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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30화 (630/705)

외전 제3부 24화

인계의 일이 끝난 걸 본 설극이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시게요?”

“잠시 나갔다 오마.”

“천계에 가시게요?”

연아린의 질문에 설극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아.”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가 그를 말릴까.

막아봤자 자기 멋대로 할 사람이었다.

그녀가 포기한 얼굴로 있을 때였다.

설극의 귀로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계의 일을 전해 들었다.]

[어미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몸이 앞섰다 생각하시오.]

[주경아가 인계로 내려간 것까진 이해해주마. 하지만 네가 천계로 가는 건 두고 보지 못한다.]

염라대왕이 말에 정곡을 찔렀는지 설극이 헛기침을 했다.

[흠흠.]

[신선제가 됐으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알고 있소.]

[예전처럼 널 보호해줄 사람은 없다.]

[그 또한… 아오.]

설극의 사부인 천극자는 이제 세상에 없었다.

방패막이 사라진 것.

염라대왕이 최대한 도우려 하나.

설극이 선을 넘으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신계에는 신계만의 규율이 있었으니까.

[혼자였다면 이리 말리진 않겠지. 하나 네가 잘못하면 부메랑이 되어 네 아들에게 돌아간다는 걸 잊지 마라.]

설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설극에게는 천극자란 든든한 사부가 사라졌다.

뿐인가.

지켜야 할 사람이나 두 사람이나 생겼다.

주경아와 이준.

혼자 독불장군처럼 움직이던 시절이 아니었다.

여전히 깽판을 치고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그랬다가는 주변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가 염라대왕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이유기도 했다.

[네 행동에는 모든 업이 따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왕의 권한을 사용한 대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당신의 대가는 무엇이오?]

[…현재 인계의 상황이 내가 감당해야하는 대가이다.]

전생 각성을 하는 사람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다.

세상의 균형이 어긋나는 현상.

강한 각성자가 많아질수록 탐욕은 깊어만 갈 것이다.

서로 물고 뜯는 전쟁이 반복되는 순간.

질서는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될 터.

세상의 균형이 맞춰지려면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야만 가능해진다.

물론 지금은 이를 억제하는 사람이 있었다.

파천제 이준.

그 덕분에 큰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우려되는 건 전생 각성을 하면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이들이 많이 생길 터.

한 명이 반항하기 시작하면 나머지들도 들고 일어난다.

언제까지 각성자를 억누르고 있을 순 없었다.

[너는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한다. 두 사람을 잃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설극을 향한 경고이자 걱정이었다.

이를 알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겠소.]

[네 사부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간섭하지도 않았을 일이거늘.]

염라대왕은 끝까지 투덜거리다가 사라졌다.

설극이 고민하다가 이내 자리에 앉았다.

그의 행동에 연아린의 눈동자가 커졌다.

“왜 그렇게 놀라느냐.”

“천계로 안 가세요?”

“생각이 바뀌었다. 사내가 고난도 겪어야 강해지는 법. 사부된 입장으로서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듯 싶구나.”

매정해 보이는 말투.

하나 그 속에는 걱정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연아린은 설극을 보며 감탄했다.

‘신선제의 무거움을 아시는 거야. 옛날의 파천혈신이 아닌 진정한 신선계의 왕이 되려 하시고 있어.’

그는 이준과 주경아에게 피해가 갈까봐 움직이지 않은 것.

신선계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었다.

연아린은 설극에 대해 큰 착각을 했다.

* * *

주경아가 신선계로 사라지자.

박혁진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아.”

그의 기감에 수백의 기척이 잡혔다.

“중국 각성자들이 몰려오고 있어.”

이곳에서 큰 충돌이 벌어지고 있자 중국 각성자들이 경계를 하러 출동했다.

강렬한 기파로 인해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온 것이다.

“돌아갈 거지?”

박정연의 물음에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았어. 먼저 돌아가.”

“무슨 일인데?”

“빙룡왕을 찾아야 해.”

[세부 앞바다 해저에 게이트가 있다. 그리로 다시 갈 테냐.]

현무가 찾은 게이트.

얼음으로 꽁꽁 뒤덮힌 게이트는 빙룡왕의 흔적이 틀림없었다.

“나도 같이가.”

박정연이 따라간다고 하자 박혁진과 한지유도 슬쩍 뒤로 섰다.

“마음대로 해. 너희들은 귀환하고. 아, 조야. 그리에스를 이곳으로 소환해줘.”

[그러지.]

흑염마조의 불이 허공에서 타오르더니 이내 그리에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 여긴!?”

“빙룡왕을 찾았어. 우릴 따라와.”

그리에스가 정신차릴 틈도 없이 이준은 경공을 펼쳤다.

그를 따라 박정연이 땅을 박차자.

한지유와 박혁진도 뒤를 따랐다.

그리에스도 그들을 쫓아갔다.

빠르게 경공을 펼치니 세부에 금방 도착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전투 흔적.

휴양지가 폐허로 변해 있었다.

필리핀 각성자들이 이곳을 조사하는 게 보였다.

“해저에 빙룡왕의 흔적이 있어.”

이준은 저들 몰래 잠수를 했다.

바다 표면은 여전히 에메랄드빛을 띠었지만.

바다 깊은 곳으로 가니 균열 오염이 심했다.

레드라이트오 실라켄이 모습을 보였다.

날카로운 이를 들이대다가 이내 얼음이 되었다.

마치 몸이 굳은 듯.

눈동자만 부들부들 떨려했다.

이준이 옆을 지나가자 그제서야 마비가 풀린 듯.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이후로도 비슷했다.

크리킹도 이준을 보고는 도망을 가버렸다.

일행은 수월하게 해저 바닥에 도달했다.

[아버지의 기운이야!]

그리에스가 얼음으로 뒤덮인 게이트를 발견하며 소리쳤다.

이준이 게이트 앞에 섰다.

얼음으로 인해 막혀 있는 입구.

이를 녹여야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입구에 펼쳐진 결계를 무너트려볼게.]

그리에스가 자신있게 나섰다.

이건 그녀의 아버지가 펼친 결계.

같은 호흡법으로 전개한 마법이라 손쉽게 해체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에도 얼음은 좀처럼 녹지 않았다.

[내 마법이 통하지 않아.]

[비켜봐.]

이준이 다시 게이트 앞에 섰다.

그가 팔을 뻗어 얼음을 잡았다.

그리고 사신기를 뿜어냈다.

쩌어억!

그 단단하던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작은 균열은 큰 균열로 이어졌다.

유리처럼 얼음이 깨지면서 드디어 입구가 드러났다.

[끔찍한 한기네.]

현무의 냉기와 비슷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준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니 나머지도 뒤를 따랐다.

지잉-

이준이 게이트를 통과하자 광활한 얼음 동굴이 펼쳐졌다.

바람이 불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한기가 음습해왔다.

“안쪽에 미약한 호흡이 느껴져.”

“빨리 가보자.”

박정연이 재촉했다.

이준 일행이 빙판길을 가로질렀다.

방해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찰나.

선이 그어지더니 그들을 순식간에 가둬버렸다.

“뭐, 뭐야?”

“결계?”

“아닌 것 같은데.”

“당황하지마. 그냥 장애물이라 생각하면 돼. 빙룡왕이 자기를 보호하려고 함정을 깔아놓은 거야.”

이준이 있어서 그런가.

당황하던 그들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이준의 사신기가 얼음 감옥을 갈랐다.

얼음 감옥은 허무할정도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준을 비롯한 네 사람이 다시 움직였다.

다양하게 준비된 함정.

하지만 이준이 선두에 서니.

모든 함정이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이준이 경공을 펼치다말고 우뚝 섰다.

동굴임에도 불구하고 눈발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환영이 아닌, 실제 눈발.

무엇보다 저 바람에는 강력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모두 호흡을 멈춰.”

그들은 이준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흡을 멈추니 게세게 불던 눈발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움직이는 이준.

마력이 담긴 눈을 피하며 앞으로 갔다.

깊이 들어왔다고 생각한 순간.

천천히 내리던 눈이 바람과 함께 다시 거세게 내렸다.

[나 아니야.]

박혁진의 전음이 들려왔다.

[알아.]

[다른 사람이야?]

[아니.]

[그러면 왜 갑자기 눈이 거세진 거야?]

이준의 마안에 보이는 선.

마력의 흐름을 읽은 그가 말했다.

“우리가 움직여서 그래. 동작을 멈춰봐.”

그들이 동작과 호흡을 멈췄다.

그래도 거셌다.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심장의 고동소리까지 줄이라는 건가.”

그의 말에 모두가 심장의 소리까지 컨트롤했다.

각성자와 드래곤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준의 말대로 하니 눈발이 잠잠해졌다.

‘저 선들이 교차하는 순간 움직여야 해.’

그의 눈에 보이는 선은 결계의 흐름이었다.

선이 교차할 때가 결계의 함정이 바뀔 때였다.

잠깐의 찰라.

이때 함정을 뛰어넘어야 했다.

“내가 신호를 주면 전속력으로 질주해.”

모두가 이준의 신호만 기다렸다.

결계의 선이 교차했다.

“뛰어!”

그들은 내공을 전력으로 사용해 경공을 펼쳤다.

쩌억-

눈이 이준 일행을 덮쳤다.

어깨가 얼었다.

다리가 굳어 이동에 방해됐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달렸다.

끝도 없이 펼쳐진 빙판.

달리고 또 달려서야 결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숨 넘어갈 뻔 했어.”

“조, 좀만 쉬자 하악….”

이준을 뺀 나머지가 널부러졌다.

그리에스도 얼굴에 땀이 가득했다.

그녀도 결계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크게 상처를 입었다.

같은 속성이라면 영향을 덜 받아야 했으나.

웬일인지 그녀를 집요하게 노렸다.

이준이 그녀를 향해 포션을 건냈다.

“먹고 회복해.”

무심히 포션을 건네는 그 때문에 두 시선이 그리에스에게 꽂혔다.

그걸 모르는 이준은 자기 할 일을 했다.

“앞에 있는 거 알아. 나와. 아니면 결계를 부술까?”

이준의 말에 가로막고 있던 벽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보였다.

* * *

“저, 적룡왕. 사, 살려주게.”

흑룡족의 드래곤이 벌벌 떨고 있었다.

눈동자에는 공포심이 가득했다.

“임무도 제대로 못했으면서 살길 바라는 건가.”

“도중에 방해꾼이 나타나는 바람에.”

“흑룡왕의 힘을 쓴 인간이었어!”

“그분의 힘을 사용해서 우리도 얼마나 놀랐다고.”

“파르가의 힘이?”

적룡왕 카디르가 파르가란 이름을 힘주어 말했다.

“그래! 그분의 힘이 인간에게 전해진 것 같아.”

“확실한가.”

“우리가 직접 봤어. 다른 놈들도 그놈과 싸울 테니 귀환하면 물어봐.”

흑룡족이 적룡왕의 눈을 살살 보았다.

현재 용계의 우두머리는 바로 적룡왕 카디르였다.

용신족을 모두 짓밟고 올라선 그.

흑룡족이 제일 먼저 그에게 패퇴했다.

흑룡족이 잔인하고 흉포하다고 알려졌으나.

카디르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용신족들도 카디르가 이렇게 흉악한지 모르고 있었다.

흑룡족이 용신족을 꼬드겨 인계로 가자고 소문이 났었지만.

이 모든 게 적룡왕의 의지였다.

흑룡족은 그의 명령에 따를 뿐.

목숨을 쥐고 있는데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파르가는 죽어서도 내 일을 방해하는군.”

“우릴 살려줄 거야?”

“다음에도 실패하면 가차 없이 죽일 거다.”

“고, 고마워.”

“실망 시키지 않을게.”

흑룡족은 용신족 중에서도 강하기로 유명했다.

흑룡족을 죽여봤자 용계의 전력만 깎일 뿐.

이득이 아니었다.

“살려주는 대신 불의 돌을 찾아라.”

“소문만 무성한 걸 어떻게 찾아?”

“피닉스가 나타나는 곳에 불의 돌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주작을 먹어 치우지 못하면 불의 돌이라도 품어야겠다.”

“혹시… 어둠의 돌도 있어?”

“없을 것 같나?”

“헉! 주작을 잡지 못한 우릴 살려주더니 이유가 있었어.”

“크크. 주작을 잡는 건 눈속임이었지. 내 원래의 목적은 원신의 돌을 찾는 거였으니까.”

“우리까지 속인 거야?”

“천계가 눈치 차리면 곤란하니까 비밀로 했다. 알았으면 어서 움직여. 우리가 먼저 원신의 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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