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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70화 (670/705)

외전 제3부 64화

걸신이 뚫린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다 이내 옆으로 쓰러졌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고통에 겨워 힘들어하고 있는데 설극이 다가왔다.

“전대 왕들은 이렇게 다 약한가?”

그의 발이 걸신의 얼굴을 지그시 눌렀다.

“으윽….”

걸신은 혼원귀일신공을 돌리며 내상을 치료했다.

허나 내공으로 치유가 되지 않았다.

몸속에 회복을 방해하는 기운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여기저기를 헤집으며 모든 걸 파괴했다.

‘이럴… 수가! 내가 저런 애송이한테… 당하다니. 천극자도 아닌 저딴 애송이한테!’

걸신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치욕스러웠다.

개방의 신공을 대성한 것도 모자라 신선경에 들고 더욱 강력하게 발전시켰다.

혼원귀일신공으로 신선계에 군림했던 적이 엊그제 같았는데…

천극자의 제자에게 너무 쉬이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상황.

팔을 움직여 설극의 다리를 붙잡았다.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지 않은 게 좋아. 용케도 일격에 죽지는 않았지만 두 번은 없다.”

오만하고 광오한 말투.

거슬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신경이 쓰였다.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단 한 사람뿐.

신왕성의 주인만이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외 딱 한 사람이 있었다.

천극자.

신왕성에 오르지 않은 인물로.

신왕성의 주인조차 두려워하던 자였다.

설극은 천극자와 똑 닮아 있었다.

그 사부에 그 제자.

호랑이 밑에 늑대가 없는 것처럼.

천극자와 같이 설극도 호랑이였다.

여기서 더 큰다면 신왕성의 주인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놈만큼은 죽여야 해.’

걸신이 설극의 발을 치우며 일어났다.

빠르게 퇴보를 밟으며 거리를 벌렸다.

조각난 내장이 바닥에 보이나 개의치 않았다.

이 정도로 죽는다면 애초에 신선제가 되지 못했을 거니까.

그의 결연한 표정에 설극이 혀를 찼다.

“다시 덤벼봤자 결과는 똑같을 건데 쯧.”

팟-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설극의 신형이 사라졌다.

걸신 또한 마찬가지.

취팔선보를 밟으며 설극의 움직임에 맞섰다.

걸신의 백결신장이 뿜어졌다.

하얀빛의 덩어리가 천지를 집어삼킬 기세로 날아갔다.

부욱!

사라졌던 설극이 백결신장을 잘라버렸다.

그 순간.

앞의 장력에 가려진 시야를 이용해 날린 또 하나의 장력이 그물처럼 퍼져서 덮쳐오는 게 아닌가.

손을 쓰기에는 늦었다.

“귀찮게 하는군.”

쿵.

설극이 진각을 펼쳤다.

신선경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그 결과.

하늘에 펼쳐진 그물 장력이 눈이 녹듯 사라졌다.

걸신은 예상이라도 한 듯.

다음 공격을 펼쳤다.

몸이 흔들거리며 주먹이 뻗어왔다.

펑!

걸신의 주먹이 닿은 곳의 대기가 터져나갔다.

공간이 왜곡되기도 했다.

한 방이라도 맞았다간 몸이 통째로 날아가는 일격이었다.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는구나!”

걸신의 공격은 점점 강해졌다.

취팔선권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었다.

뿐인가.

변화무쌍해지며 눈을 어지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극의 신경은 다른 곳에 있었다.

‘경아는 어쩌고 있지?’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엔 주경아와 금정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신선경이 초토화가 되든 말든 오로지 싸움에만 집중했다.

‘경아가 저렇게 강했던가?’

상대는 전대 신선이었다.

적어도 탈신경에 든 인물.

그런 여자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하는 부분도 있었다.

‘검에 소질이 있었는지는 몰랐군.’

바로 검이었다.

신교의 무공인 천마검법일줄 알았건만.

전혀 다른 검법을 사용했다.

‘천룡천상검과 은하월강검. 그저 외우기만한 무공인 줄 알았는데.’

초식이 완벽했다.

이미 숙련도는 대성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미의 금정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천마신공으로 듣도 보도 못한 검법을 사용하니.

꽤 많이 당황스러우리라.

‘무형검으로 각기 다른 쌍검술을 사용할 줄이야.’

그녀도 재능이 넘쳐흘렀다.

꽃피우기도 전에 죽은 것뿐.

만약 그녀가 신교를 이어받았으면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천마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만큼 뛰어났다.

‘심지어 저 싸움법은 나도 한 수 접고 들어가겠어.’

둘 다 고고하고 유려한 검술을 뽐내고 있었다.

하나, 주경아는 어느 순간 괴상하고 예측 불가한 공격을 했다.

마치 투기장의 싸움꾼같이 거칠게 싸웠다.

설극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 * *

서걱-

무형검이 금정의 종아리를 베었다.

금정의 검 또한 주경아의 팔에 상처를 냈다.

쿵!

무형검과 금정의 검이 교차했다.

주위로 충돌의 기파가 강하게 퍼져나갔다.

주경아의 남은 무형검이 대기를 얼어 붙이며 찔러왔다.

“어림없어!”

금정의 활짝 펴진 붉은 손이 무형검을 강타했다.

쾅-

아미의 구음신조였다.

무형검을 파쇄했을 뿐만 아니라 주경아의 목을 할퀴고 지나갔다.

조금만 깊었으면 그대로 목이 날아갔을 터다.

“운이 좋아. 다음번에는 반드시 목을 취해주겠다.”

“그 입 닥치고 싸움에 집중이나 해.”

주경아는 왼손에 무형검을 다시 만들어냈다.

그리고 냅다 앞으로 던졌다.

지근거리에 투척하니 피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금정은 싸움에 대한 경험이 많은지.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접으며 반응했다.

무형검이 아슬아슬하게 금정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금정이 허리를 펴려는 찰나.

우악스러운 힘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주경아의 투명한 손이 금정의 어깨에 박혀 있었다.

“윽, 이건 소수마공?”

소수마공을 조법 형태로 펼친 것이다.

“꽤 아플 거야.”

주경아는 금정의 어깨에 박힌 손을 그대로 내리그었다.

상의와 함께 살점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아아악!”

주경아는 짐승이라도 된 듯.

소수마공을 사용해 금정의 가슴을 계속해서 할퀴었다.

금정이 다급하게 두 팔을 교차하며 막아보았으나.

앞을 막은 팔의 살점도 도려냈다.

더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금정이 검을 휘두르자 빈틈이 생겼다.

어느새 무형검을 든 주경아가 천룡천상검을 펼쳤다.

콰직!

그녀의 검을 따라 낙뢰가 떨어졌다.

정확히는 청룡이 내려와 낙뢰를 떨어트렸다.

“어으으….”

그녀의 검이 금정을 훑고 지나갔다.

하나의 무형검만 들고 있던 주경아의 손에는 다른 하나의 무형검도 들려 있었다.

쩍 소리와 함께 주변이 얼음 지대로 변했다.

오돌오돌 떠는 금정.

금정의 몸이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주경아는 천룡천상검에 하나의 무공을 더 사용했다.

은하월강검.

금정과 주변 일대를 얼려버린 무공의 이름이었다.

주경아의 왼손에 있는 투명한 무형검이 번쩍였다.

세상이 사선으로 갈렸다.

한참을 반으로 나뉘어 있다가 하나로 합쳐진 순간.

얼어붙은 금정이 무너져 내렸다.

“말도… 으으 안… 돼.”

금정은 오한이라도 든 듯.

몸을 떨면서 격하게 부정했다.

자신은 탈신경에 있었다.

한데 신선제도 아닌 고작 신선 따위가 자신을 이긴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것도 처음 보는 무공으로 이겼다.

무공은 구파일방이 언제나 최고였다.

천극자란 괴물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게 무슨… 무공이냐.”

금정이 부러진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며 물었다.

주경아는 금정에게 순순히 대답해줬다.

“천룡천상검.”

“다른 하…나는?”

“은하월강검.”

“본적도 없는 검…법이거늘…”

“세상에는 구파일방보다 강한 무공이 널려 있어. 이 해동의 검법이 그 예야.”

“거…짓말…. 우리 구파일방이 무공의 근… 간이다.”

“부정해도 소용없어. 이미 난 해동의 무공으로 전대 신선제인 널 꺾었으니까.”

그녀의 말에 금정이 소리쳤다.

“…아니야!”

다 죽어가던 금정의 몸에서 기운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항마의 기운인 불기였다.

천마신공과는 극상성이었다.

“네년은… 우리와 같은 핏줄이면서 오랑캐의 무공을 찬양하다니. 죽어 마땅한 천박한 년이다.”

항마의 기운을 지닌 금정이었지만 입은 더러웠다.

불가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주경아가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항상 남의 것을 탐내고 변방은 오랑캐라고 폄하하는 그 버릇이 있는 한! 구파일방의 무공은 현재와 같이 쇠퇴하고 말 거야.”

“닥쳐! 네년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금정의 부러진 검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멸절검법의 기수식을 취한 그녀가 곧장 주경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항마의 무공 중 가장 강력한 아미의 검법이 펼쳐졌다.

“너희들의 고집이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주경아의 두 손에 무형검이 만들어졌다.

한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녀의 주위에 무수히 많은 무형검이 생겼다.

검 하나하나에 무지막지한 기운이 담겨 있는 건 덤.

특이한 건 어떤 무형검엔 천룡천상검의 기운이.

어떤 검엔 은하월강검의 기운을 띄고 있었다.

“받아들이기 싫으면 죽어.”

주경아가 오른손에 든 무형검을 사선으로 긋자.

천룡천상검의 기운이 담긴 무형검이 금정에게 폭사했다.

푸욱-

왼손에 든 무형검은 신선경 바닥에 그대로 꽂아 넣으니.

은하월강검 또한 밑으로 떨어지며 하나의 글자를 써 내려갔다.

* * *

멸절(滅絕)

금정이 하려던 걸 주경아가 보여주었다.

그녀가 서 있는 일대가 없어졌다.

오직 주경아만이 오롯이 서 있었다.

금정은 육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한 것.

전대 신선제를 지냈던 금정이 주경아에 의해 죽고 말았다.

거대한 기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설극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봤나?”

“…무엇을 말이냐.”

“저 여자가 내 여자다.”

설극은 자랑스러웠다.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여자가 바로 자신의 부인이었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걸신이 이를 뿌득 갈았다.

설마 금정이 질 줄은 몰랐다.

심지어 소멸까지 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

이들이 이렇게 강할 줄 누가 알았겠나.

계산 착오였다.

신왕성은 설극과 주경아의 힘을 다시 검토해야 했다.

“너희들이 먼저 우릴 건드렸어. 그런데 살길 바라나.”

“신왕성은 4대 신계의 위에 서 있다. 신왕성이 곧 법이라 이 말이야!”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나보다 약한 놈한테 고개를 숙일 생각은 없다고. 아, 강해도 안 숙일 거긴 해. 어차피 싸움을 이기는 건 내가 될 테니까.”

“감히 네가 신왕성의 권위를 무시한단 말이냐!”

걸신이 버럭 소리쳤다.

저 자신감 넘치는 발언.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너무도 자유롭지 않나.

그래서 싫었다.

모두가 신왕성에 묶여 있는데 설극만이 멋대로 한다는 게 창자가 꼬일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 네가 날 이겨서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라.”

“이익!”

걸신이 담뱃대를 꽉 쥐었다.

그런 그를 향해 설극이 손을 까닥였다.

“와라.”

설극이 몸을 늘어트렸다.

전신이 빈틈으로 가득했다.

한데 걸신은 기수식만 잡을 뿐.

출수하지 못했다.

‘빈틈이 보이지만 공격할 수 없어.’

공격하면 곧바로 죽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섬뜩한 건 따로 있었다.

‘처음 싸웠을 때보다 더 강해.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공기를 짓누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숨 쉬고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

얼굴과 등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고작 기세만으로 전대 신선제인 자신이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찜찜하던 게 이거였나…’

억겁을 살아왔으나 죽는 건 언제나 두려웠다.

특히 권력을 맛본 이후로는 더더욱 힘들었다.

살고 싶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나 상대는 살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망치는 건 무리야. 그렇다고 살려달라고 하기에는…’

아직까지 자존심을 버리는 건 힘들었다.

결국 혼자서 활로를 뚫는 것뿐.

걸신이 담뱃대를 꽉 쥐며 혼원귀일신공을 끌어올렸다.

‘이 한 번으로 도주까지 한다.’

그가 취팔선보를 밟으며 타구봉법을 펼쳤다.

아니, 펼치려 했다.

그런데 한 발을 내밀자 몸이 기우뚱하는 게 아닌가.

“아.”

그때 걸신의 귀로 설극의 음성이 들렸다.

“미안한 말이지만 넌 아까전에 이미 죽어 있었다.”

“언…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내가 목숨을 붙들고 있어서 죽지 않은 것이다.”

“…이미 그 경지에 든 것이…냐…”

걸신이 눈을 감지 못하고 죽었다.

얼마나 생에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 눈을 뜨고 죽을까.

설극은 고개를 저으며 걸신의 육신을 파천멸기로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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