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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47화 (647/705)

외전 3부 41화.

그란투스 대륙에서 가장 높은 곳.

천상의 탑 중앙에 포탈이 열렸다.

“크윽.”

적룡왕 카르디가 신음하며 쓰러졌다.

등에 기다란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도망치다가 이준에게 일격을 맞아서 생긴 상처였다.

“이, 이보르 님!?”

카르디를 발견한 마법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외쳤다.

한데 카르디 보고 이보르라니.

이름을 착각한 게 아닐까.

“이보르님께서 다치셨다!”

“비, 비상!”

밖에 있던 마법사들도 혼란에 빠졌다.

카르디가 마법사를 향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게… 가까이 오… 라….”

작은 목소리에도 마법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법사가 몸을 숨기며 입을 열려는 순간.

카르디의 손이 마법사의 머리를 덥석 잡았다.

화르륵-

“으아악!”

마법사의 몸에 불이 붙었다.

그와 함께 마력이 카르디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털썩.

어느새 몸에 붙은 불이 사라졌다.

해골이 된 마법사.

마력과 생기를 전부 카르디에게 빼앗기고 죽었다.

“으으….”

“빌게트 대마법사님께서 마력을 흡수당하셨어.”

천상의 탑 맨 꼭대기 층으로 온 마법사들이 공포에 떨었다.

하나 상대가 누군지 알기에 도망가지 못했다.

아니, 천상의 탑의 본분은 하나.

영웅왕 이보르 러예스의 소환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목숨을 바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했다.

“이걸로는 부족해.”

카르디가 몸을 일으키며 안광을 빛냈다.

휘청이는 걸음걸이로 마법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손을 뻗자.

천상의 탑 고위 마법사들이 일제히 불길에 휩싸였다.

“으악!”

“영웅왕을 위하… 여.”

고위 마법사들이 죄다 해골로 변했다.

그제야 상처가 좀 아물었는지.

카르디가 굳건하게 섰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은 찌푸린 상태였다.

“그놈이 암흑대공의 힘을 어떻게….”

암흑대공의 힘은 특이했다.

그의 기운에 당하면 마나 회로도 뚝뚝 끊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현상.

그뿐인가.

마력을 최대한으로 뽑을 때 결점을 일으킨다.

대적과 상대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필패였다.

그렇다고 쉽게 없애는 게 가능한 기운도 아니었다.

몇 달은 회복기가 필요.

암흑대공의 기운이 지독한 이유였다.

“꼭 죽어야 할 놈이다.”

카르디가 이를 뿌득 갈았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녀석.

그란투스 대륙까지 쫓아와 자신의 일을 방해하고 있었다.

용서해서는 안 됐다.

그때였다.

“갔던 일은 잘 안 됐나보이.”

황금빛 갑옷을 입은 남자가 태연하게 걸어왔다.

“오바디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적룡왕이 지혜의 숲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이 들려서 와봤네.”

“누굴 놀리는 것이냐.”

카르디가 오바디아란 남자를 노려봤다.

“내가 감히 적룡왕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겠나.”

적룡왕의 앞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남자는 오바디아 반스.

그 옛날 신성왕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자였다.

동시에 용신족의 무룡왕이기도 했다.

속성은 무.

노말 타입이었다.

“자라프 우마.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암흑대공의 힘을 파천제가 가지고 있다.”

“그게 사실인가!?”

“내가 당한 꼴을 보고도 못 믿겠어?”

무룡왕 자라프 우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유로운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암흑대공 아이덴 루블리스.

과거 대륙을 손에 넣기 직전.

암흑대공으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인간을 초월한 마력과 육체를 가지고 드래곤을 멸종시키지 않았던가.

욕망에 찌든 인간마저 모두 죽였다.

드래곤이 다시는 세상에 나타날 수 없게 말이다.

그 정도로 독종인 인간.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놈도 우리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건?”

“그거까진 모르겠다. 우리가 우려할 건 암흑대공의 힘이 나타났다는 거야.”

“으음….”

자라프가 신음을 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났다.

그것도 굉장히 큰 걸림돌.

잘못하다간 옛날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나무의 돌은 회수하지 못했겠군.”

“놈만 아니었어도 가능했다. 넌?”

“난 다른 생각이 있네. 천계에서도 원신의 돌에 대해서 눈치를 챈 듯싶으이.”

“빌어먹을! 꼬여도 너무 꼬였어.”

“너무 상심하지 마시게. 천계가 원신의 힘을 가지게 하세나.”

“미쳤어? 천계가 힘을 가지면 우린 그날로 끝이야.”

“천계의 최대 단점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야 신에 대한 믿음 아니겠어?”

“맞네. 신에 대한 믿음이지. 그럼 내 위치는 어떻나.”

자라프가 카르디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암흑대공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와는 달리.

자신감에 차 있는 얼굴이었다.

“신앙심을 이용할 생각이군.”

“정확히 맞췄네. 나는 오바디아 반스. 크세레나 신성의 왕이네.”

크세레나 신성.

원소의 신을 섬기는 국가였다.

그란투스 대륙인들은 모두 원소의 신을 섬긴다.

크세레나 신성은 성스러운 곳.

대륙이 균열로 물들었으나.

크세레나 신성은 아무 영향도 없었다.

이 모든 게 신의 축복이라 여겼다.

“네가 크세레나로 돌아왔다는 건 아무도 모르지 않냐.”

“후손들은 알지.”

“전면으로 나선다면 반발심이 클 텐데?”

“신성국은 오직 신성력이 강한 자에게만 권력이 주어지네. 날 뒷방 늙은이 취급할 수 없으니 걱정마시게나.”

“네 생각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이미 가브리엘이 어둠의 돌을 취했네. 곧 독의 돌을 바칠 생각이야.”

“9대 속성 이외의 돌을 바쳐서 신뢰를 얻는다?”

“그러하네.”

“괜찮은 방법이군.”

“이 일은 너에게 맡기지.”

“자네는 요양 잘하고 있게.”

“그 전에. 응징을 해줘야겠다.”

“누구에게?”

“파천제한테.”

“놈의 눈에 밟혀서 좋을 게 없네.”

“파천제가 그란투스 대륙에 있다는 건 반대편 세상은 무주공산이 아니겠어?”

“빈집털이를 하시겠다?”

“애들만 보낼 거야. 날 방해한 대가는 치러야지.”

“그 부분은 자네 뜻대로 하시게. 난 뜻을 전했으니 크세레나로 돌아가 보겠네.”

무룡왕 자라프 우마가 사라졌다.

혼자 남은 카르디가 음흉하게 웃었다.

“파천제 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겠다. 크크.”

* * *

탕.

탕탕.

테구르가 망치로 철을 때리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도 경쾌했다.

드워프들은 즐거운 음악을 듣는 듯.

눈을 감고 테구르의 망치 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그러면서 손에 든 에일을 연거푸 마셨다.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되더니.

이내 소리가 점점 줄어갔다.

쇳소리가 들리지 않은 순간.

드워프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

“다 됐나?”

말론 툰두의 눈이 반짝였다.

불의 신봉자가 만든 무구는 어떨지.

잔뜩 기대했다.

“완성입니다요.”

테구르가 들고 있는 건 창이었다.

이 짧은 시간에 만든 무기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창대에 새긴 새의 무늬.

용과 백호, 현무까지.

사신수가 창에 전부 그려져 있었다.

“외관은 예술에 가까워.”

“우리한테 없는 미적 감각이 있구먼. 부럽군그래.”

“미적인 부분은 우리가 졌어. 성능. 성능을 보자고.”

말론이 테구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잠깐 줘봐.”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테구르가 만든 창을 훑어보았다.

외관은 완벽.

그렇다고 장비의 성능이 낮지는 않았다.

오히려 외관보다 더 뛰어났다.

“불의 마력이 차고 넘쳐. 어떻게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 하게 하는 거지?”

말론이 감탄했다.

창에 담긴 불의 마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력하고 아름다웠다.

기운이 예술처럼 아름답다는 건 창에 담은 마력을 다듬었다는 소리.

이건 4대 대장장이만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뿐인가.

창이 강력한 힘을 전부 소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불의 마력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되려 외관만 화려할 뿐.

평범한 힘을 지닌 창 같았다.

“신병. 아니 마병이로다.”

“마병!?”

“신병보다 마병을 만드는 게 더 어렵잖아.”

“그 짧은 시간에 마병을 만들었어? 말이 돼?”

“말론이 한 말이니 확실하겠지만… 어떤 마병이야?”

무기에도 급이 있었다.

그란투스 대륙의 무기 등급도는 아래와 같았다.

노말, 레어, 에픽, 유니크, 레전드리.

드워프왕 말론 툰두가 만든 장비는 전부 레전드리에 속했다.

4대 대장장이니 당연한 결과.

그렇다면 테구르는 어떤 등급을 만들어냈을까.

모두가 말론의 목소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등급이 뭔데?”

“궁금해 미치는 꼴 볼래?”

“너만 알지 말라고.”

“말 안 하면 앞으로 술 안 줄 거야.”

드워프들이 보채자 말론이 드디어 입술을 뗐다.

“…등급이 없어.”

“응?”

“뭔 개소리야.”

“술 취했냐.”

“똑바로 말해라.”

드워프들이 말론에게 욕을 퍼부었다.

하나 그는 말을 바꾸지 않았다.

“레전드리 등급 이상이야.”

“미친!”

“말도 안 돼.”

“너희들이 직접 봐봐.”

말론이 드워프들에게 창을 내밀었다.

드워프들은 테구르가 만든 창을 자세히 살폈다.

그들 또한 장인들.

창이 어떤 등급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이야….”

“등급이 보이지 않아.”

“이런 창이 그 짧은 시간에 태어나다니.”

무기의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드워프가 상태창이란 걸 보는 게 가능했다면.

[테구르가 주인을 생각하며 만든 창]

종류: 무기

등급: ???

설명: ???

효과: ???

모든 게 물음표로 보였으리라.

“마력을 한번 집어넣을….”

“안 돼!”

말론이 드워프의 행동을 막았다.

레전드리 등급보다 높다면 함부로 마력을 창에 주입하면 안 됐다.

잘못하면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어떠십니까요? 합격입니까요?”

테구르는 굽실거리면서 물었다.

파리처럼 손을 비비고 있는데 어찌나 비굴한지.

4대 대장장이가 맞나 싶었다.

물론 능력은 4대 대장장이를 훨씬 앞섰다.

“동생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무기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요. 이 창은 그저 주인을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입니다요. 미완성품이라 이 말이죠.”

“헉!”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거짓말!”

“오늘 느낌 좋았는데 시간만 더 있었으면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요.”

“시, 시간만 더 있었다면 말이야?”

“그럽습죠.”

말론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테구르는 보기 드문 장인.

예술적인 감각은 물론이요, 대장장이 기술 또한 훨씬 앞서 있었다.

말론이 놀라고 있는데 테구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족하셨으면 저희를 살려주셨으면….”

“우린 이미 친구가 됐잖아. 이미 그 전의 일은 잊었어.”

“가, 감사합니다. 헤헤.”

테구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술을 먹이고 죽이는 건 아닌지 가슴을 졸였다.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랐는데 죽는 건 억울했다.

꼭 살아서 주인의 얼굴을 보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그럼 이제 저흰 가보.”

“어딜 가.”

“예?”

“내 대장장이 기술도 한 번 봐줘. 어디가 문제인지 지적도 해주고.”

“제가 말입니까요?”

“형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어때?”

“저도 부족한데….”

“겸손이 지나쳐. 그리고 이번에는 동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줬으면 해.”

“하, 하하. 이거 안 하면 죽일 표정들입니다요.”

테구르가 농담을 했으나.

드워프들은 진심이었다.

테구르의 진정한 대장장이 기술을 보고 싶은 표정.

살아남았다고 생각한 그에게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내놓으라는 소리잖아! 아니면 날 죽일 거야.’

테구르는 드워프의 호기심을 단단히 오해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다시 화로 앞에 섰다.

“다시… 만들지요.”

“오오.”

“최선을 다해줘.”

“이번에야말로 눈을 개안하는 건가.”

드워프들은 테구르의 곁에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았다.

부담스러운 눈빛.

말론 툰두조차 눈동자를 반짝였다.

테구르가 스케먼들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냈지만.

‘개자식들.’

스케먼들은 은근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곤 딴청을 피웠다.

‘내가 살아서 나가기만 해봐라.’

테구르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는 분노를 담아 망치질을 시작했다.

위기의 순간에는 언제나 주인인 이준이 떠올랐다.

눈물이 차올랐다.

‘주인님 어디십니까요. 오른팔인 테구르가 죽기 일보직전입니다요. 어서 절 구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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