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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50화 (650/705)

외전 제3부 44화.

이지안은 곧장 품에서 신호탄을 꺼내 쏘아올렸다.

펑-

사신가에 도움을 청하는 폭죽이었다.

“지원군을 불러도 소용없을텐데.”

붉은 머리를 한 남자가 하얀 이를 드러냈다.

비웃음이었다.

이지안이 한 행동은 헛짓거리로 치부했다.

“모두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블랙급 보스 몬스터보다 훨씬 강해요.”

상대는 드래곤.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에 속했다.

“허억, 진 선생 이게 무슨 일인가요?”

학교에 비상이 걸리자.

제일 먼저 이사장인 한민성이 신기지가의 각성자를 이끌고 나타났다.

“게이트를 뚫고 드래곤이 나았어요.”

“드래곤?”

한민성이 안경을 고쳐 잡고 반대편에 있는 인간을 유심히 보았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를 제외한 모두가 드래곤의 한 부위를 보이고 있었다.

“폴리모프를 한 건가….”

“그런 듯합니다.”

“뜬금없이 드래곤이 학교에 출몰하다니. 그 어떤 증후도 보이지 않았는데.”

한민성 이사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드래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저 정도의 인원이면 학교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전력이었다.

“은빈이한테 학생들을 대피시키라고 했어요.”

“잘했습니다.”

“예은이한테는 가문에 연락을 돌리라고 했으니 그때까지 버텨야.”

쾅!

진경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지안과 붉은 머리의 남자가 충돌했다.

그녀의 창인 백설이 번쩍였다.

창압이 붉은 머리 남자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좀 하는… 군.”

창압을 가볍게 피한 남자 웃으려는 찰나.

피했던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무수히 많이 들려왔다.

“…칼바람?”

남자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피하지 않았다면 칼바람에 의해 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으리라.

하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화르륵-

백설이 불꽃으로 뒤덮였다.

이지안이 백설로 풍차돌리기를 시전했다.

백설에 붙은 화염이 강렬한 불꽃을 뿜어내며 남자에게 날아갔다.

“신기한 걸 사용하고 있어. 하나!”

남자가 검압을 날렸다.

회전해서 날아가는 불꽃이 중간에 사라졌다.

“내게는 소용없다.”

“그건 눈속임이었어요.”

어느새 이지안이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지척.

손을 뻗으면 바로 닫을 거리였다.

“언제!?”

남자가 몸을 빼려 했지만.

쩌어억-

발이 얼음에 묶여 퇴보를 밟는 게 늦었다.

이지안은 왼손에 쥔 백설을 놔두고 오른손에 내공을 집중시켰다.

그녀의 팔에 전류가 흘렀다.

강력한 뇌기.

주먹을 꽉진 그녀가 남자의 옆구리에 천룡격을 꽂아 넣었다.

“컥!”

천룡격이자, 청룡격에 정통으로 맞은 남자 뒤로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이었다.

거칠게 호흡만 할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격을 가한 옆구리에 생긴 비늘.

그 짧은 사이에 신체를 드래곤화한 것이다.

“이 세계에도 뛰어난 인간이 많군. 그래서 실수하지 방심하지 말라 하셨나?”

붉은 머리 남자가 몸을 툭툭 털었다.

조금 전까지 당했던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야. 네 힘이 불안정하지 않았다면 말이지!”

남자가 강하게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이지안의 면전 앞에 나타났다.

그의 검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

엄청난 화력.

불의 마력으로 뒤덮인 검이 이지안에게로 떨어졌다.

쾅!

“읏.”

이지안이 백설로 남자의 화염검을 막았으나.

큰 충격을 받았다.

몸을 타고 흐르는 압력.

땅을 파고 들어간 발에까지 충격이 전해졌다.

그 한번의 공격으로 힘의 차이를 느꼈다.

남자는 이지안에게 당한 공격을 되갚아주려는 듯.

가차없이 몰아붙였다.

“역시 베람마 님.”

“베람마 님이 인간 따위에게 밀릴 리 없지.”

“우리도 할 일을 시작하자.”

드래곤들이 역할을 나눴다.

몇몇은 각자 무기를 꺼내 공격했고.

몇몇은 폴리모프를 풀고 드래곤으로 돌아가 하늘을 제압했다.

다른 이들은 대규모의 마법을 시전하려는지.

뒤편에서 영창을 외웠다.

“지안이가 밀리면 큰 일이야.”

“형님 제가 지안이를 돕겠습니다.”

“부탁한다 수야.”

“예!”

허수가 이지안에게 합류했다.

“용석아. 가자.”

진경수가 드래곤들을 향해 쇄도했다.

조용석과 살막의 호위 각성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 * *

“단주! 지안이가 위험하다는 연락이 왔소.”

김봉팔이 방문을 벌컥 열었다.

무극단이 머무는 건물.

부단주의 목소리에 쉬고 있던 단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어떤 놈이 우리 지안이를 건드린단 말이오.”

“정신 나간 새끼네. 봉팔 형님. 거기가 어디요.”

“당장가서 손모가지를 잘라버리던지 해야겠습니다.”

무극단원들이 흥분했다.

이지안은 사신가에서 애지중지하는 아이였다.

현무각주이자 신의 이의태의 손녀기도 했다.

사신가를 이끌어갈 차세대 각성자기도 했으니.

사신가에선 이지안을 무척이나 아꼈다.

사형준이 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인가.”

“또 각사학에서 일이 터졌소. 드래곤이 나타났다 하오.”

“용신족?”

“가봐야 알겠지만 그런 것 같소.”

사형준이 무극단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즉시 학교로 향한다!”

무극단이 일제히 숙소에서 빠져 나갔다.

엄청난 속도.

숙소에선 규칙도 없어 보일 정도로 흐트러져 있었지만.

명령이 떨어지니 행동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무극단이 황급히 사라지자.

사신가 밖에 있었던 이의태가 혀를 찼다.

“또 무슨 일이 터졌을꼬.”

이의태가 뒷짐을 쥔 채 몸을 돌리려하는데 휴대폰 소리가 울렸다.

화면에는 ‘괴개 형님’이라 쓰여 있었다.

“허허.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 연락을 하셨소?”

-의태야. 각사학에 일이 터진 듯싶다.

이의태의 표정이 굳었다.

“방금 무극단이 출동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각사학에 드래곤이 나타났단다.

“용신족 말이오?”

-예은이가 소식을 전해 왔어. 네 손녀도 아직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더라.

이의태가 정심호랑 통화를 하는 사이.

현무각의 각성자가 그에게 달려왔다.

“각주. 각사학에서 지원군을 요청했습니다. 백호각주가 각주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리게.”

이의태가 잠시 고민했다.

이준이 없는 지금 사신가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그였다.

손녀도 중요하나 우선시해야 할 건 사신가의 안위였다.

“괴개 형님. 혹시 모르니 학교에 가지 말고 가문에 있으시오.”

-손녀들이 다칠 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학교에만 용신족이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소. 가주께서 용신족은 생각보다 음흉하다고 했으니 조심하는 게 좋소.”

-그래도 그렇지….

“검제 형님한테도 말해주시오. 무극단이 학교로 지원갔으니 그들을 믿읍시다.”

이의태가 침착하게 정심호를 설득했다.

드래곤이 학교만 모습을 드러낸다면 천만다행.

만약 각사학으로 지원간 사이.

다른 가문을 공격한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무극단이 강한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용신족이야. 뇌제나 철혈뇌후도 없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준이 없으면 박혁진이나 박정연이라도 있어야 했다.

한데 그 두 사람마저 없었다.

“그렇다고 가문을 버릴 수도 없지 않소.”

-진퇴양난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나서주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긴한데….”

-누구?

“가주님의 몬스터 말이오.”

-파천제에게 연락한 방법이 없나?

“무슨 일이 생기면 각성자 시스템으로 메시지를 남기라고 하셨소.”

-그럼 한번 연락해보게. 파천제의 몬스터에게라도 도움을 받아야지. 솔직히 우리끼리는 힘에 부쳐.

“알겠소. 연락해보겠소이다.”

-자네만 믿어.

이의태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준에게 각성자 시스템으로 연락을 남겼다.

하나 이의태는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준의 몬스터.

샥쿠나 로티틸 같은 블랙급 보스 몬스터에게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권한이 있었다.

만약 이준의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샥쿠와 로티틸이 움직일 것이다.

금역 뿐만 아니라 바깥 세상도 주인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 *

“호신강기를 펼쳐!”

진경수가 소리쳤다.

신기지가의 비선이 현무진을 펼쳤다.

방어진법.

호신강기와 함께 사용하면 이중으로 방어력이 올라간다.

하늘에서 쏘아진 화염이 현무진에 부딪혔다.

쿠우웅!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진경수는 악착같이 버텼다.

여기서 무너지면 끝.

학교가 초토화될 수도 있었다.

“큭… 안 돼.”

내공이 딸렸다.

호신강기에 균열이 생겼다.

틈은 빠르게 세를 확장시켜 나갔다.

결국에는 호신강기가 와장창 깨졌다.

“쿨럭!”

진경수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온 화염이 그에게 닿으려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그를 막아섰다.

두 팔에 붉은 기운을 맺어 교차하고 있는 한 남자.

“고생했다.”

무극단주 사형준이었다.

“쿨럭쿨럭… 제대로 막지 못했습니다.”

“이만하면 잘했다. 뒤로 물러나 내상을 치료해라.”

화염은 사형준을 뚫지 못하고 소멸했다.

전장에 난입한 무극단.

그들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비선과 살막의 호위각성자를 구해냈다.

새로 나타난 지원군으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가 됐다.

이지안과 붉은 머리의 남자, 베람마만이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다.

“단주. 지안이가 밀리는데 개입하시겠소?”

“…….”

사형준은 이지안이 싸우는 걸 관찰했다.

창을 휘두를수록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가는 그녀.

천재가 따로 없었다.

‘밀리는 것 같지만 금방 따라잡고 있어.’

괜히 싸움에 끼어들었다간 성장하는 이지안에게 방해만 될뿐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곳도 신경 써야 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드래곤은 얕볼 상대가 아니었다.

무극단이라 이기는 걸 장담하지 못할 정도.

사형준 또한 긴장해야 했다.

“우린 저놈들을 상대한다.”

“지안이는 혼자 싸우게 놔두는 거요?”

“우리가 끼어들어서 좋을 게 없다.”

“느낌이 싸한데.”

김봉팔이 턱을 매만졌다.

심각한 얼굴로 이지안을 보고 있자.

무극단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단주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 형님이 짱돌을 굴려봤자 답 안 나와요.”

“뒤질래?”

“맞습니다. 부단주님. 괜히 심력낭비하지 마십시오.”

“이 새끼들아. 내 감이 말해준다고. 느낌이 좋지 않아.”

“형님 똥촉 아니오. 농땡이 치려 하지 말고 단주의 말 따르시오.”

“또또 예리한 척은.”

무극단 전원이 전투에 돌입했다.

그들의 선제 공격에 소강상태였던 전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김봉팔도 마지 못해 싸움에 끼어들었다.

“내 느낌이 맞는데 슈발.”

대신 이지안이 싸우는 근처에서 맴돌았다.

언제든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한편.

적룡 베람마는 조급함이 들었다.

사형준이 느꼈던 감정을 그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런 괴물이 있나!’

처음 전력을 다할 때는 인간 여자가 속절없이 밀렸다.

간신히 검격을 막는 게 다였다.

여기까지가 여자의 한계라 생각했다.

한데!

이변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검격을 물 흐르듯 받아내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우연이라 여겼다.

어쩌다 얻어걸린 방어.

하지만 아니었다.

‘드래곤이 아닌 하찮은 인간 따위가!?’

여자는 계속 성장했다.

창을 쓰는 게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다.

전에는 오직 힘만으로 모든 걸 상쇄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기술적인 부분이 크게 늘어났다.

‘내 기술까지 훔치고 있다. 더 크기 전에 죽여야 해. 카르디님의 장해물이 될지 몰라.’

베람마는 이지안에게 위협을 느꼈다.

꼭 죽여야 하는 인간으로 여겨진 순간이었다.

베람마의 검에 마력이 용솟음쳤다.

여태까지 보여준 마력과는 차원이 다른 힘.

여자를 꼭 죽이겠다는 일념이 들어간 기운.

그의 검이 사선으로 떨어졌다.

화염검이 공간을 가르자.

하늘에 떠 있는 달이 반쪽으로 잘렸다.

베람마의 검격을 잘 막고 있었던 이지안조차 이번에는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뜬 상태 그대로 있는데.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녀에겐 너무도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아저씨?”

“…니미. 이럴 줄 알았… 다니까….”

푸확!

김봉팔의 가슴이 사선으로 갈라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다량의 출혈.

몸이 안 잘린 게 천만다행이었다.

“쿨럭쿨럭!”

“아저씨!”

“…아저씨 아니고 오빠… 라니깐. 커헙!”

베람마의 검을 이지안 대신 김봉팔이 맞았다.

절대 방어 특성인 불굴의 의지가 발동했다지만 고통까지는 막아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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