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26화 (626/705)

외전 제3부 20화

청룡의 뇌격이 계속 빗나갔다.

쾅쾅!

“하하. 어디에다가 공격을 하는 거냐.”

엔베르가 땅을 가로지르면서 비웃었다.

그를 간발의 차이로 빗나가는 뇌격.

청룡과 거리를 좁힌 그가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푸확-

검신이 청룡의 비닐을 가르며 피를 뿌렸다.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이번에도 엔베르를 향해 내리꽂혔다.

하나 청룡의 공격을 이미 눈치챈 그가 대검을 놓고 몸만 뒤로 뺐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공격.

엔베르가 팔을 뻗자.

청룡의 비늘에 박혔던 대검이 뽑혀나와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청룡도 별거 아니군.”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엔베르가 지체 없이 공격을 가했다.

쉼 없이 몰아쳤다.

대검으로 청룡의 몸을 베고 갈랐다.

그도 모자라 빛의 마법을 사용해 강타하기까지.

청룡의 패배가 짙어졌다.

[멍청한 놈.]

“날 여전히 위에서 내려보는구나.”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건가.]

패배가 눈앞에 있으면서도 청룡의 말투는 오만했다.

전혀 패배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이상함을 느낀 엔베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수작을 부렸군.”

[네 마법이 성가셔서 수고 좀 했다.]

그 말을 끝으로 주변이 안개로 가득해졌다.

진법에 빠졌다.

환영미로진.

청룡이 자신을 숨을 때 사용하는 그 진법이었다.

생문을 찾지 않으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내공이나 마력을 사용할 순 있으나.

마법과 같은 종류의 힘은 사용이 불가능 했다.

청룡의 뇌격은 그를 진법에 가두려고 몰아넣는 용도였던 것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의 환영미로진은 적을 향해 사용됐다.

적을 죽이기 위한 진법.

환영미로진에는 엄청난 살상력이 있었다.

“치사한!”

[싸움에 치사함이 어딨지? 이기면 그만이다.]

“그러고도 네가 사신수의 수좌라 할 수 있냐!”

[우리 사신수가 강한 건 오래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너처럼 미쳐 날뛰다가는 제명에 살지 못한다.]

“감히 나를 가르치는 건가!”

엔베르의 대검이 사선으로 내리그어졌다.

세상이 반쪽으로 쪼개는 검격이었다.

하지만 흩어진 안개가 다시 차오르며 시야를 방해할 뿐.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용없다. 환영미로진은 내 공간. 네 힘이 다할 때까지는 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되도록 마법은 사용하지 마라.]

번쩍!

하늘에서 푸른 뇌전이 직격했다.

뇌격을 피했다고 여긴 엔베르였다.

그러나 그의 몸으로 뇌기가 흘렀다.

뇌기는 그의 마력 운용을 방해했다.

‘여긴 바깥과는 달라. 온통 뇌기뿐이야.’

공기 또한 뇌기가 가득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몸에 무리가 왔다.

빛의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으나.

딱 그뿐이었다.

만약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뇌기가 내부에 가득찰 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는 것이다.

‘청룡을 너무 얕봤어.’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확실히 용신족보다 사신수가 윗줄에 있었다.

사신수를 상대할 수 있는 건 흑룡왕뿐.

다른 군주들은 사신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길 부수고 빠져나간다. 우리의 계획을 전부 수정해야 해.’

엔베르가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의 궁극 마법이 펼쳐졌다.

뭉쳤던 동그란 구체가 터지면서 수천, 수만 개의 작은 빛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 빛 덩어리가 땅에 닿으며 터지려는 순간.

“정말… 마법이 통하지 않아?”

엔베르의 눈동자가 떨렸다.

궁극마법이 사용되려는 찰나.

마력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소멸되었다.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자 다급해졌다.

다시 한번 궁극마법을 사용했다.

펑-

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빛의 구체들이 사라졌다.

[금붕어인가. 마법은 사용하지 말라고 내가 경고했을 텐데.]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엔베르가 서 있는 바닥을 뚫고 뇌기가 솟구쳤다.

하늘이 아닌 바닥에서 뇌기가 나오니.

엔베르가 반응을 하지 못했다.

“크아아악!”

뇌전에 정통으로 맞은 그가 비명을 질렀다.

이게 바로 환영미로진의 위력.

상대의 힘을 두 배로 돌려주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 * *

“끝났네. 다 생각이 있다고 했잖아.”

“너무 밀리니까 걱정했지.”

이준은 애초에 청룡이 백룡왕에게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온전한 힘을 가진 청룡은 자연경 완속에서 끝자락에 해당하는 힘을 지녔다.

용군주들의 수준은 자연경 초입에서 완숙 정도.

사신수와는 한, 두 단계 힘의 차이가 있었다.

“이쪽도 곧 끝나겠어.”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에는 힘겨워하는 녹룡왕이 보였다.

현무에 의해 얼어붙은 피부.

얼굴은 창백했으며 입술을 새파랗게 변한 상태였다.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

아니나 다를까.

멘데레스의 마법 방벽이 깨지면서 얼음 비를 그대로 맞았다.

퍼벅퍽퍽!

피부를 가차 없이 뚫어버리는 얼음들.

현무는 멘데레스를 아예 짓뭉개버리는 듯.

계속해서 공격했다.

“커헉!”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

“화가 많이 났나 보네.”

“현무가?”

“응. 아예 소멸시키려 하고 있어.”

이준이 캠핑 의자에서 일어났다.

“뭐 하려고?”

“죽기 전에 사용할 무공이 있거든.”

그가 멘데레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현무를 향해 말했다.

“네가 이긴 것 같은데?”

[아직 안 끝났다.]

“형체도 남기지 않으려고?”

[그거 좋군.]

“흠. 그럼 죽기 전에 나한테 넘겨. 모투술로 얘한테 기억을 얻어야 해.”

[그러지.]

이준은 현무의 분풀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양팔과 다리가 박살 나서야 공격을 멈췄다.

목숨을 건진다 해도 평생을 누워지내야 할 만큼.

팔과 다리를 아예 못 쓰게 만들어놨다.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

이준은 허리를 숙이며 속삭였다.

“그러게 용계에 처박혀 있지, 인계는 뭐하러 와. 괜히 와서 목숨만 잃었잖아.”

이준이 멘데레스에게 모투술을 쓰기 위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손바닥을 타고 멘데레스의 힘이 빨려 들어왔다.

“응?”

[사신기가 흡성공을 사용했습니다.]

[녹룡왕 멘데레스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녹룡왕 멘데레스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이준의 눈이 커졌다.

그는 흡성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데 흡성공이 자동으로 운용됐다.

마치 멘데레스의 기운을 반드시 취해야 하는 것처럼.

그녀의 힘이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녀의 피부가 말라갔다.

[녹룡왕 멘데레스의 힘을 완전히 흡수했습니다.]

[사신기에 대지 속성이 추가되었습니다.]

[검은 대공의 파편 일부분을 획득했습니다.]

[진행 상황 : 23.8%]

[용신족의 힘 : 암흑, 대지]

‘천계의 천벌 말고도 얘들도 파편을 줘?’

모투술로 기억만을 얻으려 했는데 뜻밖의 성과였다.

검은 대공의 파편을 획득할수록.

사신기의 경지도 상승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단어였지만 어찌 됐든 자신에게는 이득.

취할 수 있는 건 다 얻는 게 좋았다.

‘검은 대공의 기억을 얻으면 탈신경에 들지도 몰라.’

자연경 끝자락에서 진전이 없었다.

여태껏 성장한 것도 전무후무한 기록.

미친 성장 속도를 자랑해서 그렇지.

진전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

‘여기에 백룡왕까지 있으니… 우선 모투술로 기억을 얻자.’

[특성 무공천재(EX)가 발동했습니다.]

[모투술(S)을 사용합니다.]

[상단전의 힘이 모투술(S)을 제어합니다.]

[지나갔던 과거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멘데레스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다른 군주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또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모든 정보가 이준의 머리에 저장되었다.

‘용신족이 사신수의 힘을 흡수하고 나면 다음 목표는 천계였네.’

용신족은 천계에게 그동안 당한 수모를 돌려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것.

흑룡족의 불만을 자극함으로써 용계가 들고 일어난 거다.

‘지들끼리 치고 박고 싸울 것이지 왜 인계로 오고 지랄이야.’

덕분에 사신기의 숙련도가 오르는 건 좋으나.

평화가 깨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

‘기억도 얻었겠다. 선빵을 치던가 해야겠어.’

선공필승.

먼저 공격해서 적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게 가장 좋은 전략.

무엇보다 싸우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었다.

이준이 멘데레스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에게 힘을 다 빨리고 죽은 그녀였다.

곧이어 환영미로진 펼친 청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털썩.

“통구이가 됐네.”

엔베르의 전신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아직까지 몸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얼굴이 일그러진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이준은 엔베르의 힘도 먹어 치웠다.

[사신기가 흡성공을 사용했습니다.]

[백룡왕 엔베르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백룡왕 엔베르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엔베르의 숨이 끊겼다.

그는 하이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의 신.

신이 죽으면 어디로 가겠는가.

소멸뿐이 없었다.

[백룡왕 엔베르의 힘을 완전히 흡수했습니다.]

[사신기에 빛 속성이 추가되었습니다.]

[검은 대공의 파편 일부분을 획득했습니다.]

[진행 상황 : 29.2%]

[용신족의 힘 : 암흑, 대지, 빛]

“개꿀.”

엔베르가 재가 되어 소멸 되기 직전!

하늘에서 빛줄기가 떨어졌다.

* * *

쿵!

큰 진동과 함께 누군가가 내려앉았다.

“천사?”

나타난 남자의 등에는 탐스러울 정도로 하얀 날개가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이준을 응시했다.

이글거리고 있는 남자의 눈.

은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남자는 엔베르가 소멸되지 못 하게 했다.

엔베르의 몸을 감싼 빛.

신성력이 엔베르의 마력이 흩어지지 못하게 막았다.

곧이어 수십 갈래의 빛이 또 떨어졌다.

남자와 같은 날개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천계인인가?”

이준의 중얼거림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날 모르진 않겠지?”

이준은 남자를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던 순간 뇌리에 스치고 간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레미엘?”

“인간 따위가 감히 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

“정말 레미엘이네.”

이준은 자신이 파괴한 신전의 석상과 저 남자의 얼굴이 일치했다.

그래서 혹시 저 남자가 레미엘일까 말해본 거였는데.

정말로 신이 강림한 것이었다.

레미엘을 본 삼두가 이를 드러냈다.

[최상위 신이 인계에 강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단 말이냐.]

“지옥의 수문장이 인간의 애완동물이 됐다더니 실제로 보니까 웃음만 나와.”

[신계의 율법을 잊은 거냐.]

“그러는 당신은? 지옥계의 2인자가 인계에 있는 건 괜찮은 거요.”

[인계의 인과율이 바로 잡힐 때까지 여기에 있기로 염왕께 허락을 받았다.]

“나도 미카엘 님께 허락을 받고 강림한 길이오.”

[무슨! 너희가 내려오면 인과율이 또 난장판이 된다. 빨리 돌아가라.]

“그럴 수 없소. 내 목적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레미엘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준을 노려보았다.

[그만둬. 이놈은 건드리지 않은 게 좋아.]

“신선제의 제자이기 때문이오?”

[그래. 네가 신선제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알지만 내가 지금 하려는 건 미친 짓이다. 이준을 건드리고 좋게 끝난 놈은 없어.]

삼두가 경고를 했지만 레미엘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의 신전을 망친 주범이 바로 이준, 파천제였다.

신을 모독한 인간을 눈앞에 두고 물러나다니.

무엇보다 이준이 신의 힘을 가로챘다.

반드시 천계로 가야 할 힘이었다.

이준을 죽여서라도 용군주들의 속성을 돌려받아야 했다.

“날 다른 놈들과 똑같은 취급하지 마시오.”

[그런 이유가 아니다. 죽고 싶지 않다면 그냥 가!]

삼두는 레미엘이 답답했다.

이준은 신선제의 제자이자 아들이었다.

이준이 다치기라도 하면 신선제의 눈이 뒤집어질 터.

그뿐만이 아니라 신계도 요동칠 것이다.

이대로 물러나는 게 신상에 좋을 테지만.

레미엘은 삼두의 말을 무시했다.

“뭐가 무서워서 인간의 애완동물을 자처하는지. 당신을 보니 지옥계도 끝난 것 같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