엄청난 그에게 평생을 시달릴지 모르니까.

최측근들은 테구르에게 달려가 아부를 떨었다.

“대, 대단하십니다, 찍!”

“전 대장님이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찍.”

“제가 대장님을 말리지 않은 이유는 지금과 같은 업적을 달성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찍!”

득의양양하던 테구르가 웃음을 뚝 그쳤다.

좁아진 눈을 한 채 최측근들을 보았다.

그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내가 돌아오면 죽는다고 했지?”

“그게….”

“대장님을 믿지 못한 게 아니라….”

“자기들 살겠다고 날 버려?”

“…정확히는 대장이 탐욕의 배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찍.”

“너희들을 어떻게 할까? 수뇌부에서 확 강등시켜버려?”

“히엑!”

“아, 안 됩니다요, 찍!”

“그것만은 제발 찍….”

최측근들이 화들짝 놀라 했다.

수뇌부에서의 강등.

스케먼은 계급에 따라 일이 정해졌다.

최하급 계급은 궂은일을 다 해야 했다.

일개미와 비슷.

매일 같이 몸이 고됐다.

일개미로의 강등은 최악.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였다.

“너희들의 능력이라면 빠르게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거야.”

“아이고 아닙니다요, 찍!”

“한 번만 봐주십쇼, 찍.”

“다신 대장을 의심하지 않겠습니 찌익!?”

한 수하가 눈이 동그래졌다.

“개수작 부리지 마.”

누가 이준을 주인으로 모시는 종 아니랄까봐.

테구르도 어느새 이준과 말투가 비슷해졌다.

“대, 대장 저길 보십시오, 찍.”

수하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하, 이 새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만.”

“저기에 뭔가 있습니다요, 찍!”

“아니면 넌 뒤졌어.”

테구르가 몸을 돌렸다.

“억!”

그러자 탐욕의 괴물이 죽은 자리에서 작은 빛이 쏘아지는 게 아닌가.

너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뭐, 뭐야!?”

테구르가 당황했다.

탐욕의 괴물을 보았을 때보다 더 강력한 기운이 흐르는 게 아닌가.

몸이 저도 모르게 굳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적이라면 대위기였다.

쏘아지던 빛은 점점 작아지고 있으나.

그곳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기운은 지칠 줄 모르고 있었다.

“찍!”

“대, 대장 찍!”

테구르가 눈을 떴다.

초점이 안 맞춰진 그가 눈을 비볐다.

“알!?”

눈에 들어온 건 하나의 작은 알이었다.

하얀색 껍질에 파란색 줄무늬.

상당히 수상한 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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