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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82화 (682/705)

외전 제3부 76화

쿵!

쿵쿵!

신왕성이 크게 진동했다.

내벽이 충돌의 기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주변은 온통 신왕의 불꽃으로 가득했다.

마치 신왕성이 지옥으로 변한 듯.

갈라진 바닥 틈 사이로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강하긴 하지만 날 이길 정도는 아니군.”

신왕의 도가 허공을 갈랐다.

도에선 겁화가 뿜어져 나왔다.

설극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쾅!

겁화가 파천멸기와 부딪혔다.

서로 안 밀리려는 듯.

물어뜯고 찢으며 자신의 영역을 지켰다.

파천멸기에 휘감긴 설극의 발이 신왕의 다리를 노렸다.

신왕은 재빨리 도를 역으로 세워 막았다.

쿵-

거대한 충격이 주변으로 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설극의 공격을 막은 신왕이 장력을 날렸다.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검은 구체였으나.

설극의 옆구리를 빗겨 나가는 순간.

거대한 크기의 구체로 변해 신왕성의 벽을 통째로 무너트렸다.

신들이 사는 성.

웬만한 마력이나 내공으로는 흠조차 나지 않은 건물이었다.

인간 세계에 있는 광물이 아닌.

신계의 광물로 만들어진 벽이 날아간 것이다.

그때였다.

팡-

신왕의 목덜미에서 피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신왕의 뒤에 있는 벽에 구멍이 뚫렸다.

신왕이 손을 올려 피가 묻은 곳을 닦았다.

“이건 예상에 없던 공격이군….”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피를 흘려본 게 얼마 만인가.

심지어 목에서 흐르는 피였다.

인간이었다면 죽었을 상처.

신이라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이다.

“감히 네깟놈이!”

신왕이 설극에게 쇄도했다.

몸을 둘러싼 겁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화염이었다.

불꽃 중 가장 강력하다는 지옥의 화염.

한번 타오르면 소멸할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설극은 쇄도하는 신왕을 향해 덩달아 달려들었다.

그가 숨을 크게 빨아들였다.

“진천.”

그의 손이 붉게 물들며 신왕을 갈랐다.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색이 사라진 공간.

하늘이 서서히 갈라지며 회색은 빨갛게 물들어 갔다.

설극과 신왕의 신형이 교차했다.

신왕의 주위에는 여전히 겁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교차 후 잠시 멈춰 있는 두 사람.

신왕이 먼저 몸을 돌렸다.

뒤늦게 설극도 움직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큭. 어이없군.”

신왕이 웃음을 터트리자.

그의 가슴이 사선으로 갈렸다.

커다랗고 깊게 베인 가슴에서 피가 물처럼 흘러나왔다.

“천극자의 무공을 네 식대로 재해석했구나.”

설극은 천재였다.

그것도 천극자와 비슷한 수준의 재능을 가졌다.

천극자의 무공을 고스란히 잇지 못한 건 신체와 천살성을 타고 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운명마저 타고났다면 천극자의 모든 진전을 이어받았으리라.

“네놈은 절대 살려두어선 안 되겠군.”

신왕이 중얼거리는 사이.

가슴에 나 있던 상처가 어느새 아물었다.

그의 몸에서 겁화가 피어올랐다.

이전보다 더 강력한 기운이었다.

이를 본 염라대왕이 침음했다.

“음… 진심으로 하려는 모양이야.”

신왕은 여태 설극을 얕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진심을 다해 공격했다면 난감한 사람은 설극이었을 것이다.

설극보다 신왕의 경지가 조금이나마 앞서고 있었으니까.

신왕의 상처는 설극을 무시한 대가였다.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없는 승부였다.

설극은 천극자의 전인.

천극자의 무공은 다른 무공보다 한 차원 더 앞서 있었다.

상대보다 경지가 낮아도 이길 수 있는 게 천극자의 무공.

설극이 질 거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그에게는 파천멸기도 있었다.

사신기 보다는 아니나.

파천멸기 또한 신왕기를 잡아먹는 게 가능했다.

카운터 격.

경지 말고는 모든 면에서 신왕보다 앞서 있었다.

심지어.

‘설극의 가장 무서운 재능은 싸울수록 강해진다는 거지.’

주경아와 똑같은 능력을 지녔다.

무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능이었다.

이러한 재능은 신왕도 가지지 못했다.

‘오래 싸울수록 불리한 건 신왕이다. 이쯤이면 너도 알아차렸을 터.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겠어.’

신왕은 설극을 최대한 빨리 죽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설극이 얼마나 버틸지.

아니면 도리어 신왕을 밀어붙일지.

염라대왕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설극이 신왕을 이겼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 * *

인계에선 이준과 전륜이 싸움을 시작했다.

“네 사신기는 꽤 독특한데? 원소를 담고 있지만 없는 듯 몸을 숨기고 있어.”

전륜이 한줄기 도기를 뿌렸다.

바닥을 긁으며 이준에게 쏘아졌다.

이준이 도기를 향해 손을 휘두르자.

사신기가 활짝 펴진 손의 형태로 변하더니.

도기를 찢었다.

“상대의 속성에 따라 변하는 기운이라… 부러워.”

진심이었다.

전륜의 속성은 불.

지옥의 화염이 그가 가진 힘이었다.

신이었지만 겁화 하나만 다뤘다.

이준처럼 여러 속성을 지닌 게 아니었다.

전륜이 혼자 중얼거리는 사이.

이준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콰직!

이준의 발이 땅을 강타했다.

거미줄처럼 쫙 갈라진 바닥.

전륜은 이미 몸을 뒤로 뺀 상태였다.

팟-

이준이 땅을 박찼다.

‘시간이 없어. 한시라도 급해.’

그의 양손에 강력한 기류가 몰려들었다.

뇌기가 흐리기까지 했다.

전륜의 몸으로 파고든 그가 쌍장을 휘둘렀다.

쾅!

전륜이 거대한 도를 이용해 장력을 막았다.

도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

손이 저려와 하마터면 도를 놓칠뻔한 전륜이었다.

이준의 공격은 계속됐다.

진각을 사용해서 내공을 흩어지게 했다.

사신기를 이용해 전륜의 공간을 터트리기까지.

다양한 무공을 사용해 몰아붙였다.

‘하나도 안 맞아.’

아니, 자잘한 공격은 성공했다.

전륜의 옷자락은 너덜너덜할 지경.

하나 큰 상처는 내지 못했다.

점점 다급해졌다.

힘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커진달까.

백안을 개안하고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전륜이 거대해져만 갔다.

원래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유리해지는 게 옳았다.

‘무공천재’란 특성은 모든 무공을 사용할 줄 아는 게 장점이 아니었다.

싸우는 상대의 장점을 모조리 흡수하고 본인의 걸로 소화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

싸우면서 급속도로 성장을 이루는 게 가능했다.

한데 전륜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성장할수록 전륜의 진면목이 보인달까.

그래서 다급해진 것이다.

주경아를 살려준다는 적의 말을 신용하지 못하기에.

이준의 마음을 알아챘을까.

전륜이 입을 열었다.

“조바심 보이지 말고 더 강하게 몰아붙여 봐. 재밌어지려 하는데 멈추면 안 되지.”

전륜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했다.

죽도록 싫었던 사신기를.

자신에게 최초로 공포심을 심어주었던 사신기를!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이준의 사신기가 완성되어도 막을 수 있을까.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이준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전륜이 하는 행동은 전형적인 강자의 모습.

그로 인해 사신기가 아우성쳤다.

상대를 죽이라고.

철저하게 굴복시키라고 보챘다.

‘나도 이기고 싶어.’

하지만 전륜과는 격이 달랐다.

전륜을 상대하고 있자니 무극자 사부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를 이기는 건 무극자 사부를 뛰어넘는다는 소리.

어림없는 말이었다.

아직은 턱없이 모자랐다.

경험으로나 실력으로나 말이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지.’

이준이 백안을 번쩍였다.

전륜의 틈을 찾았다.

무수히 많이 보이는 선.

전륜의 주위에는 온통 얇고 하얀 선뿐이었다.

틈을 찾고 또 찾았다.

‘검붉은 실선 하나!’

드디어 보였다.

전륜이 지닌 기운과 똑같은 색깔의 실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실선을 끊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사신기가 가득한 손이 횡으로 그어졌다.

‘끊어야 해!’

하나 검붉은 선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질겼다.

팽팽하게 당겨지며 늘어졌다.

팔 근육에 힘이 더 들어갔다.

사신기를 정교하고 날카롭게 벼려내자.

뚝.

드디어 검붉은 실선이 끊어졌다.

이준이 환하게 웃는 찰나.

전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천극자의 모든 진전을 이었다는 걸 부정 못 하겠어.”

소름 끼치는 음성이었다.

장난 속에 숨겨진 살의.

긴장될 정도로 떨렸다.

푸확-

전륜의 전신이 칼로 난도질하듯.

순식간에 상처가 났다.

조금 전 이준이 검붉은 선을 자른 결과였다.

하나 웃지 못했다.

이준 또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만 것.

고개를 내려보니 옆구리가 뜯겨 나가 있었다.

“큭, 언제?”

“네가 공격했을 때. 아직은 네 실력으로 판별하는 건 무리야.”

전륜은 피투성이가 되었으나.

고통을 모르는 건지 웃으며 말했다.

* * *

북명과 아수라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전륜, 아니 저분이 여태 우릴 속인 것인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소. 중간 서열에 있는 그가 맞는 건지….”

전륜의 강함을 직접 확인했다.

압도적이었다.

신왕에게서만 보았던 위엄.

격이 달라 보였다.

전륜을 보자니 신왕을 대하는 것과 똑같았다.

“우린 저분에게 속고 있었어.”

“이제 어찌해야 하오? 신왕께 충성해야 하오 아니면 전륜에게 충성해야 하오?”

숨이 희미하게 붙어 있었던 반야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후욱… 어느 한쪽은 선택해야 할 듯하오만. 과연 그가 우릴 살려두려 할지 의문입니다.”

북명과 아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왕오절은 전륜을 업신여겼다.

신왕의 그림자라고 별 볼 일 없다 생각했다.

한데!

전륜은 그림자이자 신왕 자체라니.

그의 힘을 겪고 나서야 바로써 깨달았다.

자신들이 실수했구나.

아차 싶었다.

“사죄해야지 어쩌겠나.”

북명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전륜에게 궂은일을 가장 많이 시킨 게 바로 자신이었다.

죽고 싶은 심정.

감히 신왕에게 해선 안 될 짓을 한 것.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북명이 체념하고 있는데 아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죄는 우선순위가 아니오. 둘로 나뉜 신왕 중 누구를 따르냔 말이오.”

둘 다 어려웠다.

신왕성에 있는 신왕은 오직 공포뿐.

그와 말 섞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현재의 전륜은 어떤가.

“저 웃는 얼굴이… 더 무섭소이다.”

반야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전륜의 의중이 읽히지 않았다.

신왕과는 다른 결.

적어도 신왕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읽고 실행할 수 있었다.

하나 전륜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맞는 말이네. 의중이 읽히지 않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지.”

“북명과 반야는 전륜으로 가는 거요?”

“그렇다네. 자네는 어찌하겠나.”

“난… 북명의 뜻에 따르겠소.”

그들은 흑암이 아닌 전륜을 선택했다.

그동안에 있었던 일은 과거.

지금부터라도 예의를 다해 섬기면 그만이었다.

북명이 전륜의 곁으로 가서 말했다.

“신왕. 상세를 보존하십시오.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신왕?”

전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예. 저희는 당신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북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륜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주위로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

그러다 웃음을 뚝 그쳤다.

“내 즐거움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나를 신왕으로 부른다. 오만방자한 새끼들이구만.”

“예!?”

“저희가 무슨 잘못이라도…?”

전륜의 눈동자가 활활 타올랐다.

“이준. 비무는 잠시 멈추자. 처리해야 할 게 생겼다.”

“빨리 끝내. 나 시간 없어.”

“그러지.”

전륜이 고개를 돌려 다시 북명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감히 섬겨야 할 주인을 선택하고 있단 말이야? 오절 따위가?”

전륜은 북명과 아수라, 반야를 죽일 기세였다.

그의 눈동자는 겁화로 번들거렸다.

“내가 아무리 흑암을 싫어한다지만 내가 흑암이고 흑암이 나 전륜이다. 너희들이 선택하고 말 게 아니란 뜻이야! 선택은 주인인 우리 이외에는 할 수 없어!”

“크흡!”

“컥. 요, 용서를….”

“으으.”

세 사람은 숨이 안 쉬어지는 듯.

켁켁거리면서 신음했다.

전륜의 눈이 세 사람을 훑어보더니 이내 북명 앞에 멈춰 섰다.

“난 너 같이 대가리 굴리는 놈이 제일 싫어.”

“사, 살려….”

“이미 늦었다. 내가 흑암을 흡수하면 너희들은 죄다 갈아버릴 작정이었거든.”

퍼석!

북명이 한 줌 혈수로 변해버렸다.

아수라와 반야가 공포에 떨었다.

하나 그들도 북명과 같은 처지였다.

순식간에 혈수로 변한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몸을 돌린 전륜.

그가 이준을 향해 말했다.

“다시 시작하자. 기분 엿 같으니 네가 날 위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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