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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62화 (662/705)

외전 제3부 56화

전대 신선제.

신계대전을 종결시킨 신선계의 왕.

마계는 이때 자신들의 왕을 잃었다.

그것도 역대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왕을 말이다.

전율스러운 힘을 지닌 남자.

그가 지나가는 길은 지옥으로 변했다.

마계, 천계 너나 할 것 없이 전대 신선제의 힘에 몸을 낮췄다.

그래야지만 살아나갈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전대 신선제의 무공이 어떻게 인간의 손에 있냐는 말이다!’

미카엘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신계대전에서 마주쳤던 전대 신선제가 떠올랐다.

강했다.

의지가 꺾일 만큼.

같은 왕의 위치에 있는 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비슷한 무공일 것이다. 전대 신선제의 무공일 리 없어!’

미카엘이 격렬하게 부정했다.

전대 신선제와 함께 사라진 무공이다.

한낱 인간의 손에 그 전율스러운 힘이 나타날까.

말도 안 됐다.

절대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됐다.

‘그래. 내가 잠시 착각한 것이다.’

전대 신선제의 무공은 모든 신을 압도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 무공을 인간이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신계에는 재앙이다.

파천혈신이 나타났을 때보다 훨씬 끔찍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쉬이 가라앉지는 않았으나.

애써 괜찮은 척했다.

“네 감정이 나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 이 여자가 죽을까 봐 두려운 게로구나.”

미카엘의 음성에 이준이 걸음을 멈췄다.

성검이 박정연의 목에 닿았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네 살을 하나하나 도려내 버릴 거야.”

살기 가득한 이준의 음성.

그의 눈은 점점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몸에선 회색 아지랑이 이외에 붉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하나는 사신기.

다른 하나는 광기 그 자체였다.

두 가지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며 주변의 공기를 찍어눌렀다.

“컥!”

“푸웁!”

미카엘의 친위대, 빛의 군단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서서히 몸이 흐려지며 사라지는 빛의 군단.

이준의 패도에 소멸한 것이다.

그가 다시 걸었다.

한 발짝.

주변에 있던 빛의 군단이 풀썩 쓰러졌다.

마찬가지로 몸이 흐려지며 소멸했다.

이준의 발이 재차 움직였다.

고작 걷는 것만으로 수십의 천계인이 사라졌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인가!”

친위대의 죽음에 분노한 미카엘이 성검에 힘을 주었다.

우뚝.

이준의 말이 멈추었다.

평소 같았으면 득의양양하겠지만.

‘탈신경! 저놈이 어찌 탈신경에 들었단 말이냐. 분명 자연경 끝자락이었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무려 이준의 경지가 탈신경에 있는 게 아닌가.

이 경지는 신계 4대 왕만이 들어서 있었다.

모든 층계를 포함한 총 네 명만이 들어선 경지.

지금은 세 명만이 탈신경에 있었다.

‘절대… 살려둬선 안 될 놈이다. 신계에 독이 될 녀석이야.’

미카엘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박정연의 목에 닿아 있던 성검이 피부를 찔렀다.

그녀의 목에 핏방울이 맺힌 순간!

푸확-

어느새 나타난 붉은 아지랑이가 미카엘의 팔을 잘라버렸다.

“크아아악!”

미카엘이 비명을 질렀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이었다.

마계왕과 싸울 때도 몸에 상처는 날지언정.

손목이 잘리지는 않았었다.

미카엘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그 여자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하면 네 살을 한 점 한 점 떠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준이 왼팔을 뻗으며 박정연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신형이 허공을 날아 이준에게로 끌려왔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미카엘이 아니었다.

“크흑. 어림없다!”

미카엘의 잘린 팔이 순식간에 재생됐다.

그가 박정연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이준 또한 자리를 박찼다.

쾅-

얼마나 강하게 땅을 박찼는지.

이준이 있던 자리가 폭삭 내려앉았다.

“천벌!”

미카엘이 이준에게 천벌을 내렸다.

하늘에서 빛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신이 천벌을 내립니다.]

[빛의 신에게 적대적인 각성자를 무력화시킵니다.]

[천벌이 내린 영역에선 내공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천벌이 내린 영역에선 마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각성자는 오직 빛의 신을 섬기는 자들뿐입니다.]

[내공 사용자로 패널티가 부가됩니다.]

[사신기(멸)의 능력으로 패널티가 사라집니다.]

[천벌의 힘이 소멸됐습니다.]

이준의 주먹과 미카엘의 성검이 충돌했다.

콰앙-

“크헙!”

미카엘이 날아왔던 반대 방향으로 튕겨나갔다.

이준은 미카엘을 무시한 채 박정연을 안았다.

“괜찮아?”

“…어떻게 왔…어…?”

그녀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온몸에 난 상처.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피투성이였다.

“위험하다고 해서 왔지.”

광기로 가득 찬 눈동자와는 달리 이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원신의 돌은?”

“그것보다 누나가 더 중요해.”

“또… 너한테 짐이… 됐네….”

박정연이 슬픈 목소리로 애써 말하자.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짐은 무슨. 아니니까 한숨 자고 있어. 일어나면 상황이 다 끝나있을 거야.”

그가 박정연의 수혈을 짚었다.

그녀의 눈이 스르르 감기며 잠에 빠졌다.

“파랑아. 정연 누나 데리고 금역으로 가 있어.”

[정연이도 많이 다쳤지만 혁진이의 상태가 더 심각해.]

로티틸과 이의태가 저 멀리서 치료를 하고 있었으나.

차도가 없는지 답답해하고 있었다.

“혁진이는 내가 알아서 할게.”

[괜찮겠어?]

“어.”

너무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싸늘할 정도.

넘실거리는 살기가 음성에 뚝뚝 묻어 나오고 있었다.

주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던 파랑이는 박정연을 데리고 금역으로 갔다.

이준이 허리춤에 걸린 파멸겁을 꺼내 들었다.

철컥!

파멸겁이 제2단계로 단번에 변했다.

그리고는 미카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사신기를 담은 파멸겁이 강기를 뿌렸다.

콰드드득!

지면을 통째로 박살 내면서 날아가는 강기.

무너진 잔해에 파묻혀 있던 미카엘이 몸을 일으켜 신성력을 사용했다.

쿵 소리가 나며 강기가 신성력과 부딪혔다.

“어찌 내 권능이 저놈에게는 안 통한단 말이냐!”

미카엘이 신경질적으로 성검을 휘둘렀다.

이준이 날려 보낸 강기가 소멸했다.

하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미카엘의 지척에 도달한 이준이 파멸겁을 찔러왔다.

“어림없다!”

성검 두 개가 교차하며 파멸겁의 창두를 막았다.

미카엘이 미소를 지으려는 그때.

이준의 발이 그의 복부에 박혔다.

“컥.”

수 채의 건물을 깨부수며 날아갔다.

몸을 바로 잡으려는 순간.

이준이 어느새 뒤를 선점하고 있었다.

미카엘의 뒷덜미를 잡아 땅바닥을 향해 집어 던졌다.

쾅!

미카엘이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충격과 반동으로 인해 몸이 위로 튕겨 나왔다.

다시 한번 이준이 발로 미카엘을 걷어찼다.

“억!”

이번엔 거대한 빌딩을 수십 개나 깨부수고야 간신히 멈춰 섰다.

미카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천벌도 통하지 않았다.

신성력과 마력은 이준의 내공에 뚫리기 일쑤.

반격을 해도 이준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공격을 파훼했다.

어느 누가 천계왕인 자신을 이리 몰아붙이겠는가.

그게 인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리라.

“크으으….”

신음을 흘리고 있는 미카엘의 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준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멸겁이 미카엘의 어깨에 박혔다.

푹!

“으아아악!”

일반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주작의 힘이 깃든 아티팩트.

성스러운 기운과 함께 마기가 잔뜩 담긴 악마의 무기였다.

“그따위 실력으로 내게 덤빌 생각을 했어?”

“크윽… 네가 감… 히 천계왕인 날 내려다본… 단 말이냐….”

“천계왕? 큭. 우스워. 너무 약해서 지루할 지경이야.”

“분열.”

이준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파멸겁이 수 개로 나뉘었다.

그의 손목이 움직임과 동시에 파멸겁이 미카엘의 전신에 꽂혔다.

퍼벅퍽퍽!

“큽.”

미카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내 살성을 깨웠으니 네가 날 재밌게 해줘.”

파멸겁에 전신이 꿰뚫린 미카엘의 다리를 잡아 뽑아버렸다.

“아아악!”

졸지에 두 다리를 잃어버린 미카엘이었다.

허벅지 아래가 휑했다.

“넌 쉽게 죽지 못할 거야.”

이준이 몸을 돌렸다.

미카엘을 허공섭물로 들어 올려 학교 운동장 바닥에 처박아놓았다.

그 모습을 본 빛의 군단이 경악했다.

“처, 천계왕이시어!”

“이게 무슨!”

“어찌 인간 따위에게!?”

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천계왕의 처참한 모습.

다리가 잘려있었다.

온몸이 창에 찔려있기도 했다.

얼굴은 어떤가.

충격에 넋이 나가 있었다.

자신들이 알던 근엄한 왕이 아니었던 것.

최면 마법에 걸린 게 아닌가 싶었다.

빛의 군단이 놀라고 있을 때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주인을 잘못 모신 죄로 죽어야겠다.”

이준의 눈이 적안으로 번쩍였다.

그의 주변에 무형의 창이 수백, 수천 개가 만들어졌다.

오직 이준과 빛의 군단에게만 보이는 기운.

“이럴 수가…!”

“믿기지 않….”

그리고 떨어지는 무형의 비.

그들은 말도 끝맺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다가 소멸했다.

미카엘과 같이 그토록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던 빛의 군단이 싸그리 죽었다.

공포스러운 무력에 미카엘의 공허한 눈이 치켜 떠졌다.

“내 친구가 무사하길 바라야 할 거야. 미카엘.”

이준이 박혁진에게로 갔다.

“주인님….”

“가주님.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박혁진의 맥을 잡았다.

‘좋지 않아.’

너무도 느린 맥박.

곧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고개를 돌려 흑염마조를 보았지만.

‘조도 많이 다쳤어. 누구에게 물어보지?’

마음이 급해지고 있을 때 현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부라면 그 아이를 살려낼 방법을 알아낼 것이다.]

이준은 지체하지 않고 무극자 사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부님. 혁진이가 죽어가고 있어요.’

[지켜보고 있었다.]

‘혁진이를 살릴 방법을 알려주세요.’

[네가 가진 속성 중 하나를 혁진이에게 넘겨주거라.]

‘가능할까요?’

[사신기라면 못할 것도 없다.]

‘해볼게요.’

이준은 자신이 가진 속성을 떠올렸다.

불의 돌은 파멸겁에 잠들어 있으니 탈락.

나무, 물, 강철의 돌은 내공 안에 섞여 있었다.

‘원신의 힘 중 나무 속성을 넘겨야겠어.’

나무는 자연 속성.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죽어가는 녀석을 살리기에 나무의 돌이 가장 알맞았다.

어떤 힘을 넘길지 결정한 이준이 박혁진의 단전에 손을 얹었다.

‘혁진아 조금만 버텨.’

그가 사신기를 운용하며 철의 힘을 끄집어냈다.

섞여 있는 기운을 하나씩 분리했다.

박혁진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생각에 이준의 집중력은 극에 달해 있었다.

* * *

박혁진은 생사를 헤매고 있었다.

아니.

이미 저승의 문턱을 밟기 일보 직전이었다.

원래라면 사자들이 찾아와야 할 터.

사자는 안 오고 박혁진이 직접 저승의 강에 도착해 있었다.

저 멀리서 작은 나룻배가 왔다.

사공이 그를 유심히 보았다.

그러다 이내 노를 젓기 시작한 사공.

그가 박혁진을 향해 말했다.

“아직 삼도천을 건널 팔자는 아니구먼. 돌아가게. 여긴 산자가 오면 안 되는 곳이야.”

사공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허어억!”

박혁진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일어났냐.”

“어떻게 된 거야?”

“죽다 살아난 거지.”

“난 분명 뇌령을 뺏겼는데… 이 힘은 뭐야?”

힘이 넘쳐흘렀다.

애초에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팔팔했다.

무언가 그 전보다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네가 너무 약해서 새로운 힘을 줘봤어. 고맙게 생각해.”

박혁진의 의식은 깨어났으나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와 외부가 엉망이었다.

지금은 새로운 힘을 얻어 치유가 된 듯 보이나.

아직도 나무의 돌은 그의 내부를 돌보고 있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혁진이의 환골탈태가 이루어지고 있어. 다 나으면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해지겠는걸.’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 했다.

박혁진의 몸에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진다면 환골탈태는 멈출 터.

어쩌면 한 등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천운을 날리게 될 수도 있었다.

“금역으로 가서 움직이지 말고 운공만 해. 너 지금 위험한 상태야. 내 말 명심해.”

이준의 단호한 음성에 박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굽혔던 무릎을 폈다.

그리고는 미카엘의 앞으로 가서 섰다.

“운이 좋아. 내 친구가 죽었다면 천계를 신계에서 지워버렸을 텐데 말이야.”

섬뜩한 말.

농담이 아니었다.

이준은 박혁진이 죽었다면 정말로 천계를 지워버리려고 움직였을 것이다.

“감… 히….”

“그렇다고 용서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그저 천계가 사라질 시간이 늦어졌을 뿐이야.”

이준이 미카엘의 머리를 움켜쥐곤 개처럼 끌고 갔다.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그는 미카엘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폐허가 된 공터 중앙으로 끌고 가서 자리를 깔고 앉았다.

“현무각주 님.”

“부르… 셨습니까.”

이의태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현재 이준은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감당하기 힘든 기운.

질문에 대답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오대 가문과 마벽에 알리세요. 당분간 금역으로 가 있으라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천계와 용계를 지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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