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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35화 (635/705)

외전 제3부 29화.

이준은 곧장 테구르를 불렀다.

“또 무슨 일입니까요?”

“귀찮은 것처럼 말한다?”

“그, 그럴 리가 있습니까요.”

테구르가 두 손을 비비며 비굴하게 행동했다.

뜨끔한 표정.

주인에게 마음을 안 들키려고 표정을 최대한 숨겼다.

“난 또. 오른팔이 됐다고 자만하고 있는 줄 알았지.”

“하찮은 제가 어찌….”

“올라가는 건 어렵지만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야. 알았지?”

“그럼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행동하겠습니다요.”

테구르가 비지땀을 흘리면서 허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제게 시키실 일이라는 게 뭡니까요?”

“그란투스 대륙에도 통로를 만들어놔야겠다.”

“아….”

“왜 못하겠어?”

“그게 아니라….”

“뭔데.”

“이미 큰 지역 간은 전부 연결했습니다요.”

“뭐!?”

이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긴가.

떨리는 목소리로 테구르에게 말했다.

“자세히… 말해봐.”

“언젠가는 주인님께서 그란투스 대륙도 정복할 거라는 생각을 해서 미리 게이트 통로를 이어 놨습니다요….”

“미친!”

“히에엑! 죄, 죄송합니다요. 주인님 허락도 없이 종이 마음대로 일을 했습니다요. 한 번만 용서를 해주….”

테구르가 화들짝 놀라했다.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이준에게 용서를 빌었다.

녀석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몸을 낮췄다.

이준의 손이 덥석 테구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부들부들 떠는 테구르.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큰 눈망울에는 물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

하나 이준의 입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널 누가 쓰레기 몬스터라고 했냐. 넌 보물이야!”

테구르를 극찬했다.

등급이 오르기 전의 스케먼은 그저 잡몹.

전투력은 형편없었으며 하찮은 일이나 하는 몬스터였다.

그때도 딱 한가지.

게이트 통로를 만드는 건 기똥차게 잘했다.

지금은 어떤가.

만능형 몬스터에 가까웠다.

전투력뿐만 아니라 지능까지 오르니.

눈치는 더욱 빨라지고 작업 속도 또한 무지막지하게 올랐다.

천덕꾸러기가 아닌, 이젠 가장 필요한 몬스터가 바로 스케먼이었다.

녀석들만큼 일 잘하는 몬스터는 단연코 없었으니까.

“잘한… 겁니까요?”

“당연하지. 널 부른 이유도 통로를 뚫으라고 하려던 거였어.”

“그런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요. 사실 큰 거점은 전부 뚫어놨고 이제 작은 거점을 잇는 중입니다요.”

“어디어디에 통로가 이어졌는지 볼 수 있어?”

“물론입니다요.”

테구르가 짐 보따리에서 둘둘 말려진 큰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바닥에 종이를 펴자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란투스 대륙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빨간색으로 찍은 점들.

그 수는 족히 100개가 훌쩍 넘었다.

“이렇게나 많아?”

“소수의 인원만 빼서 작업하느라 몇 개 못 했습니다요. 주인님께서 그란투스 대륙을 갈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갈 거라곤 예상 못 해서….”

“이것만도 어디야. 내 오른팔다워.”

“헤헤. 감사합니다요.”

“그런데 여기 초록색 점은 뭐야?”

“이것도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요.”

“눈치 보지 말고 말해봐.”

“제가… 주인님 몰래 푸른 등불 꽃을 썼습니다요.”

테구르의 말을 듣던 이준이 초록색 점을 유심히 보았다.

제로니아 왕국.

피게로 중립지역.

달빛폭포.

이 세 곳이 초록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여기에 푸른 등불 꽃을 썼구나?”

“…맞습니다요…. 종이 주인의 물건을 함부로 사용했습니다요.”

이어지는 말은 죽여주십시오, 란 게 나와야 했지만.

테구르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제 목숨을 끔찍이 아끼는 녀석이었으니까.

“나한테 허락을 맡지 않고 사용한 건 잘못된 일이지만 너한테도 생각이 있었겠지.”

“용서해주시는 겁니까요?”

테구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음에도 말 안 하면 오른팔 자격 박탈이야. 무엇이든 나한테 다 말해.”

“감사합니다요, 주인님!”

“초록색 점은 균열이 없는 안전지대라는 거네?”

“헤헤. 맞습니다요. 애들한테 정화를 시키느라 애를 썼습니다요.”

“4대 성지의 금역과 바로 연결된 이곳은 왜 정화를 안 했어?”

“등급이 낮은 푸른 등불 꽃만으로는 정화가 안 됩니다요. 이곳의 마기는 적어도 S등급의 푸른 등불 꽃이 필요합니다요.”

“로티틸한테 말해서 S등급의 꽃을 달라고 해. 그리고 스케먼들 동원해서 여기부터 정화하고.”

“알게습니다요!”

이준이 초록색 점을 보며 고민했다.

세 곳 다 용신족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어느 지점으로 가도 상관없었는데 유독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제로니아 왕국….’

익숙했다.

많이 불러본 느낌이었다.

그립기도 했다.

‘이 감정은 뭐지?’

마음이 울렁거렸다.

‘여기가 끌린 건가.’

다른 곳은 제쳐두고 제로니아 왕국에 가 보기로 결정했다.

그가 일행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로니아 왕국으로 가자. 테구르 어떻게 하면 돼?”

“저쪽 세상에서 했던 것처럼 이름을 생각하고 포탈을 여시면 됩니다요.”

이준은 테구르가 말한 대로 포탈을 열었다.

* * *

지잉-

이준이 포탈을 나왔다.

“와.”

뒤이어 그리에스가 따라 나왔다.

그녀는 재빨리 이준과 일행에게 마법을 걸었다.

“응?”

이준이 그리에스를 쳐다봤다.

“외형이 다르면 경계해. 이쪽 사람의 모습을… 헉!”

“뭔데 놀라고 그래?”

“왜 그의 모습으로 변한 거지?”

그녀가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놀라 했다.

당황한 모습에 이준이 홀로그램을 열었다.

변환 모습이 화면에 비췄다.

“잘생겼는데?”

이준의 본래 얼굴과 쌍벽을 이루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준의 얼굴에는 생기가 있다는 것.

반면 홀로그램에 나온 얼굴은 냉막한 인상을 지녔다.

그러면서 귀족의 품위와 고결함을 지녔다.

“네가 아는 사람으로 변한 거야?”

“암흑대공. 그자의 모습으로 변했어.”

“암흑대공? 네가 전에 말했던 그 사람?”

“어. 완전히 똑같아.”

“그자를 떠올리면서 변장 마법을 사용한 건 아니고?”

“내가 사용한 건 단순 변장 마법이 아니야. 그 사람이 가진 기운으로 만들어진 얼굴인데….”

“아직까지 암흑대공의 힘이 남았나 보지.”

“말도 안 돼.”

그리에스는 이준의 얼굴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지.

이제는 아예 쳐다보지 않았다.

일행 모두가 변신을 마쳤다.

그들은 뒤늦게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로에니아 황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사과가 단돈 2브론. 안 사면 손해.”

“파이어 보어로 만든 고기 팝니다. 입에서 살살 녹아요.”

“축제다! 엄마한테 오늘 중앙 광장으로 구경 가자고 해야지.”

너무도 활기찼다.

여긴 애초에 균열과는 상관없는 지역같이 보였다.

“준아! 저기 봐.”

박혁진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주점이었다.

건장한 남자가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이준이 박혁진을 봤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우리 놀러 온 거 아니야.”

“나 저런 곳 처음 봐. 소설에서만 봤어.”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러니까 가보자.”

이준이 고개를 가로저으려 할 때였다.

머릿속으로 단편적인 영상이 떠올랐다.

주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정보 수집, 여행자 의뢰 퀘스트, 숙소 등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네.’

이 모든 게 주점에서 가능했다.

주점은 그저 술집이 아니었다.

대형 길드가 운용하는 정보 수집 거점.

어떤 도시나 마을을 가든 주점은 꼭 들려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하나 이준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용신족에게서 빼앗은 정보가 있기 때문.

주점에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준이 몸을 돌리려는데 박정연과 눈이 마주쳤다.

“누나도?”

그녀 또한 주점에 가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고개를 돌려 한지유를 보니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한지유가 또박또박 말했다.

자신의 의견을 이리 똑바로 피력한 건 오랜만이었다.

“이번뿐이야.”

“아싸! 중세 주점이라니. 돌아가면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박혁진이 싱글벙글 앞장서서 걸었다.

이준 일행은 가장 큰 주점인 ‘떨어지는 별’로 들었다.

“떨어지는 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큰 규모답게 예쁘장한 여자 종업원들이 환하게 맞이해줬다.

그리에스가 손가락을 활짝 펴자.

“여기로 오세요.”

종업원이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무엇으로 준비해드릴까요?”

“에일로 다섯 잔. 그리고 오리고기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에스의 주문.

그녀는 여전히 아무한테나 반말을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점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그리에스에게로 꽂혔다.

“시선이 따갑다. 우리가 잘못한 게 있어?”

박혁진이 작게 말했다.

“이목이 끌만한 얼굴들이잖아.”

이준이 세 명의 여자를 가리켰다.

그들은 원래도 예뻤으나.

변한 모습도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아니, 차고 넘쳤다.

거친 모험가가 군침을 흘릴만한 얼굴이었다.

그때였다.

쿵.

그들이 있는 테이블 위로 술잔이 세게 내려앉았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박혁진을 불렀다.

“어이 형씨.”

“저요?”

각성자 시스템이 있어서 대화가 가능했다.

몬스터와도 소통이 가능한데 그란투스 대륙의 인간하고 말이 안 통할까.

“그래 너. 꼬락서니 보니까 돈좀 있는 모험가 같은데 우리한테 양보하지?”

“누구를요?”

“눈치 없이 굴 거야?”

“갑자기 나타나서 양보하라는 건 뭐예요.”

남자가 박혁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래도?”

하나 박혁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남자의 인상이 구겨지면서 손에 힘을 잔뜩 주었으나.

박혁진은 여전히 눈을 멀뚱멀뚱하게 뜨고 있었다.

“꼴에 좀 한다 이거냐.”

남자의 행동에 이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풉!”

“준아. 웃으면 안 돼. 혁진이 심각해.”

“너무 뜬금없기도 하고, 내가 소설에서 봤던 내용을 직접 겪으니 웃음을 참지 못하겠어. 큭큭.”

중세 또한 약육강식의 세계.

약해 보이면 강한 자에게 모든 걸 뺏기는 세상이었다.

물론 이곳에는 귀족이라는 계급이 존재했지만.

집 밖으로 나오면 그마저도 통용되지 않았다.

이준이 자기를 비웃었다고 생각했는지 남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곳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 보여주마!”

남자가 도끼를 빼 들어 박혁진을 향해 내려찍었다.

척-

박혁진이 손가락만으로 도끼날을 잡았다.

“어딜 가나 주제 파악 못 하는 인간은 널렸다니까.”

그가 손가락에 힘을 주자 도끼날이 산산이 부서졌다.

남자의 눈이 커졌다.

“어, 어떻게!?”

“여긴 상대의 기감도 측정해보지 않고 덤비는 곳이야?”

이에 그리에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인간이 바보일 뿐이야.”

“그래 보여.”

앉아있던 박혁진이 일어섰다.

남자가 키는 더 컸으나.

박혁진도 작은 편은 아니었다.

일어서니 그의 존재감이 주점을 덮쳤다.

“덤볐으면 대가는 받아 가야지.”

그가 천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나도 판타지 소설을 많이 봐서 말이야. 이럴 땐 완전 죽여 놔야 한다고 하더라.”

박혁진이 남자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 * *

주점은 조용해졌다.

박혁진에게 덤볐던 남자를 포함해서 이곳에 있는 모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남자의 동료들.

아닌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결과는 패배.

박혁진에게 죽도록 맞았다.

남자들의 얼굴이 푸르게 변하고 눈덩이가 부어올라 있었다.

그 모습에 이준이 박혁진에게 핀잔을 줬다.

“적당히 때리지. 안 쓰럽다.”

“힘 조절을 했는데 쟤들이 약한 거야.”

남자들은 박혁진의 눈치를 살살 봤다.

어떻게 하면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던 그때.

남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음식을 가지고 나온 남자 때문이었다.

“소란이 있었군요.”

붉은 머리를 가진 남자가 테이블에 음식을 놓으며 말했다.

앉아 있는 이들과 눈을 마주치는데 이준을 보자 눈동자가 커졌다.

붉은 머리의 남자가 자신의 눈을 비볐다.

그리에스가 남자의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은 정말 위험해.”

“나 말하는 거야?”

“응.”

이준이 붉은 머리의 남자를 향해 웃어 보였다.

남자는 머리에 둔기라도 맞은 듯.

일시 정지 상태가 됐다.

“죄, 죄송하지만 존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이준이 그리에스와 눈을 마주쳤다.

이곳에서 현대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냥 말하지 마.]

[그러는 게 좋겠다.]

용신족과의 일만 해결하면 그란투스 대륙을 떠날 터.

괜히 이름을 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준이 입을 다물고 아무 말이 없자.

남자가 오해를 했다.

‘그분과 너무 닮았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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