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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25화 (625/705)

외전 제3부 19화

엔베르와 멘데레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용신족이 전부 몰살당했다.

단 한 명에 의해.

신계의 신이 아닌 인간에게 말이다.

[입장이 반대가 됐어.]

[어쩌지?]

[그러게 내가 인간을 얕보면 안 된다고 했잖아.]

멘데레스가 엔베르를 나무랐다.

엔베르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라고 인간이 저리 강할 줄 알았겠나.

아니, 애초에 인간은 신을 넘을 수 없다고 여겼다.

인간은 신이 준 힘으로 몬스터에게 대항했다.

그 힘은 살기 위한 수단일 뿐.

신을 죽이는 힘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박혀 있었는데…

인간을 직접 경험하니 완전히 달랐다.

신도 죽일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었다.

[다 지나간 일을 이제 와서 말하면 어떡해!]

[해결책을 생각해봐.]

[해결책이 뭐가 있겠어. 사신수를 죽여 힘을 흡수하는 게 최선이야.]

멘데레스도 같은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걸리는 게 있었다.

조금 전 나타나서 용신족을 순식간에 죽인 인간.

저 남자가 걸렸다.

과연 사신수가 죽게 놔둘까.

사신와 인간들은 같은 편인 듯했다.

멘데레스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건지.

이준이 입을 열었다.

“사신수가 죽든 말든 난 구경만 할 거야.”

[네 도움은 절대 받지 않을 것이다.]

현무의 단언이었다.

멘데레스는 그래도 못 믿는 눈치였다.

“의심병 참 많네. 밑져야 본전 아닌가. 이대로 그냥 죽는 것보다 싸워본 후 죽는 게 더 낫지.”

이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살 기회를 줘도 못 받아먹는 놈들이다.

드래곤이 지혜의 상징이라고?

개뿔이나.

저런 놈들이 무슨 지혜를 상징하나.

대가리에 똥만 찬 놈들 뿐이었다.

‘게이트에 용계의 입구를 숨긴 것만 인정.’

다른 건 생각하는 게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어떤 부분에선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움직이나 싶을 정도였다.

이준이 두 왕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너희를 죽이려고 했으면 진작 죽였어.”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헉.”

“헙!”

엔베르와 멘데레스는 숨을 삼켜야만 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무형의 기운이 전신을 짓눌렀다.

서 있지 못할 만큼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버텼다.

그래도 드래곤의 왕.

인간에게 쉽게 무릎을 꿇을 수 없어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까 빨리 시작해.”

이준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캠핑 의자를 꺼내 앉았다.

“너희들도 와서 앉아.”

천하 태평한 모습.

마치 휴양하러 온 사람 같았다.

이준의 행동에 한 똘끼하는 박혁진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진짜 미친놈이네.”

박혁진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너보다?”

“어. 나보다 네게 한 수 위다.”

그가 이준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폰을 꺼내 라이브를 켰다.

그 모습에 이준도 충격을 받았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반격인데?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라이브를 켤 생각을 해? 돌아이 아니야?”

“네가 나한테 할 말은 아니거든.”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누가 했는지 정말 알맞은 표현이었다.

“누나랑 지유도 서 있지 말고 앉아.”

이준의 제안에 박정연과 한지유가 망설였다.

[준이가 좋긴 하지만… 저기에 끼고 싶지 않아.]

[저도요.]

두 사람은 전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전했다.

저기 두 남자랑은 같은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다리가 아플지언정.

서서 싸움을 지켜보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하나 이준은 오해를 해버렸다.

“의자만 있어서 좀 그런가?”

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테구르가 만든 탁자와 파라솔을 폈다.

“이제 됐지?”

박정연과 한지유가 극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삼두가 한술 더 떴다.

[과일하고 술, 음료가 없잖아. 하나씩 보이지 말고 한꺼번에 갖추고 말하란 말이야.]

“그런 거냐.”

[팝콘도 준비해라. 싸움 구경에는 팝콘이 최고지.]

“너 뭘 좀 아는구나?”

이준의 칭찬에 삼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주인에 그 강아지였다.

애완동물은 주인의 성격을 닮아 간다더니.

삼두도 점점 눈치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더 끼고 싶지 않아. 멀리 떨어지자.]

[라이브에 저희가 비추어질까 걱정이에요.]

박정연과 한지유는 이준과 거리를 벌렸다.

두 사람의 태도에 이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편하게 구경하면 되는데 이상하네.”

“냅둬. 자기들이 불편하게 본다는데 말리지 마. 우리끼리 편하게 보자.”

이준과 박혁진은 천하 태평하게 앉아 싸움 구경을 했다.

* * *

그 시각.

각사학에서도 모두 박혁진 일행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박 교수님 라이브가 잠깐 켜졌다고 꺼졌다며?”

“잠깐 봤는데 드래곤이 화면에 잡혔더라.”

“찐 드래곤이겠지? 이무기나 드레이크가 말고.”

“드래곤이 수백 마리나 됐는데 이무기형 몬스터겠어?”

“마지막에 파천제 님한테 욕 박은 것 보니까 진짜 같아.”

“어떡해. 위험하신 거 아니야?”

“그래서 교수님들도 비상 회의에 들어가셨잖아.”

드래곤이라는 몬스터가 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무기형 몬스터의 등급은 상당히 높았다.

가장 낮은 등급이 레드급.

대체로 레드와 블랙급을 오갔다.

드래곤은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일 거라는 추측이 있었다.

제대로 된 드래곤을 만나봤어야 등급을 측정할 건데.

현역 각성자 중에서 드래곤을 만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고 어른인 검제나 괴개도 보지 못할 만큼 희귀했다.

“우리 오빠 어떻게 해. 다쳐서 오면 나….”

“다쳐서 오는 건 다행이야. 시체도 찾지 못할 수도 있어.”

“으아아앙!”

각사학 학생이자 박혁진의 팬들이 대성통곡했다.

자기 오빠가 위험해지자 패닉에 빠진 것이다.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정연 누나를 구해야 해!”

“누가 대책 좀 세워봐.”

박정연과 한지유의 팬들도 모여서 의논을 강구하고 있었다.

“내가 파천제 님처럼 강했다면 지금 당장 도우러 갔을 텐데….”

“빌어먹을!”

“내가 무능해서 지유 님을 구할 수가 없어….”

그들이 나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SS급인 박혁진도 라이브로 마지막 말을 남길 정도인데.

고작 A급 각성자들이 뭘 하겠나.

무사 귀환만을 비는 게 최선이었다.

그들도 그걸 아는지.

남학생들은 자책에 빠져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한 남학생이 소리쳤다.

“박 교수님 라이브 방송이 다시 켜졌다!”

“저, 정말?”

“어디.”

“지, 진짜야.”

“정연 누님은?”

“지유 님은 안 다쳤어?”

“제대로 좀 보여 봐봐.”

폰 화면에는 박정연과 한지유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아직 살아 계셔서 다행이다.”

교실 안, 운동장, 실내체육관 등.

학교에 있는 학생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 사람은 학생들에게 선생이자 아이돌이었다.

그들이 시체로 돌아왔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대성통곡할 이들만 학교에 절반이 됐다.

대단한 인기를 지닌 세 사람이 화면에 보이자 안도를 한 것이다.

“어? 파천제 님도 보여.”

“옆에 계시네.”

“파천제 님이 가서 세 분을 구하신 게 틀림없어.”

“이준 님이 세 분을 죽게 놔둘 리 없잖아. 멍청이들. 난 믿고 있었다구.”

“근데 애들아. 그 많던 드래곤 어디 갔냐.”

“그러고 보니 그러네?”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던데….”

라이브 방송에 비춘 건 거대한 신수와 남녀뿐이었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전부 해치운 거야?”

“그 많은 드래곤을?”

“헐.”

이준의 무력은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생방송으로 송출된 것만 여러 번이었다.

적응이 되어서 안 놀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이준의 경이로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 *

사신수와 용군주의 대결.

엄청난 구경거리였다.

백 년에 한번.

아니,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싸움이었다.

녹룡왕 멘데레스.

자연 속성을 지닌 용군주로 대지 마법의 정점에 있었다.

그녀의 손이 땅에 닿자.

현무가 밟고 있는 땅이 모래처럼 부서졌다.

현무의 육중한 몸이 모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나 현무의 속성은 얼음.

쩌어억!

밟고 있는 땅이 사라지면 다시 만들면 됐다.

땅에서부터 얼음이 올라오며 현무를 번쩍 들어 올렸다.

현무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공기가 얼면서 만들어낸 고드름.

수만 개의 고드름 조각이 멘데레스를 향해 떨어졌다.

퍼벅퍽퍽!

얼음 비.

일반적인 강도 아닌, 강철도 뚫을 만큼 단단했다.

멘데레스가 방벽을 세웠다.

땅에서 소환된 거대한 나무들이 그녀를 사방에서 감쌌다.

얼음 비는 나무를 뚫고 지나갔으나.

얼마나 두꺼운 나무를 소환했는지.

나무를 완전히 뚫지 못하고 멈췄다.

하나 그건 현무가 의도한 결과였다.

그녀를 감싼 나무가 얼음으로 물든 순간.

그녀가 있는 공간은 지독한 한지가 흘러나왔다.

돌을 소환해 스며드는 한기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그녀는 소환한 나무를 소멸시켰다.

꽁꽁 얼어붙은 나무가 사라지자 한기 또한 가셨다.

대신 얼음 비를 맞아야 했다.

그녀는 양손에 새긴 작은 마법진으로 얼음 비를 쳐냈다.

현무에게 접근하려면 얼음 비를 다 쳐내고 가거나.

원거리 공격을 해야 했지만.

그녀는 공격 자체를 하지 못했다.

현무의 까다로운 공격으로 수비만 할 수 있었다.

한편.

‘내가 현무를 상대했어야 했는데.’

엔베르는 멘데레스를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현무의 공격을 맞받아치기만 할 뿐.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했다.

상성이 안 좋았다.

‘내가 청룡을 빨리 처리하고 멘데레스를 도와줘야겠어.’

[한눈팔 정도로 한가해 보이지 않는데?]

청룡은 벼락을 뿌려댔다.

빛과 번개의 싸움.

서로 속도에선 밀리지 않았다.

희귀 속성인 것도 같았다.

파괴력 또한 비슷했다.

막상막하의 싸움.

청룡의 번개가 번쩍이면 엔베르의 빛 또한 번쩍였다.

누구 하나 물러섬이 없었다.

마치 속도를 늦추면 지기라도 하는 건지.

공격 속도를 더욱 빠르게 끌어올렸다.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엔베르를 강타했다.

빛 또한 청룡을 쏘아댔다.

쾅-

쾅!

주변을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듯.

공격이 사정없이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박혁진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여기 완전 폐허가 되겠는데?”

“우리나라만 아니면 돼.”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겠어?”

“지들이 어쩔 건데. 대국 앞에서 소국은 고개만 처박고 있으라고 한 건 걔들이었어.”

옛날에는 대국이 중국이었고 소국이 한국이었다.

지금은 정반대인 상황.

땅덩어리는 작으나 국력은 비교할 수 없었다.

막강해진 한국.

세계 랭킹 1위가 버티고 있는 나라다.

뿐인가.

그 아래로 즐비하게 있는 시계 랭킹 각성자들.

이젠 한국의 입김만으로 세계 정세가 요동칠 정도였다.

국력이 현저하게 줄어든 중국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자기들이 한 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중.

까마귀 고기라도 삶아 먹었는지.

옛날에 했던 말을 뒤집으며 반박하고 나섰으나.

어디 상식이 통할 이준인가.

장법으로 중국의 장강을 날려버린 덕분에 중국은 잠잠해졌다.

물론 슬슬 고개를 쳐들고 있지만.

이준은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는 중국의 고개를 처박을 무력이 있었으니까.

“통쾌하긴 하다 흐흐.”

“그리고 사신수가 싸운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쟤들 신에 속해. 나 같은 인간은 못 말려.”

“그렇지. 너 같은 인간은 못 말리지.”

“어째 기분이 나쁘다?”

“난 너 따라 말한 건데?”

박혁진이 눈을 끔뻑였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참았다.

차마 해맑은 얼굴을 때릴 순 없었다.

“어? 준아. 청룡이 밀리고 있어.”

박혁진의 말에 이준이 싸움을 유심히 보았다.

“끝내려고 낚시하려나 보네.”

오히려 현무가 싸움에서 밀려야 했다.

한데 현무는 녹룡왕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완전한 힘을 가진 청룡이 밀린다?

함정이 있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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