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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49화 (649/705)

외전 3부 43화.

드워프들은 광산을 내려가는 이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휴우우. 다행이다.”

“이방인이 우릴 공격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야.”

“나도 식겁했다고.”

“사람을 함부로 믿어선 안 돼.”

그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말론은 테구르가 망치를 두드렸던 대장간을 바라보았다.

‘불의 신봉자가 이방인을 섬기다니.’

4대 대장장이는 그 누구의 밑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4대 대장장이의 규칙.

대신 마음에 든 인간이 있다면, 본인이 만든 무구 중 딱 하나만 선물할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드는 건 보물급 무기.

하나만 세상에 나와도 피가 강을 이루었다.

그 때문에 생긴 규칙이었다.

‘이를 다른 놈들한테 말해야 하나?’

말론은 고민에 빠졌다.

4대 대장장이 속한 하이엘프 셀레곤과 정령 프네가 알면 당장 테구르를 죽이려 할 터.

상황은 복잡해 질 거다.

무엇보다 테구르가 섬기는 주인이라는 자.

‘너무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영웅왕 이보르 러예스보다 위험해 보였다.

어둠이랄까.

맑은 얼굴 속에 괴물이 숨어 있는 듯 했다.

그렇다고 이보르 러예스처럼 가면을 쓴 인간일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

그건 또 아니었다.

테구르가 술을 마시며 해 줬던 이야기.

그란투스 대륙을 뒤덮은 균열을 제거하라고 한 것도 주인의 명령 때문이라 했다.

말파르 광산도 그중 한 곳.

오히려 세상을 구원하고 있었다.

‘헬레곤하고 프네에게는 불의 신봉자가 주인을 모신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어.’

테구르 주인에 대해서 잘 모르니.

그가 이보르처럼 나쁜 놈이라면 그때 알려도 늦지 않겠다 여겼다.

“말론. 혼자 무슨 생각을 해?”

“아무것도 아니야.”

“어? 테구르 녀석 이거 놓고 갔는데?”

“정말이네.”

테구르가 만들다가 그만둔 창이었다.

미완성품이나 완성된 무기보다 훨씬 좋았다.

4대 대장장이 중 실력으로는 으뜸 아니, 월등했다.

이런 실력을 가진 테구르가 나쁜 놈에게 이용을 당한다면 재앙.

그란투스 대륙은 지금보다 더 위험해질거다.

세상을 흔들었던 대전쟁 때보다 더 혼란스러워질 터.

말론의 사명은 성검을 만들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를 징벌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말파르의 보물을 다시 꺼내야할지 모르겠어.”

* * *

말파르 광산 초입으로 내려온 이준은 방향을 틀었다.

“어디 가려고?”

“이 근처에 있을 거야. 테구르.”

“옙!”

“스케먼들하고 먼저 가서 우리가 쉴 만한 공터를 만들어.”

“알겠습니다요!”

테구르가 스케먼과 함께 숲속으로 사라졌다.

“무슨 생각이야?”

박혁진이 재차 묻자 그제서야 이준이 생각을 말했다.

“곧 말파르 광산으로 인간들이 쳐들어올 거야. 정확히는 인간으로 위장한 드래곤이지.”

“드워프를 구해줄 생각이야?”

“응.”

“은혜를 입은 드워프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준다고 하던데 아니었잖아.”

이준은 이미 테구르를 통해서 드워프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말파르 광산의 균열을 전부 없애준 것.

이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은혜였다.

한데 이방인이란 걸 아는 순간 태도가 변했다.

잔뜩 경계심을 보인 채 벽을 쳤다.

그란투스 대륙에 사는 종족이라 이해도 갔다.

서로 다른 차원의 인간과 드워프니까.

“이번에는 다를 거야. 각성자들이 그란투스 대륙의 몬스터나 인간들을 죽이니 그들의 입장에선 우리가 악마로 보일 테지.”

“준이 말이 맞아. 우린 저들을 남긴 없이 죽였어.”

박정연이 이준의 말에 동의했다.

각성자 입장에선 몬스터는 적.

몬스터를 통해 아티팩트와 마정석을 얻었다.

명예와 부를 거머쥐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균열, 즉 게이트를 닫는 일이 핵심이기도 했으나.

각성자는 부가적인 요소에 더욱 열광했다.

박정연도 마찬가지.

각성자 모두 몬스터를 죽여 명예를 쌓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잖아… 몬스터가 인간을 죽이는 데 가만히 있어?”

박혁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란투스 대륙에 퍼진 균열 때문일 거야. 균열의 마기가 몬스터를 광기에 휩싸이게 하고 일부의 지역을 게이트화 하는 것 같아.”

“그럼 그란투스 대륙에 균열이 사라지면 게이트도 안 열리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아.”

“생각보다 여기에 오래 있겠는데?”

박혁진이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그란투스 대륙은 모험.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룬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내 족적을 크게 남겨주겠어.”

“그래라.”

이준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박혁진의 엉뚱한 면을 누가 말릴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테구르가 있는 곳까지 금세 도착했다.

“오셨습니까요. 마침 묵을 곳이 완성 됐습니다요.”

울창한 숲 가운데.

텐드와 식기도구, 모닥불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물은 어디서 끌어 왔는지.

작은 샘물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역시 스케먼.

일 하나는 기똥차게 잘했다.

“주인님. 시장하시지요. 제가 금방 음식을 만들어 오겠습니다요.”

테구르가 분주히 움직였다.

이준은 녀석이 만들어 둔 의자에 앉았다.

“와서 앉아.”

박정연이 잽싸게 이준의 오른쪽 자리를 선점했다.

박혁진이 이준의 왼쪽에 앉으려는 순간.

“억.”

누군가가 박혁진의 등을 밀었다.

“내 자리야.”

한지유였다.

칼을 반쯤이나 뽑은 상태.

박혁진은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서럽다 서러워. 지안이 보고 싶다.”

그는 여전히 이지안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가 폰을 꺼냈다.

“흐흐.”

폰을 보며 음흉하게 웃자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 보고 웃냐.”

“몰라도 돼 임마. 난 신경 쓰지 말고 네 명이서 이야기나 나눠.”

이준은 박혁진의 행동이 거슬렸다.

찜찜한 느낌이 든달까.

손가락에 사신기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위로 까닥거리자.

“악, 내 폰!”

박혁진의 폰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이준에게로 갔다.

폰에는 이지안의 사진이 있었다.

그것도 수백 장이나 됐다.

“변태냐.”

“너라도 내 사랑을 폄하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박혁진이 진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준은 그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보았다.

박혁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졸지에 벌어진 눈싸움.

박혁진은 지지 않겠다는 듯 눈에 힘을 가득 줬다.

그때였다.

이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혁진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뭐 임마. 때리게? 그래도 포기 못한다.”

이준이 손이 올라갔다.

강단있는 모습과는 달리 박혁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딱!

“억.”

이준이 박혁진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며 폰을 내밀었다.

“앞으로 형님이라고 해라.”

“네가 뭔데!”

“지안이 오빠.”

“사신가의 가주면 다냐.”

박혁진은 이지안이 이준의 친동생인 걸 몰랐다.

사신가의 소속이라 잘해주는 거라 생각했다.

“너 나중에 후회한다.”

“두고봐. 내가 꼭 지안이를 철혈검가로 데려오고 말 거야.”

“그러든지.”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짓궂은 미소에 박혁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박혁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늦은 저녁.

이지안은 학교 운동장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한기가 흘렀는데.

이제는 그 한기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기가 주위를 감돌고 있었다.

부웅-

백설이 허공을 갈랐다.

창날에선 빛이 여러번 반짝였다.

그럴때마다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잘 휘둘러지던 창이 멈췄다.

“게이트?”

그녀가 기감을 넓혔다.

창을 휘두를 때 학교 근처에서 기의 파동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파동이 아닌 균열.

새로운 게이트가 열리는 게 느껴졌는데…

“분명 게이트였어.”

이지안이 무공 수련을 멈추고 기운을 주위로 넓히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정예나가 그녀를 불렀다.

“지안아. 왜?”

“학교 인근에 새로운 게이트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학교 주변에? 알림은 안 울렸는데.”

“잘못 느낀 게 아닐까?”

“그런가요.”

이지안은 여전히 찜찜했다.

조금 전에 들었던 불길함.

그녀는 나무 밑에서 자고 있는 백호를 깨웠다.

“백호야.”

이준이 그란투스 대륙에 간 사이.

백호는 몸집이 커져 있었다.

그래도 작긴 했다.

골든 리트리버 정도의 크기였다.

백호가 몸을 뒤척이면서 일어났다.

“크앙!”

왜 깨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새로운 게이트가 열렸는지 봐줘.”

이지안의 부탁에 백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진경수와 허수도 새로운 기운을 감지하려고 노력했지만.

“똑같아.”

“변한 건 없는데 지안이가 예민한 거 아니야?”

“음… 오히려 허수 네 말에 허점이 있어.”

“어떤 게 말입니까?”

“지안이는 전생 각성을 해서 월등히 강해졌고 기감도 예민해졌단 말이야.”

“맞습니다.”

“우리가 못느끼는 걸 지안이는 느꼈을 테고. 느낌이 싸해. 어이 용석이.”

“예 형님.”

진경수가 조용석을 불렀다.

조용석은 살수.

전생 각성은 안 했으나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

“네가 경공도 빠르고 하니까 학교 주변을 둘러봐.”

“맡겨 주십시오.”

조용석이 땅을 박차고 사라졌다.

그러자 숨어 있던 그의 호위들이 뒤를 따랐다.

진경수가 몸을 돌려 이지안 쪽을 쳐다봤다.

백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가 너무 예민!?”

이지안이 말을 하다 말고 땅을 박찼다.

진경수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도 따라 가자.”

이지안이 경공을 펼친 방향은 조용석이 사라졌던 방향이었다.

그녀가 경공을 펼치다가 멈춰섰다.

“왜?”

“끊겼어요.”

“뭐가?”

“기운이요.”

진경수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는 사이.

팟-

이지안이 다시 움직였다.

학교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그들.

이지안이 자리에 섰다.

“와요.”

“누가?”

“몬스터들이요.”

“몬스터들?”

게이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교는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몬스터가 침입하지 못하게 이중, 삼중으로 보호가 된 곳.

설계자는 신기지가의 가주인 한지웅과 테구르였다.

진법과 결계가 동시에 설치된 장소.

그런 곳에 어떤 몬스터가 침입할 수 있을까.

블랙급 몬스터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하늘에서 전류가 흘렀다.

곧이어 붉은 선이 허공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법진?”

“저 크기 좀 보십시오!”

“돌아버리겠네. 너무 뜬금 없잖아! 예나야 학교 측에 연락해. 예은이는 가문에 연락하고.”

“알았어.”

“네.”

진경수가 이번에는 박은빈과 서혜지, 남선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은 학생들을 대피시켜. 최대한 빨리!”

“몸조심하세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주변을 둘러선 수 개의 마법진을 보면 보통 몬스터가 아니었다.

“가을이는?”

“원찬이와 조를 이룰게요.”

“허수야 가을이 쪽으로 합류해.”

“알겠습니다.”

진경수가 이지안 쪽으로 갔다.

앞서 움직였던 조용석도 학교로 돌아와 합류했다.

“뭡니까?”

“나도 모르겠다. 아직 게이트에서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았어.”

파직-

파지지직-

진경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붉은 전류가 마법진에서 무수히 흘러나왔다.

작은 하얀 빛이 생기더니.

그곳을 통해 인간으로 보이는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족히 200명은 되어 보였다.

“X됐다.”

진경수는 저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모습을 보인 인간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어떤 자는 비늘 모양의 날개를.

어떤 자는 용의 꼬리를.

어떤 자는 손이 용의 발톱을 하고 있었다.

드래곤.

저들의 정체는 폴리모프한 드래곤이었다.

“가주 오빠가 드래곤은 강할수록 완벽한 인간의 형태로 인간화한다고 하셨어요.”

“그나마 약한 놈들이다 이 말이네.”

“형님. 한번 해보죠.”

“그러자. 우리가 버텨야 모두가 안전해. 지원군이 올 때까지만 열심히 싸워보자.”

진경수가 투지를 불태웠다.

현재 이준은 그란투스 대륙에 가 있는 상황.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순 없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이들의 힘으로 적을 막아야 했다.

“이 위기를 기회 삼아 전생 각성을 해볼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용석아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 사람이 전의를 불태웠다.

드래곤을 죽여 경험치를 잔뜩 얻어 전생 각성을 할 생각.

무모한 도전이었으나.

성공하면 이만한 도박은 없었다.

허수가 참마도를 꺼냈다.

조용석은 언제든 어둠에 숨어들 준비를 했다.

이지안도 내공을 잔뜩 끌어올리고 있는데.

드래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길을 물어볼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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