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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38화 (638/705)

외전 제3부 32화

성 꼭대기 중앙에 사람 허리만 한 길이의 기둥이 있었다.

베오가 영주가 기둥으로 손을 뻗자.

마법 술식이 펼쳐지면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영지로 흐르는 마력.

적룡으로 인해 부서졌던 건물과 잔해가 흔들렸다.

드드드드.

진동음에 의해 영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진!?”

땅이 갈라졌다.

아니, 땅이 작게 파이며 수로가 생겨났다.

“어어?”

“땅이 치솟고 있어!”

건물과 함께 흙이 위로 올라갔다.

갈라진 땅에서 물이 차오르더니.

순식간에 도시 전체로 흘렀다.

누군가가 마법을 사용한 듯.

물이 허공을 부유했다.

동시에 무너진 잔해와 나무들이 빛났다.

불에 탄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더니.

새로운 껍질이 만들어졌다.

푸릇푸릇한 잎도 새로 피었다.

붕괴된 건물의 지붕이 새것처럼 돌아왔다.

영지 전체가 마법에 휩싸인 듯.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해미리트 영지가… 완전히 달라졌어.”

전의 해미리트 영지도 발전한 도시에 속했다.

많은 시장과 주점.

대규모 상단과 용병.

그리고 돈 쓰는 데 아끼지 않은 영지민까지.

해미리트 영지는 풍족한 도시였다.

한데 그 전보다 더욱 발전됐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다.

전에는 평범한 도시의 느낌이라면.

지금은 해양 도시로 변한 것.

수로에는 없던 나룻배가 튀어나와 있었다.

바뀐 해미리트 영지의 모습에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기운이 안 느껴졌구나.”

영지 전체에 퍼져 있는 물의 돌의 힘.

힘이 스스로를 봉인한 상태였다.

사람이 지니고 있었다면 금방 알아차릴 수도 있었지만.

물의 돌이 해미리트 영지에 묻혀 있으니.

느끼지 못할 만 했다.

“준아! 베네치아 같아.”

이탈리아에 있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해미리트 영지와 비슷했다.

“너 이탈리아 안 가봤잖아.”

“너튜브에서 갔다 왔거든. 아, 딴지 좀 걸지 마.”

박혁진이 투덜거리면서 해미리트 영지를 한눈에 담았다.

눈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박정연과 한지유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름답다.”

“그러게요.”

“이제야 다른 차원에 왔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

그전까지는 그럭저럭.

게이트를 많이 들어갔다 와봐서 그런지.

박혁진처럼 엄청 신기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박정연과 한지유도 아름다운 해미리트 영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걸 말하는 것이오?”

베오가 영주가 이준에게 말했다.

“네. 적룡이 해미리트 영지, 영주님을 노리는 이유입니다.”

“예상은 했소.”

그래서 그는 물의 돌과 함께 영영 사라지려고 한 것이다.

“물의 힘을 드러낸 이상. 이곳은 언제나 위험할 거예요.”

“생각하고 있는 바이오.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소.”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한 사실과는 다른 말이 들려왔다.

“이 힘을 당신이 맡아주었으면 하오.”

“제가요? 왜요? 전 오늘 영주님을 처음 봤는데.”

환호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준은 베오가 영주에게 되물었다.

정말 순수한 궁금증.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었다.

“당신이 말한 물의 돌이란 힘을 가져간다 해도 해미리트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오.”

“해양 도시의 모습이 유지될 거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소. 무엇보다 나는 이 힘을 지킬 여력이 안 된다오.”

“그럼 물의 돌의 힘을 발현시키지 않으셨으면 됐잖아요.”

“왕국의 불순분자들이 물의 크리스탈을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소. 내가 영지와 함께 죽었으면 몰라도 산 이상 불순분자들은 나를 찾을 것이오. 당신에게 크리스탈의 힘을 전하려면 발현을 시켜야 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오.”

베오가 영주의 말을 들은 이준이 생각에 잠겼다.

‘용신족 말고도 노리는 놈들이 있나 보네. 아니면 용신족의 끄나풀이던지.’

후자가 가장 농후했다.

드래곤은 두려움의 존재이자 신성시되는 존재였다.

드래곤의 역사에 흠뻑 빠져있는 인간이라면 용신족도 알지 않을까.

‘나야 물의 돌을 공짜로 얻으면 개이득이지.’

이준은 기쁨의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

오히려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부탁을 들어주시겠소?”

베오가 영주는 이준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잘못하다가는 제가 독박을 쓸 것 같은데….”

“지킬 힘을 가지고 있지 않소.”

“그렇긴 하지만. 제가 나쁜 곳에 쓰면 어쩌려고 이러세요?”

“해미리트 영지를 구해주신 분 아니오. 사람들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분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생각하오.”

이준이 고뇌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내 흔쾌히 수락했다.

“좋아요. 특별히 제가 맡아드리죠.”

“고맙소.”

베오가 영주의 얼굴이 밝아졌다.

* * *

이준은 중앙에 박힌 기둥으로 갔다.

팔을 뻗으니.

허공에 물이 생겨나며 이준의 손을 밀어냈다.

“이러면 곤란해.”

이준은 손끝으로 사신기를 흘려보냈다.

다른 기운이 다가오지 못하게 물이 밀어내고 있지만.

사신기를 막을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보던 베오가 영주가 감탄했다.

‘물의 크리스탈은 같은 속성이라도 사람을 가린다고 전해져 내려왔는데 저자는 너무 간단히 크리스탈의 힘을 만지고 있어.’

기둥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이준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체 이런 자가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베오가 영주는 한참이나 이준의 얼굴을 응시했다.

한편.

이준은 흐뭇한 표정으로 메시지창을 보고 있었다.

[사신기가 흡성공을 사용했습니다.]

[물의 돌을 흡수했습니다.]

[물의 돌을 흡수했습니다.]

물 속성이라 그런지.

힘을 흡수함에 있어 불편하지 않았다.

불의 힘이었다면 거부하면서 사람을 귀찮게 했을 터.

물의 힘은 사신기에 곧바로 순응했다.

[물의 돌을 흡수했습니다.]

[사신기에 물 속성(인계)이 추가되었습니다.]

원신의 돌은 천계와는 다른 인계의 기운.

이 때문에 용신족이 원신의 돌을 노리는 것이다.

이 힘을 취해 콧대 높은 천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적룡왕이 이를 갈겠네.’

적룡왕은 원신의 돌을 모두 모으려하고 있었다.

그의 첫 번째 계획.

물의 돌을 찾아서 불의 돌이 있는 곳의 결계를 깨려 했다.

적룡왕이라지만.

원신의 돌 또한 태초에서부터 있었던 힘.

강제로 결계를 무너트리지 못한다.

같은 계열의 원신의 힘이 필요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찰병으로 수하들을 보낸 것.

확실치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적룡왕이었다.

[물의 돌을 완전히 흡수했습니다.]

이준이 오른쪽 손을 활짝 폈다.

그러자 손 위에 물이 뭉치면서 회전을 했다.

베오가 영주가 입을 틀어막았다.

“헉!”

이준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무, 무영창을 하시지 않소.”

베오가 영주가 놀라는 이유는 딱 하나.

이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최소 8서클은 되어야지만 가능한 무영창을.

이준이 선보인 것이다.

“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무, 뭐요!? 손바닥에 물을 소환하지 않았소.”

“이건 그냥 사신기로 내보인 건데 흠.”

이준의 무감각한 모습에 그리에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세상은 무영창이 특별했다.

그란투스 대륙에도 무영창을 쓰는 마법사가 있으나.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만큼 고위급의 마법.

베오가 영주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무엇보다 무공은 마법과 닮은 점이 많아서인지.

기공류는 마법으로 오해할 여지가 충분했다.

“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리에스가 경고했다.

이 세계는 이준이 사는 세상이 아니었다.

다른 차원.

현대는 이준의 이름이 널리 퍼졌으나.

그란투스 대륙은 이준을 모른다.

갑작스레 강자가 나타난다면 왕국이나 제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제일 먼저 경계를 할 것이다.

이준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가름할 터다.

현 국왕이나 황제가 보일 반응은 뻔했다.

‘이준을 적으로 여길 거야. 그들은 자신의 권위를 넘볼만한 자들을 안 좋아해.’

오죽하면 생사고락을 함께한 수하가 권력이 높아지면 반역으로 몰아 죽이는 게 다반사였다.

그만큼 왕의 권위를 넘보는 자는 최우선 경계 대상이었다.

“국왕이 널 어떻게든 죽이려 들 거야.”

“이 힘 때문에?”

“네가 강해서.”

“그 이유가 다야?”

“여기선 그래. 네가 사는 세상이 아니거든.”

이준은 그리에스의 말을 곱씹었다.

베오가 영주가 보인 반응은 언제나 느꼈던 반응.

별일 아니라 생각했다.

하나 그리에스의 표정을 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 같았다.

“물론 왕국의 전병력이 널 공격한다고 해도 별일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알았어.”

모두가 공격한다고 해도 겁나지 않았다.

솔직히 진각 한 번으로도 많은 이의 죽음을 앗아갈 수 있는 게 자신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아무나 죽이는 살귀는 더욱 아니었다.

그란투스 대륙에 왔으니.

이 나라의 법도를 지키는 게 나았다.

베오가 영주를 보니 그리에스의 말이 또렷하게 박혔다.

‘날 보는 게 완전히 달라졌네.’

기공류는 되도록 안 쓰는 게 낫겠다 싶은 이준이었다.

* * *

물의 돌을 전부 흡수한 이준이 영지로 내려왔다.

그의 뒤를 베오가 영주가 바짝 따랐다.

“왜 뒤에 있으세요.”

“아, 아니오.”

베오가 영주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두 마리의 드래곤을 죽였을 때부터 알아봤다.

보통 자들이 아니었던 것.

제로니아 왕국의 적은 아닌 듯 보여 다행이었다.

“제가 불편한데.”

“그렇다면 옆에 서겠소.”

베오가 영주가 경직된 표정으로 이준의 옆에 섰다.

그들은 적룡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왔다.

“살을 전부 발라서 큰 막대에 한 덩이씩 꽂아서 마을 곳곳에 걸어주세요.”

“무엇 때문이오?”

“드래곤의 우두머리 좀 끄집어 내려면 도발이 필요해요.”

“복수전을 하겠다는 뜻이구려. 뜻에 따르겠소. 길라스, 아이덴님의 말을 병사들에게 알리게.”

“예 영주.”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드래곤의 살점을 썰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큰 덩치를 가져서 그런지.

살을 도려내도 끝이 없었다.

“사람들도 모두 붙이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드래곤 사체의 소유주는 아이덴 님입니다.”

“아이덴 님이 허락했네.”

“모두를 동원하겠습니다.”

해미리트 영지에 있는 모두가 나서서 적룡의 사체를 해체했다.

엄청난 양의 고기가 나왔다.

한동안 사냥을 안 나가도 배불리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뿐인가.

눈동자는 포션을 만드는 데 썼다.

가죽은 방어구를.

뼈는 무기와 장신구의 재료였다.

이준은 드래곤의 사체를 하나도 남김 없이 사용했다.

“뼈는 조립해서 성문 쪽에 놔두시면 됩니다. 다른 드래곤이 눈치챌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예!”

이준의 계획은 척척 진행이 됐다.

아주 고약한 계략.

드래곤이 본다면 분노할 광경이 해미리트 영지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데도 너희들이 안 오고 뻐기겠냐.”

이준이 성문 너머를 보면서 음흉하게 웃었다.

그 무렵.

적룡왕은 대노를 했다.

이준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감히 우리 용신족을 인간 따위가 욕보이고 있다는 말이냐!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

마법 거울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어떤 행위를 하는지 내게 보여라.

남자는 또 다른 마법 거울을 사용해 해미리트 영지를 보였다.

인간들이 적룡의 사체를 훼손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 상태였다.

심지어 드래곤을 욕하기까지 했다.

-또 쳐들어오면 아예 산 채로 회를 떠주겠어.

-우리의 고통을 배로 돌려줘야지.

-단칼에 죽었던데 우두머리가 겁먹고 안 오는 거 아니야?

-그럴 것 같다. 하하.

인간들의 모습에 적룡왕이 입에 불을 머금었다.

-저 찢어 죽일 인간들을 보았나! 네이탈! 네가 나 대신 적룡족의 위엄을 살려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야 할 것이다.

“적룡의 두려움을 알리겠습니다.”

-너만 믿겠다. 난 나무의 돌이 있는 로에니아 제국에 가 있겠다.

“일을 끝내고 합류하겠습니다.”

마법 통신이 끊겼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뒤에 있던 수많은 이들도 따라 몸을 세웠다.

“군주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해미리트 영지에 공포를 내리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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