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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54화 (654/705)

외전 제3부 48화.

“누구냐!”

샤샤드가 뾰족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기고 안은 발걸음 소리만 들릴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림자가 먼지를 뚫고 나왔다.

그란투스 대륙에서 볼 수 없는 생김새였다.

“이방인?”

“그 검 고스란히 자리에 놔둬.”

“네가 뭔데.”

“그 검을 가져갈 사람. 정확히는 검 안에 든 힘이랄까?”

이준의 말에 샤샤드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저 인간이 성검 안에 깃들어 있는 힘을 어떻게 아는 거지?’

샤샤드의 마음을 읽은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알면 다쳐.”

그의 오만한 말투.

내려보는 시선에 샤샤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깟놈의 말 따위를 내가 들을 것 같… 헉!”

샤샤드는 이준의 말을 무시했다.

그대로 성검을 뽑으려는데 지독한 살의를 느꼈다.

“아직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

이준이 앞으로 걸었다.

걸음이 옮겨질때마다 샤샤드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난 너와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야. 명령을 하는 거지.”

이준의 목소리는 너무도 차가웠다.

무기고 안이 얼음으로 뒤덮일 만큼 냉막했다.

“놔.”

이준이 짧게 말하자.

샤샤드가 저도 모르게 성검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진작에 그랬어야지. 아니었으면 네 손을 통째로 날려버렸을 거야.”

흠칫.

샤샤드가 몸을 떨었다.

이미 이준의 기운에 사로잡힌 상태.

전의가 꺾여버렸다.

‘드래곤인 내가 고작 인간에게 긴장을 하고 있어?’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몸.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두려움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여태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저놈의 정체가 뭐야!’

샤샤드가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이준은 말론에게 고개를 돌렸다.

“또 만났네요.”

“이곳엔 왜 왔소?”

“드워프가 도움을 요청해서요.”

“난 그런 적 없소.”

“그러면 다른 드워프가 연락했겠네요.”

“도와준 건 감사하오만. 이건 우리 드워프의 일이오.”

“제가 이대로 가면 드워프는 멸망할건데 괜찮겠어요?”

“우리의 운명이라 생각하오.”

“그 말은 너무 무책임하네요. 성검 안에 든 철의 힘을 빼앗기면 대륙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지 않나? 우리 테구르는 책임감이 굉장히 뛰어난데 당신은 아니네요. 실망이 큽니다.”

이준이 말론을 나무랐다.

이방인의 도움을 안 받겠다고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

무책임한 행동.

드워프 왕이자 4대 대장장이가 지녀야할 마음은 아니었다.

“음….”

“원래는 당신에게 은혜를 입히려 했지만 별 필요가 없으니 제가 원하던 것만 가지고 사라질게요. 나머진 알아서 하세요. 드래곤한테 죽든 말든 상관 안합니다.”

무기고, 그것도 성검 안에 철의 힘이 있었다.

엘프처럼 대장로가 돌의 힘을 꺼내줘야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나 성검 안에 원신의 힘이 있으니.

드워프에게 은혜를 입힐 필요도 없었다.

성검 안에 있는 힘을 강제로 뽑아내면 됐으니까.

이준이 앞으로 팔을 뻗었다.

흑마정석에 박힌 성검이 너무도 쉽게 뽑히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별것도 아니네.”

성검은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준의 손에 순순히 잡혔다.

그 모습에 말론의 눈이 커졌다.

“성검은 영웅왕만이 뽑을 수 있을 텐데!?”

샤샤드 또한 마찬가지.

마력으로 성검을 찍어 누르고서야 간신히 잡았다.

흑마정석에서 뽑으면 뽑을수록 저항이 강력해졌다.

저렇게 쉽게 뽑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위험… 해!’

샤샤드는 그제서야 이준을 위험인물로 간주했다.

혼자서 상대할 수 없는 인간.

데리고 온 수하를 총동원해야만 없앨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샤샤드가 마력을 미세하게 퍼트렸다.

수하들에게 알리는 위험 신호.

은밀한 기운이기에 상대가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헛짓거리 그만하지?”

푸확-

이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기고의 땅이 갈렸다.

마치 날카로운 무기로 땅을 그어버린 듯했다.

“아악!”

샤샤드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오른쪽 어깨도 덩달아 잘려 나갔기 때문.

그녀는 고통에 겨워한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인간.

어쩌면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놈들 불러봤자 소용없어. 지금쯤이면 다 죽었을 거야.”

이준이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너무도 해맑은 얼굴.

밝은 이미지여서 착각할 수 있지만.

그의 뒤에는 심연보다 깊은 어둠이 있었다.

* * *

서걱-

“컥!”

“적이다 막…”

푸확-

기사들의 몸이 반으로 잘리며 피를 뿌렸다.

황제의 친위대로 위장한 적룡들이 우후죽순 쓰러졌다.

“저 앞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감옥이 있어요.”

한지유의 어깨에서 흙사람이 길 안내를 했다.

박정연과 한지유가 선두에 서서 길을 뚫었다.

후미에선 테구르가 스케먼과 함께 기사들을 확인 사살했다.

“시체 정리도 함께 해.”

“옙 찍!”

스케먼은 죽은 기사를 광산 밖으로 옮겼다.

생김새와는 달리 깔끔한 녀석들.

피가 묻은 얼룩도 함께 지워나갔다.

한지유의 검이 쇠창살을 갈랐다.

감옥의 창살 또한 흑마정석으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부처럼 잘린 창살.

안에 있던 드워프가 놀랐다.

“무슨 검인데 흑마정석으로 만든 쇠창살을 가볍게 베는 거야?”

“저것도 마정석으로 만든 건가?”

“다른 광물인 것 같은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재료야. 한 번 연구를 해보고 싶어.”

드워프의 입이 쉬질 않고 움직였다.

호기심 덩어리에 수다쟁이들.

성격이 괴팍하기도 하지만 단순하기도 했다.

하나에 꽂히면 아무것도 안 보였다.

“나오세요.”

“도와줘서 고마워.”

“이 은혜 잊지 않을게.”

“그보다 그 검 좀 보여주면 안 될까?”

“나도 보고 싶어.”

드워프들이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한지유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여전히 한지유의 검에 꽂혀있었다.

옆에 있던 박정연이 벽운을 어깨에 기댄 채 말했다.

“대충 다 정리가 된 것 같은데?”

“반대편은 내가 전부 처리했어.”

그리에스도 할 일을 마쳤는지.

박정현 쪽으로 왔다.

“오오!”

“왜?”

“저 여자의 검을 봐.”

“저것도 명검인데?”

“성검급 무기를 두 명이나 가지고 있다니….”

“대단하다.”

“난 저 여자의 검이 더 보고 싶어. 번개의 기운이 흐르는 걸 보면 엄청난 보물일 거야.”

“이 여자는 어떻고. 여긴 얼음 기운이 서려 있어. 심지어 빛의 기운까지 이중으로 있어!”

자신들이 잡혀 있었던 것도 잊은 채 검에만 온통 신경을 쏟아부었다.

누가 드워프 아니랄까 봐.

무구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정연 님 정리가 다 끝났습니다요. 헤헤.”

테구르가 박정연에게로 가서 손을 비볐다.

이준의 신부 후보 중 한 명이니.

테구르의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또한 녀석이 박정연을 지지하고 있기도 했다.

“안 봐도 테구르가 깔끔하게 잘했겠지.”

“물론입니다요. 헤헤.”

“준이한테로 가보자.”

“제가 앞장서겠습니다요.”

테구르가 잽싸게 먼저 걸어갔다.

박정연과 그리에스가 뒤를 따랐다.

한지유도 움직이려는데 뒤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한 번만…”

“꼭 보고 싶은데 안 될까?”

“무례해도 궁금한 걸 어떡해.”

“응? 제발.”

드워프들은 간절했다.

성검급 무기를 보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대장장이에게는 천운.

눈이 개안할지도 모른다.

“대신 마력을 운용해선 안 돼요.”

“당연하지.”

“절대 안 할게. 우리도 그 정도는 안다고.”

드워프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흥분한 얼굴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지 얼굴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한지유가 복마참백연을 드워프에게 내밀었다.

검을 받아든 드워프가 연신 감탄했다.

“어, 엄청나. 이 깨끗한 검신 좀 봐. 이가 하나도 안 나갔어.”

“아름다워….”

“주인하고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검이야.”

“맞아. 이 검은 주인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아.”

“만져보고 싶어.”

드워프는 다른 욕심이 생겼다.

복마참백연을 망치로 두드리고 싶은 마음.

성검급 무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안 되겠지?”

“되겠냐. 멍청아.”

“절대 안 돼. 망가지면 큰일 나.”

“나도 말론처럼 능력만 됐으면…”

“너 혼자는 불가능한데 우리가 힘을 합치면 말론과 비등할걸?”

“말이 되는 소릴 해.”

“너 풀무질은 말론보다 잘하잖아. 말론도 너한테 화덕에 불의 기운을 넣어달라고 하는 걸 보면 몰라?”

“텔차크는 메질을, 바나프는 담금질을 말론보다 잘하니 힘을 합친다면 성공할 수 있어. 다만.”

“다만?”

“저 여자가 허락하냐 이 말이지.”

“하긴… 허락하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해.”

“그럼 설득을 해볼까?”

드워프들은 한지유가 앞에 있는데 자기네들끼리 머리를 맞대었다.

소곤거리지도 않았다.

다 들리게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성검에 들어가 있는 기운을 빼서 준다고 하자.”

“말론이 허락 안 할 거야.”

“반만 빼면 되잖아.”

“영웅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데 우릴 구해준 은인한테 이 정도는 보답해.”

“맞는 말이군. 난 찬성.”

“길리가 괜찮다면 나도 따를래.”

“좋아 한번 협상해 보자.”

“저기 인간 여자.”

드워프가 한지유를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싫어요.”

협상을 하기도 전에 한지유가 자리를 떠났다.

“이런!”

“젠장, 우리 이야기를 다 들었나?”

“작게 말하지 않았어?”

“그랬던 것 같은데 왜 저런 반응이야.”

“잠깐만! 우리 이야길 좀.”

“제 검을 가지고 실험하려고 하잖아요. 싫어요.”

“억! 우리 이야길 들었어.”

“빌어먹을 협상도 하기 전에 일이 틀어지다니. 예상 밖이야.”

“어떻게든 설득해보자.”

“인간 여자 기다려봐.”

드워프들은 황급히 한지유의 뒤를 쫓아갔다.

* * *

각사학 운동장 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풍이 몰아치며 주위를 휩쓸었다.

날아가지 않기 위해 내공으로 몸을 지탱했다.

“으읏!”

폭음이 점점 멎었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

베람마의 브레스를 막았다.

하나 사형준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자기만 보호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터.

모두를 보호한다고 자리를 지키며 장력을 터트렸으니.

본인도 충격에 휩쓸리는 게 당연했다.

누더기가 된 사형준의 상의.

근육이 상처로 가득했다.

벌어진 부위에선 피와 진물이 흘렀다.

그렇다고 베람마의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사형준보다는 정상이었으나.

베람마 또한 비늘이 여기저기 갈렸다.

목 부분은 살점이 뜯겨 나가기도 했다.

그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베람마가 몸을 빠르게 돌렸다.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더니 사형준을 쳤다.

쾅.

사형준이 다급히 막아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처가 상당해서 그런지 반응이 느렸다.

“컥!”

그가 바닥에 처박혔다.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때 다시 한번 꼬리가 위에서 내려쳤다.

콰앙!

하지만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빨리… 피해요.”

이지안이 백설로 베람마의 꼬리를 막았기 때문.

사형준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자.

김봉팔이 눈치를 채고 빠르게 달려왔다.

“고맙다, 지안아.”

김봉팔이 사형준을 들쳐 업고 빠져나갔다.

더는 버티질 못하겠는지.

이지안도 옆으로 몸을 뺐다.

쿵.

꼬리가 땅을 강타하며 지진을 일으켰다.

드래곤 테일.

마력이 가득 담겨서 잘못 맞으면 빼도 못 추리는 공격이었다.

“지긋지긋하다. 다신 날 방해하지 못하게 해주겠다!”

베람마의 마력이 폭발했다.

서서히 변해가는 녀석.

인간의 형태이긴 하나 날개가 있었다.

여기까진 전의 폴리모프와 똑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손과 발.

드래곤의 손과 발톱이 그대로였다.

마치 마족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제3의 변신.

이 모습이 용신족의 가장 강력한 형태였다.

베람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지안이 그를 놓친 사이.

베람마는 이지안의 뒤에서 나타났다.

순간 살기가 느껴지자 그녀가 몸을 틀었다.

푸확-

피가 튀었다.

베람마의 검이 이지안의 등 뒤를 갈랐다.

심장을 빗겨나간 것.

이 짧은 순간에도 치명상을 피한 것이다.

“거슬려!”

베람마의 검이 이지안을 몰아붙였다.

쿵.

쿵쿵!

백설로 간신히 검을 막아내고 있지만 버티는 게 힘들었다.

“흑.”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손바닥이 피가 흥건했다.

얼마나 강하게 백설을 잡았으면 손이 터질까.

그럼에도 그녀는 아픔을 참은 채 베람마의 검을 받았다.

하나 베람마는 지겨웠는지 백설을 하늘 위로 튕겨냈다.

빈틈.

그의 검이 뱀처럼 흐르며 이지안의 심장을 찌르려는 순간!

옆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베람마의 검을 잡았다.

“너구나. 지안이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게.”

그란투스 대륙에서 넘어온 박혁진의 두 눈이 푸른 뇌전으로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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