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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37화 (637/705)

외전 제3부 31화

이준 일행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들을 향해 갑옷을 입은 남자가 황급히 달려왔다.

“어느 영지에서 오신 분들이신지요?”

남자는 해미리트 영지를 지키는 기사단의 단장이었다.

“우린 소속이 없어.”

그리에스가 기사단장에게 반말을 했다.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만 기사단장은 신경쓰지 않았다.

상대는 적룡을 일격에 죽인 괴수들.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됐다.

“용병이셨군요. 저희 해미리트 영지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 검은 까마귀단을 맡고 있는 길라스 빈테라 합니다.”

남자가 주먹을 가슴에 대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예전이었다면 용병단을 무시했겠지만.

균열이 생긴 후부터는 용병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균열에 대항하는 전사들.

그중에는 고귀한 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용병단으로부터 영지를 보호받는 일이 많아져서 그런지.

신분이 천하다해도 무시받는 일이 드물었다.

오히려 왕궁에 틀어박혀서 축제나 벌이고 있는 국왕을 더 욕했다.

이준은 그리에스와 눈을 마주쳤다.

[이렇게 나오는데 그냥 무시해?]

박혁진은 이미 길라스의 절도 있는 행동에 마음이 반쯤 넘어간 상태였다.

소설 책에서만 보던 실제 기사.

중후함과 절제가 곁들어 있으니.

이세계 덕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빠져들 만했다.

[소개할만 한 이름을 만드는 게 좋겠어.]

[내 생각도 그래.]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 없었다.

용신족을 죽이는 게 목적이긴 하나.

그란투스 대륙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이곳의 사람과 마주하게 될 터.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수 없었다.

이준이 일행들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름, 아무거나 만들어야겠어.]

박혁진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 생각해둔 게 있어. 라포드 아이레르트 어때?]

[언제 준비했대.]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생각해 놨지 흐흐.]

이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놈.]

정신나간 놈이 따로 없었다.

그들은 각자 이름을 정했다.

이준의 이름은 특별히 그리에스가 만들어주었다.

“아이덴이에요.”

그의 소개에 그리에스가 묘하게 웃었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곧이어 박혁진이 자신있게 이름을 말했다.

“라포드 아이레르트입니다.”

“라포드 경이셨군요.”

“라포드 경? 흐흐 맞습니다.”

박혁진이 능글맞게 굴었다.

박정연은 엘린.

한지유는 윈터가 됐다.

“모두 반갑습니다. 영주님께서 적룡을 해치운 영웅 분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에스가 거절하려 했는데 이준이 흔쾌히 수락했다.

“안내해주세요.”

이준의 당당한 모습에 길라스가 유심히 보았다.

일행 모두가 그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아이덴이라는 남자가 일행을 이끄는 것 같군.’

“따라오십시오.”

이제부터 모든 의견은 저 아이덴이란 남자에게 우선적으로 말하면 될 듯싶었다.

“아, 길라스님.”

“말씀하십시오.”

“저 드래곤은 이대로 그냥 두셨으면 좋겠어요.”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일반적인 드래곤이 아니었다.

기존의 드래곤보다 크기가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드래곤.

가죽이나, 살, 뼈 등.

모두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었다.

특히 저 살덩어리라면 한동안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됐다.

“자세한 건 영주님한테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드래곤의 사체를 훼손하지 말라.”

길라스가 마력을 담은 목소리로 외쳤다.

드래곤에게 가던 영주민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멈췄다.

그들을 뒤로 하고 길라스가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에스가 이준에게 시크릿 보이스를 날렸다.

[무슨 생각이야?]

[드래곤 사체를 그냥 놔둔 거?]

[네가 영주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를 말하는 거야.]

[영주에게 접근해서 물의 돌을 알아내야 해.]

[영주가 돌의 행방을 알아?]

[그럴 거야.]

용군주를 죽이고 얻은 기억.

내용에선 해미리트 영주가 있었다.

그만이 물의 돌을 꺼낼 수 있다나.

아무튼 영주를 만나야 했다.

이준 일행이 영주성에 도착하자.

베오가 영주가 마중나와 있었다.

“영웅분들을 뵙소.”

“안녕하세요.”

“라포드입니다!”

이준과 박혁진이 인사했다.

그리에스를 포함한 박정연과 한지유는 뒤에서 고개만 살짝 숙였다.

“어디서 오신 분들인지 물어도 되겠소?”

이준 일행 대신 길라스가 대답했다.

“용병들이라 합니다. 소속은 아직 밝히지 않았습니다. 영주.”

“밝히고 싶지 않으면 더는 물어볼 수 없지. 실례가 많았소.”

베오가 영주는 백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작은 왕국에 백작은 큰 권력을 가진 권력가.

목에 힘을 주고 다녀도 뭐라할 사람이 없었다.

특히 그는 중앙 귀족 출신.

변방 출신도 아니라 왕 다음으로 가장 입김이 쎈 귀족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용병이라 소개된 이준 일행에게 예의를 다 했다.

해미리트 영지를 구원한 이들.

신분이 낮다고 한들 어떠하랴.

베오가 백작에게 이준 일행은 영지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영주의 태도에 그리에스가 홀로 중얼거렸다.

“귀족치고는 개념이 제대로 박혔어.”

그녀는 그란투스 대륙에서 수천 년간 살았던 드래곤이었다.

수많은 인간들을 보았지만.

귀족들은 하나같이 병신들 뿐이었다.

단 한 명.

암흑대공이라 불린 아이덴 루블리스만이 귀족의 품격을 지녔었다.

그보다는 귀족의 자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긴 하나.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귀족보다는 나아보였다.

“그대는….”

베오가 영주가 말을 하다 말았다.

그리에스의 눈을 마주치자.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덴. 영주한테 물어볼 게 있다며.”

그리에스의 말에 이준이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물의 돌을 어디에다가 숨겨 두셨어요?”

* * *

한편.

메더 루블리스는 최선을 다해 해미리트 영지로 달려왔다.

“허억… 허억….”

“이러다가 허억… 싸우기도 전에 쓰러… 허억… 지겠습니다….”

떨어지는 별의 용병단이 숨을 헐떡였다.

모두가 허리를 굽힌 채 호흡을 골랐다.

호흡이 안정되자 그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장. 영지가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달 받은 건 그렇지.”

“그런데 엄청 조용하지 않아요?”

전투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영지민들은 밖으로 나와 무너진 건물을 보수했다.

“다 끝난 분위기인데….”

“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메더가 두리번거렸다.

이준 일행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길을 알아서 먼저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길로 빠졌나보지.”

“아니면 도망갔거나.”

“그럴 사람들로 보이진 않았는데….”

“우선 영주성으로 가보시죠.”

떨어지는 별 용병단이 영주성으로 가기 위해 걷는데.

그들의 눈에 거대한 드래곤이 보였다.

“대장. 저길 보세요.”

“저, 적룡!?”

“그것도 두 마리나!”

용병단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보지 못한 크기의 드래곤이었다.

이 몸짓으로 보아 한 마리도 죽이는 게 힘들어 보였다.

한데 두 마리나 죽어 있는 게 아닌가.

대체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여놨을까.

문득 메더의 머리 속에 이준 일행이 떠올랐다.

가문의 초상화에 그려진 한 사람과 너무도 닮은 남자.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 그만 말을 잃고 말았는데.

그가 떠오르며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메더는 적룡의 사체를 지키고 있는 병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누가 이 드래곤을 잡았나. 해미리트의 마법전단인가?”

“아닙니다. 저희도 모르는 분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역시!”

메더는 적룡을 해치운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그들이 아니고서야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어.’

드래곤은 아무나 해치우지 못한다.

적어도 8클래스는 되어야 싸울 수 있었다.

죽어 있는 드래곤이라면….

8클래스의 기사나 마법사여도 죽이는 게 불가능했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드래곤이었으니까.

“그들은 어디로 갔나?”

“길라스 기사단장님께서 데리고 가셨습니다.”

“영주께 갔나보군. 알려줘서 고맙네.”

“영주성으로 가자.”

메더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용병단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자들이 한 겁니까?”

“그런것 같다.”

“어떻게 저 크기의 드래곤을….”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지? 내가 괜히 당한 게 아니야.”

“언제는 도망쳤다며?”

“내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박혁진에게 맞았던 남자가 철판을 깔고 말했다.

남자는 간담이 서늘해진 걸 느꼈다.

‘내 목이 그대로인 건 하늘에 감사해야겠어.’

적룡을 쓰러트린 사람에게 대든 것이다.

칼밥을 먹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건 처음이었다.

“이야기는 그만하고 대장을 따라 가자고.”

남자는 동료들의 욕을 무시한 채 메더의 뒤를 쫓아갔다.

영주성에 도착한 메더가 기사에게 말했다.

“떨어지는 별 용병단장이 왔다고 안에 전해주시게.”

“메더 용병단장님이시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도 반갑네. 급한 일이니 어서.”

“알겠습니다.”

기사가 성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안으로 들어갔던 기사가 나왔다.

“영주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손님이 계셔서 직접 마중을 못한점 양해를 해달라하십니다.”

“괜찮네.”

드래곤을 죽인 자가 안에 있는데 마중을 나오겠나.

영지의 은인과 이야기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메더가 영주실에 도착했다.

베오가 영주 옆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역시 제 생각이 맞았군요.”

“늦었네요.”

이준의 말에 메더가 너털 웃어보였다.

“여러분들이 빠르신 겁니다.”

“메더. 이분들을 아는가.”

“왕도에서 같이 오던 길이었는데 저희가 늦는다며 먼저 해미리트로 가셨습니다.”

“오, 이런 인연이.”

“왕도에선 소식이 없습니까?”

“해미리트를 버린 듯하이.”

“어리석은 왕이라도 했잖습니까.”

“왕국이 위험하면 정신을 차리고 힘을 모을 줄 알았네.”

“오히려 주색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더군요.”

“허. 내 잘못이야.”

그란투스 대륙에 균열이 나타나고부터 나라들이 쓰러졌다.

제로니아 왕국 또한 마찬가지.

이곳 또한 망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균열이 사라지고.

무너진 나라를 귀족들이 다시 세웠다.

현 국왕은 그때 옹립됐으나.

반대가 굉장히 많았다.

개망나니.

시정잡배.

천줄의 핏줄로 태어난 서자 등.

여러 말이 나았지만 왕족은 현 국왕뿐이었다.

메더 루블리스를 비롯한 귀족이 새로운 왕을 뽑자고 했는데 그걸 반대한 사람이 바로 베오가였다.

베오가는 왕국 근위대장 출신.

가문도 탄탄하기도 했으며 군대 또한 막강했다.

그래서 그런지 베오가의 입김이 작용해 현 국왕이 왕위에 오른 것이다.

“실수를 했으니 내가 왕을 대신해 왕국을 지켜야지….”

후회스러움이 가득한 베오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한숨을 쉰 그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은인들 앞에서 실례했소.”

“스토리 너무 재밌어요. 다른 이야기도 해주세요.”

박혁진이 눈을 반짝였다.

마치 할아버지한테 옛 이야기를 듣는 손자의 표정이었다.

딱!

“악. 왜 때려.”

“분위기 파악 좀 해. 이게 재밌는 이야기냐. 슬픈 거지.”

박정연이 박혁진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철 없는 동생이라 얼굴을 들고 다니기 부끄러웠다.

“맞을 짓을 했어.”

한지유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고오오. 나만 그래.”

박혁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울쌍을 지었다.

베오가 영주가 빙그레 웃다가 이내 이준에게 말했다.

“조금 전의 질문에 답해 드리겠소. 물의 돌이라는 걸 알지 못하나 그와 비슷한 건 지니고 있었소.”

“어디에 있나요?”

“당신이 서 있는 자리에 있소.”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베오가 영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날 따라오시겠소?”

이준은 베오가 영주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자.

영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성 꼭대기에 도착했다.

베오가 영주가 영지를 향해 팔을 뻗었다.

“이 영지가 바로 물의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곳이오.”

“돌의 기운이 안 느껴졌는데.”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신기로도 느끼지 못한 원신의 기운.

어떤 결계가 숨겨져 있길래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원래라면 이대로 나와 수장됐어야 하지만… 결심했소. 해미리트 영지의 힘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로 말이오.”

베오가 영주의 시선은 이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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