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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71화 (671/705)

외전 제3부 65화

걸신을 해치운 설극이 주경아를 향해 달려갔다.

“경아, 괜찮아?”

그는 주경아의 몸을 샅샅이 훑어봤다.

어느 부위에 상처가 났는지.

치명상을 입었는지.

요란을 피웠다.

“전 괜찮… 윽.”

“경아!”

주경아가 옆으로 쓰러지려 하자 설극이 다급히 부축했다.

“어디가 아파?”

“잠시 현기증이 났을 뿐이에요. 호들갑 떨지 말아요.”

그녀가 신선계에 든 이후 가장 내공을 많이 쥐어짠 날이었다.

바닥까지 긁어모아 적을 쓰러트렸다.

천마신공의 회복력이 아니었다면 쓰러진 건 그녀였다.

그만큼 힘든 싸움이었다.

“내가 진기도인을 해줄게.”

“고마워요.”

그녀는 설극의 도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서 있는 것도 힘든 상태.

내상도 가볍지 않았다.

어쩌면 얼마 가지 않아 대규모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때를 대비해 힘을 회복해야 했다.

웅웅.

가부좌를 튼 주경아의 등 뒤에 설극의 손이 닿았다.

혼원신공이 그녀의 내공을 이끌었다.

“음…”

그녀의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죽은 피.

내상이 치료되면서 나온 피였다.

“아린아.”

“네 어르신.”

“장내를 정리하고 현재 상황을 지옥계에 전하거라. 염라대왕에게는 내가 곧 연락을 취한다고 해.”

“그러겠습니다.”

연아린이 신선들과 함께 주변을 정리했다.

구파일방 소속 최상위 신선들은 다시 한번 느꼈다.

설극에게 대항했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고.

아미에 속한 여신선도 마찬가지였다.

사문의 어른이 죽었으나 이렇다 할 항의를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금정이란 자는 신선제가 아닌 마선에게 죽지 않았나.

파멸적인 무력이었다.

괜히 그녀에게 덤볐다가는 지금의 자리도 보존하지 못한다.

쥐 죽은 듯 조용히 있는 게 좋았다.

아미의 여신선이 눈치를 보다가 이내 사라졌다.

계속된 설극의 치료.

주경아의 상태가 호전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제 됐어요.”

“아직 더 해야 해.”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보다 준이부터 챙기세요.”

“경아가 먼저야.”

“가가.”

그녀가 설극의 눈을 쳐다보았다.

강렬한 눈빛이었다.

“왜 그래?”

“저와 준이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가가는 꼭 준이를 고르세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만에 하나라도 둘 중 한 사람이 위험에 빠진다면 그러시라고요.”

“그럴 일 없어. 내가 꼭 두 사람을 지키고 말 거야. 만약 그게 아니라면….”

설극의 눈이 붉게 번들거렸다.

“하늘도 무너트리고 말겠어.”

굉장히 광오한 말이었다.

그는 신왕성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신선제에 오른 건 주경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귀찮은 신선제의 자리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게 설극의 생각이었다.

“가가는 정말로 그런 짓을 벌일까 봐 걱정이에요.”

“내 하늘은 경아와 준이 뿐이야. 날 천살로 만들고 싶지 않으면 명심해.”

“알겠으니 표정 좀 푸세요.”

주경아가 설극을 향해 방긋 웃었다.

그녀가 추측하기에 설극은 하늘마저도 무너트리는 힘을 가졌다.

탈신경 너머의 경지.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

천극자는 설극의 경지를 보고 소멸한 것이다.

혼자서도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 판단했기에.

만약 설극이 아직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경지에 있었다면 천극자는 스스로 소멸하지 않았으리라.

‘저도 준이를 계속 보고 싶어요.’

주경아가 쓰게 웃었다.

금정에게 당한 상처가 컸다.

미지의 경지에 도달한 설극이 못 알아챌 정도의 내상.

그 괴물이 내공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아마도 신왕성 기운인 것 같았다.

‘시간이 없네요. 가가.’

그녀는 상처에 대해 설극에게 말하지 않았다.

자신으로 인해 시간을 소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지금의 사태를 빨리 종식 시키는 게 낫다 판단했다.

그래야지만 준이가 편해질 테니까 말이다.

“가가. 저도 염라대왕에게 갔다 올게요.”

“아린이가 갔어. 경아는 몸을 추슬러.”

“혹시나 인계로 내려갈 수 있나 허락을 받으려 해요. 직접 가서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내가 한번 말해볼게.”

“가가는 신왕성 쪽을 신경쓰세요. 저희를 공격했다면 가가의 제자로 알려진 준이도 위험할 거예요.”

“그렇긴 한데….”

“결정한 걸로 알게요.”

주경아가 몸을 돌리자 설극이 그녀를 불렀다.

“경아!”

‘미안해요, 가가.’

그녀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걸 인지했다.

그렇다면 숨이 다하기 전에 아들을 위해서 하나라도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 * *

염라대왕의 앞에 저승사자들과 야차, 나찰이 완전무장한 채 서 있었다.

그 수가 무려 1만은 됐다.

거의 군단급.

염라대왕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 사자를 제외한 모든 사자들이 모였습니다.

“야차들도 도열이 끝났습니다.”

“저희 나찰도 마찬가지예요.”

염라대왕은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 싸움은 굉장히 힘들 것이다. 많은 희생이 뒤따르기도 하겠지… 하나! 너희들은 인과율을 지키는 존재. 규율을 어지럽히는 이들을 벌하는 것이 너희의 사명이다.”

모두가 비장한 표정을 했다.

염라전에서 잘 움직이지 않은 대왕이 직접 움직였다.

그것도 신계대전급이 아니면 입지 않은 갑주까지 착용한 게 아닌가.

염라대왕이 비장하게 있으니 신하들 또한 비장해졌다.

그가 연설을 계속하고 있을 때.

“대왕. 신선계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연아린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지옥계의 왕을 알현합니다.”

“신선제가 보냈느냐.”

“네. 신선계의 상황을 대왕께 알리라고 했습니다.”

“고하라.”

연아린은 신선계에 신왕성의 인물이 나타났다는 걸 상세히 말했다.

마선이 금정을.

신선제가 걸신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하자.

염라대왕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걸신과 금정도 설극에게는 안 되나 보군.”

이미 예상했다.

설극은 신선제가 되고 나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더는 오를 경지가 없을 정도로 높이 있던 상황.

한데 끝을 알 수 없게 강해졌다.

마치 신선제의 자리에 오르길 기다린 듯.

신선계의 기운은 설극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야.”

신왕성은 역대 왕들이 모인 곳이다.

아미와 걸신은 그들 중 최약체에 속했다.

압도적으로 이겼다지만 방심은 불가였다.

“하필 인계에 내려간 놈이 전륜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염라대왕의 중얼거림을 들은 연아린이 토끼 눈이 되어 물었다.

“신왕성에서 전륜을 보냈다. 그것도 인계에.”

“전륜이라면 지옥계의 전대 왕이십니까?”

“그렇다. 전륜은 금정, 걸신과 비교가 되지 않아.”

전륜은 신왕성에서도 중간의 위치에 있었다.

무력으로만 따지면 중간에서 위 정도.

이준이 강하다고는 하나 전륜을 이기는 건 무리였다.

천운이 따르지 않은 이상은 필패였다.

무엇보다 전륜의 옆에는 가브리엘과 같은 천계인도 있지 않나.

이준의 목숨이 위험했다.

“지옥계의 전대 왕이 준이한테 갔어요?”

“마선?”

“네가 여긴 어쩐 일… 너!?”

연아린과 염라대왕이 주경아를 보자 화들짝 놀랐다.

다른 의미의 놀람이었다.

염라대왕이 주경아에게 전음을 날렸다.

[어찌 된 일이냐. 네게서 죽음이 보인다.]

[가가는 속였는데 염왕은 못 속이겠네요.]

[당한 것이냐.]

[그런가 봐요. 이상한 기운이 제 내공을 갉아먹고 있어요.]

[신왕성의 기운일 것이다. 금정과 싸워서 이겼다고 들었는데… 그 녀석도 신왕기를 가지고 있었군.]

[제가 당한 게 신왕기인가요?]

[신왕의 힘이다. 신왕성에 든 전대 왕들만이 가지는 힘이지. 그런데 신왕기는 금정과 걸신 같은 이들은 가질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적어도 전륜 정도는 되어야 신왕기를 사용할 수 있건만.]

신왕기는 신왕이 힘을 나눠주는 것.

이 힘을 나눠줄수록 신왕은 약해진다.

그래서 최약체에게는 신왕기를 나눠주지 않았다.

[모르겠구나. 모든 게 혼란스러워.]

천극자가 소멸한 틈을 타 신왕성이 움직인 것도 그렇고.

신왕기도 최약체가 지닌 게 이상했다.

[신왕성은 세계를 재정립하고 싶은 모양인 듯싶어요.]

[네 생각도 그러느냐.]

[가가가 천극자 어르신을 꼭 닮았잖아요. 준이도 마찬가지고요.]

[신왕성엔 그 두 사람이 걸림돌이긴 하지.]

[그래서 말인데 절 인계로 보내주세요.]

[그 몸으로 말이냐? 불가하다. 네게 일이라도 생기면 신계는 신왕성보다 더 큰 재앙을 맞이할 게야.]

[저 얼마 살지 못하는 거 염왕께서 잘 아시잖아요. 준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으음…]

염라대왕이 신음을 흘렸다.

주경아는 강력한 내공으로 신왕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

한계가 있었다.

신왕기는 내공과 더불어 선천지기를 갉아먹으니.

인과율을 거슬리는 게 아니면 살 방법이 없었다.

[염치없지만 부탁드려요.]

[또 설극에게 내가 죄인이 되겠구나.]

염라대왕이 눈을 질끈 감았다.

주경아의 부탁은 아들의 환생, 이준의 옆에서 소멸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를 어찌 거부하겠나.

인과율을 어그러트리며 생명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소원은 들어줄 수 있었다.

“그렇게 하거라.”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아린아.”

주경아가 고개를 돌려 연아린을 불렀다.

“네, 마선.”

“가가를 잘 보필해줘.”

“마선께서 있으시지 않습니까. 꼭 떠나는 사람처럼 말씀하십니다.”

“부탁해.”

그녀는 웃고 있는데 왠지 슬퍼 보였다.

“네게 사자를 지원해주겠다.”

“감사해요.”

“몸조심하거라.”

주경아와 사자들이 인계로 떠났다.

연아린도 신선계로 돌아갔다.

“우리도 신왕성을 향해 진군한다.”

염라대왕은 지옥계의 병력을 이끌고 신왕성을 향해 출발했다.

* * *

지잉-

이준과 조금 떨어진 곳에 게이트가 열렸다.

그것에서 지저갱 속에서나 느껴질 법한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곧바로 한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는 스물 중반.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호감형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저 괴물은 또 뭐야?”

이준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오라는 가브리엘은 안 오고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그 괴물은 나오자마자 소름 끼치는 미소를 보였다.

“네가 파천제라는 광오한 이명을 지닌 아이냐.”

“그런데 너는 누구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풀썩.

신의 힘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우리엘이 쓰러졌다.

녀석에게서 숨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죽었어.’

우리엘이 힘을 잃었긴 하지만 신.

신을 죽이는데 손에 자비가 없었다.

우리엘의 숨이 멎은 걸 본 불의 군단장이 소리쳤다.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제 주인을 살려준다고 하셨잖습니까!”

딱!

전륜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죽었던 우리엘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헉!”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브리엘조차 흠칫했다.

고작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죽이거나 살릴 수 있었다.

“봤지? 난 이런 사람이야.”

“장난치지 말고 정체를 밝혀.”

“아직 모자라? 그렇다면 이건 어때?”

딱!

또다시 손가락이 튕겼다.

아직까지 쓰러져 있던 우리엘이 자신의 손을 보면서 환호했다.

“히, 힘이 돌아왔어! 힘이 돌아왔다고!”

이준이 뺏은 힘을 전륜이 되돌려 주었다.

신 그 자체였다.

“이제 감이 와? 내가 누구인지?”

이준은 새로 등장한 전륜에 의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죽은 자를 살렸어. 저만한 힘을 가진 건 지옥계밖에 없는데…’

지옥계 출신이라는 것 이외에는 알지 못했다.

다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좋은 목적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나를 모르다니 섭섭한걸.”

전륜이 시무룩하고 있을 때였다.

“죽어엇!”

힘을 되찾은 우리엘이 정신을 못 차리고 이준을 재차 공격했다.

우리엘의 손에 빛의 창이 들려 있었다.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찌르기.

그의 모든 마력과 신성력이 빛의 창에 담겨 있었다.

‘상황이 불리해. 한 명이라도 죽여야 해.’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우리엘이 힘까지 되찾아 저들과 합류하게 된다면 낭패였다.

한 명이라도 없애야만 했다.

빛의 창이 이준의 복부에 틀어박힌 순간!

“네 수하가 돌아왔으니 난 약속을 지켰어.”

우리엘의 뒤에서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파육음이 났다.

콰드드득!

이준의 손이 우리엘의 몸에 닿자.

우리엘의 몸에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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