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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87화 (687/705)

외전 제3부 81화

“창궁? 그 허접한 놈이 네 성좌라고? 크흠. 그따위 무공은 버리고 뇌전검문의 무공을 익혀라. 준이에게 말하면 무공을 전수해줄 것이다.”

“어르신 무공은 전수가 안 되는 걸로 압니다.”

“가아아알!”

설극의 입에서 벼락같은 일갈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귀를 붙잡고 쓰러졌다.

“본좌가 몰라서 이리 말하는 것 같으냐!”

박춘식은 몸이 얼어붙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고작 고함에 몸을 가눌 수 없게 됐다.

통제에서 벗어났달까.

“준이는 네놈들과 달리 각성자 시스템의 영향에서 벗어났으니 무공 구결만 알면 전수가 가능하니 본좌 말대로 하거라.”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모든 각성자는 시스템에 묶여 있었다.

만약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무공이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천벌이란 신의 능력을 사용하면 각성자 시스템이 봉인되는 것처럼 말이다.

“신공 계열도 전수가 가능한지 몰랐습니다….”

기존에 배운 심법이나 무공의 등급을 높여주는 일만 가능할 줄 알았다.

한데 심법 계열을 전수할 수 있다니.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네가 예뻐서 주는 게 아니다. 어쩌면 나의 사손이 태어날지 모르는 가문에 내리는 것이니라.”

서릿발같이 차가운 기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설극의 기세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잘하거라. 내 위에서 지켜보고 있겠느니라. 너희가 잘못하는 날에는 네 성좌들이 본좌에게 죽을 것이다.”

“가가 그만 하세요.”

“기강을 잡아놓은 것뿐이야.”

근엄하고 위엄 가득했던 설극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변했다.

사람이 이렇게 바로 바뀔까 싶을 정도였다.

“팔불출도 정도껏 해야 아이들이 부담을 안 느낀답니다.”

설극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영락없이 여자에게 잡혀 사는 남자의 모습.

사랑을 해 본 남자라면 모두 이해가 간 얼굴이었다.

“준아. 몸 건강히 잘 있거라.”

인사를 마친 설극은 주경아와 함께 신선계로 돌아갔다.

거세게 흔들리던 게이트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이준은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오랜만에 본 사부.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으나 좋았다.

부모 같은 존재가 사라지니.

마음이 공허했다.

‘사모님이 잘못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파랑이의 희생으로 모두를 구했다.

흑룡왕 파르가.

용신족의 대군주이며 불사의 존재.

녀석은 무한의 굴레 속에 존재하는 드래곤이었다.

녀석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이덴 루블리스일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터다.

또 다른 모습으로 자신 앞에 나타나겠지.

그때는 녀석을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빨리 돌아와 파랑아.’

* * *

세상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더는 균열이 일어나지 않았다.

완전한 클리어.

리젠 게이트 또한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문이 닫혔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게이트.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제 안전한 세상이 될 거라고.

하나 오대 가문과 마벽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게이트는 사라지고 있지만 대신 차원의 틈이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기지가의 가주인 한지웅의 말이었다.

“위험성은 얼마나 되오?”

검왕 박영섭이 되물었다.

“신기지가에서 조사는 하고 있으나 상당히 위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였다.

뇌마 홍엽상이 반대 의견을 말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예전과는 달리 몬스터가 살육에 절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능 있는 몬스터는 자기 영역만을 지키며 외교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더 위험하지 않소?”

박영섭의 말에 혈마 류한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검왕의 의견에 동의해. 힘과 두뇌를 동시에 가졌다면 언젠가는 자기보다 힘없는 종족을 정복하려 들 거야.”

“맞습니다. 살육만 일삼던 몬스터가 이제는 외교력까지 갖췄다는 소리 아닙니까. 이보다 더한 재앙은 없습니다.”

모두가 한지웅 편에 섰다.

몬스터는 여전히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

벌어진 틈은 재앙과 다름없다 생각했다.

“노부도 의견을 말해도 되겠나?”

수뇌부가 회의하는 별다방으로 들어온 박춘식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괴개 정심호랑 함께였다.

“검제와 괴개를 뵙습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혈마 류한길만이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여긴 또 왜 오셨소? 뇌신공을 배우느라 가문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니.”

“잠시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

“그냥 지나가시지.”

“고놈 참 예나 지금이나 성격이 더러운 건 똑같구나.”

류한길이 버럭 소리치려는데 박춘식의 입에서 이명이 언급됐다.

“파천제가 연락해왔네.”

모두의 시선이 박춘식에게로 쏠렸다.

“뭐라고 하십니까?”

“원인을 알아내셨나?”

“그분이면 충분히 해결할 방안까지도 생각해내셨을 거요.”

그들의 목소리에는 이준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세계의 영웅.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각성자.

파천제 이준을 안 믿는다면 누굴 믿을까.

더군다나 그들은 이준에게 여러 번 목숨 빚을 졌다.

이준이란 이름만 듣고도 경건해지는 건 당연했다.

“차원의 틈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전해왔네.”

“예!?”

“그게 사실입니까?”

“그분이라면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준은 신과 싸워 이긴 사람이었다.

그 어려운 것도 해냈는데 차원의 틈은 쉽게 방법을 찾아낼 거라 여겼다.

“게이트를 클리어할수록 세계의 틈은 더 벌어지니 이참에 그란투스 대륙과 교류를 트는 게 어떠냐고 제안이 왔어.”

세계의 틈이 벌어질수록 틈 사이로 그란투스 대륙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게이트는 모두 클리어될 것이고.

세계의 틈은 지구와 함께 공존하게 될 것이다.

“파천제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들이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다면야…”

“그란투스 대륙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요.”

단번에 생각이 바뀐 가주들이었다.

세계의 틈이 위험하다고 말한 한지웅도 생각을 접고 이제는 그들과 어떻게 교류해야 할지 의견을 냈다.

“저희와 같은 인간들과 먼저 대화를 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로에니아란 제국의 황제에게 연락을 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란투스 대륙은 종족이 다양하니 모두에게 접촉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지웅과 홍엽상의 의견에 박춘식이 답했다.

“그럼 파천제에게 그란투스 대륙과 교류를 하겠다고 전하겠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는 김에 손자나 보러 가는 거니 미안해하지 말게.”

박춘식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보는 손자와 손녀.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을까 궁금했다.

“심호야 바로 이동하자.”

박춘식은 정심호와 함께 이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박춘식이 향한 곳은 각사학의 성지.

무사고의 특별 1반 출신들이 수련했다는 운동장이었다.

그곳에 4대 성지의 금역으로 가는 게이트가 자리했다.

두 사람은 운동장 한가운데로 갔다.

“올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안 그러냐 춘식아?”

“진법 위에 게이트 입구를 만들어놓을 줄 누가 알았겠어.”

“파천제는 정말 천재야. 너무 아까워. 예나와 예은이한테 남자만 없다면 내가 모든 걸 걸어서라도 밀어주는 건데….”

정심호는 아직도 헛된 꿈을 버리지 못했다.

손녀들과 이준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나 하늘이 만독암가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이준의 오른팔과 왼팔이손녀들을 먼저 가로채 간 게 아닌가.

“경수랑 허수 이놈들! 손녀들한테 조금만 잘못해봐라. 독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정심호가 독수를 움켜쥐며 부르르 떨었다.

너무 아쉬워하는 얼굴.

박춘식은 승자의 여유를 부렸다.

“꿈 깨라 심호야. 정연이는 그분께서 점찍은 아이야. 네가 백날 예나와 예은이를 밀어준다 한들 정연이한테는 안 된다.”

정심호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반박할 수 없었다.

정예나와 정예은은 이준과 발전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반면에 박정연은 어떤가.

요즘은 항상 붙어 다녔다.

마치 연인이라도 된 듯.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임무 때문이지만.

이준과 박정연이 가깝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정심호가 분한 표정을 짓는 사이.

박춘식은 진법으로 들어가 뇌신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허공에 게이트가 열렸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와도 와도 적응이 안 돼.”

“모든 계절이 다 이곳에 있는 듯 하니….”

4대 성지의 금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한 곳에 있었다.

동서남북 각자의 영역에 계절이 자리한 게이트는 4대 성지의 금역이 최초였다.

“신원 확인하겠습니다.”

샤크로아가 다가와 박춘식과 정심호를 살펴봤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변장해서 들어온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들어가십시오.”

검문을 통과한 두 사람은 서쪽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도 보이는 세상의 균열.

그 사이로 그란투스 대륙이 훤히 눈에 들어왔다.

경공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을 때.

정심호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춘식아. 세계의 차원에서 누군가 넘어온다.”

박춘식이 눈을 좁혔다.

안력을 높이자 작은 키를 가진 사람이 보였다.

손에는 자기 키만 한 망치를 쥐고 있었다.

“드워프야.”

두 사람이 이준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드워프들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가 다른 세계로 가는 하나의 통로라니 믿기지 않군.”

“길리, 느껴져? 성스러운 불의 힘이 남쪽에 가득해.”

“미쳤군. 이 정도의 화기라면 성검류를 무한으로 만들 수 있었어.”

“저기….”

“음, 뭐라고 불러야 하지? 옛날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이준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이준은 말파르 광산의 드워프들에게 예의를 차려 대했다.

“이준 님. 우리에게도 불씨를 나눠주시면 안될까요?”

“거 친구인데 나눠주쇼. 우리가 기깔나게 좋은 무기를 만들어줄 테니까.”

“엥? 그러고 보니 허리춤에 있어야할 무기가 없네?”

드워프는 눈썰미가 굉장히 좋았다.

무기를 감정해야 했기에 보는 눈이 뛰어나야 했다.

“파괴됐어요.”

“억!”

“그 좋은 무기가 말입니까?”

“호오, 안타까운 소식이야.”

드워프는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

꿍꿍이가 가득한 표정을 지닌 채 말론을 보았다.

“들었지?”

“이준 님 무기가 파괴됐대.”

“난 이미 준비가 됐어.”

“불씨만 있으면 바로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어때 말론?”

드워프들은 이준에게 무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는 아이덴 루블리스의 환생.

지구란 곳에선 파천제로 유명한 각성자였다.

심지어 가장 강한 인간.

그런 자의 전용 무기를 만들어준다는 건 대장장이로서 평생의 영광이었다.

말론도 다른 드워프들과 같은 생각.

그가 이준에게 넌지시 말했다.

“우리가 이준 님의 창을 만들어주고 싶소만.”

“테구르가 서운해할 거예요.”

“테구르 동생은 내가 잘 설득하겠소. 아니 동생과 같이 합작해서 만들어 볼 테니 맡겨만 주시오.”

말론이 자신했다.

남쪽에서 보이는 불의 기운을 바탕으로 무기를 만든다면 엄청난 무기가 탄생할 터.

말론은 어쩌면 자신의 최대 인생작이 될 거라 직감했다.

“이럴 게 아니라 테구르 동생을 만나야겠소. 어디 있는지 안내해 주겠소?”

“테구르는 지금 다른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어서 여기에 없어요.”

“허, 이런 일이!”

말론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가 고개를 돌려 드워프에게 이 사실을 말하려는데.

“오오, 오랜만에 보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예전에 했던 제안 생각해 봤나? 나 길리야. 절대 네 검을 망칠리는 없을 거야. 얼음의 돌을 녹여 꼭 이보다 더 좋은 성검류를 만들어내볼게.”

“호오. 나무의 힘이 몸에 깃들어 있다니. 그 힘을 끄집어 내서 무기에 담으면 더 강해질 텐데.”

다른 드워프는 박혁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제 막 도착한 박춘식이나 정심호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무기에 대해서 말했다.

“명검류인데 번개의 힘이 미약하게 담겼어. 너무 아쉬운데 나한테 검을 맡길 생각 없나? 싸게 해줄게.”

“채찍은 더 쓰레기야. 이걸로 독 마법이나 쓰겠어? 이준 님과 친한 사이면 내가 100만 골드만 받고 제련해주지. 너한테는 거저일 거야.”

드워프의 행동에 박춘식과 정심호가 당황해 했다.

이준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무기에 관심이 많은 종족이니 이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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