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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75화 (675/705)

외전 제3부 69화

결계에 들어간 설극의 눈에 환영이 보였다.

‘백무생!’

무림맹주인 백무생이 히죽 웃고 있었다.

와락 일그러진 설극의 얼굴.

그의 무지막지한 살기가 뿜어졌다.

그럼에도 백무생은 아랑곳하지 않아 했다.

피가 묻은 검을 드는데.

그의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경아!”

백무생이 주경아의 목에 칼을 갖다 대고 있는 게 아닌가.

설극은 백무생에게 달려가다 이내 멈췄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수의 손에 있었다.

“그 검을 긋는다면 네놈은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설극의 외침에 백무생이 큰소리로 웃었다.

“천하의 무신이 여자 하나에 쩔쩔매는구나.”

설극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눈앞의 원수.

백무생이 환영이라는 걸 잘 안다.

모든 게 다 지나간 일이었으나.

지나칠 수 없었다.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푹-

주경아가 스스로 자결했다.

“죽어서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죽었다.

얼마나 한이 서렸는지.

눈도 감지 못했다.

“으아아악!”

설극이 울부짖었다.

수백, 수천, 수만 번을 본 장면.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원수의 얼굴을 뇌에 새겨놓기 위해.

항상 떠올렸던 장면이었다.

“죽인… 다!”

파천멸기가 극에 달했다.

검은 아지랑이는 점점 붉은 빛을 띠었다.

살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안개를 뒤덮을 만큼.

주위가 온통 살기로 뒤덮였다.

살의는 더욱 근원적인 걸로 바뀌었다.

그가 밟고 있는 땅이 진동했다.

푸석-

땅이 갈라지면서 돌 부스러기가 공중으로 올라왔다.

잔해는 파천멸기에 의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내 세상을 무너트린 너희도 절망을 맛보아라.”

설극의 음성이 끝나자.

주변이 뒤집어졌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파천멸기가 주변을 먹어 치웠다.

신왕성을 감싸던 안개가 발악했지만.

소용없었다.

파천멸기는 제 주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아니, 억제된 힘이 풀려 날뛰었다.

결계의 힘.

신왕성의 기운.

원신.

세상 만물을 전부 다 흡수했다.

신왕성을 보호하던 결계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콰직!

결계가 사라지니.

신왕성 주변을 감싸고 있던 안개도 사라졌다.

설극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염라대왕이 중얼거렸다.

“너흰 실수했다. 가만히 있는 괴물을 깨웠어.”

차라리 그냥 치고박고 싸워야 했다.

하필 설극에게 환각을 걸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행동이었다.

설극의 분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딱 두 명.

그의 사부와 부인인 주경아뿐이었다.

사부인 천극자는 소멸했으니.

주경아만 남은 것.

그녀 또한 서서히 죽어가고 있기에 설극을 말리는 건 불가능했다.

“대왕. 지원할까요?”

“됐다. 여기서 지켜보라. 분노한 설극이 얼마나 강한지를.”

스스로 건 금제를 푼 염라대왕은 신왕과 동급에 있었다.

한데 설극의 몸에서 흘러나온 살기에 피부가 아려왔다.

살갗이 도려내지는 느낌이랄까.

‘나찰과 야차들은 설극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나 보다.’

설극의 힘이 약해서?

아니면 살기가 그들에게 닿지 않아서?

아니었다.

설극의 힘이 너무 파멸적이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염라대왕을 비롯해서 전대 왕들만이 그의 위험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선제가 강해도 수성과 색욕을 이길 수 있을지…”

“신왕성과 싸우기로 한 이상 신선제와 합심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소신의 짧은 의견으로는 나찰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나찰과 야차의 제안에 염라대왕이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설극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구나. 신계 역대 왕 중에서도 최강인 천극자의 제자다.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전대 왕은 많지 않아.”

“그, 그렇게 강합니까?”

“몇백 년만 더 지나면 녀석이 나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헉!”

“고작 몇백 년의 세월로 대왕을….”

나찰과 야차들은 떨리는 눈으로 설극의 살기 어린 기운을 보았다.

염라대왕이 인정하는 실력을 지닌 자.

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설극을 지켜보았다.

“설극의 강함을 모르는 건 저 녀석들도 마찬가지지.”

신왕성 입구에 있는 수성과 색욕도 설극의 힘을 느끼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러니 저렇게 앞으로 나서는 걸 터.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신왕성 너희들은 내가 두 사제에게 곤욕을 치른 걸로 무시했지만 난 신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이었다. 이제는 너희들 차례야. 신왕성을 열심히 지켜봐.”

염라대왕은 앞으로 신왕성이 치를 곤욕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 * *

“파천혈신이 결계를 깼소!”

수성이 놀란 듯 소리쳤다.

반면에 색욕은 방긋 웃었다.

뜻밖의 강함.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난 실력에 매력을 느꼈다.

“우리 둘을 상대할 수 있다면 딱이야.”

색욕이 혀로 붉은 입술을 핥았다.

맛있는 먹잇감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설극의 몸에서 뻗어 나온 살기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날 더 흥분시켜줘.”

색욕의 눈이 번쩍이자.

그녀의 색기가 발광했다.

주위를 가득 채운 파천멸기와 부딪혔다.

색기는 파천멸기에 몸을 비비며 유혹했다.

성난 기운을 어르고 달래는 색기였다.

“뒤에서 지원해주시오.”

그사이 수성이 설극을 향해 마법을 펼쳤다.

그의 힘은 물이었다.

지면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곳곳에서 물기둥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물기둥은 회오리치며 설극을 압박했다.

“신왕성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수성의 팔이 앞으로 뻗어졌다.

활짝 펴진 손에서 물이 모여들었다.

물의 구체가 만들어지자.

펑!

앞으로 쏘아 보냈다.

마치 총에서 총알이 쏘아지듯.

거대한 구체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설극은 그 공격을 보고도 걷기만 했다.

물의 구체가 설극의 지척에 다다를 때쯤.

푸확-

구체가 수십 갈래로 쪼개지며 소멸했다.

설극의 옷에는 물이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사방에서 솟아오른 물기둥도 마찬가지.

설극에게 닿지도 않았다.

이번엔 칼에 베여서 소멸 되는 모습도 아니었다.

허무한 소멸.

마치 마력이 제힘을 다한 듯.

물기둥이 푹 꺼지고 말았다.

수성이 입을 떡 벌렸다.

“움직임이… 없었는데? 색욕 보았소?”

“전혀요.”

“무슨 사술을 쓴 건지…”

“이번엔 내, 헉!”

색욕이 나서는 순간.

걸어오고 있던 설극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느새 수성을 지나치고 색욕의 앞에 있었다.

서걱!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뒤늦게 들렸다.

그 순간 동그랗게 눈을 뜬 수성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어떻….”

색욕의 눈동자가 떨렸다.

동시에 그녀의 전신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그리고 색욕의 목도 떨어졌다.

목을 잃으면 몸이 기능을 잃어야 했지만.

수성과 색욕은 신.

신체 재생이 가능했다.

목이 잘린 수성과 색욕의 몸이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곧이어 잃었던 목이 재생됐다.

“뭐냐! 어떤 수작을 부린 거냐!”

“어머나. 너 예상 밖으로 강하잖아? 딱 내 스타일이야. 나랑 사귈래?”

수성과 색욕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수성은 자기가 보지 못한 움직임에 격하게 소리쳤다.

신왕성의 최상위 서열도 공격도 읽은 그였다.

한데 고작 파천혈신의 공격을 놓친 것.

그로서는 수치였다.

그와는 달리 색욕은 다른 반응을 했다.

점점 설극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이는 딱 두 명.

염왕과 신왕뿐이었다.

강한 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그녀였는지라.

설극이 조금씩 마음에 든 것이다.

하나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을 두 번도 안 되면 계속 죽여주겠다.”

설극의 살기 어린 음성이 끝나니.

수성과 색욕의 몸이 다시 한번 피를 뿌렸다.

이번에는 상처가 더욱 컸다.

몸의 뼈마디가 전부 베였다.

내부에선 기가 터지면서 내상을 만들어냈다.

눈, 귀, 코, 입.

전신 모공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색…욕 재생이 더딘데 나만 그러오?”

“저도 그래요. 왜 재생이 안 되지?”

망가진 장기의 재생이 다 되어갈 때.

또다시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커헉!”

“기뢰에요!”

색욕이 설극의 수법을 눈치챘다.

기의 폭탄.

상대에게 본인의 기운을 심어 터트리는 악랄한 수법이었다.

경지가 높을수록 파괴적인 위력을 뽐냈다.

“우리와 접촉을 한 적이… 없는데 푸웁!”

수성이 피를 토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설극이 어떻게 기뢰를 심었는지 떠올렸다.

하나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 몸에 있는 마력을 조정해서 터트린 거냐?”

어이없는 방법이 떠올랐다.

손도 안 대고 기뢰를 사용할 방법은 이뿐.

수성이 말한 건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야 했다.

“말도 안 돼요! 그건 최상위 서열에 있는 분들밖에 흉내 못 낼 건데….”

“나도 믿기 싫소.”

수성이 버티다가 이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설극을 향해 말했다.

“내 생각이 맞느냐.”

“버러지 따위가 알 필요가 있나?”

그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백무생 때문에 주경아가 죽었던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

그의 머릿속은 온통 파멸뿐이었다.

“더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대가는 돌려주마.”

번쩍!

설극의 적안이 빛났다.

수성과 색욕이 눈을 마주하자.

공포가 몰려왔다.

설극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죽는다는 공포심이랄까.

수성과 색욕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살고 싶은가?”

설극이 그들에게 물었다.

온몸의 감각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가 다시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신왕성은 내 손에 사라질 것이니 먼저 소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설극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성과 색욕의 몸이 터지며 소멸했다.

너무도 깔끔한 승리.

수성의 말처럼 손도 대지 않고 이겼다.

* * *

“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대왕?”

“저희가 놓친 게 있는지요?”

“제 눈에는 신선제가 그저 옆을 지나간 걸로 보였습니다.”

나찰과 야차들이 염라대왕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염라대왕이 침음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정확히 보았다.”

“그럼 정말 기뢰로 해치운 겁니까?”

“그래.”

“헉!”

“기뢰는 상대방보다 배는 강해야 할 터인데.”

“배라니. 한 차원 위에 있어야 한다.”

“대왕께서도 기뢰는 수법이 너무 악독해서 잘 사용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잔인한 결과를 보여 사용을 꺼려 했다.

굉장한 심력과 내공 낭비는 덤.

강한 상대에게는 더욱 금지된 무공이었다.

‘그 상대가 수성이라는 게 더 놀라울 뿐이지.’

수성.

적으로부터 공격을 막는 거대한 산이었다.

방어력에 특화된 신.

거벽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내부와 외부 둘 다 강철보다 강했는데.

설극은 수성을 압도적인 힘으로 뚫어버린 것이다.

“이제 신왕성에서 심각함을 인지하겠어.”

“그들이 말입니까!?”

신왕성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했다.

전대 왕들이 소속된 곳.

그러니 한 명씩 토너먼트로 나오고 있는 거다.

수성과 색욕이 같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설극을 인정한 것.

그를 무시했다면 여전히 한 명씩 나와 상대했을 터다.

“신왕성이 머저리가 아닌 이상 더 많은 인원을 내보낼 것이다.”

“그런데 대왕. 저희는 언제 나섭니까?”

“나도 모르겠구나.”

지금은 나설 필요가 없었다.

아직까지 설극에게 장애물이 되는 전대 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시작.

신왕성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질 터다.

“예?”

“신왕이 나서면 그때 움직일 수도 있으니 긴장을 유지하라.”

“아.”

“시, 신왕….”

나찰과 야차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신왕은 신계의 정점.

그와 마주쳐서 살아남은 자가 없을 정도였다.

신계 4대 왕을 찜 쪄 먹고도 남을 힘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대왕, 신선제가 신왕성으로 들어갔습니다.”

염라대왕이 설극의 등을 보았다.

그의 힘은 분노에서 나온다.

천극자가 소멸되기 전 말했다.

설극의 분노를 깨우면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신왕은 이 분노를 교묘하게 이용할 거라 말했다.

‘주경아를 앞세워 녀석을 옭아맬 수도 있다. 그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을 해보았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설극과 충돌을 할 수도 있었다.

그에게는 주경아를 구해야 할 명분이 있었으니까.

‘신왕. 네가 악수를 두지 않길 바란다.’

“우리도 간다.”

“예!”

나찰과 야차들은 잔뜩 긴장한 채 염라대왕의 뒤를 따라 신왕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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