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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73화 (673/705)

외전 제3부 67화

전륜에게 맞아 기절했던 라구엘이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라파엘이 이준의 등을 노렸으나.

“사라졌어?”

그는 이미 라파엘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어디야. 비겁하게 숨지 말고 당장 나와!”

라파엘이 이준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던 그때.

“라파엘 밑이다!”

가브리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라파엘이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이준이 품으로 파고 들었다.

라파엘이 빛에 휩싸여 사라지려 했다.

하지만 도망치게 놔둘 이준이 아니었다.

그의 손바닥에 뭉쳐 있던 장력이 라파엘의 복부에 박혔다.

“커헉!”

오랜만에 사용한 무극장이었다.

장력은 옷과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저 멀리 나가떨어져 피를 한 움큼 토해내는 라파엘.

혈색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떨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일어서려는 찰나.

어느새 나타난 이준의 발이 라파엘의 얼굴을 향해 떨어졌다.

쾅!

라파엘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뇌수가 터졌는지 주위로 피가 흥건했다.

라파엘의 몸이 발작을 일으키다 이내 조용해졌다.

‘라구엘과 라파엘이 순식간에 당했어.’

가브리엘의 전신을 뒤덮은 긴장감.

동료가 당했다는 생각에 위기감이 몰려 왔다.

라구엘과 라파엘은 원신의 힘을 흡수해서 전성기 시절보다 강해졌다.

자연경 끝자락.

더는 높이 올라갈 경지가 없었다.

이 너머에는 탈신경이란 미지의 세계가 있었으니까.

최상위 신이 가장 강해질 수 있는 경지가 자연경 끝자락이었다.

“전 병력은 나를 따라 공격에 임한다!”

다급해진 가브리엘이 소리쳤다.

불을 포함한 어둠, 바람, 물의 군단장이 이준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대규모의 병력.

그 수만 족히 3만은 넘었다.

뿐인가.

가브리엘의 특기는 바로 죽은 자를 소환하는 것.

네크로맨스가 그의 직업이었다.

검은 그림자가 대거 생겨났다.

구울이나 스켈레톤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천계인.

죽은 천계인을 소환했다.

이마저도 모자랐는지.

“어둠을 품은 나, 가브리엘이 명한다. 어둠에 속한 자들은 내게 믿음을 보여라.”

그의 머리 위 하늘에 게이트가 열렸다.

그곳을 타고 거대한 힘이 가브리엘에게로 쏟아졌다.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건 생명이었다.

그를 믿는 그란투스 대륙인의 생기였다.

그러던 그때.

퍽!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무형검이 게이트에 박혔다.

마치 거울이 깨지듯.

게이트에 균열이 생겼다.

이내 게이트가 와장창 깨지더니 그란투스 대륙과의 연결이 끊겼다.

“어, 어떻게?”

가브리엘이 당황했다.

소환한 포탈은 게이트가 아니었다.

생김새만 같을 뿐 전혀 달랐다.

어둠.

그가 마력으로 생성한 홀이었다.

웬만한 공격으로 흠집도 나지 않았다.

신계의 4대 왕이 공격한다 해도 끄떡하지 않을 단단함을 가졌건만.

깨지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처참히.

“누가 이런 짓을!?”

가브리엘이 고개를 돌려 범인을 찾았다.

전륜을 상대하던 주경아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 여자가?”

얼마나 강한 힘을 지녔기에 홀이 깨지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건.

‘곳곳이 위험해. 마선 뿐만 아니라 파천제도 위험하다.’

이대로 있다간 당했다.

전륜을 상대했던 마선이 싸움에 합류하는 순간.

숫자는 무의미해진다.

싸움의 승패는 전륜이 떠나고부터 결정 났다.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 도망치려 홀까지 소환했으나.

이마저도 깨지고 말았다.

‘도망치는 것만이 목숨을 보존하는 방법이야.’

다른 방법이 없었다.

‘훗날을 기약하자.’

가브리엘은 생각을 마치고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이준이 수많은 병력을 뚫고 다가오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파천제 너는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다. 다음에 만난다면 각오하는 게 조, 억!?”

말을 끝맺지 못한 가브리엘이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무형검이 가슴에 박혀 있었다.

“마, 선… 큭…!”

주경아가 마지막까지 힘을 쥐어짜며 무형검을 던진 것이다.

가브리엘의 두 무릎이 땅에 닿았다.

분하다는 표정이었다.

하나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이미 늦… 었다.”

가브리엘이 쓰러졌다.

그의 몸이 모래처럼 부서지면서 사라져갔다.

쓰러진 주경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몸이 정상이었으면… 도망가기 전에 죽였을 텐데…”

억눌러놨던 신왕성의 기운이 날뛰고 있었다.

마기를 갉아먹으며 내부를 헤집어놨다.

억제되지 않은 기운.

내상이 더욱 깊어져서 그런가.

깊은 수마가 찾아왔다.

그녀는 병력을 뚫고 다가오는 이준을 보았다.

‘준아… 내 아들.’

그것으로 그녀의 눈이 감겼다.

* * *

‘사모님이 왜 저러시지?’

많이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호흡도 고르지 못했다.

내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힘든 것만으로 불규칙한 호흡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주경아는 무극자 사부가 사랑하는 여자였다.

자신을 도우러 인계에 자주 내려오는데 여기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사부의 얼굴을 어떻게 보겠는가.

모든 일도 제쳐두었다.

“우리엘 님의 원수!”

“너와 함께 지옥으로 가겠다.”

“죽어라!”

불의 군단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으나.

이준의 발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 사이 가브리엘은 도망쳤다.

주경아에게 빠르게 다가가는데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

“사모님!”

이준의 앞길을 가로막는 병력들.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쿠웅!

이준이 땅을 강하게 밟음과 동시에 신형이 사라졌다.

그는 이미 주경아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가 등을 보이며 무방비로 있자.

전 군단이 이준을 향해 마법과 신성력을 뿜어냈다.

아니, 뿜어내려 했지만.

가브리엘의 몸이 모래처럼 부서졌던 것처럼.

그들 또한 무너져 내렸다.

이준의 진각은 그들로 하여금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괴, 괴물이야…”

“이게 인간의 힘이라니.”

“믿기지 않아…”

그저 땅을 박차는 것 같았다.

허나 그 결과는 엄청났다.

이준에게 달라붙은 이들이 모두 죽었다.

그 숫자는 족히 3천은 넘어 보였다.

심지어 핵심 인물인 군단장들은 죄다 죽은 게 아닌가.

파멸적인 힘이었다.

군단이 패닉에 빠져 있을 때.

이준은 주경아의 맥을 짚고 있었다.

“사모님, 정신 차리세요!”

내공이 너무도 불안정했다.

맥박은 서서히 멈춰가고 있었다.

“사부님! 사모님의 상태가 심각해요!”

이준은 곧바로 무극자 사부를 불렀다.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경아가 어떻다고?]

“내상을 심하게 입은 것 같아요. 맥박도 느려지고 있어요.”

[제대로 확인해 보거라. 경아의 상태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

“알겠어요.”

이준이 주경아의 손목에 사신기를 흘려보냈다.

주위를 훑고 있는데 그녀의 마기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뭐지?’

기혈이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다.

그것도 심하게.

내공을 무리하게 운용해서 난 상처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공격을 한 듯한 느낌이랄까.

‘응급처치라도 해야겠어.’

사신기로 그녀의 내상을 다스렸다.

그러던 그때였다.

숨어 있던 신왕기가 튀어나와 사신기를 다짜고짜 공격했다.

‘사부님. 원인을 찾았어요!’

[나도 보고 있다. 신왕기가 경아의 몸속에 있었다니. 언제 당한 거지?]

‘신왕기요?’

[4대 신계의 정점. 신왕성이 사용하는 기운이다.]

‘거기는 또 어디에요?’

[전대 왕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 곳도 있어요?’

[천극자 사부님이 없는 틈을 타 기지개를 피려 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말해줄 테니 넌 경아를 우선적으로 치료하거라.]

‘최선을 다할게요.’

이준이 치료에 집중했다.

신왕기의 기습에 사신기가 분노를 표출했다.

‘감히 너 따위가’란 말을 하는 것처럼.

신왕기를 공격해 갔다.

기세 좋게 덤벼들었던 신왕기가 당황해했다.

자신의 힘을 압도하는 기운에 주춤거렸다.

조그마한 빈틈이 생기자.

사신기는 자비가 없이 신왕기를 먹어 치웠다.

‘역시 사신기야.’

무극자 사부의 말을 빌리자면 신왕기는 전대 왕의 기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신기는 신왕기를 너무 쉽게 흡수했다.

‘천극자 태사부님께서 내게 정말 귀중한 선물을 해주셨어.’

무극자 사부가 꼬장꼬장한 노인네라면.

천극자 태사부는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만약 사신기가 없었다면 천계와 싸울 생각도 못했으리라.

무극자 사부의 무공만으로도 충분히 싸울 수는 있었으나.

이기리라 확신은 못 했을 터.

사신기가 있었기에 자신 있게 행동한 것이다.

‘신왕기가 사신기에 당하고는 있지만 전대 왕의 기운이라 그런지 끈질기게 버티네.’

주경아의 내상은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았다.

‘사모님의 몸에서 신왕기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해 보여.’

사신기를 주기적으로 몸에 주입시켜 치료를 해야 할 듯싶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신왕기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높았다.

작은 기운만 남아있어도 언제든 덩치를 불려 내부를 공격할지 모르니.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사부님. 사신기로도 신왕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요. 방법을 찾아야해요.’

[내가 알아오마. 준이 네가 경아를 잘 보살펴주거라.]

‘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

[그러마.]

무극자 사부의 음성이 끊겼다.

싸늘하다 못해 서늘한 목소리.

단단히 화가 난 듯싶었다.

* * *

“걸신과 금정이 죽었소.”

“예상 밖이야.”

“쉽게 생각할 게 아닙니다.”

원탁에 모여 앉은 이들은 제각각의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는 대수롭지 않아했다.

어떤 이는 심각해 했고.

또 다른 이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흐음….”

“염왕도 신왕성으로 오고 있다고 하오.”

“미친놈이 끝까지 우리에게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한번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 할 듯싶소.”

각기 자기 말만 하고있는 이들은 신왕성 소속 전대 왕들이었다.

“신왕께선 뭐라고 하십니까?”

“언제 신왕께서 하찮은 일에 관심을 두는 걸 봤소?”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외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왕은 신의 정점에 서 있는 자.

그가 직접 나서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거의 일선에 나서지 않는다고 보면 됐다.

“전륜에게는 연락을 취했나?”

검은 머리 소년의 말에 한 여자가 대답을 했다.

“귀환 중이에요.”

“염왕은 전륜이 맞으면 되겠군.”

“북명! 파천혈신이 신왕성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합니다.”

“파천혈신이?”

“화가 잔뜩 났나 보군.”

“신계가 제집 놀이터인 줄 아나 본데 내가 가서 혼내주겠소이다.”

거구의 남자가 가슴을 탕탕 치며 나섰다.

그의 손에는 건틀럿이 끼워져 있었다.

무투가.

등에 하얀색 날개가 있는 걸 보면 전대 천계왕이 틀림없었다.

“거벽이 나선다면 파천혈신도 꼼짝 못 할 거야.”

“멍청한 짓만 하지 말게.”

“신왕성과 신선계의 관계가 어떤지 제대로 확인시켜주고 오라고.”

“나만 믿으시오.”

거구의 남자가 자신 있게 일어섰다.

2m를 훌쩍 넘는 키.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굉장했다.

그의 이름은 레븐 사리엘.

거벽이라 불리는 자로 천계왕을 지냈던 자였다.

신왕성에서의 서열은 중간 정도.

전륜과 거의 흡사한 강함을 지녔다.

그가 성을 나섰다.

한편.

신왕성에 거의 도착한 염라대왕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전투태세를 갖춰라.”

“전투 준비!”

야차와 나찰, 사자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뛰어나갈 준비가 됐다.

염라대왕이 직인인장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안개를 뚫고 나온 한 명의 거구.

거벽과 마주쳤다.

“오랜만이구나.”

염라대왕이 먼저 거벽을 아는 척했다.

“난 전혀 반갑지 않아.”

“네가 내 상대인가?”

“미안하지만 난 네 상대가 아니야. 곧 전륜이 올 거다.”

“그러는 넌 누구 때문에 나온 거지?”

“파천혈신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만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구나.”

염라대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극의 성격이라면 신왕성을 공격하고도 남았다.

먼저 건드렸으니 배로 갚아주려 할 것이다.

“다른 녀석을 데려와라.”

“날 무시하는 거냐.”

“오히려 네가 설극을 무시하고 있다.”

“옛날부터 파천혈신에 대해서는 옹호만 하더니 이젠 아예 한편을 먹었군.”

“내 말을 안 들으면 후회….”

염라대왕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쾅!

미세한 바람과 함께 스쳐 지나간 그림자가 거벽을 발로 차버렸다.

“우웩!”

거벽은 피를 뿜어내며 뒤로 튕겨 나갔다.

“신왕이란 놈 당장 나오라고 해.”

거벽이 서 있던 자리에는 설극이 적안을 번들거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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