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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24화 (624/705)

외전 제3부 18화

서걱-

뇌기가 드래곤의 날개를 갈랐다.

박혁진의 검에는 화려함이 없었다.

대신 적을 죽이겠다는 의지.

살의만이 담겨 있었다.

담백하게 허공을 가르는 검이 드래곤의 얼굴에 박혔다.

푸욱!

천월은 물체를 관통하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열 마리의 드래곤을 처치했다.

뇌기를 머금은 천월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았다.

“날파리 같은!”

“저놈이 본체다. 검은 무시해.”

“죽엇!”

녹룡족의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냈다.

그들의 아가리 앞에 생성된 거대한 마법진.

초록빛의 마력이 토해졌다.

“뇌막!”

박혁진이 천월을 회수했다.

그리고 검신을 횡으로 눕혀 뇌신공을 극성으로 펼쳤다.

그의 앞에 뇌기의 막이 생겨났다.

콰아아앙!

녹룡족의 브레스가 박혁진을 덮쳤다.

먼지가 일어났으나.

바람에 의해 곧바로 사라졌다.

브레스를 맞은 박혁진이었지만 뇌막은 손상 하나 없었다.

“머릿수만 아니면 할만…!?”

박혁진이 말을 하다 말고 급히 몸을 뒤로 뺐다.

그 순간.

쾅!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폭사했다.

이번에는 백룡족의 공격이었다.

“말할 시간은 주라고 이 자식들아.”

화가 난 박혁진이 검기를 마구잡이로 날렸다.

뇌기를 잔뜩 머금은 검기였다.

또한 청룡의 버프를 받은 힘이기도 했다.

검기 하나하나가 검강에 버금가는 힘을 지녔다.

아니나 다를까.

박혁진이 쏘아보낸 검기는 녹룡족의 브레스를 베어 가르곤 그들의 아가리에 폭사했다.

콰앙!

녹룡족이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적이 쓰러지고 있긴 하지만 박혁진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내가 먼저 지쳐서 쓰러지겠어.’

전생 각성을 해서 내공의 양이 급격히 상승하긴 했다.

허나 내공은 무한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떨어질 내공.

그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

이 생각은 박혁진만이 느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언니.”

“너도 같은 생각이니?”

“네.”

박정연과 한지유 또한 다급해지고 있었다.

마르고 있는 내공.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면 큰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시간을 끄는 건 무리겠지?”

“이준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너무 위험한 선택이에요.”

“적의 눈을 멀게 하고 도망치는 게 최선이겠네?”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가장 좋아요.”

두 신수도 백룡왕과 적룡왕에게 발목 잡힌 상황.

이대로는 힘들었다.

“그럼 내가 적의 눈을 가릴게.”

“아니요. 제가 할게요.”

“지유 네가?”

“언니의 무공은 공격에 특화되어 있지 상대를 무력화 시키지는 못해요.”

박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유의 말이 옳았다.

뇌신공은 파괴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하나 적을 죽이지 않고 무너트리는 건 불가능.

오히려 내공만 소모할 뿐.

공격이 헛수고로 돌아갈 공산이 컸다.

반면 한지유의 무공은 어떤가.

복마제령검식은 마를 제압하는 검법이면서도 빙속성을 지녔다.

빙속성의 무공은 적의 발목을 잡기 최적의 무공.

박정연보다는 한지유가 나서는 게 좋았다.

“알았어. 무공을 사용하면 내가 널 업고 뛸게.”

“네.”

한지유의 대답을 들은 박정연이 동생인 박혁진에게 전음을 보냈다.

[박혁진. 뒤로 빠지자.]

[도망칠 수 있어?]

[지유가 저놈들의 이동을 방해하겠대.]

[지유만 놔두고 우리끼리 도망치자는 말이야?]

[그게 아니라 지유의 무공이 빙속성이니 발목만 잡아놓고 도망치자는 거지.]

[그러니까 지유의 무공을 극성으로 펼쳐놓고 데리고 튀자 이말?]

[그래 멍청아.]

[오케. 그러자.]

박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하면 빠져.]

[알겠어.]

[현무 님이랑 청룡 님도 들으셨죠?]

박정연의 말에 현무가 대답했다.

[지금 나보고 도망치라는 소리냐.]

이에 청룡도 반발하고 나섰다.

[용신족에게 뒤를 보이면 우리의 체면이 구겨진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세요.]

박정연의 설득에도 두 신수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난감해졌다.

두 신수만 두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

현무와 청룡을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할지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그때였다.

박정연은 이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신수는 의외로 순수해. 어떻게 보면 은근 허당기가 있다니까?

순수함.

이 단어가 뇌리에 박혔다.

그녀의 머리에 두 신수를 설득할 대안이 생각났다.

[두 분이 패하는 것도 문제지만 용신족에게 죽으면 어떤 소문이 날 것 같아요?]

[음…]

[뭐라고 날 것 같으냐.]

청룡의 물음에 박정연이 냉큼 대답했다.

[사신수는 용신족의 아래다, 라고 나겠죠. 그러길 바라세요?]

[절대 아니다.]

[그것만큼 불명예는 없지.]

[도망치자는 게 아니에요. 전략상 후퇴죠.]

[그래도 도망치는 건….]

청룡의 머뭇거림에 박정연이 쐐기를 박았다.

[두 신수님이 백룡왕과 녹룡왕을 죽일 수 있다면요?]

[어떻게 말이냐.]

[일대일로는 신수님이 밀리지 않잖아요.]

[그렇지. 저 떨거지들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을 듯해요.]

[정말이냐?]

[절 믿어주세요.]

두 신수가 설득을 당했다.

사신수의 명예.

신수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었다.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

신성불가침.

두렵고 무서운 존재이긴 하나, 인간을 보호해주는 신이라는 믿음이 절대적이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 누구에게도 져선 안 된다.

[널 한번 믿어보지.]

청룡과 현무를 설득하자.

박정연은 한지유와 눈을 마주쳤다.

[하나.]

[둘.]

“셋!”

박정연의 외침에 박혁진이 검기를 뿌리다 말고 몸을 돌려 경공을 펼쳤다.

한지유가 복마참백연을 바닥에 찔러넣었다.

극성으로 끌어올린 내공이 검을 타고 흘렀다.

쩌어어억-

그녀의 주변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물들었다.

싸늘한 냉기가 대기까지 얼어붙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유는 땅에서 복마참백연을 빼지 않았다.

“하압!”

기합성과 함께 그녀의 마지막 절기.

복마제령검식의 5초식인 빙류천검을 운용했다.

검법이 아닌 다른 형태로 펼친 거긴 하나.

현무의 버프가 들어가 있는 상태라 그런지.

그 맑던 날씨에 때아닌 눈 폭풍이 불어왔다.

흩날리던 눈이 드래곤에게 닿자 몸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그녀의 행동을 본 백룡왕과 녹룡왕이 버럭 소리쳤다.

“엔베르! 저놈들 도망치려 하고 있어.”

“우리가 놔줄 성싶으냐!”

녹룡왕과 백룡왕이 따라붙으려 했으나.

시야의 방해와 움직임의 방해로 인해 곧바로 쫓아가지 못했다.

* * *

“허억… 허억….”

“아직 따…라오고 후욱… 있어?”

“…네.”

박혁진과 박정연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한지유는 빙류천검을 펼친 후 방전된 상태였다.

박정연의 등에 업혀 가고 있었다.

그들이 이토록 숨에 찬 이유는 바로.

피슉-

쾅!

뒤에서 마법이 날아오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상황.

드래곤이 펼치는 마법에 한 대라도 맞으면 큰 낭패였다.

“거기 서지 못해!”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

드래곤은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엄청난 비행 속도.

박정연과 박혁진의 경공이 아무리 빠르다곤 하지만.

드래곤의 비행만큼은 아니었다.

저들은 하늘을 날고 있으니까.

“거의 따라 잡혔어요.”

한지유의 말에 두 사람이 경공을 멈췄다.

“허억… 여기까지… 네 허억….”

박혁진은 드디어 오늘 소원을 풀었다.

그의 어깨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신수.

청룡과 현무가 힘을 비축하기 위해 작아진 모습으로 있었다.

[다음 계획은 뭐냐.]

“후욱 준이가 올 때까지 후욱… 버티는 거예요. 준이는 신수님이 원하는 구도를… 후욱 만들어 줄 거예요.”

그들은 현재 대만을 지나 중국 땅을 밟고 있었다.

이준이 있는 한국과 거리를 많이 좁혀놨다.

이제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들이 멈춰 서자.

백룡왕 엔베르와 녹룡왕 멘데레스가 비웃었다.

“다 도망쳤냐.”

“내 옷을 더럽혔으니 이제 벌을 받아야겠지?”

엔베르와 멘데스가 다시 인간 형태로 돌아왔다.

박정연 일행을 포위한 드래곤들.

다신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였다.

“너희 때문에 시간을 허비했으니 바로 죽여주겠다.”

백룡왕 엔베르의 손에 마력이 모였다.

빛의 구체가 생성되자 활짝 핀 손을 오므렸다.

그러자 주변으로 하얀 알갱이가 무수히 생겨났다.

“날 힘들게 한 벌이다.”

엔베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의 알갱이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쾅-

콰아아앙!

박정연 일행을 휩쓰는 폭음에 엔베르가 흐뭇하게 웃었다.

“진작부터 이 힘을 사용했으면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잖아.”

“그러면 재미없으니까.”

“우리한텐 시간이 없다는 걸 몰라?”

“알지. 그래서 빨리 끝내려고 지금 사용한 거잖아.”

멘데레스의 핀잔에도 엔베르는 개의치 않아 했다.

이 힘은 사신수도 버티지 못할 터.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엔베르!”

멘데레스가 소리쳤다.

팟-

먼지 구덩이 속에서 쏘아진 콩알만 한 기운에 의해.

엔베르의 볼에 상처가 났다.

일자로 잘린 피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아깝네. 얼굴 중앙을 노렸는데 말이야.”

어느새 폭발음이 사라지고 대신 낯선 음성이 들렸다.

“누구냐.”

“날 몰라? 나 꽤 유명한데….”

이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모르면 죽어야지.]

그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흑염마조가 살벌하게 말했다.

“준아!”

“왜 이제 오고 지랄이야. 너 때문에 죽는 줄 알았잖아.”

“살았어….”

눈을 감고 있던 세 사람이 이준을 보곤 안도를 했다.

“혁진이 라이브 보고 바로 온 거야. 너희도 수고했어. 현무 너는 웬일로 도와줬냐?”

[…변덕이라 해두지.]

‘설득 당했구만.’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사신수는 굉장히 순수했다.

조금만 자극하면 바로 반응이 올 정도.

그만큼 단순하기도 했다.

[이제 약속을 지켜줘야겠다.]

청룡의 말에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약속?”

“내가 청룡 님하고 약속했어. 네가 오면 백룡왕과 일대일로 붙게 만들어 줄 거라고.”

[사신수의 이름을 업신여긴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겠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말이다.]

“어려운 건 아니네. 조야 너도 할래?”

[내 상대는 없는 것 같군. 난 빠진다.]

흑염마조는 구경을 선택했다.

이준이 고개를 돌려 백룡왕을 바라보려는 그때.

“내가 묻지 않느냐!”

엔베르가 기세를 흩뿌리면서 이준을 압박했다.

“쟤는 무슨 배짱이지?”

[용신족은 죄다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다.]

“그건 그래. 흑룡족 그놈들 도망치는 건 정말 어이없었어.”

[큭큭. 웃기다.]

이준은 엔베르의 질문을 무시하고 흑염마조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모습에 엔베르가 분노했다.

“감히 내 앞에서 여유를 부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

“엔베르, 진정해. 느낌이 좋지 않아.”

멘데레스가 그를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무언가를 잊고 있는 두 사람.

조금 전 엔베르의 최종 기술을 막은 게 바로 이준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나 그건 두 왕의 커다란 실수였다.

엔베르는 다시 한번 자신의 기술을 사용했다.

아니, 사용하려 했지만.

쿵.

이준의 진각에 의해 마력이 흩어지고 말았다.

“뭐, 뭐지?”

엔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고 있는데.

털썩.

백룡족과 녹룡족이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멘데레스가 입을 떡 벌렸다.

“설마!?”

그녀의 시선은 이준에게 꽂혀 있었다.

“조금 전 움직인 인간은 저 남자뿐이야.”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이상리만치 익숙하면서도 공포스러운.

그러면서도 사위를 짓누르는 흉포한 기운을 말이다.

그녀가 놀라는 사이.

용신족이 전부 쓰러졌다.

“난 이제 빠진다. 이제 너희들이 해결해.”

[그러지.]

청룡과 현무가 거대하게 변한 후 백룡왕과 녹룡왕 앞에 섰다.

[이제 제대로 싸워보자.]

[어디 그 잘난 힘을 드러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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