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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42화 (642/705)

외전 제3부 36화.

인간이 달빛 샘물을 지녔다는 건 순순한 자라는 소리.

지혜의 숲에 초대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 전에, 지혜의 숲을 파괴한 적을 죽여주세요.”

“쉬운 부탁이네요.”

어차피 이준은 적룡왕을 죽이려 했다.

놈을 죽여야지만 용신족이 와해 되기 때문.

그동안은 몸을 숨기고 있어서 죽이지 못했는데.

이참에 적룡왕을 없애는 게 나았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시겠어요?”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숲속으로 향하려 했다.

“혼자 가시나요? 상대는 적룡왕이에요.”

대장로 사티아는 그의 동료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 이준이 입을 열길 기다렸다.

“금방 끝낼 건데 너도 따라올 거냐.”

이준이 박혁진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박혁진이 손을 휘저었다.

“네가 나서면 재미없어. 난 여기에 있을래.”

“그렇다네요.”

이준이 작게 웃고는 숲속으로 사라졌다.

“혼자 가게 해도 괜찮나요?”

사티아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준 일행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동료에게는 관심이 없는지.

도리어 다른 질문을 했다.

“대장로면 오래 사셨을 것 같은데 몇 살이세요? 생김새는 영락없이 20대인데.”

박혁진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궁금증이 많은 표정.

박정연과 한지유도 비슷한 얼굴이었다.

그리에스만이 침착했다.

그녀는 엘프가 얼마나 오래 사는 종족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사티아가 의아해했다.

‘이 여유는 뭘까?’

상대는 적룡.

그중에서도 용신족의 군주였다.

용군주는 재앙 그 자체.

대륙을 파멸로 몰아넣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저 여유는 뭐란 말인가.

수백 년을 살아온 사티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신 나간 인간들 아니에요?]

엘루르 또한 사티아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싶었다.

[우선 지켜보자꾸나.]

사티아도 처음 보는 부류의 인간들이었다.

저 여유가 강함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객기인지.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 * *

적룡왕 카디르의 분노가 하늘에 닿아 있었다.

푸확-

적룡 두 마리가 반으로 갈려 죽었다.

화풀이를 하니 되려 맑아지는 정신.

이성이 돌아왔다.

“무능한 놈들.”

가라앉은 이성이 빠르게 해답을 찾았다.

지혜의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나오지 않은 엘프.

땅을 파서 지하에 숨지 않았다면 밖으로 도망쳐 나와야 정상이었다.

“이렇게 흔들어 놓았는데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 거면 중간계에 있는 건가.”

중간계의 범위는 굉장히 넓었다.

정령이 사는 정령정도 중간계.

용계도 중간계.

엘프의 시작 또한 중간계에 속했다.

다 같은 중간계라도 전부 다른 공간이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저긴 엘프의 시작으로 가는 문일 것이다.”

적룡왕이 두 눈을 번뜩였다.

마력이 눈에 집중됐다.

용의 마안.

그 어떤 것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었다.

용의 마안을 사용하면 적룡왕조차 한동안 용안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마력.

이걸로 잠긴 용계의 문도 열었는데.

엘프의 시작으로 가는 입구도 못 열겠는가.

“용의 마안을 쓰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할지어다.”

카르디가 이를 갈았다.

나무의 돌을 얻으면 엘프를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번쩍!

그의 눈이 한쪽에서 멈췄다.

폐허가 된 공간의 아래.

흙과 나무로 뒤덮인 호수 밑에 강렬한 마력이 감지됐다.

“뒤덮인 호수다.”

카르디의 말에 적룡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들이 폴리모프, 인간화를 한 채.

마법을 사용했다.

흙과 자갈, 나무가 일제히 허공으로 올라왔다.

호숫물이 순식간에 제모습을 되찾았다.

카르디도 인간으로 변신하고 지상으로 내려가려는 그때.

“거기까지.”

이준이 그의 앞을 막았다.

카르디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 계획을 방해한 게 너인가?”

“그럴걸?”

이준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꼭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카르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을 보고도 태연하다 못해 여유가 넘치는 인간.

오만한 태도에 신경이 잔뜩 예민해졌다.

그럴수록 카르디의 마음은 차분해져 갔다.

“내가 널 얕본 모양이군.”

“반성하는 척하지 마. 지금도 날 얕보고 있으면서.”

“입놀림도 제법하고.”

“음흉하다더니. 그냥 쫄보인데?”

이준의 도발에도 카르디는 동요하지 않았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내가 물의 돌을 가졌다는 거지.”

하지만 이준이 물의 힘을 손바닥에 보이자.

카르디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가 가지고 싶은 원신의 돌이 이준에게 있었다.

불의 드래곤인 카르디가 물의 힘까지 손에 넣는다면 천하무적.

속성의 상성을 타지 않을 테니.

전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네가 가지면 안 될 걸 들고 있군.”

“뺏어보든지.”

“가져와라.”

카르디의 명령에 적룡들이 이준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수백의 적룡들.

인간처럼 보이는 이들이 드래곤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니.

장관이 따로 없었다.

하나 이준에게는 무의미한 감응.

이 장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마족을 상대하는 것 같네.”

이준 또한 사신기를 펼쳤다.

적룡과 비슷한.

아니, 오히려 더 거대한 날개가 그의 등 뒤에서 일렁였다.

“멋있긴 한데 쓸데없이 내공 소모가 크네.”

공포스러운 위용을 드러냈지만.

곧장 사신기를 회수했다.

“아지랑이 따위가 우릴 막을 수 있을쏘냐!”

“원신의 힘을 놔두고 죽어라!”

그리고는 팔을 뻗어 사신기를 손바닥에 모았다.

“사신벽.”

손바닥에 뭉쳐 있던 사신기가 일시에 뿜어지더니.

이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단전에서 내공이 쉴 새 없이 빠져나갔다.

무지막지한 내공 소모량.

천극자 태사부가 힘을 주고 가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사신벽을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신벽은 흑룡벽이나 현무벽의 궁극형이었다.

절대 방어식이면서 동시에 공격식.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상대를 어떻게 죽일지.

방향이 정해진다.

지금처럼 말이다.

“싹다 잡아먹어 버려야지.”

이준이 중얼거렸을 뿐인데.

“억!”

“마력이 빨려 들어가고 있어?”

“아, 아지랑이에 잡히지 마! 우리의 마력을 빨아들… 읍!”

“물러…컥!”

사신기의 아지랑이가 물감처럼 퍼지더니.

적룡족의 몸에 달라붙었다.

“으으….”

그들의 마력이 이준의 몸으로 흘러갔다.

흡자결에 당한 적룡만 백은 족히 넘었다.

밑빠진 독처럼 소모되던 내공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명색에 용신족이라 그런가.

굉장히 많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카르…디…님!”

“…살려….”

적룡족이 아지랑이 속에서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마력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빨랐다.

순응하고 있어도 죽어.

저항해도 죽어.

결과는 똑같았다.

이준의 한마디에 결정된 운명이었다.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는 적룡족이 뒤로 물러났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은 동족.

제아무리 용신족이라도 두려움이 일었다.

뒤에 있던 적룡왕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흑룡왕의 힘? 네가 그놈이었구나!”

적룡왕은 뒤늦게서야 이준의 정체를 깨달았다.

빙룡왕이 찾던 인간.

끝까지 저항하면서까지 인계의 암흑대공의 힘이 전해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때는 콧방귀를 꼈다.

암흑대공은 흑룡왕이 유일하게 인정한 인간.

수천, 수만 년을 살았어도 흑룡왕이 인정한 사람은 암흑대공이 다였다.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

빙룡왕이 왜 애타게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 암흑대공 아니라고.”

적룡왕이 이준을 응시했다.

너무도 옛날의 기억이라 가물가물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러던 그때.

희미하던 얼굴이 이내 선명히 떠올랐다.

“아이덴 루블리스?”

적룡왕이 이준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커질 대로 커졌다.

“그리에스가 지어준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 된다! 그놈은 타 차원의 영혼을 가졌어. 아이덴 루블리스는 환생이 불가한 인간이라고!”

적룡왕이 격렬하게 부정했다.

흑룡왕과 더불어 드래곤에게 전율스러운 공포를 심어준 인간.

그란투스 대륙에서 숨을 거둔 아이덴은 타차원의 인간이라 환생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가 떡하니 눈앞에 있으니.

카르디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혼자 뭐라고 떠드는 거야. 네가 안 오면 내가 간다?”

이준이 땅을 박찼다.

녀석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기선 제압은 좋으나 불필요한 두려움이었다.

기겁한 모습.

저러다 도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카르디에게 빠르게 쇄도한 것이다.

이준의 행동에 오히려 카르디는 확신했다.

다른 적룡족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아이덴 루블리스도 그랬다.

상대의 머리부터 잡고 보는 습관.

이준과 똑같았다.

“막아!”

적룡왕이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군주가 명령하니.

적룡족은 불나방처럼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그 사이.

카르디는 포탈을 소환했다.

“네가 누구인지 확인해 볼 것이다.”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아. 쳇.”

이준은 달리던 상태 그대로 수도를 세워 휘둘렀다.

무음무색의 강기가 카르디를 향해 날아갔다.

“짧아.”

이준이 얼굴을 구겼다.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였는데 카르디의 행동이 더 앞섰다.

녀석의 몸이 포탈로 거의 사라지려는 찰나.

푸확-

허공에 피가 뿌려졌다.

동시에 짧은 신음이 들렸다.

“큭.”

그리곤 포탈과 함께 카르디가 모습을 감췄다.

“이번이 두 번째네. 이래서 마법이 싫어.”

군주 정도 되는 자들이 마음먹고 도망친다면 잡을 수 없는 게 마법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무력차도 여기서 났다.

무공은 원거리 공격이 딱 정해져 있었지만.

서양의 마법사들은 죄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다.

심지어 블링크나 플라이 마법 등.

이동에 있어서 무공보다 마법이 한 차원 앞섰다.

이준의 무공이 특별해서 이 격차를 아예 없앤 것.

그도 신력권가의 무공을 이었다면 마법에 호되게 당했을 터다.

텔레포트는 알고도 놓치는 게 대다수니.

서양의 마법사들이 동양을 폄하한 건 당연했다.

인간을 초월한 이준이니까 도망치는 적룡왕에게 타격을 가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도망치는 상대방에게 공격이 닿지도 않을 거다.

“군주씩이나 돼서 도망치기나 하고. 다음에 잡히면 뒤졌어.”

이준이 이를 갈았다.

쪽팔렸다.

무극자 사부가 알면 대노할 일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곁에 없는 듯 했다.

“너희들이라도 전부 죽여야 내 화가 풀리겠다.”

이준이 몸을 돌려 남은 적룡족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보았다.

자신들을 버리고 군주가 도망쳤으니.

적룡족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 * *

그 무렵.

피게로 중립지역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내, 내 거야!”

서걱-

남자가 광기에 찬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든 검은 크리스탈.

요사스러운 빛을 발하며 사람들을 현혹했다.

“감히 누구의 보물을 탐하는 거냐. 피게로 중립지역에서 발견된 건 전부 내 것이다. 내 기사들은 들어라. 본 영주의 물건을 탐낸 용병단장을 처단하고 보물을 내게 가져오라.”

피게로 중립지역 영주 또한 남자와 똑같은 눈이었다.

눈동자에 실핏줄이 무수히 많았다.

탐욕 그득한 눈빛.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사들과 주변의 주민 또한 마찬가지.

제정신인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검은 크리스탈에 이성을 상실했다.

“내놔!”

“네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야.”

“나한테 그 크리스탈을 주며 내가 도와줄게.”

“죽여버리기 전에 넘겨!”

회유와 협박이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검은 크리스탈을 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크리스탈의 힘을 탐했다.

“흐으읍!”

용병 남자가 숨을 들이마시니.

검은 크리스탈에서 흘러나온 연기가 코로 들어갔다.

용병 남자의 근육이 커졌다.

검에 깃든 마력 또한 상승했다.

“크크크. 내게서 보물을 뺏어볼 테면 뺏어봐. 전부 죽여주겠어.”

용병 남자가 음침하게 웃었다.

혀로 피가 묻은 검을 닦으며 발검 자세를 취했다.

“캬아악!”

칼춤이 벌어졌다.

기사단과 남자의 싸움.

피가 튀고 육편이 비산했다.

피게로 중립 지역에 혈향이 가득 퍼졌다.

끝나지 않은 살육.

모두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인 듯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더니.

땅을 강타했다.

“커허억!”

검은 크리스탈을 들고 있던 용병 남자가 빛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그가 끝까지 검은 크리스탈을 놓지 않았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데.

“어둠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 널 구원하러 내가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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